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조축 갈무리] 마초의 축구, 수원FC의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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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수원FC 리뷰를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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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명 : 수원FC
순위 : 8위 - 43점(11승 10무 15패)
2019 K리그2에서 축구를 가장 ‘재미있고도 거칠게’한 팀은 단연 수원FC다. 순위는 비록 8위에 그쳤으나, 득점은 전체 4위(45득점)에 달하고, 슈팅도 전체 2위(481개)에 달한다. 재미로만 따진다면, 수원FC의 축구가 가장 재미있었다. 물론, 단순히 ‘많이 넣고 많이 먹히는’ 재미있는 축구를 했다고 해서 제목을 ‘마초’의 축구라고 한 것은 아니다. 2019시즌의 수원FC는 공을 얌전히 차지 않았다. K리그2 파울 1위의 기록(565개)이 수원FC가 얼마나 거칠게 축구를 했는지 알려준다. 재밌고도 거칠었던 2019년의 수원FC였기에 마초의 축구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러나, 수원FC의 팬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수원FC의 2019년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우선, 승격은 아니더라도 플레이오프에는 진출하기 바랬지만, 팀은 8위에 그쳤다. 공격은 잘했지만, 수비가 아쉬웠던 게 화근이 된 것이다.
상남자 축구를 구사한 만큼 화끈했고, 그만큼 뒷문이 헐거웠던 수원FC. 이번 시즌에는 그러한 수원FC의 2019시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 프리시즌
프리시즌 수원FC의 화두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이적시장이고, 둘째는 ‘유니폼’이었다.
겨울이적시장에서 수원FC는 공격 자원 개편을 실시한다. 알렉스와 권용현, 한상운이 팀을 떠남에 따라, 대체선수들을 영입했다. 수원FC가 영입한 새로운 공격자원 중 핵심 영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선수는 세 명 정도가 있다. 그 주인공들의 이름은 바로 안병준, 치솜, 그리고 아니에르. 수원FC는 안병준을 통해 높이와 결정력을, 치솜을 통해 스피드를, 아니에르를 통해 창의성을 보완하고자 했다. 이들은 실제로 2019시즌 전체에 걸쳐 수원FC 공격의 중추로서 큰 활약을 한다. 특히, 치솜은 18골로 득점 2위를 기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수원FC는 공격진 뿐 아니라 수비진의 선수 개편 역시 시도했다. 다만, 수비진 개편의 경우, ‘세대교체’를 컨셉으로 잡았다. 중앙수비수 레이어와 조병국이 은퇴를 해, 그들의 대체자를 찾아야했기 때문이다. 수원FC는 김영찬과 이용, 장준영을 영입하면서 중앙수비를 더 ‘젊게’ 만들었다. 물론, 2019 K리그2 정규리그가 종료된 이 시점에서 이들의 활약을 돌이켜본다면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2019시즌을 준비하는 수원FC 입장에서 이들의 영입은 필연적이었다.
이외에도 수원FC는 골키퍼 전수현, 측면자원 이학민과 박요한, 중원 자원 황병권 등 쏠쏠한 선수들을 영입했다. 다만, 벨라스케스나 조블론 등 몇몇 선수들의 영입은 실패한 영입으로 평가된다.
2019겨울이적시장 수원FC 주요 영입
이렇게 흥미진진했던 수원FC의 겨울이적시장만큼 흥미로웠던 게 하나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수원FC의 유니폼이다. 빨간색과 파란색을 모두 사용하면서 유니폼이 예쁘기는 쉽지 않은데, 2019시즌 수원FC의 유니폼은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역대급 유니폼이 탄생한 것이다. 반은 빨강, 반은 파랑으로 이루어진 수원FC의 2019시즌 유니폼은 K리그2 유니폼들 중에서 굉장히 세련된 축에 속한다.
수원FC의 유니폼 (수원FC 인스타그램)
#. 수원FC의 2019시즌
수원FC의 2019시즌은 ‘롤러코스터’ 그 자체였다. ‘공격은 강하지만, 수비는 약한’ 팀의 특성상, 기복이 많았다. 잘 할 때는 정말 잘했고, 못할 때는 정말 못했다. 정규리그 초반 15경기에서는 정말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이후 치러진 21경기에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물론, 좋았던 15경기에도, 나빴던 21경기에도 ‘꾸준한 기복’이 있었다.
K리그2 15라운드까지 수원FC의 성적은 8승 3무 4패. 수원FC는 개막전 부천전(0대1 패)을 제외하고, 14경기에서 모두 득점하면서 강한 공격력을 뽐냈다. 수원FC는 15라운드까지 25득점을 기록한다. 이는 동 기간 득점 순위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1위 부산 36득점). 득점 뿐만 아니라 유효슈팅 면에서도 수원FC는 대단했다. 수원FC는 15경기동안 총 98개의 유효슈팅을 날렸다. 이는 부산, 안산과 함께 공동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4위 부천의 유효슈팅 개수가 84개에 그쳤단 걸 감안하면, 훌륭한 수치다.
