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기자가 지켜야할 '아주 기본적인' 인권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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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센터서클] [센터서클 | 서건 대표] 해당 글은 10월 20일 일요일 새벽 4시 경에 처음 작성되었음을 ...


이 글을 쓰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과

정말 많은 분노,

정말 많은 죄책감,

정말 많은 슬픔이 있었습니다.

김현회 기자님 글을 읽었지만,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부분도 있었기에

이 글을 올려서

알 권리에 대한 제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느꼈습니다.

혹 실명을 거론한 것으로 펨네 사이트 자체가 문제가 된다면, 글을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센터서클 | 서건 대표] 해당 글은 10월 20일 일요일 새벽 4시 경에 처음 작성되었음을 알립니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성남을 상대로 승리했다. 경기가 끝나고 인천 유나이티드의 선수들과 직원들은 모두 눈물을 훔쳤다. 팬들과 중계진은 기쁨의 눈물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기쁨의 눈물로 보기 힘든 장면이 있었다. 몇몇 선수들은 오열에 가까운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고, 단체사진을 찍을 때는 모두가 고개를 떨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긴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결정적으로, 한 선수는 인천에 무슨 일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중에...나중에..."라며 말을 흐렸다. 비보가 있음이 확실했다. 그리고, 그 비보는 믿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10월 20일 오후 3시 경, 구단 SNS를 통해 유상철 감독이 황달기가 심화되어 정밀검진을 위해 병원에 입원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런데, 축구팬들이 비보를 가장 처음 접하게 된 경로는 구단도 아니고 언론도 아니었다. 경남도민일보 소속 정성인씨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구체적으로 병명을 밝혀가면서 소식을 전했다(다시 강조하지만, 구단은 입장문에서 아직 정밀검사를 남겨두고 있다고 밝혔다). 구단은 유 감독 및 주변인들의 감정을 정리한 후에 비보를 발표하려 했고, 기자들은 그러한 인천 유나이티드를 배려해 언론보도를 내지 않았다.
  그런데, 정성인 씨만이 이를 참지 못하고 개인 블로그에 올려버린 것이다. 그것도 해시태그에 병명을 태그한 채로. 소식을 접한 후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정 씨에 대한 '분노'도, '한심함'도 아니었다. 다만, 무섭다는 감정을 느꼈다. 우선, 언론인이라는 직책의 무게가 깃털만큼 가벼워지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껴서 무서웠다. 그리고, 병명을 해시태그에 버젓이 써놓은 행위가 인간 대 인간으로 무서웠다. 물론, 칼럼을 쓴다는 자가 감정을 직설적으로 글에 표현해서는 안되겠지만, '공포의 감정' 말고는 이 행위에 대한 요약을 할 방법이 없다.


언론이 해야 할 일
  언론은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을 해야하는가. 언론은 보도 대상과 독자를 잇는 다리와 같은 존재다. 보도 대상을 취재해 독자에게 알리는 것이 곧 언론이라는 뜻이다. 이는, 언론이 독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주는 매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독자들의 알 권리는 독자들의 소득이나 권력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위 내용이 바로 '언론이 무엇인지, 그리고 언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답변이다.

