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전북팬이 전북팬에게(울산전 프리뷰)

 

 글에 앞서 그깟 리그라는 단어로 수많은 리그 팬들의 열정과 노력을 폄훼하려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

 

  2016년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결승 1차전 당시, 전북팬(구단 관계자일 수도 있다)이 건 것으로 추정되는 플래카드가 많은 논란과 비판을 빚어내었다. 165월 붉어진 전북현대의 심판매수 사건은 수많은 축구팬들의 가슴에 비수를 박았으며, 이로 인해 전북은 이른바 매북이라는, 전북이라는 구단을 사랑하던 일개 팬에게 있어서는 너무도 고통스럽고 불명예스러운 혐칭을 획득하게 되었다. 이 와중에 올라온 그깟 리그라는 문구가 적힌 너무도 부적절하고 눈치 없는 현수막은(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올라갔다는 기쁨에 너무나 취해 벌어진 일인지는 몰라도) 안 그래도 비난의 대상이 되어 있던 전북에게 더욱더 치명적인 것이었다.

 

 

  어느 새 시간이 흘러 16년이 지나, 17, 18, 우리는 이제 2019년의 축구를 바라보고 있다. 시간이 참 빨리도 가네, 싶은 감상적인 생각은 접어들고, 2016년의 전북, 그리고 리그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전히 매북이라고 욕을 먹고는 있지만, 어느 새 북패, 개랑과 같은 하나의 멸칭처럼 덤덤하게 그러한 단어를 받아들이고 있던 나는 약간의 자조와 함께 16년도의 나는, 전북은, 많은 전북팬들은 어떻게 행동했어야 했을까,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그러한 16년도를 지나오게 되었을까 하는 고민들이 생겨났다.

 

  그러다가 그깟 리그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 그 이후로 아우한을 비롯한 매수 옹호 발언이라고 비난받는 다른 문제들도 많았지만, 유독 그깟 리그라는 단어가 과거를 돌아보는 나의 가슴을 더욱 쓰라리게 했다.

 

  리그 우승은 전북 팬들에게 있어서 매우 크나큰 자부심이었다. 사실상 만년 하위권을 맴돌던 팀에게 있어서 리그 우승은 사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는 것 보다도 기쁜 일이었다. 전북이 첫 리그 우승을 할 당시에는 아챔의 위상이 현재처럼 높지도 않기도 했고, 또한 토너먼트 리그이고, 한국 팀이 우승하는 것 또한 어렵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리그 우승은 반면에 리그 내에서 시즌 내내 승점을 쌓아 1등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른바 강팀이 되어간다는, 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였으며 그것은 지금도 많은 전북 팬들에게, 아니 리그를 우승하는 모든 팀들의 팬들에게도 크나큰 기쁨이었다.

 

  그깟 리그라는 단어가 스스로를 비롯해 수많은 리그 팬들에게 입힌 상처는 잠시 미루고, 도대체 왜 그런 정신 나간 단어를 사용하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먼저 16년도의 전북 팬들에게 리그 우승은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리그는 우승해야 본전. 2등만 해도 실패. 토너먼트라면 몰라도 리그에서는 전북이 우승하지 못할 변수가 없어 보였고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해도 전북이 늘 우승할 것 같았다. 어쩌면 선수들도, 구단 직원들도 그러했을 것이다. 이것은 좋게 말하면 우승DNA가 생겨난 것이라고, 진정한 강팀이 되었노라고 기뻐할만한 것이기도 했지만, 나쁘게 말하면 자만하고 그냥 건방진 것이었다.

 

  또한 전북의 짓이겨지고 망가져버린 스스로에 대한 자존심과(특히 리그에서의 심판매수로 인한), 리그에 대한 자존심, 그들이 가지고 있던 자부심들. 심판 매수 파문이 터지기 전 누구보다 충만했던 자신들에 대한 그러한 자부심과 높아진 자존감들은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되었다. 그렇게 생겨난 고통스러운 상처는 어쩌면 전북 팬들의, 구단 직원들의, 선수들의 이성을 잃게 만들기에 충분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의 울분에 못 이겨, 스스로의 고통에 못 이겨 칼로 자신을 찌르고, 심지어 다른 이들에게도 휘둘러버린 꼴이었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나름의 사정이 있다고 해서 정당화 시킬 수 없는 것처럼, 결국 팬이든 구단이든, 그깟 리그라는 받아들일 수 없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씻을 수 없는 과오가 되었다. 애초에 심판 매수가 그러했듯 말이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김진수 선수가 국대 경기였나, 하여간 골을 넣었을 때였다. 너무 신난 것인지는 몰라도 한 전북 펜 페이지에서 아우한이라는 단어를 상당히 자랑스럽게 쓰는 것을 보고는 매우 화가 났던 기억이 있다. 결국 댓글로 열심히 키배를 벌이다 페이지에서 차단당했다. , 폐쇄성과 집단 극화의 상관관계라거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논할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그런 상처가 전북 팬들을 더욱더 스스로를 몰아넣고 정확한 판단이 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울분에 차 떼쓰고 아니라고 우기는 어린 아이처럼 말이다.

 

  이제는 리그 우승도 정말 어려운 시점에, ‘1울산과의 맞대결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 나는 리그가, 리그 우승을 하는 것이 너무나 간절하고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다시 느낀다. 여전히 리그 우승에 대해서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전북 팬들도 있을 것이다. , 리그에서 지배적인 입장이 되었으니 그것이 꼭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게 된 것도 사실처럼 보이긴 한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는 16강에서 광탈했고(16강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노력중이다) FA컵은 늘 그렇듯 당연히 광탈했지만,(32, 16강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노력중이다) 어쨌든 리그는 우리에게 소중하다.

 

  다른 컵대회 탈락하고 하는 정신승리가 아니라, 나는 정말로 전북 팬들이 리그에 대한 사랑과 갈망이 회복되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것은 나 스스로에게도 적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아챔에서 탈락하면 리그는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전북 팬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닌데? 라고 반박하고 싶은 전북 팬이 있다면 솔직하게 생각해보자. 당신이 아니어도 당신 옆의 생각보다 많은 전북 팬들이 저런 비슷한 감정과 생각을 가졌으니 말이다.

 

  다시 한 번 리그를 갈망하자. 누구보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를 바라자. 그 어느 때보다도 1위를 염원하자. 모쌀이 경질되어야 한다, 우승하면 애매해진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잠시 그 모든 것들을 접어두고 이번 한 경기의 승리를 바라자. 피치 위에 올라간 선수들을 응원하자.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게. 이제는 그깟 리그라는, 그러한 생각을 흘려보내고, 반성하며, 나의 팀의 우승을 간절하게 바라자. 나의 팀이 속한 소중한 리그의 우승을 간절히 소망하자.

 

물론 우승은 울산이 하겠지만, 설사 그렇게 되더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많은 전북팬들에게 리그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우게 되는 일일 테니. 모쌀경질은 덤이고.

 

 

..

어우울

 

댓글 6

Hamsy 2019.08.16. 10:54
글 색깔도 어우울이네
댓글
아리아 작성자 2019.08.16. 10:57
 Hamsy
이러니저러니 해도 목놓아 외친다 어우울
댓글
킹상윤 2019.08.16. 15:23
개축에서의 멸칭은 원죄같은 것이라 이게 회복될진 잘 모르겠다. 아무튼 어우울
댓글
파괴왕김정은 2019.08.16. 17:50
배때지가 불렀지......언제부터 강팀이었다고 배고픈시절을 잊어버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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