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고교축구 승부조작, 엄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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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센터서클] [센터서클 | 서건 대표] 고교축구 추계연맹전 <천안 제일고 VS 재현고>경기에서 승부조작...

제가 지금껏 경주 화랑대기 대회나 대교 눈높이 대회에서 겪은 일들을 생각하며 썼기에, 어쩌면 중립을 벗어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만큼 아직까지도 한국 유소년축구는 숙제가 많다고 확신해서 글을 썼습니다.

전 글과 비슷한 내용이 있어 약간 중복성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분명 논지와 근거가 달라진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격렬한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링크를 타주셔도 좋습니다.


고교축구 승부조작, 엄벌해야 한다.

 

 고교축구 추계연맹전 <천안 제일고 VS 재현고>경기에서 승부조작 정황이 포착되었다. 이에 대해 대회 관계자들은 부인에 나섰다. 사실 예상한 일이다. 누가 승부조작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싶겠는가. 문제는 그들의 논리다. 승부조작은 원래 ‘증명’할 수 없다. 그런데, 그것을 증명하란다. 그러면서 ‘못한 걸 잘못한 걸로 매도’하지 말란다. 이대로 상황이 진행되면 이 사건은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높다. 감독들의 유착과 고교 학원축구의 부패를 끝장내기 위해서라도, 승부조작에 대한 수사는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이번 수사만큼은 누구보다 엄하게 수사해 일벌백계, 아니 일벌만계를 해야 한다.

 

승부조작을 '완전히' 증명하기 어려운 이유
 승부조작은 결국 ‘거래행위’다. 뭔가를 받고 져주거나, 뭔가를 주고 이기는 것이 승부조작의 일반적인 예시다. 그렇다면, 승부조작을 증명하는 길은 그 ‘거래’를 포착하고, ‘거래의 대상’을 확인하고, ‘승부에 미친 영향’을 확인해야 한다. 3단계를 모두 실행해야, 그제서야 승부조작을 온전히 ‘증명’할 수 있다. 그래서 승부조작을 증명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위 3단계를 모두 만족시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1단계다. 돈을 미리 안주고 후불로 주거나, 돈이 아니라 이후의 특혜나 역(逆) 승부조작으로 그 대가를 지불한다면, 잡을 방법이 없다. 운이 좋아 2단계로 넘어갔다고 치자. 만약에 거래를 포착했다고 한들, 누가 누구에게 준 건지 확정짓기도 힘들다. 구단이 심판에게 준 건지, 일개 개인이 심판에게 준 건지, 또는 감독이 상대 감독에게 준 건지, 감독이 상대 감독의 친지에게 준 건지 그걸 알 방법이 있겠나. 백번 양보해 구단이 기적적으로 자백을 해서 3단계로 갔다고 치자. 그렇다 한들, 승부조작 의심경기에 나타난 승부조작 혐의를 찾기도 힘들다. 못해서, 실력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변명하면 될 일이다.
 거기에 피해자의 증언조차도 나오기가 힘들다. 감독 간 유착으로 어떤 피해자가 생겨나는가? 이를 통해 피해를 본 제 3팀이 피해자일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승부조작의 내막을 모르기에 어떠한 증언도 불가능한 피해자들이다. ‘한국 축구’자체도 피해자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 축구라는 게 사람도 아니고, 증언을 할 수가 없다. 피해자가 증언을 할 수 없는 구조인데, 어떻게 혐의를 입증하는가?
 특히나 학원축구는 더욱 심각하다. 학원 축구의 감독들은 바뀌지도 않고 항상 돌려쓴다. 유일한 ‘팬’들인 학부모들도 ‘을’의 위치라 감독이 못한다고, 또는 승부조작 한다고 바꿔주라고 할 수도 없다. 혹시라도 학교가 경질요구를 반려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식에게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물론, 바뀌어도 자식은 ‘큰 소문나는 걸 싫어하는’ 학교로부터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바뀐다 한들, 옆동네 학원축구 감독이 올 확률이 높다. 결국 감독 간의 유착은 심화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정황이 잡혀도 입을 맞추기 쉬워져 각 팀 간 승부조작이 용이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천안 제일고와 재현고의 ‘그 경기’

