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조축리뷰] 한 여름밤의 감동

이게 칼럼만큼 전문가 수준의 글은 아니지만...월요병은 이 글 보면서 퇴치하라구~!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2948641&memberNo=6525744

[BY 센터서클] [센터서클 | 서건 대표] 온갖 축구 기사가 유벤투스로 도배가 된 주말, 여름밤의 K리그는...


링크타고 들어가주면 가독성도 좋아지고 내기분도 좋아지고...

[조축리뷰] 한 여름밤의 감동

 

 온갖 축구 기사가 유벤투스로 도배가 된 주말, 여름밤의 K리그는 꿋꿋하게 제 갈 길을 갔다. 그 길에는 따뜻한 웃음과, 기쁨의 눈물, 아쉬움의 한숨과, 끓어오르는 화가 있었다. 습도가 굉장했던 지난 주말은 바깥에 10분만 있어도 18도로 맞춰놓은 에어컨을 쐬고 싶은 날들이었다. 차디찬 맥주도 습식 사우나같은 더위를 완전히 식히진 못했으리라. 하지만 맥주에 K리그라는 풍성한 안주거리를 즐겼다면 더위를 잊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K리그2 21라운드를 맥주와 함께 즐기지 못한 이들에게 조의를 표하며 리뷰를 해본다.
  

7월 27일 저녁8시 안산2 대 0부산 (빈치싱코pk, 진창수)

EPISODE 1. “아오오오오~!” 이 늑대울음소리는 안산 그리너스의 홈구장인 안산 와~스타디움에 들어가면 들리는 노래의 시작부분이다. 장내 아나운서는 안산의 에이스 빈치씽코가 좋아하는 노래라며 이 노래를 소개한다. 그리고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틀어댄다. 경기장을 나오면 귀에 환청이 들리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수능금지곡 수준이다.
EPISODE 2. 다른 팀들의 홈구장이 전쟁터라는 느낌이 든다면, 와~스타디움은 재래시장같은 느낌이 든다. 노을 속에서 바라본 그린 존은 평화로웠다. 아이들은 경기 중에 지루하다 싶으면 핸드폰 게임을 했고, 수다를 떨었다. 라면과 맥주를 먹으며 허기를 달래는 관중들도 많았고, 스코어를 까먹은 관중들도 보였다. 경기 중에 전광판이 관중들을 비추면 경기를 보고 있었든 딴 짓을 하고 있었든 하던 일을 멈추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어쩌면 너무 루즈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안산의 경기는 분명 재미있었고, 골이 들어가거나 슈팅이 나오면 관중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공의 행방을 보았다. 관중 모두는 경기를 즐길 줄 알았다. 일상생활에 축구가 스며든 만큼, 일상생활도 축구에 스면든 거라고 생각하면 흐뭇해질 따름이다.
EPISODE 3. 사실 EPL경기장이 아닌 상암이나 수원, 전주의 월드컵경기장만 가도 욕설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아저씨들이 욕을 하다보면 아이들도 따라하고 심판이 조금만 마음에 안들어도 욕천지가 된다. 이런 살벌한 분위기도 싫지는 않다. 유럽축구 안티콜에 비해선 너무나 깨끗한 말들인데, 전쟁터라 불리는 축구장에서 가벼운 욕 청취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더 몰입하게 해줄 때도 있다. 하지만 마음을 정화하고 싶다면 안산을 가시라. 열댓 명 남짓한 안산 서포터들의 가장 큰 안티콜은 열 살 정도 되어보이는 어린 아이 혼자 외친 “할 수 없다 부산”이었다. 이후에도 그 아이는 그라운드에서는 들리지도 않을 목소리로 빈치씽코가 호물로보다 잘한다고 소리쳤다. 그밖에 열정 넘치는 안산의 응원가를 들으며 축구를 보니 마음이 깨끗해졌다.
EPISODE 4. 3무7패. 안산 그리너스라는 이름으로 팀이 창단되고 나서 부산에게 거둔 성적이다. 처참했다. 올 시즌도 1무1패로 열세에 있었다. 관중들도 축구를 보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져도 본전, 이기면 대박’이라고 생각하고 경기장을 찾은 듯 했다. 서포터즈들은 이번에는 이겨보자고 소리쳤지만 목소리에 자신이 없었다. 그들은 승리에 목마르기보다는 김문환과 호물로 등 부산의 스타들을 보여 신기해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빈치씽코가 선제골을 넣고 김문환이 퇴장당한 이후에 드디어 이긴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진창수의 쐐기골이 터지자 안산의 관중들은 ‘가는 날이 장날’인 듯 다들 박수를 쳤다. 1승3무7패. 안산은 역사를 새로 썼다.
 경기를 간단히 분석해보자면 안산의 임완섭 감독이 백쓰리를 성공적으로 이식시켰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경기였다부산의 막강한 공격라인을 무력화시킨 백쓰리가 아니었다면 아마 부산이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또한 빈치싱코의 공중볼 장악력과 미드필더진의 원활한 패스플레이진창수의 연착륙도 고무적이다부산으로서는 고질적인 수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다 못해 공중으로 떠올랐다수비수들의 순간집중력 문제가 가장 커보인다거기에 김문환과 황준호의 퇴장은 설상가상이정협의 부상도 걱정되는 상황이다.
  

