칼럼/프리뷰/리뷰 [상주 상무-대구 FC] 상주의 비대칭 전술, 대구를 여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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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파훼법은 밝혀졌다”
2019년 7월 22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19 K리그 22라운드 경기에서 상주 상무가 대구 FC를 2:0으로 가볍게 이기며 상위 스플릿을 향한 불씨를 다시 한번 지폈다. 김대원의 복귀에도 불구하고 대구 FC는 불안한 수비 조직력을 보이며 상주의 전술적 노림수를 이겨내지 못하고 패배하며 상위 스플릿 수성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상주 김태완 감독의 비대칭 전술
[1] 상주의 수비시 전형. 김경재가 수비라인으로 내려가 5백을 형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때 상주의 투 톱은 대구의 미드필더 라인에 위치한다.
대구는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수비 조직력이 탄탄한 팀이다 (혹은이었다). 다른 많은 감독들과 같이 대구를 깨기 위해 김태완 감독은 이 날 경기에서 수적 우위를 기반하여 대구의 수비를 공략하였다. 하지만 그의 접근 방식은 조금 달랐다. 대구의 밀집한 수비를 깨기 위해, 김태완 감독은 상주의 왼쪽(대구의 오른쪽), 특히 백쓰리와 윙백 사이의 공간을 집요하게 공략하였다.
김태완 감독은 이 날 다이아몬드 4-4-2로 선발 명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상주의 포메이션은 시시각각 유연하게 바뀌었고, 주로 김경재를 필두로 한 변형 백쓰리를 활용한 5-3-2 형태를 보였다. 특히 이 라인업에서 가장 중요했던 점은 주로 왼쪽 수비수로 기용되는 김민우(부상)나 이민기가 아닌 측면 공격수로 분류되는 김경중이 왼쪽 풀백으로 출전한 것이었다. 이는 공격 재능을 가진 김경중을 최대한 전진시켜 대구의 수비를 왼쪽에서부터 풀어보겠다는 계산이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김경중은 수비 시에는 왼쪽 수비수로 수비라인을 형성하였지만, 공격 시에는 윙어의 위치까지 빠르게 전진해 대구의 오른쪽 수비(상주의 왼쪽)을 수적으로 괴롭혔다.
[2] 상주의 공격상황. 센터백인 김영빈이 높은 위치까지 전진해 수적 싸움에 가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 대구의 수비 상황. 상주가 수적 우세로 공격하려 하자, 대구의 김대원이 수비 진영까지 내려와서 수비에 가담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김태완 감독은 수적 싸움을 위해 김경중뿐만 아니라 센터백으로 출전한 김영빈까지 왼쪽으로 전진시키며 대구의 오른쪽을 허물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하였다. 이는 지난번 칼럼에서 다루었던 성남 남기일 감독의 수 와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었다. 거기에 상주의 미드필더진과 공격수로 출전한 송시우 (때때론 박용지)까지 가담하자 대구 수비는 수적 열세에 놓였고, 마크맨 선정에 상당한 애로사항을 노출하였다. 더군다나 이 날 선발 스위퍼로 출장한 김태한은 수비 리딩이 홍정운과 같이 매우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기에, 대구는 지속적으로 수비 분담을 깔끔하게 해내지 못했다. 결국 수적 열세로 수비가 불안해진 대구는 오른쪽 공격수로 출전한 김대원까지 수비에 가담하게 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결정적으로 대구의 장기 중 하나인 역습의 인원까지 줄이는 효과를 낳게 되었다. 대구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주의 노림수는 성공하였고 주력이 느린 대구의 중앙 수비수 김태한을 상대로 두 개의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선제골로 앞서갔다.
[4] 상주의 공격 상황. 11번 김경중이 동료들과 패스를 주고 받으며 대구의 뒷공간을 허문다. 대처가 늦었던 김태한이 페널티킥을 내주고 만다.
[5] 상주의 공격 상황. 11번 김경중이 패스를 받고, 전진해 있는 센터백 2번 김영빈에게 전달해주었다. 김영빈은 따라 들어오던 박용지에게 패스를 넣어준다. 대처가 늦었던 김태한은 또 페널티킥을 내주고 만다.
상주는 이 날 수비 시에는, 대구의 중앙 미드필더 라인을 철저히 봉쇄하는데 공을 들인 듯했다. 김태완 감독은 투 톱의 수비 위치를 상대의 중앙 미드필더 라인을 마크하는 지점에 위치하게 하였다. 송시우-박용지 투 톱은 대구의 중앙 미드필더 라인 (황순민-박한빈, 나중에는 황순민-한희훈)을 각각 맨마킹 시키며 대구의 공격이 측면으로 밖에 갈 수 없도록 하였다. 결국, 대구는 측면에서 세징야와 히우두를 향한 크로스 공격을 할 수밖에 없었고, 제공력이 뛰어나지 않은 둘은 상주의 백쓰리에게 철저하게 봉쇄당하였다.
[6] 상주의 수비 상황. 투톱인 박용지와 송시우가 대구의 중앙 미드필더 황순민과 한희훈을 각각 마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김태완 감독은 대구의 역습을 대비하는 밸런스가 있는 운영을 보이기도 하였다. 왼쪽으로 전진한 김경중과 김영빈이 왼쪽에서 공격하는 동안, 그들의 빈 공간을 김경재-권완규-이태희 그리고 한 명의 미드필더로 커버하며 수비 밸런스를 유지하였고, 대구의 역습을 다수 차단하는데 성공하였다. 결국, 상주는 후반 대구의 몇 번의 공격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위협없이 공수에서 모두 우위를 점하며 경기를 자신의 의도대로 풀어갔고, 승리하였다.
총 평
홍정운-츠바사-에드가의 부상 이후 흔들리던 대구의 조직력을 상주가 지속해서 공략했고, 그 결실을 얻었던 경기다. 조현우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점수 차는 더 났을 정도로 상주가 압도하였다. 앞으로 대구를 상대할 다른 감독들은 이 경기를 유심히 지켜볼 것 같다.
*대구의 문제점들을 분석하는 부분을 넣으려고 했으나,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다른 편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MVP: 김경중
왼쪽 수비수가 출전한 그는 감독의 요구를 충실히 이행해내며 대구의 오른쪽 측면을 매우 괴롭혔다. 결국 그는 하나의 페널티킥을 얻어내었고, 득점으로 연결되진 못했지만 대구 공략의 키로써 충분한 역할을 하였다.
(아마추어의 취미 칼럼입니다. 제 의견에 대한 토론은 환영하나 지나친 인신공격은 삼가주세요)
제 블로그에 비정기적으로 분석글이 올라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홍보 문제가 되면 수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