 그렇다면 현행 제도상으로 이제 문제가 되었던 그 경기를 수사하기 위해 남은 건, 사실상 ‘자백’과 ‘정황’밖에 없다. 천안 제일고와 재현고의 그 경기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제도 개선을 한다고 해 봐야 소급입법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살펴봐야 한다. 자세하게.
 사실 0대3에서 4대3이 되었다고 승부조작이라고 몰아가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2019시즌 강원과 포항의 경기에서 나타난 0대4->5대4도 승부조작일 것이다. 중요한 건 경기 내용이다. 경기를 볼 때, 선수들의 태만함이 드러났는지, 감독의 지시가 어땠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그런데, 경기를 다시 보면, 후반 경기 내용은 보는 사람마저 부끄럽게 만든다.
보통 이런 경기는 감독이 선수단 전체에게 지령을 내리듯 승부조작을 하지 않는다. 혹시나, 내부 고발자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주장, 수비수, 골키퍼에게 넌지시 지시한다. 그래서 수비진이 무너지고, 골키퍼는 어설프게 막다가 먹히는 것이다. 해당 경기가 그랬다.
 첫 번째 골은 페널티킥 이었다. 이 골은 사실 크게 문제될 게 없다. 단순히 그냥 경기를 밀리다보니 나온 현상이다. 그 경기에 (승부조작을 했기에)힘을 빼다보니 나온 현상이다. 하지만 두 번째 골은 누가 봐도 ‘대놓고’ 승부조작의 냄새가 난다. 감독은 저학년에게 기회를 주었다고 말했다. 과연 어떤 ‘자주 오지 않는 기회를 받은 저학년 선수’가 빈 골대 앞에서 상대 슈팅에 몸을 움츠리는가? 네 번째 골도 그렇다. 대체 어떤 골키퍼가 그런 식으로 상대 공격수에게 정면 패스를 하는가. 심지어 차는 동작을 아무리 봐도, 세게 차려 하지도 않고, 측면으로 차려고 하지도 않는다. 고교 축구를 하면 감독이 상대 공격이 가까이 있다면, 골킥을 측면으로 차라고, 전방으로 차려면 멀리 차라고 입이 닳도록 가르치는데, 요즘 말로 ‘할말하않’이다. 참고로, 초등학교 시절에 화랑대기 축구대회에 나간 내가 3,4학년 경기에서 골키퍼 경력 없이 골키퍼를 하던 도중 이와 같은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다. ‘임시로 뛴, 다신 골키퍼를 안 뛸’ 나에게 감독은 듣도보도 못한 ‘쌍욕’을 했고, 지금도 나는 친구들과 축구를 할 때 골킥을 차면서 죽어도 측면으로 찬다. 그만큼 이 실수가 웃어넘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엄벌해달라, 변화해달라 

 다행히 해당 경기가 스트리밍되면서 완전히 촬영되었기에, 한 시름은 놨다. 이제 남은 건 협회의 결정이다. 학교를 방문해봐야 높은 확률로 어떠한 증언도, 어떠한 자백도 얻지 못할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축구를 포기할 각오를 하고 내부 고발을 하는 학생이 있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정황을 확실히 분석해서 승부조작의 정황증거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일부의 반발이 있을 지라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단죄해야 한다. 손영배 검사에 따르면, 승부조작은 ‘선수, 감독, 심판, 또는 축구 관계자가 경기의 승부를 일정한 결과로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일체의 행위, 스포츠의 본질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 최선을 다해야 하는 스포츠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정의된다. 불확실성 파괴, 스포츠 정신을 훼손만큼은 정황을 통해 판단할 수 있음을 철저히 기억해야 한다.
 2016년 전북현대에 승점 9점 삭감 처벌을 내리면서 연맹은, ‘정황은 있으나, 결정적 증거가 없다’고 했다. K리그에는 크나큰 흑역사다. 대한민국으로 비유하자면 친일파 청산 실패 정도가 되겠다. 10년 후, 어떤 프로팀이 개인 계좌로 매수를 하면 단 9점만, 단 세 경기의 승리만 사라질 것이다. 전례가 생겨버린 것이다. 천안 제일고와 재현고 사태는 이렇게 끝나선 안된다. 분명히 처벌해야 한다. 학교, 감독, 코치, 선수 등 모든 관계자들을 엄벌해야한다. 그래야 다음에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나아가, 수사 및 판결 매뉴얼이 변화해야 한다. 더 이상 정황만 있다는 이유로 감형해서는 안된다. 정황증거의 중요성을 더욱 크게 평가해야한다. 다시 승부조작의 정의를 기억해보자. ‘선수, 감독, 심판, 또는 축구 관계자가 경기의 승부를 일정한 결과로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일체의 행위, 스포츠의 본질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 최선을 다해야 하는 스포츠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 불확실성파괴와 스포츠정신의 훼손은 정황증거로도 충분히 파악 가능하다.
    
협회 뿐 아니라 팬들도 움직여야 한다.
 협회의 엄벌과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팬들 역시 노력해줘야 한다. 지금껏 많은 축구팬들은 고교 축구가 어떤지 몰라왔다. 단지 선수들이 훈련하는 곳, 엘리트 축구인을 양성하는 곳으로만 생각하면서 그 ‘결과’만 바라보았을 뿐이다. 이제는 축구팬들이 다 같이 그 ‘과정’을 봐야 할 때다. 물론, 그 과정을 완전히 이해하고, 부조리의 심각성을 체감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과정을 봐달라는 호소’는 불완전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호소 말고는 할 것이 없다. 한국 축구팬들 모두가 축구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이 사태를 지켜보고, 비판해야 두 팀이, 나아가 한국 축구 속 암덩어리가 전이되지 않고 사라질 수 있다. 한 협회의 열 걸음을 위해서는 열 팬들의 한 걸음이 필요하다.
 
 이 사태를 지켜보며, 필자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껏 이러한 승부조작은 너무나 만연했다. 아니, ‘관행’이었다. ‘우리가 남이가’정신으로 무장한 한국축구를 좀먹는 이들을 이제야 알아내서 다행이다. 이제는 싹을 잘라내야 한다. 그래야 학원축구가 ‘진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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