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푸른치의 울산이바구] 머리는 후니볼을 이해하는데 가슴이 후니볼을 이해하지 못하네요: 강원FC전 리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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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겨도, 저렇게 이겨도 같은 승점 3점. 그러나...   파이널 라운드. 한 시즌의 성패를 결정지을 마...

이번 글도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이겨도, 저렇게 이겨도 같은 승점 3점. 그러나...

  파이널 라운드. 한 시즌의 성패를 결정지을 마지막 5경기. 어떻게든 승점을 따내야 하는 시기. 내용보다 결과. 울산의 입장에서 이번 강원전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이런 표현이 많이 사용될 것이다. 좋지 못했던 내용이지만 어떻게든 따낸 승점 3점이 시즌 막판 우승 경쟁에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밀렸던 경기 내용을 '이겼으니 됐지, 뭐'라고 넘기는 것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다음 라운드 서울전, 그리고 그 이후의 경기에서도 이런 상황이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울산은 왜 강원에게 밀렸을까? 왜 울산 팬들은 이기고 있는 팀에게 "정신차려, 울산" 콜을 했어야 했을까?

  올시즌 울산팬들에게 울산에 대한 불만을 물어보면, 아마 십중팔구는 비슷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경기 어느 시점부터 수비 라인을 내리고 경기의 주도권을 상대에게 내주는 것. 그 불만의 연장선상에는 지난 시즌부터 심심찮게 펼쳐진 극장승부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지난 시즌까지 가지 않아도, 울산이 후반전 막판에 실점하며 승점을 잃은 경기는 많다. 최근의 경기 기록만 살펴봐도 7월 24일 상주전(90+5분 윤빛가람 PK골, 2-2무), 8월 11일 대구전(84분 에드가 골, 1-1무), 9월 1일 인천전(90+3분 무고사 골, 3-3무), 9월 14일 경남전(90+2분 제리치 PK골, 3-3무) 10월 6일 포항전(90+3분 이광혁 골, 2-1패)까지. 울산은 리드를 점하고도 마지막 10여 분을 지켜내지 못해 결과를 바꾼 적이 많았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경기에서, 울산은 꽤 긴 시간 동안 수세에 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강원전을 보고 있던 울산 팬들의 머릿속 한 켠에서 '또 이러다'라는 말이 떠올랐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울산은 거의 후반전 내내 강원에게서 공격권을 빼앗아오지 못했다. 울산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은 무엇일까.


 

점유율을 높이는 방법

  공격권을 빼앗아오지 못한다. 수비를 해야하는 시간이 많다. 조금 더 중계에 자주 사용될 만한 표현으로는 '상대에게 점유율을 내준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점유율은 '한정된 시간 안에서 어느 팀이 공을 더 오래 소유하고 있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상대보다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점유율 싸움은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다. 우리 팀의 점유율을 높이면 자연스레 상대 팀의 점유율은 낮아진다. 2010년대 초반까지 유행했던 '티키타카' 전술은 짧고 정확한 패스로 점유율을 높여 경기 주도권을 잃지 않는데 목적이 있었다. 공을 잃지 않으면 우리의 공격권을 이어갈 수 있다. 공을 잃지 않으면 상대가 공격할 기회도 없다. 점유율은 곧 공격권이자 경기 주도권인 것이다.
  그렇다면, 점유율은 티키타카처럼 공을 오래 소유하는 방법으로만 높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점유율 싸움은 제로섬 게임이다. 우리 팀의 공 소유 시간을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상대 팀이 공을 오래 가지고 있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점유율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90분이라는 한정된 경기 시간 중에, 상대가 공을 소유하는 시간이 짧아질수록, 자연스레 우리의 공 소유 시간은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상대가 공을 소유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행하는 것이 바로 압박이다.
  공격하는 팀 입장에서는 이 압박을 이겨내고 공격권을 유지하며 상대 진영 깊숙한 곳까지 전진해야만 득점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압박에 대처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선수 개인의 드리블을 통해 압박을 뚫고 전진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팀 전체의 패스 템포를 높여 압박이 오기 전에 공을 전개시키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압박이 심한 지역을 피해 일단 공을 소유하며, 보다 좋은 기회를 노리는 것도 그 방법 중 하나다. 최근 많은 팀들이 공격 전술의 기반으로 삼고 있는 후방 빌드업이 바로 그것이다.

