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기어이 터져버린 녹색 고름
- 너구리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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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기는 그동안 전북이 안고 있던 시한폭탄 같은 요소들이 연쇄적으로 터져버린 경기라 할 수 있겠다.
단순히 누군가의 실책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엔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던 고름과 같은 잠재적 불안요소들이 너무 많았다. 이것은 그것들이 맞물린 필연의 산물이다.
그렇기에 이것은 산정 가능한 약점이라 할 수 있고 근본에 닿아있는 고질적인 요소는 앞으로 전북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더블스쿼드의 허와 실. 평균연령 서른에 가까운 스쿼드의 그 노쇠함.
- 후방에서 만들어가는 걸 기본골격으로 삼은 모라이스 체제에서 신형민은 사실상 대체 불가능 자원이며 그 어느 선수보다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동시에 신형민은 현 전북의 모든 문제점을 응축해 놓은 것과도 같다.
- 신형민은 애초에 고령화에 의한 기량저하라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선수였다.
- 시즌 전만 해도 최영준에게 자리를 내어 주리라 예상됐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신형민은 부동의 주전자리를 확보했다.
- 모라이스 체제에서 완벽하게 부활한 것처럼 보이나 신체적 한계점은 여전하다.
- 그렇기 때문에 신형민이 뛴다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선수들은 신형민의 부정적인 면을 분담해야 한다는 이야기와 맥을 같이한다.
- 가장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손준호다.
- 후방에서 볼 전개 시 센터백 앞에 위치한 신형민의 근처에는 손준호가 그를 보좌한다.
- 보다 공격적인 위치까지 올라갈 수 없는 이유는 신형민의 느린 발과 좁은 범위를 커버해야 하기 때문이다.
- 손준호는 타의적으로 수비적인 임무를 부여 받게 되고 이것은 공격 지원 횟수의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 이 문제가 고스란히 전방으로 전가된다.
- 삼각형으로 이루어진 미드필더진에서 둘이나 후방에 머물게 되면 전방에서는 포워드들에게 볼을 전달해주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 가장 문제점이 두드러지는 지역은 하프스페이스다.
- 사이드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문선민이나 로페즈에게 볼이 연결 되면 윙어는 라인을 따라 직선적인 움직임을 가져가게 된다.
- 이때 센터포워드는 센터백을 끌고 골문으로 향하게 되는데
- 손준호와 신형민이 뒤에 위치하는 바람에 하프스페이스의 지원이 적어지게 되고 볼을 운반하던 윙어는 무리하게 크로스를 올리거나 다시 후방으로 볼을 돌리게 된다.
하프스페이스
- 메짤라라고 하는 하프윙 성격의 선수의 지원이 필요한데 이재성 이적 이후 전북은 이 부분에서 고질적인 체질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 그렇기 때문에 이승기의 부상이 보다 더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 그리고 기본적으로 손준호 역시 반대 쪽 위치에서 메짤라의 역할을 수행해줘야 한다.
- 그것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역시 신형민의 노쇠함 때문이다.
- 전반에 비해 후반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공격 전개에 있어 단조로움도
- 보다 현대적이며 젊은 딥라잉 플레이메이커를 전북은 필요로 하고 있다.
헐거워진 측면 공간. 이용의 노쇠함, 김진수의 부진.
- 노쇠함은 신형민만의 문제는 아니다.
- 86년생 이용 역시 이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국대에서 이용은 윙어처럼 높은 위치에서 공격을 시작한다.
- 또한 상대방이 측면으로 파고들면 우리 쪽 윙어와 미드필드의 협력수비가 이루어진다.
- 그러나 모라이스는 보다 강력한 공격 전개를 바라기 때문에 윙어의 측면수비를 어느 정도는 묵인해준다.
- 또한 신형민의 좁은 커버 범위와 손준호의 물리적인 한계에 의해 측면 수비 가담은 국대와는 환경이 많이 다르다.
- 그렇기 때문에 이용과 김진수 쪽에서 상대방에게 공간을 많이 내주게 된다.
- 또한 이용은 체력적인 부침이 아무래도 있을 수밖에 없다.
- 최철순과의 로테이션도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 김진수는 전북에서의 첫 시즌의 모습을 좀처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 이용보다는 보다 공격적인 부분에서 적극적인데 볼을 끌고 전진하다가 빼앗겼을 때 리커버리가 종종 이뤄지지 않을 때가 있다.
- 올해 폼을 많이 올린 이주용과 경쟁을 하고 있지만 이주용은 이주용대로 맨마킹에 문제가 있다.
- 결국 수비력인 부분을 고려했을 때 종합적인 점수는 이주용이 김진수를 넘지 못한다.
- 미드필더의 측면 수비의 지원과 윙어들의 수비가담. 이것이 모두 원활하지 않다.
- 이용과 김진수에게 헐거워진 측면 공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에는 부당하다. 결국 이것은 감독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공격진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문선민은 다시 국대에 승선할 수 있을까?
- 올 시즌 전북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것은 문선민인 것처럼 보인다.
- 하지만 문선민 역시 알게 모르게 수혜를 받는 선수다.
- 전북이 가진 문제점을 체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윙어들이 수비상황과 볼전개 상황에서 보다 밑으로 내려와서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야 한다.
- 이 부분에서 시즌 초에 문선민은 한교원을 넘지 못했다.
- 한교원이 제법 장기라고 할 수 있는 부상을 당하게 되면서 모라이스에게는 공격부분에서 고민이 생기게 된다.
- 그리고 다소 전술적 수정을 가하게 되는데, 윙어들의 수비가담을 면제해 준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 문선민은 몇 차례의 경기에서 보다 아래까지 내려와 수비 가담과 볼 전개에 관여한 적이 있으나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 문선민의 장점은 라인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가 상대를 흔드는 것에 있다.
- 전북에서 아무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도 이점이 벤투의 성향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 또한 하프스페이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던 것 역시 불운하다.
- 윙어가 볼을 운반하고 뒤 따라온 미드필더와 윙백과의 유기적인 연계는 벤투가 바라마지 않는 이상적인 윙어의 소양이다.
- 그런 맥락에서 문선민의 국대의 승선과 승선하더라도 입지에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 로페즈는 몇 번의 부상 이후 플레이스타일에 다소 변화가 있었다.
- 이전에는 압도적인 스피드와 피지컬로 빠른 윙어라는 말에 적합했으나 지금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데 한계가 있다.
- 로페즈는 사실상 측면 플레이메이커로서 활약하고 있다.
- 볼을 받았을 때 중앙으로 좁혀 들어오면서 다시금 공격 전개를 설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그러나 미드필더들의 공격 가담이 부족한 작금의 세태에서 로페즈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그리 많지 않다.
- 김신욱은 헤더와 포스트플레이 외에도 상대의 라인을 임의로 조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술적 가치가 매우 높았다.
- 김승대의 합류 이후 모라이스는 선택해야 한다.
- 김승대를 그동안 부족했던 하프스페이스에 투입할 것인지 아니면 센터포워드 내지는 변칙적인 룰을 수행하게 할 것인지 이것은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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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컵 보고 싶어서 후다닥 글 마칩니다.
이동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는데
별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