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리피와 관련한 일련의 상황이 과연 중국을 비웃어야 할 일인가?

최근 홍콩 독립 운동과 이에 수반하는 중국것들의 미개하고 천박한 행태 때문에 안그래도 심하던 중국인 혐오가 더 심해진 듯하다. 물론 나도 중국인을 꽤 극혐하는 사람이고 언제든지 나에게 시비 터는 중국인에게 파륜궁과 천안문에 대해 설파할 준비가 되어있는 평범한 한국인이지만 리피 사태와 관련해서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리피가 광저우 헝다  감독으로 온게 2012년, 이후 중국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게 2016년 10월이다.

이 기간동안 중국 축구협회는 축구굴기를 외치며 리피 감독과 그의 사단에게 천문학적인 연봉을 쥐어주고 광저우 헝다라는 하나의 팀을 아예 중국 국가대표팀 상비군으로 만들어주었으며 하다못해 리피가 귀화시키라는 선수들을 중화사상을 꺾어가면서까지 특별귀화라는 어거지를 씌워 오성홍기 여권을 안겨줬다.

그 뿐인가? 리피의 '필요하다' 명령 한 마디면 카르발류처럼 성인 프로팀을 지도한 아무런 경력이 없는 인물조차 자리를 만들어가며 앉혀줬고 심지어 리그 내의 중국인 선수 이적시장 및 중국 주요 클럽팀들의 코치진 보강 자체가 리피의 중국 국가대표팀 구성을 우선시하며 진행되는 등, 중국 축구협회와 모든 중국의 축구팀이 리피에게 전권을 맡기는 모양새로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을 내주었다.

이 기간동안 리피는 중국 국가대표팀을 맡아 아무런 성과도 내주지 못했다. 물론 대한민국을 잡는 등 '경기'단위로 본다면 꽤 흥미진진한 결과를 만들어낸건 사실이지만 일국의 축구 시스템을 굴리는 전권을 수 년간 갖고 있음에도 거시적인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리피는 '중국인은 멍청하고 게으르다. 나는 잘 했는데 중국인이 도저히 재능이 없어서 성공 못했다. 븅신들 데리고 열심히 공 차봐라.' 식의 인터뷰만 남긴채 일방적으로 이탈리아로 돌아가버렸다. 

아무리 중국의 축구 육성 시스템이 낙후되어있고 기존 선수풀이 좋지 못하다해도 그걸 어떻게든 개선시키고자 데려온게 리피다.

중국 국가대표팀의 단기적인 성적을 위해 리피를 '감독'으로 앉혔고, 중국에 선진 축구 육성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리피를 '총 고문'으로 앉혔고, 리피가 갖고 있는 선진국의 축구 철학을 최대한 빨리 하향식으로 적용하기 위해 광저우라는 일개 팀에 중국인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들을 모으고자 했던게 중국이다.

권리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중국 축구협회는 리피에게 전 세계 축구역사에서 유례없는 수준의 전권을 부여했고 리피는 그러한 권리를 중국인의 유전적 한계를 탓하며 돌아가버렸다.

만약 2002년에, 리그 중단도 해보고 선수 기용 전권도 맡기고 외부 비용 써가며 무리하게 친선전도 잡아가면서 팀을 만들었는데 뭔가 일이 뒤틀려서 한일월드컵에서조차 월드컵 1승을 실패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히딩크는 '한국인들은 축구에 대한 기본적인 전술 이해가 떨어진다. 아무리 대한 축구협회가 지원을 해줘봤자 게으르고 멍청한 한국인들을 데리고 도저히 정상적인 지도를 할 수가 없다.'라는 인터뷰를 남긴채 돌연 네덜란드로 출국해버렸다면 이러한 사태는 히딩크와 한국 국가대표팀 중 누구의 책임인가.

2002년의 한국이, 지금 동남아시아 대부분 국가들이 그렇듯이, 중국은 분명 비상식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방식으로 단기적인 성과를 무리하게 끌어올리려고 했다. 이에 대한 부작용은 K리그와 대한축구협회가 겪었던 내홍처럼 온전히 중국 축구협회와 중국 축구인들이 겪어야 할 짐이다. 하지만 모든 권한과 천문학적인 연봉을 가지고도 성과를 내지 못한건 멍청하고 게으른 중국인들이 아니라 리피 본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