7월 27일 저녁8시 광주2 대 0수원FC (윌리안, 펠리페)

 바로 전 경기인 안양전을 ‘브라질 스코어’ 7대1로 패한 광주는 홈에서 수원FC를 만났다. 수원FC는 광주와 달리 최근 경기 대전전을 백성동의 2골 2도움에 힘입어 4대2로 승리했다. 흐름상 결코 광주가 유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지친 사자와 자신감 있는 하이에나의 대결이었다. 광주의 윌리안과 펠리페는 골 넣는 기계 역할을 했다. 광주는 한번의 실수도 골로 연결할 줄 알았고, 수원FC는 한 번의 실수도 골로 연결하지 못했다. 그 중심에는 골키퍼 윤평국의 슈퍼세이브가 있었다.
 박진섭 감독의 옷은 벗겨졌지만, 광주의 실력은 벗겨지지 않았다. 사실 박진섭 감독도 두꺼운 옷을 벗은 후 아무것도 안입은 게 아니고 다시 시원한 옷을 입었다. 광주, 이제 자동승격의 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강북에서 롯데월드타워가 보이는 정도지만, 지금 스피드는 지하철 속도보다도 빠르다. 광주의 신 펠리페님께서 말씀하시길 "K리그2우승이 가까웠노라!"
  

7월 27일 저녁 8시 대전0 대 1아산 (고무열)

 비가 억수로 오는 대전의 여름밤, 충청권 두 팀이 만나 경기를 펼쳤다. 선수들은 미끄러운 그라운드를 끝까지 뛰어다녔다. 결과는 ‘고무나르도’ 고무열의 골로 1대0 아산 승. 정말 풀리는 일이 없는 대전이다. 테스트 조작 파문 이후 패배만을 거듭하던 대전이 또 졌다. 팬들 입장에서는 “또 졌어!”를 외치기도 힘이 드는 상황이다. 자꾸만 추락하더니 결국 꼴찌 터줏대감 서울 이랜드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반면에 아산은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었다. 이제 시즌 한 가운데인데 왠 유종의 미냐고? 이제 곧 전역하는 1094기와 1095기 의경들의 마지막 원정경기였기 때문이다. 안현범, 주세종, 이명주 등 K리그1 팀 내에서도 주전인 선수들은 아산 팬들의 박수 속에 마지막 원정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뤘다. 이제 아산은 시즌 중 선수이탈에 대처해야할 때가 왔다. 8월 12일이면 팀 내 득점 1위 고무열도 복귀한다. 아산이 과연 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반전(?)을 덧붙이자면, 대전은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박민규, 김찬 등 K리그1의 유망주들을 대거 임대영입하면서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기 위한 뇌관과 신관을 준비했다고나 할까. 실제로 아산의 최봉진 골키퍼가 미친 듯이 막아내서 그렇지 대전의 공격도 나름 무서웠다. 대전의 반등여부도 볼거리 중 하나일 것이다.
  

7월 28일 저녁 8시 서울 이랜드1 대 0전남 (원기종)

