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고연전과 K리그 ① - 맺어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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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센터서클]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9월의 선선한 날씨와 함께 대학 최고의 더비가 열린다....


 고연전(연고전) 관련 글입니다. 가볍게 읽어주시고 많이 읽어주세요~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9월의 선선한 날씨와 함께 대학 최고의 더비가 열린다. 바로 정기 고연전 혹은 연고전(이하 고연전)이다. 총 다섯 가지의 종목으로 진행되는 이 대회에는 당연히 축구도 포함되어있다. 2019년의 고연전 축구는 9월 7일 토요일 오후 2시 30분,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이를 기념하여 양 교의 선수들이 K리그와 어떤 인연을 맺었는지, 그리고 맺을 것인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또, 더 나아가 앞으로의 대학축구가 가진 과제를 고연전을 통해 제시하려 한다.

  '고연전과 K리그' 첫 시간에는 K리그와 고려대, 그리고 연세대가 만들어온 특이하고도 재미있는 인연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이제는 전설이 된 선수들 뿐 아니라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만들어온 고연전과 K리그 사이의 이야기 네 가지를 준비했다.


#1. 차 부자(父子)의 고려대, 차부자의 슈퍼매치
 아마도 한국축구에서 가장 유명한 부자(父子)는 차범근과 차두리의 차 부자일 것이다. 아버지 차범근은 대한민국의 축구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선수라고 봐도 무방한 전설이다. 그는 독일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1970년대에 한국인이 독일에 가 축구를 하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는 다름슈타트와 프랑크푸르트, 레버쿠젠을 거치면서 11시즌 간 분데스리가와 포칼컵, UEFA컵을 통틀어 121골을 넣는 기염을 토했다. 독일 사람들은 아직도 '차붐(차범근의 별명)'을 그리워한다. 아들 차두리는 '차미네이터'라고 불린 '로보트' 축구선수였다. 강한 몸과 체력을 바탕으로 선수생활 초반에는 대한민국 축구의 공격을, 후반에는 오른쪽 수비를 책임졌다. 참고로 그는 21세기에 열린 월드컵에서 유일하게 '대학선수'출신으로 출전한 한국선수로 남아있다(2002년 한일 월드컵).
 두 선수는 모두 고려대를 나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차범근의 경우는 그 과정이 '스릴러'수준이었다. 차범근의 고등학교 재학 시절, 감독과 교장은 각각 경희대와 연세대 진학을 원했다. 이러한 주변인들의 과도한 압박 속에서 차범근은 고향 선배 황재만의 설득으로 고려대 진학을 결심했다. 그리고 이후 고려대 축구부는 차범근을 뺏기지 않으려고 귀가 중인 차범근을 봉고차에 태워 데려가버렸다고 한다. 그렇게 차범근은 체육교육학과 72학번으로 고대에 입학하게 된다. 반면 차두리의 경우, 큰 마찰은 없이 고려대에 입학했다. 차두리는 신문방송학과(현 미디어학부) 99학번이다.

FC서울의 차두리. 은퇴식 장면 캡쳐
수원삼성의 감독 차범근. 첼시와 친선경기 후 악수를 하는 모습

 그러나, 모두 고려대에 진학해 선후배가 된 차 부자조차도 K리그 안에서는 결코 같은 편이 아니다. 차범근은 2004년부터 2010년 중반까지, 6시즌하고 반시즌동안 수원삼성의 지휘봉을 잡았다. 차두리의 경우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시즌간 FC서울에서 뛰었다. 특히, 차두리의 경우 FC서울에 입단할 때 아버지와 상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는 2015년 9월 19일 슈퍼매치에서 멋진 골을 뽑아내며 3대0 대승을 이끌었다. 참고로, 그 경기 이후 FC서울은 아직까지 K리그에서 수원삼성에게 진 적이 없다. 즉, 차 부자는 슈퍼매치의 역사를 보여주는 하나의 이야기인 것이다. 같은 피, 같은 대학, 같은 지역의 혈연, 학연, 지연의  삼위일체도 '슈퍼매치'아래서는 있을 수 없다.