언론은 왜 활동하는가
  그렇다면, 정성인 씨가 비판받아 마땅한 이유는 무엇일까. 독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 준 것일 뿐인데. 정성인 씨가 비판받아 마땅한 이유는 바로 언론이 왜 활동하는지, 그 본질적인 이유를 모른다는 것에 있다.
  언론은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 존재한다. 또한 권력을 대중에게 나누어주기 위해 존재한다. 정보는 그 유형과 내용이 무엇이든 곧 권력이다. 그 정보권력을 이용해 부당한 방법으로 자본이나 명예를 챙기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 언론이 생겨난 것이다. 더 정확히는, 그러한 부당한 행위에 의해 대중이 인권과 기본권을 침해당하지 않도록 정보권력을 나누어주는 것이 언론이 활동하는 이유다. 또한, 정보권력을 나눔으로서 권력의 분배를 이루는 것 역시 언론이 활동하는 이유다. 즉, 내부자들의 횡포로 외부자들이 피해받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외부자들도 내부자만큼의 권리를 얻기 위해서 활동하는 게 언론이라는 소리다. 정보전달을 통한 독자들의 흥미유발 역시 동일선상에서 볼 수 있다. 결국, 언론은 인간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보도를 한다.
  그렇다. 언론은 독자들의 인권과 기본권을 위해 존재한다. 또한 그렇기에, 알 권리 역시 인간의 권리를 위해 존재한다. 그러므로, 독자들의 알 권리가 보도되는 이의 인권을 무조건 뛰어넘는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알 권리도 결국 인권의 한 부분이고, 보도되는 이의 인권도 결국 인권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즉, 기자는 둘 간의 중요성을 신중히 비교해야 한다.
  많은 경우에는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인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또는 알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다른 이에게 어떠한 인권침해도 일으키지 않는다. 물론, 보도 과정에서 보도되는 이의 인권이 일부 침해되는 경우가 존재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통의 보도에서는, 보도되는 이가 대부분 공인으로서 개인정보가 공개될 필요가 충분한 경우가 많다. 보도되는 이의 정보를 아는 것이 곧 대중의 인권, 기본권을 보호하는 행위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는 예외가 있는 법이다. 알 권리와 보도되는 이의 인권이 충돌할 때, 보도되는 이의 인권이 더욱 중시되어야 할 경우도 있다. 정성인 씨의 행동이 바로 그런 경우다.


정보 속에 담긴 인권
  알 권리가 보도되는 이의 인권을 뛰어넘는 경우, 그 이유는 보도되는 이의 지위 때문인 경우가 많다. 보도되는 이가 공인인 경우, 공인으로서의 책임이나 부정이 당사자의 인적 정보와 관련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는 보통 대중의 알 권리가 더욱 우선된다. 우리가 TV에서 흔히 접하는 '인사검증'을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하지만, 당사자가 공인이 아니거나, 공인이라고 하더라도, 당사자의 개인적 정보가 공인으로서의 부정에 관여한 적이 없는 경우에는, 보도되는 이의 인권이 중시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인적정보가 건강과 관련된 이야기라면 보도되는 이의 인권은 더욱 중시된다. 이러한 경우, 대중이 받는 정보권력의 침해보다 보도되는 이가 받는 인권의 침해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자신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대중이 모두 아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수많은 의혹들이 생산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드물다. 단순한 정보보도에 의해, 보도되는 이는 걷잡을 수 없는 수치심과 스트레스에 휩싸일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경우는 보도되는 이의 의사에 따라, 인권 보호를 위해 보도가 연기되거나, 보도가 아예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번 시즌, A구단은 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고 하루가 지나지 않아 계약을 해지했다. 보도자료에는 계약 해지 이유로 특정 질병을 구체적으로 명기했다. 이는 명백한 인권침해였다. 알 권리 이전에 선수의 지키고 싶은 비밀이 있는 법이다. 반면, 과거 성남의 골키퍼 전상욱 선수가 병환으로 잠시 그라운드를 떠날 때, 구단과 기자들은 선수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선수의 의사에 따라 병명을 알리지 않은 바 있다.
  이번 사건 역시 앞의 두 사건과 비슷한 쟁점을 두고 있다. 유 감독의 건강과 관련한 이야기는 유 감독의 사생활이다. 생각해보자. 건강은 '직업'인 감독직과는 별개로 한 사람의 생명과 큰 관계를 지니고 있다. 거기에 유 감독은 어떠한 부정에 대한 혐의조차 없다. 또한, 굳이 건강과 감독이라는 직책이 연관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인천 유나이티드 구단이 생각해볼 문제다. 그렇다면, 보도되는 이인 유 감독의 인권을 존중했어야 한다. 또, 인천 유나이티드가 유 감독의 사정을 설명하지 않을 것이었나? 대체 인천 유나이티드가 자체적으로 상황을 정리한 후 입장을 발표할 것임에도, 굳이 상황이 정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개인 블로그를 통해 루머를 퍼뜨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선수든 감독이든 지키고 싶은 사생활이 있는 법이다. 유 감독의 병명을 인천 유나이티드 관계자들이 먼저 알고, 유 감독의 아픔을 인천 유나이티드 관계자들이 독자들보다 며칠 더 알고 있는 게 인천 유나이티드 관계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권력을 부여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정씨에게는 축구팬들이 그 소식을 늦게 안다고 해서 얻는 정보권력 침해가, 상황정리가 되지 않은 채로 개인의 인적 정보를 퍼날라서 보도되는 이가 받는 인권침해보다 크다는 말인가.