 

발렌티노스와 이호인의 후방 빌드업, 이현식과 강지훈의 템포 빠른 패스 워크, 빌비야의 드리블 돌파



  강원과 울산은 후방 빌드업을 공격 전술의 기반으로 삼고 있는 팀들이다. 두 팀의 공격 전개는 최후방의 센터백들로부터 시작된다. 압박이 덜한 최후방에서 공격의 방향을 결정하고, (긴 패스에 비해 성공 확률이 높은) 짧은 패스로 전진시키면, 전방의 자원들은 패스와 움직임을 통해 상대 수비를 끌어당기고 수비 블록에 공간을 만들며 전진한다.
  비슷한 전술을 사용하는 두 팀인데 왜 경기는 강원이 주도했을까? 왜 울산은 점유율을 높이지 못했을까? 필자는 두 팀의 차이가 전방 압박이었다고 생각한다.


 

후방 빌드업 VS 전방 압박

  울산의 두 번째 골은 현대 축구 감독들이 왜 후방 빌드업을 선택하는지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압박이 덜한 후방 지역에서 공을 건네받은 박용우가, 오른쪽 측면의 이동경에게 긴 패스를 연결해준 것이 득점 장면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만약 그 장면에서 빌비야가 전방 압박을 시도했다면, 과연 박용우는 반대쪽 측면 공간으로 달리던 이동경을 발견할 여유가 있었을까? 상대방이 달려드는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내고, 반대쪽 측면의 이동경에게 중장거리 패스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을까?

 


  두 번째 실점 이후, 김병수 감독은 강원의 선수들에게 적극적인 전방 압박을 지시했다. 강원의 최전방 자원들은 울산의 깊숙한 진영까지 올라가 빌드업을 방해하려 했다. 물론, 울산이 그 전방 압박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것은 아니었다. 울산은 골키퍼 김승규까지 빌드업에 가담하며, 강원의 압박을 피해 공격 작업을 진행해나갔다. 특히, 이 날 박용우는 후방지역에서 정확도 높은 중장거리 패스들을 여러번 보여주며 울산의 기회를 만들어냈다.

 

 
전방 압박을 하기 시작한 강원의 선수들과, 김승규-박용우로 이어지는 공격 전개
 


  후방 빌드업을 통해 2점차 리드를 만들었다. 강원이 전방 압박을 시작했지만 골키퍼 김승규와 박용우에 힘입어 해결했다. 전반전 울산의 공격 전개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럼 왜 울산이 강원에게 밀렸을까? 전방 압박은 체력적인 소모가 많은 수비 방법인데다가, 강원의 공격 전술은 최전방 자원들의 넓은 활동범위를 요구한다고 했으니,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강원이어야 하는게 상식적이지 않을까?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한다면, 그렇다. 하지만, 울산에는 이 모든 상황을 뒤집을 만한 고질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울산의 최전방 공격수, 주니오 이야기다.


 

주니오 덕분에 이겼지만, 주니오 때문에 밀렸다.

  리그 18골. 35라운드 종료시점 기준, 수원의 타가트와 득점 동률로 2위. 2-1로 승리한 강원전의 두 골이 모두 주니오의 골이었던 걸 생각하면, 울산은 '주니오 덕분에 리그 1위를 지켰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자. 주니오의 두 골은 각각 2분, 10분에 기록되었다. 그럼 나머지 80분 동안 주니오는 경기에 어떤 영향력을 미쳤을까? K리그 데이터 포털에 따르면, 이 날 경기에서 주니오가 기록한 슛 횟수는 3회였다. 그 중 두 번의 슛이 골로 기록되었고, 세 번째 슛 시도는 후반전 0분 34초로 기록되어 있다. 이 슛 이후에 주니오는 후반전 내내 슛을 시도하지 못했다. 슛 횟수 외에도 주니오의 후반전 기록은 저조하다. 패스 6회, 드리블 1회, 오프사이드 1회, 태클 0회, 인터셉트 3회, 공중볼 경합 0회.
  후반전 울산은 주도권을 되찾아오지 못했고, 수비 진영을 벗어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수비 라인이 내려가니 최전방 원톱이 고립되었고, 그 때문에 주니오에게 경기에 관여할 기회가 적었던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울산의 낮은 수비 라인에는 주니오가 제공한 원인도 없지 않다.
 