#2. 연세대의 동지, 동해안더비의 적, 다시 전북의 동지
 연세대 역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아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하려는 두 선수는 조금 더 특별하다. '그저께의 동지가 어제는 적이었다가 오늘은 다시 동지가 된' 경우다. 바로, '제주의 이근호(1996년생)'와 전북의 한승규가 보여주는 스토리다.
 이근호와 한승규는 둘 다 연세대 체육교육과 15학번으로 동기다. 이들은 연세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2016년 대학축구 춘계연맹전 우승을 이끌었다. 또한 고연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다만, 한승규의 경우 고연전 축구성적은 1무 1패였고, 이근호의 경우 1승 1무 1패였다.
 이후, 한승규는 2017년에 울산현대로, 이근호는 2018년에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한다. 울산과 포항의 대결은 '동해안 더비'로 불리는 K리그 안의 유명한 더비매치다. 두 선수가 동지에서 적으로 바뀐 것이다. 울산과 포항은 2018년 K리그에서 4번 맞붙어서 울산이 3승 1패로 우세를 이뤘다. 다만, 포항의 이근호는 득점을 했고, 울산의 한승규는 동해안더비서 득점을 하지 못했다. 참고로 당시 동해안더비는 96년생 이근호(포항)와 85년생 이근호(울산)의 대결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이근호와 한승규는 이내 재회하게 된다. 2019시즌을 준비하던 전북현대가 이 두 선수를 영입한 것이다. 결국 둘은 다시 동지가 되었다. 물론, 2019시즌 후반기에는 이근호가 제주로 임대를 가게 되었지만, 두 선수 모두 원 소속팀은 전북인 상태다. 이 스토리에서 알 수 있는 교훈은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 아닐까.


#3. 고대와 연대, 전북에서 복덩이가 되다.
 이번에는 고려대와 연세대를 나왔지만, 결국 동지가 된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려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대한민국 축구팬이라면 대부분 알고있는 이재성과 김민재, 두 명의 선수다. 지금 이재성은 분데스리가2의 홀슈타인 킬에서 뛰며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민재의 경우 베이징 궈안에서 EPL출신 공격수들을 손쉽게 막아내면서 실력을 과시하는 중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정상급 미드필더, 수비수도 대학을 거쳤고, K리그를 통해 그 '클라스'를 입증할 수 있었다.
 이재성은 고려대학교 체육교육학과 11학번으로, 고연전에 세 번 출전하면서 축구에서 2승 1패의 성적을 거뒀다. 김민재는 연세대 체육교육학과 15학번으로, 고연전엔 한번 출전해 패했다. 다만, 김민재의 경우 프로진출을 두고 연세대와 마찰을 빛으면서 단 1학년만 소화한 바 있다. 이후 2016년은 경주한수원에서 뛰며 전북에서의 프로생활을 대비했다.
 이들은 결국 전북에서 동지가 됐다. 두 선수는 모두 복덩이같은 존재였다. 이재성의 경우 2014년부터 2018년 전반기까지 전북에서 3개의 리그 우승컵과 1개의 AFC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만질 수 있었다. 2015년에는 영플레이어상(신인상)을 수상했고, 2017년에는 K리그 MVP를 수상했다. 또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시즌 연속으로 K리그 베스트11에 들었다. 김민재의 경우 2017년과 2018년 전북의 중앙수비를 책임졌다. 김민재는 두 시즌 모두 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또한 2017년에는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고, 두 시즌 모두 K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되었다.
 사실 이재성과 김민재가 전북에서 동료로 뛴 시간은 2017년 후반기와 2018년 전반기밖에 없다. 이재성이 2017년 전반기를 부상으로 쉬었고, 2018년 전반기가 끝나고 독일 분데스리가2 홀슈타인 킬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팀들에도, 전북 안에도 적지않은 고대와 연대출신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두 선수를 조명하고 싶은 이유는 그 짧은 시간동안 두명의 선수만으로 전북이 리그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고대와 연대라는 라이벌 관계에 있는 두 선수였지만, 전북이라는 팀 안에서 두 선수가 동지가 될 때, 그 위력은 굉장했던 것이다.