 드디어서울 이랜드가승리했다! 놀라운 일이다어쩌면 일년에 몇 번 없는 일이다서울 이랜드가 원기종의 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이제 시즌 2승째다이 경기를 지면 K리그 역사상 가장 긴 10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우는 것이었으나 그런 기록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결과를 지켜본 서울 이랜드 팬들은 울음을 터뜨렸다애증의 관계였을 것이다. 2020년까지 아시아를 제패한다더니 패하기만을 반복하던 이랜드가이겼다선수들은 지쳐서 모두 쓰러졌고팬들도 온갖 소리를 다질러서 지쳤다팬들의 눈에 맺힌 것은 눈물이 아니라 아름다운 보석이었다. 추가로, 그들이 세운 걸개는 K리그2 팬이라면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죽어도 서울 이랜드'
 반면 전남은 초상집 분위기가 되었다안산에게는 극장골을 허용해 지더니이제는 서울 이랜드에게 졌다한찬희의 100경기 출장기록보다 충격패가 더 크게 다가왔다박문성 위원도 경기 중 전남을 계속 비판했다. 그만큼 전남은 투박했다. 파비아노 감독은 플레이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았지만, 과연 선수만의 책임인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할 일이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 위대한 경기를 분석해보자면, ‘서울 이랜드의 예고된 승리라고 할 수 있다보통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고하지 않아놓고 경기 후에 예고되었던 것이라고 말하지만이 경기만큼은 예고된 승리가 맞다다만두 팀의 쿨타임이 찼는지 안찼는지가 문제였을 뿐서울의 우성용 감독은 시종일관 짧은 축구를 구사했다중앙에서의 체계적인 패스플레이가 매번 후반부터 통해서 그렇지 전술 자체는 티키타카였다반면 전남은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하다보니 공격패턴이 롱볼 후 세컨볼밖에 없었다그런데서울의 좁은 공격을 막는 전남은 이상하리만치 넓게 퍼졌다결국 원기종의 골이 터졌다전남은 넓게 플레이하려 했지만 크로스가 죄다 서울 이랜드에게 날아갔다막판 윤용호의 매서운 드리블을 빼면 전남은 너무나 투박했다서울의 승리 쿨타임과 전남의 패배 쿨타임이 모두 풀로 차있었다.
  

7월 28일 저녁8시 안양2 대 2부천 (알렉스pk, 김원민 / 정택훈, 닐손주니어pk)

 보라색 가변석들에 둘러싸여 벌어진 경기. 승자는 없었다. 결과는 2대2 무승부. 안양은 5연승을 넘어 6연승을 노렸고, 부천은 반등을 노렸다. 광주를 7대1로 대파한 안양은 부천을 만나 맹공을 퍼부었지만, 부천은 선제골을 빼고는 잘 버텨냈다. 반면 안양은 동점골을 내준 뒤로 급격히 불안해졌다. 역전골을 실점한 안양은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 김원민의 극장 동점골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려놓았다.
 4000명이 넘는 관중 속에서 마지막 동점골은 안양종합운동장을 클럽으로 만들었다. 모두가 떠나갈 듯이 소리질렀고, 김원민의 환호 속에 축구는 축제가 되었다. 안양의 응원가는 정말 ‘힙’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멋지다. ‘안양폭도맹진가’부터 ‘수카바티 안양’까지. 사실 산 스크리트어를 쓰는 안양 시민은 극소수겠지만(수카바티는 산 스크리트어이다.), 그 어감과 멜로디가 군가를 방불케한다. 그래서 그런지 경기장 3면을 둘러싼 안양의 환호는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전사들의 포효를 보는 듯 하다. 안양은 그렇게 원 팀이 되어 안양시의 자랑이 되어가고 있다.

댓글 1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정보/기사 2025 FA예정 명단 18 김태환악개 5191 31
츄르토토 국내축구갤러리 츄르토토 규칙 + 국축갤 토사장 명단 42 Lumine 5180 27
정보/기사 2024 시즌 K리그1-K리그2 유니폼 통합정보 10 뚜따전 6553 11
자유 2024년 국내 축구 일정(K리그1~K4리그) 11 미늘요리 14982 36
에펨/로스터 국내축구갤러리 FOOTBALL MANAGER 로스터 공지 (7월 7일 베타업데이트) 120 권창훈 27503 57
가이드북 K리그1 가이드북 링크 모음집 13 천사시체 16645 39
자유 ❗이것만 있으면 당신도 프로 플스인! 개축갤 뉴비들을 위한 필독서 모음❗ 31 뚜따전 41884 45
자유 국내축구갤러리 2024 가이드 7 권창훈 30254 27
인기 어어 몽규랑 좆협욕은 하는데 5 레어코일 389 39
인기 근데 홍명보는 6 Lumine 219 23
인기 나도 어제 편돌이하다 번호따였음 18 아네트 148 17
자유
기본
고랭지동태 5 0
자유
기본
Aimyon 6 1
자유
기본
하비스 6 1
자유
기본
단군할아버지 4 0
자유
기본
임윤아 22 0
자유
기본
부어치킨 36 1
자유
기본
조자룡조영욱 18 0
자유
기본
슬기 43 3
자유
기본
modemate 22 0
자유
기본
득점왕파울리뇨 32 0
자유
기본
고랭지동태 23 0
자유
기본
부어치킨 23 0
자유
기본
Nariel 35 1
자유
기본
강원특별자치도 22 0
자유
기본
설윤 39 1
자유
기본
변성환 56 6
자유
기본
부어치킨 42 2
자유
기본
박지성과개병신들 19 1
자유
기본
단군할아버지 51 2
자유
기본
임윤아 5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