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대구 FC-포항 스틸러스] 현우 보러 왔다, 현무 보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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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14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9라운드 대구 FC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양 팀 다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0-0 무승부를 거두었다. 이 날 경기는 조현우의 200경기 기념행사로 이목을 모았던 경기로써, 그의 활약을 보기 위해 전석 매진이 될 정도로 많은 관중들이 찾은 경기였다. 하지만 되려 포항의 강현무가 뛰어난 선방으로 팀의 무득점을 이끌었다.

 

세징야를 막기 위해 완델손을 고립시킨 포항

 

포항 압박1.gif

 

[1] 대구 진영에서 포항이 공을 뺏긴 상황. 사방에서 강하게 대구의 수비진을 압박하며 공을 탈취해낸다. 허용준의 슈팅은 아쉽게 빗나간다.

 

 

주로 양 풀백을 적극적으로 전진시키며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하는 포항의 김기동 감독은 이 날 대구를 맞아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양 풀백의 오버래핑을 최대한 자제시키며, 양 측면 공간으로 들어오는 대구의 역습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대구의 수비 지역에서 공을 뺏기게 되면 그 자리에서부터 강력하게 압박하여 대구 수비진의 실책을 유도했다. 포항의 공격진이 공을 뺏기자마자 바로 압박을 시작하면, 활동량이 많은 최영준과 팔로셰비치가 폭넓게 움직이며 압박을 지원했다. 또한,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대구가 역습을 에드가를 향한 롱볼을 통해 이어나가려 하자, 정재용과 김광석이 적극적으로 공중볼 경합을 하며 대구의 역습이 매끄럽지 못하도록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포항은 슈팅까지 만들어내며 대구를 위협했다.

 

 

포항 두줄수비.JPG
[2] 대구의 지공 상황에서 포항이 두 줄 수비를 형성한 모습. 완델손까지 수비에 투입된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포항은 대구의 지공 상황에서는 라인을 내리며 두 줄 수비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구가 지공 상황에서 유연하게 풀어나가는 능력이 부족한 것을 잘 알고 있는 김기동 감독은 완델손까지 두 줄 수비에 가담시키며 대구의 공격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결과론적으로만 본다면 무실점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완델손을 낮은 수비 위치까지 내려서 수비를 시키고, 그 지점으로부터 공격을 하도록 하는 것은 빠른 공수 전환 상황에서 장점이 있는 완델손을 살리지 못하는 선택이었다. 게다가 대구 안드레 감독은 완델손의 역습을 막고자 왼쪽 윙백으로 출전시킨 황순민에게 완델손을 향한 역습 패스의 길목을 차단하거나 완델손이 활용할 공간을 미리 선점할 것을 지시한 듯 보였다. 황순민은 이 날 완델손이 공을 어느 위치에서 잡든 강하게 압박하고 완델손에게 가는 패스를 지속적으로 인터셉트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지공 상황에서 완델손을 지원하기 위한 풀백의 전진까지 더디자, 대인마크까지 받고 있던 완델손은 고립되고 말았다. 김기동 감독은 세징야를 막기 위해 완델손을 희생하는 선택을 한 것이었다.

 

문제아들의 환골탈태?

 

 

532.JPG
[3] 전반 초반 히우두가 왼쪽 중앙미드필더 지역을 커버하는 모습. 완델손 주위로 공이 가지 않도록 공간을 수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포항에 맞서 대구는 수비 시에 5-3-2 전형을 갖춘 모습이었다. 이 날 눈에 띄는 점은 히우두가 왼쪽 중앙 미드필더 지역을 수비하고 있었던 점이었다. (전반 37분부터는 김대원과 자리를 바꿔 오른쪽을 수비한다). 이전 경기들에서 주로 2에 해당하는 위치에서 수비를 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달랐다. 이 날 히우두는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여 상대의 패스를 끊어내고 몸싸움을 하는 투지를 보였다. 특히, 히우두는 상대 풀백과 상대 중앙 미드필더가 완델손을 도와주지 못하도록 적절히 두 방향을 압박하였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전반 완델손의 고립의 큰 역할을 하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공격 시에는 적극적으로 전진하여 상대의 측면과 중앙을 넘나들며 패스를 이어나갔다. 이 날 히우두의 움직임은 대구의 공격진에게 한두 차례 위협적인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히우두.gif
[4] 히우두(노란색 축구화)가 빌드업부터 공격 끝 지점까지 모두 관여하는 장면. 대구 수비진들에게 공을 내주고 뛰어들어가며 공격에 끝까지 가담한다.

 

 

히우두는 사실 대구 팬들 사이에서 의견이 많이 갈리는 선수이다. 역대급이라 불리는 입단식에도 불구하고, 최근 경기들에서 부진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본디 골 결정력이 좋은 선수는 아니지만, 중요한 상황에서 ‘소녀슛’을 하며 아쉬운 찬스를 놓치거나 본인의 실수로 공을 뺏겨도 다시 공을 찾아오려는 노력이 전무했었다. 하지만, 히우두는 이 날 경기에서 본인이 실수하면 다시 달려가 공을 리커버리 해내는 모습을 보였고, 수비 시에도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통해 인터셉트를 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이 경기에서의 활동량은 황순민의 왼쪽 윙백 출전으로 인한 중앙 미드필더 수비 공백을 메꾸는 효과도 내었다. 그가 이 경기에서 보여준 투지는 어쩌면 자신에게 비판적인 대구 팬들의 마음을 조금은 돌렸을지도 모르겠다.

 

 

히우두 뿐만이 아니라 대구 팬들에게 지속적으로 비판받던 강윤구도 교체 출전하여 좋은 모습을 보였다. 후반 27분에 안드레 감독은 다리에 경련이 일어난 김동진을 빼고 강윤구를 투입했다. 완델손과 황순민이 서로에게 지쳐 체력이 많이 빠진 시간에 강윤구를 왼쪽 풀백 (강윤구를 투입하며 백4로 진형을 바꿨다)으로 투입하며 지친 황순민이 지원하던 왼쪽 공격의 활로를 찾으려는 심산이었다. 강윤구는 이 날 교체 투입되자마자 왼쪽 측면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크로스를 만들어 냈고, 그중 한 번은 매우 위협적이었으나 강현무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수비적으로는, 한차례 완델손을 놓치며 프리 헤더 찬스를 주기는 했으나, 대체적으로 무리 없이 포항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정리하며

 

 

포항은 대구 원정에서 실리적인 운영으로 승점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에서, 8월 이달의 선수 완델손의 활용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강현무의 멋진 선방들과 스위핑이 아니었다면, 매우 힘든 경기였을 듯하다. 그의 활약은 말 그대로 “현우 보러 왔다 현무 보고 간 경기”라고 할 법했다. 한편, 대구는 팬들의 애증을 받고 있는 히우두와 강윤구가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였다. 앞으로의 기대에 부응할지 아니면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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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wordmmm1234



댓글 4

Wenger 작성자 2019.09.17. 04:09
 릴두개구쟁이참새
감사합니다!
댓글
Wenger 작성자 2019.09.17. 04:09
 아방뜨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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