기자란 무엇인가
  기자는 단순히 아는 것을 전달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기자는 보도 당사자와 독자 사이의 다리다. 그 다리는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소득이 적다는 이유로, 권력이 없다는 이유로, 특정 정치성향을 가진다는 이유로 건너지 못하는 다리가 되어선 안된다. 그게 바로 알 권리다. 하지만, 그 다리를 건너기 부적합한 차량이 있기 마련이다. 바로 몰인권적 보도자료다. 그러한 차량을 통제하는 것이 기자의 할 일이다.
  단순히 안다고 퍼뜨리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권적인 부분을 고려해 보도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기자의 본분이다. 안다는 이유로 아무 정보나 막 퍼뜨리는 행위를 한다고 다 기자라면, 어느 학교의 누구가 결식 아동이고, 어느 학교의 누구가 범죄자의 자식인지 스토킹을 해서 떠벌리고 다니는 것 역시 기자라고 할 것이다. 물론, 그건 기자가 아니라 가해자다. 기자라면, 인권감수성을 통한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 정 씨는 유 감독에 대해 보도하지 않으니까 기자들이 '기레기'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하지만, 진정한 기레기는 인권감수성과 분별력 없이 대중에게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일을 가십거리로 만드는 자다. 그것도 병명을 해시태그로 달아가면서.
  또한, 기자는 알 권리를 침해했든, 보도되는 자의 인권을 침해했든, 그에 대한 죄책감을 지녀야 한다. 정 씨 역시 자신의 소신에 의해(그것이 옳든 틀렸든) 블로그에 글을 올린 것이다. 정 씨에게는 알 권리가 보도되는 이의 인권보다 더욱 중요했던 것이다. 문제는, 정 씨는 이에 대한 죄책감조차도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있어서, 기자는 어느 선택을 하든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 보도 했다면, 그에 의해 침해되는 보도된 자의 인권을 생각하면서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 보도하지 않았다면, 독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 아무리 큰 잘못을 피하기 위해 작은 잘못을 저지른 것이더라도, 작은 잘못에 대한 죄책감을 회피해서는 안된다. 그게 바로 진짜 기자다. 그러나, 정 씨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떳떳하다는 것을 과시하려, '기자가 저지를 수밖에 없는 잘못'에 대한 인지를 하지 못했다.

  기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대부분이 정보원을 가지고 있고, 정보를 생각보다 많이 소유하고 있다. 기자들도 독자의 알 권리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고 있다. 그럼에도 기자들이 유 감독에 대한 보도에 있어 인천 유나이티드의 입장발표를 기다린 것은, 인권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인천 유나이티드가 구단 SNS를 통해서 밝힌 입장의 마지막 부분을 인용하고 싶다. 부디 정성인 씨가 글을 읽고 생각을 다시 해보았으면 한다.

구단은 이후 발생하는 모든 소식을 가감 없이 사랑하는 팬 여러분과 미디어 관계자 여러분께 공유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부디 미디어 관계자 여러분께서는 그릇된 소문과 추측성 보도 등으로 유상철 감독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을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댓글 2

ㅎㄷㄷ 2019.10.20. 20:44
맞는 말씀인데 '기자'가 갖춰야 할 자세죠
다행히 기자분들은 다들 숙지하고있는지 아직까지도 별다른 기사는 안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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