67분, 이미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는 듯한 주니오
 
  주니오의 나이는 만 32세. 한국 나이로 34세의 베테랑이다. 주니오는 올시즌 35경기 중 33경기에 출전했고, 그중 교체로 투입된 것은 8경기였다. 25경기에 선발출전했고, 그 중 17경기의 풀 타임을 소화했다. 시즌 종료를 (강원전 포함) 4경기 남겨둔 현재, 주니오의 체력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후반전이 종료될 때까지 정력적으로 뛰며 상대 수비수들을 괴롭힐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에 가까울 것이다. 최근 경기에서 주니오는 후반전이 되면 체력이 고갈된 듯한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 전방 압박은 느슨해지고, 상대 센터백들은 주니오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듯 편안하게 공을 소유하며 공격을 전개한다.
 
  상대 센터백들이 방해 받지 않고 공을 소유할 수 있게 되면, 울산은 수비 라인을 내릴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던 울산의 두 번째 골 장면을 다시 떠올려 보자. 압박이 없는 상황에서 박용우는 정확한 중장거리 패스를 이동경에게 연결했다. 상대가 이런 플레이를 못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혹시나 센터백이 수비 뒷공간을 향해 긴 침투 패스를 시도한다면 울산의 수비 블록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뒷공간을 내주는 것은 위험하니 수비 블록이 내려와서 공간을 지킨다. 울산의 수비 블록이 내려가면 중원에 공간이 생긴다. 상대 센터백들은 더 전진하고, 상대 선수들은 울산의 진영에서도 숫자 싸움에 밀리지 않게 된다. 울산의 수비 블록이 위험 지역을 촘촘하게 막고 있으니 중앙에서의 득점 기회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그 위험 지역을 제외한 울산 진영에서는 오히려 상대가 수적 우위를 점한다. 울산이 후반전 수비 지역 세컨드 볼을 계속 놓치는 것도 이런 상황의 영향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세컨드 볼이 다시 상대의 소유가 되면 공수 전환은 일어나지 않는다. 공수 전환이 일어나지 않으니 상대 공격수들은 울산 진영의 깊숙한 곳에서 물러날 이유가 없다. 이제 울산에게는 '압박이 덜한 후방 지역'이 없다. 후방 빌드업은 불가능해지고, 급하게 걷어낸 공은 다시 상대의 소유가 되어 수비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다.
 
  강원과의 후반전은 위와 같은 악순환이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김도훈 감독은 주니오를 교체해줬어야 했다. 물론 멀티골을 기록하고 있는 공격수를 뺀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선수가 체력적인 문제로 경기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교체를 단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김도훈 감독은 그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1점차 상황, 일방적인 수세를 45분간 견뎌낸 것은, 물론 울산 선수들의 근성과 노력 덕도 있었겠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힘들었을 일이었다. 위험 지역에서 파울을 범하는 상황이 오지 않아 다행인 경기였다.
 
 

그래도 승점 3점, 그래도 1위

  다시 되새겨 봐도 후반전 45분은 심장에 좋지 않은 경기였다. 필자도 45분 동안 셀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었다. 그럼에도 강원전은 결코 최악이 아니었다. 결국 울산은 승리했고, 전북을 3점차로 따돌리며 1위 자리를 지켰다. 내용에 대해 아무리 이야기해도 결국은 결과가 중요한 시기다.
  이제 이번 시즌도 딱 3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서울, 전북, 포항 모두 까다로운 상대들이지만, 간절하게 임한다면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가능하다면, 경기력도 개선했으면 좋겠지만, 일단 이기는 게 우선이다. 부디, 울산의 선수들이 저번 경기 후반전처럼,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기를. 모두가 염원했던 세 번째 우승을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댓글 4

푸른별이되리라 작성자 2019.11.04. 18:19
 해시수안_29
지기 님의 콘텐츠 항상 재미나게 즐기고 있습니다. 또, 칼럼 쓰는데 동기부여도 되곤 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부탁드려요 ㅎㅎ 다음 번에 올릴 칼럼도 즐겨주신다면 더 감사하구요!
댓글
해시수안_29 2019.11.04. 23:35
 푸른별이되리라
와 진짜요!!!?????? 저를 알아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죠ㅠㅠㅠㅠ 저도 동기부여 받네요ㅠㅠ 감사합니다! 즐겁게 편집할게요!!!! 감사합니다🙏🙏🙏
댓글
goodplum 2019.11.04. 20:33
솔직히 재정적으로 생각할 때 주니오는 작년에 팔 수 있었으면 파는 편이 나았다고 생각하는데,
또 그랬다면 지금보다는 우승권에서 멀어졌을 수도 있겠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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