8승 3무 4패 기간 동안의 수원FC는 공격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15경기 동안 수원FC는 17점을 실점했다. 물론, 이 수치가 아주 훌륭한 수치는 아니다. 광주의 경우 이 기간동안 단 8실점만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격 일변도로 나선 수원FC의 2019시즌을 고려한다면, 이는 굉장히 훌륭한 수치다. 특히, 조병국과 레이어 등 베테랑 선수들이 빠져 경험적인 측면에서 수비전력이 약화되었음에도, 그게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을 높이 살 필요가 있다. 조유민, 김영찬, 이용은 15경기에서 단 한번도 2실점을 넘기지 않았다.
그러나, 남은 21경기에서 수원FC는 완전히 망가진 모습을 보여준다. 21경기 동안 수원FC의 성적은 3승 7무 11패. 공격의 칼날이 무뎌지자, 수비진마저 붕괴하기 시작했다.
21경기동안 수원FC가 기록한 득점은 단 24점. 동 기간대 K리그2 팀들 중 9위 기록이다. 수원FC는 21경기에서 3분의 1에 해당하는 7경기를 무득점으로 끝냈다. 공격력은 원래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수비력이 강한 팀이 살아남고, 또 올라서는 법인데, 수원FC는 공격력에만 의존했다.
물론, 이 기간 동안 수원FC가 수비적인 플레이를 펼쳐서 득점이 24득점에 그친 것은 아니다. 수원FC는 이 기간 동안 무려 290개의 슈팅을 쏴대면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는 동 기간 K리그2 1위 기록이다. 그렇다고 대전 시티즌처럼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난사를 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수원FC는 21경기 동안 페널티 박스 안에서 161개의 슈팅을 만들어냈고, 이는 동 기간 K리그2 3위 기록이다. ‘방귀가 잦으면 똥이 나온다’던 허정무 전 해설위원의 말은 틀렸던 것이다. 수원FC가 21경기 동안 뀐 방귀들은 대부분 ‘헛방귀’였다. 수원FC가 ‘헛방귀’를 뀐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후반기 안병준의 부상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공격이 안 풀리니, 수비가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21경기동안 수원은 무려 38개의 실점을 허용한다. 이에 수원FC는 수비력 강화 및 부진 탈출을 위해 플랫3 등의 새로운 전술을 시도했으나, 결국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수원FC는 시즌 막판 김대의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자진사퇴하기에 이른다. 김 감독 사퇴 이후 이관우 감독대행이 치른 두 경기 성적은 1승 1패. 그러나, 이 성적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다.
#수원FC의 전술
수원FC는 2019시즌 동안 굉장히 공격적인 축구를 펼쳤다. 그러한 모습은 전술에서도 드러난다. 수원FC의 전술은 그야말로 ‘공격 일변도’였다.
수원FC가 가장 많이 사용한 포메이션은 4-1-2-3. 플랫4에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격적인 선수들에게 공격적인 역할을 맡겼다.
수원FC의 2019시즌 베스트 11
쓰리톱에 선 선수들은 제각기 다른 장기들을 뽐냈다. 치솜은 중앙과 측면을 모두 휘젔고 다녔고, 김병오는 특유의 강한 피지컬을 이용해 드리블을 즐겼다. 김병오의 경우엔 측면에서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안병준과 아니에르는 중앙에서 ‘해결사’ 역할을 했다. 특히 안병준의 경우, 높이를 이용한 공격이 일품이었다.
2선에 위치한 주장 백성동은 위 세 선수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백성동은 중거리슛, 드리블, 패스 등을 자유자재로 해가면서 상대 수비진에 균열을 내고, 공간을 창출했다.
수원FC는 공이 살아있는 상황 뿐 아니라, 세트피스 상황 역시 잘 이용했다. 킥이 좋은 백성동, 키가 큰 조유민과 안병준을 이용해 약속된 플레이를 잘 수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 일변도 전술에 대한 팬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치솜, 아니에르, 김병오, 안병준, 백성동 등 화려한 선수진을 보유했음에도, 선수들 간의 호흡을 통해 골을 만드는 게 아니라, 개인능력에 의존해서 골을 만들어낸다는 비판이 거셌다. 특히, 치솜의 개인능력에 대한 의존이 너무 심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수원FC는 치솜이 뛰지 않은 세 경기에서 단 한점도 득점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세 경기는 모두 졌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 대한 약간의 변명을 하고 싶다. 치솜의 플레이는 치솜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하기보다는, 치솜이 자유롭게 플레이할 때 가장 좋아진다. 또, 해결사 역할을 하리라 믿었던 안병준이 21라운드 이후 부상으로 단 한경기밖에 뛰지 못하면서 득점력이 저하되었다. 김병오의 경우 드리블에 있어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결정력이 심각하게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결국, ‘조직력’ 면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이는 치솜의 공격력 강화를 위한 결정이었다. 또, 조직력이 약했다기보다, 해결사가 없어서 골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생각도 해봐야 한다.