#4. 빨강에서 파랑으로, 파랑에서 빨강으로
 K리그 최고의 더비인 슈퍼매치. 슈퍼매치는 FC서울(이하 서울)과 수원삼성(이하 수원)의 대결을 말한다. 이 두 팀의 대결은 치열한 응원전, 재미있는 경기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거기에 빨간색과 파란색의 대결로 더비의 모양을 보여주기도 한다. 서울의 경우 검은색과 빨간색의 팀 컬러를, 수원의 경우 파란색의 팀 컬러를 가지고 있다. 빨간색의 고려대와 파란색의 연세대가 치루는 고연전과 비슷한 모양새다.
 그런데, 서울의 최용수 감독과 수원의 이임생 감독은 대학에서 프로로 진출하면서 그 색을 바꿨다. 최용수 감독은 연세대 출신의 축구선수였고, 이임생 감독은 고려대 출신의 축구선수였던 것이다. 이 두 전설은 대학에서 선수로, 선수에서 감독으로 바뀌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런데 굥교롭게도 항상 반대였다.
 최 감독은  '공격수'였다. 그는 '파란' 연세대에서 '빨간' 안양LG로 이적했고, 'J리그'를 경험했다가 FC서울로 이적했다. 이후 FC서울 감독이 되어 '욘스나치오(용수+카테나치오)'라는 별명을 얻을만큼 '수비적인' 감독이 되었다.
 이 감독은 '수비수'였다. 그는 '빨간' 고려대에서 '파란' 수원삼성으로 이적했고, '중국리그'를 경험하고 수원삼성으로 돌아왔다. 이후 수원삼성 감독이 되어 경기 중 "뭐가 무서워서 뒤로가!!"라며 사자후를 외치는 '공격적인' 감독이 되었다.

최용수 감독(왼쪽)과 이임생 감독(오른쪽). 방송화면 캡쳐

 이임생 감독과 최용수 감독이 슈퍼매치로 맞대결한 경기는 단 두 경기다. 결과는 1승 1무로 최용수 감독의 우세. 물론, 서울의 박주영과 조영욱 등은 고려대지만, 어쩌면 '둘 만의 작은 고연전일지 모르는 '슈퍼매치인 것이다. 또 그만큼 다양한 스토리들이 녹아든 슈퍼매치인 것이다.

 

#5. 영플레이어상 속 고연전
 고려대와 연세대의 K리그 영플레이어상 다툼 역시 볼만하다. 2001년 송종국(연대, 부산), 2002년 이천수(고대, 울산), 2005년 박주영(고대, 서울)이 영플레이어상(당시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21세기의 '신인상 대결'은 고대의 승리로 보였다. 이후 2014년까지 양 교 출신 신인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이 싸움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2015년 이재성(고대, 전북)이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싸움에 불이 붙었다. 이후 2017년에는 김민재(연대, 전북)가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고, 2018년에는 한승규(연대, 울산)가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며 전세를 역전시켰다. 특히, 2018년의 영플레이어상 대결은 송범근(고대, 전북)과 한승규의 대결이라서 더욱 흥미진진했다. 현재 21세기 영플레이어상 대결은 양 교가 3대3으로 막상막하다.
 물론, K리그 영플레이어상은 대학이 아닌 프로팀 소속으로 받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으로서는 영플레이어 '배출' 측면에서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다. 또한 대학축구보다 고교에서 프로로 직행하는 경우가 늘어나, 대학으로서는 영플레이어상 수상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2019 영플레이어 상 후보 중 양 교 출신 선수는 고려대 출신의 조영욱, 송범근 정도다. 그와중에 조영욱은 이번시즌 들어 주전자리를 꿰차지 못하면서 상에서 멀어지는 모양새다. 만약 송범근이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다면, 21세기 영플레이어상 수상자는 고대가 4대3으로 다시 앞서게 된다. 과연 2019 영플레이어상은 누가 수상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고연전과 K리그 사이에는 이런 이야기를 말고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 소개한 네 가지 스토리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박주영이 국가대표 경기도 버리고 고연전에 참여했다는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도 있고, 고대출신 송범근의 인생역정 이야기도 있다. 물론, 이것들 조차도 일부일 뿐이다. 그만큼 고려대와 연세대 모두가 대학축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9월 7일 고연전 축구 뿐 아니라 모든 K리그 경기 속에서 피어나게 된다. 9월 7일 고연전을 즐기는 수많은 학우들에게 조심스럽게 고연전에서 더 나아가 K리그도 보는 것은 어떨지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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