다만, 수원FC의 수비전술은 변명의 여지조차 없었다. 수원FC 수비가 부진한 이유는 지역방어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지역방어에 미흡했기 때문에 상대 공격 시 오프사이드 트랩을 제대로 설치하기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지역방어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클리어링이 어색했다. 실제로 수원FC는 올 시즌 70개의 클리어링을 했는데, 이는 독보적 10위 기록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역방어 미흡으로 수원FC 수비진은 대인방어 시 상대 선수를 밀착 마크할 타이밍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외에도, 수비가담의 양이 적은 팀임에도 불구하고, 수비형 미드필더을 단 한 명만 배치한 것도 문제가 되었다. 수원FC는 장성재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는데, 장성재 혼자서 수원FC의 수비라인을 모두 커버하기에는 수원FC 공격진의 수비가담이 턱없이 부족했다.
#. 팬 끌어들이기는 성공
그럼에도, 수원FC의 이번 시즌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경기 외적으로 수원FC는 팬을 끌어모으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유니폼 측면에서는 수원시 승격 70주년 기념 특별 유니폼을 KT wiz야구팀과 함꼐 출시해 인지도를 높였다. 또, 수원종합운동장의 트랙에서 아이들을 위한 기차놀이도 진행했다. 여름에는 경기장 안팎에서 바캉스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축구 실력과 관계없이 칭찬받아 마땅하다.
수원시 승격 70주념 기념 유니폼(수원FC 페이스북)
#. BEST PLAYER
올 시즌 수원FC의 베스트 플레이어는 단연 치솜이다. 백성동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긴 했으나, 치솜만큼의 임팩트는 없었다. 치솜은 올 시즌 18골 1도움을 기록하면서 펠리페에 이어 득점 2위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슈팅과 유효슈팅을 기록하기도 했다. 어디서든 빠르게 돌파하고 또 침투하는 치솜의 모습은 올 시즌 수원FC 공격의 50%를 차지했다.
#. WORST PLAYER
올 시즌 수원FC의 워스트 플레이어는 김대의 감독. 김대의 감독은 올 시즌 분명 좋은 선수단을 꾸리고 경기에 임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특히, 수비력 안정에 있어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준 것은 맞지만, 재미있는 선 안에서 최소한의 수비조직력은 갖췄어야 했다. 그 점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 맞다.
#. BEST GAME
올 시즌 수원FC가 보여준 베스트 게임은 7월 21일 열린 K리그2 20라운드 대전 시티즌과의 원정경기다. 이 경기에서 수원FC는 무려 네 골을 넣으며 4대2로 승리했다. 수원FC는 안병준, 치솜, 백성동을 활용한 위협적인 공격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세트피스 상황에서만 세 골을 집어넣으면서 ‘약속된 플레이’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하나원큐 K리그2] 20R 대전 vs 수원FC 하이라이트 | Daejeon vs Suwon FC Highlight (19.07.21)
#. WORST GAME
올 시즌 수원FC가 보여준 워스트 게임은 7월 8일 열린 K리그2 18라운드 부천FC 1995와의 홈경기다. 이 경기에서 수원FC는 0대3으로 패배했다. 엉성한 수비진, 기복있는 공격진을 보여준 대표적인 경기였다. 이 경기를 패하면서 수원FC는 3연패에 빠지게 된다.
[하나원큐 K리그2] 18R 수원FC vs 부천 하이라이트 | Suwon FC vs Bucheon Highlight (19.07.08)
2019년의 수원FC는 ‘날카로운 창과 헐거운 방패’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를 수 있다. 김대의 감독이 사퇴했고, 이제는 김도균 신임감독이 팀을 맡기 때문이다. 수원FC의 2020시즌 최대 목표는 수비 안정과 치솜 의존도 낮추기다. 과연, 수원FC가 어떤 역사를 써내려갈지, 2020시즌이 기대된다.
댓글 15
김병오 - 드리블에서 좋은 모습 보여줬으나 결정력 문제 보여줌.
아니에르 - 결정력 아쉬움.
결정력은 감독이 일일이 높여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문제는 수비조직력이죠. 수비만 안정되었어도 수원fc가 10골정도는 더 넣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