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푸른치의 울산이바구]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전북현대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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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K리그, 울산 현대 축구단, 책에 대한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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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우승은 쉬운 일이 아니다

  K리그1 37라운드, 울산과 전북 의 '사실상 우승결정전'은 1-1 무승부로 끝났다. 결국 울산은 이번 라운드에 우승을 확정짓지 못했다. 아쉬운 결과다. 하지만, 여전히 승점은 3점차. 전북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잃지 않았고, 이제 전북은 자력 우승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선제 실점 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한 사람의 울산 팬으로서,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울산의 경기 내용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특히 전반전의 울산은 경기를 원하는 대로 풀어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전반전 기록을 살펴보면, 양 팀의 점유율은 대등했지만 슛 횟수는 4배나 차이가 났다. 전북이 8개의 슛을 시도해 3개의 유효 슛을 기록하는 동안, 울산은 2개의 슛으로 1개의 유효 슛밖에 만들어내지 못했다.
 


  다행인 것은 후반전 울산의 교체 전술이 어느정도 유효했다는 것이었다. 울산은 후반 23분 믹스를 빼고 주민규를 투입하며 전술을 수정했다. 울산이 주도권을 찾아오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불투이스의 천금같은 동점 골도, 주민규의 첫 볼 터치가 만들어낸 프리킥이 시작이었다.
  주민규 투입 전과 후, 울산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미드필더를 빼고 공격수를 투입했는데 어떻게 점유율이 상승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우선, 답답했던 전반전을 먼저 살펴보자.

 

이해는 가지만 아쉬웠던 세부 전술

 


  울산은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지난 라운드 무실점을 기록했던 불투이스와 윤영선이 선발 출전했다. 경고 누적으로 한 경기를 쉰 주니오가 선발로 복귀했고, 강원전 이후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던 이동경이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울산은 평소와 달리, 김인성과 김보경의 위치를 맞바꿔 놓았다. 전북의 문선민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으니 전북의 공격이 왼쪽 측면(울산 입장에서는 오른쪽)에 치중될 것을 예상한 기용이었다. 리그 내 손꼽히는 준족인 김인성과 김태환은, 우측면을 빠르게 오르내리며 협력수비를 보여줬다.
  전북의 특이사항은 A매치 주간 동안 대표팀에 차출됐던 세 명의 수비수가 모두 선발 명단에 들었다는 점이었다. 권경원은 한 경기도 뛰지 않았고, 이용은 브라질전에 출전하지 않았으니 체력적인 손실이 그리 크지는 않다는 판단이었던 것 같다. 박주호를 교체 명단에 둔 울산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전반전, 울산은 평소의 방식대로 공격을 시도했다. 라볼피아나를 활용한 후방 빌드업. 박용우가 센터백 사이로 내려와 백쓰리 형태를 만들고, 양 측면의 풀백은 하프라인 위쪽까지 전진해 공격 지역 숫자를 늘렸다.
 


  문제는 울산에 맞선 전북의 수비 방식이었다. 전반전, 전북은 미드필더 라인을 내려 좁은 간격의 수비 블록을 형성했다. 최전방의 이동국과 중앙 미드필더 중 한 명은 울산의 백쓰리를 견제하며 패스 길목을 막아서는 모습이었다.
  후방 빌드업을 진행하는 백쓰리가 공 소유권을 위협받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울산은 공을 전진시키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앞쪽에서 공을 받아줘야할 울산 선수들에게는 마크맨이 붙어있었고, 그나마 가까운 믹스에게 패스할 길목은 전북의 최전방 자원들이 막고 있었다. 백쓰리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고립된 모양새였다.
 

짧은 패스로는 붉은 선으로 표시한 지역을 통과하기 어렵다.


  짧은 패스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공격이 전개되는 지역의 숫자 싸움이 중요하다. 상대 수비보다 많은 인원이 빌드업에 가담해 일대일 마크로부터 자유로운 동료를 만들고, 그 허점을 이용해 압박을 피해내는 것이 짧은 패스를 통한 빌드업의 핵심이다.
  때문에 짧은 패스로 공격을 풀어나가려던 울산에게 이런 상황은 매우 곤란했다. 전북이 압박 강도를 최소화하고 내려서는 수비 방식을 택하면서, 오히려 전북 진영에서의 숫자 싸움이 울산에게 불리해진 것이다. 위 그림을 보라. 불투이스, 박용우, 윤영선과 전방 자원들 사이를 전북의 미드필더 라인이 가로막고 있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전방 지역 어디에 공을 투입해도 숫자 싸움에서 열세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방 자원들 중 일부가 아래로 내려와 공을 받아주는 것이 대표적인 대응책이다. 그 전방 자원을 따라 마크맨이 움직여 수비 블록에 틈이 생긴다면 더 좋다.
  다른 방법은 후방 자원이 직접 전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윤영선이 로페즈와 김태환 근처로 이동한다면, 울산은 오른쪽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울산은 수비 배후 공간을 향한 긴 패스를 시도했다. 김인성의 속도를 이용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상당히 무리한 시도였다. 긴 패스는 정확히 전달될 확률이 비교적 적다.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없는 울산의 경우에는 그 확률이 더더욱 낮아진다. 그럼에도 전반전 울산은 이 무리한 시도를 반복했다.
 

주니오는 타깃맨 역할에 재능이 없다.


  가능성 희박한 방법을 자꾸 시도하는 꼴이었지만, 전혀 이해되지 않는 장면들은 아니었다. 이번 경기는 양 팀 모두에게 중요했다. 승자가 곧 리그 우승이나 다름 없는 경기였다. 이기면 최상의 결과지만, 만에 하나 진다면 잃는 것이 너무나 컸다.

  전북이 내려서는 수비 방식을 선택한 것 또한 그런 영향으로 보였다. 전방 압박과 빠른 템포의 역습은 득점 확률이 높은 전술 컨셉이지만, 김인성과 김태환을 보유한 울산을 상대로 수비 배후 공간을 넓히는 것은 위험 부담이 너무나 컸다.
  울산의 긴 패스도 마찬가지였다. 전방 자원이 내려오는 것은 상대 선수를 우리 위험 지역 쪽으로 끌고 오는 거나 다름 없었고, 후방 자원이 올라가는 것은 공격에 실패했을 때의 위험성이 너무 컸다. 긴 패스를 시도하면, 실패하더라도 공은 우리 위험 지역에서 먼 곳에 떨어지고, 후방 자원들이 역습에 대비할 수 있으니 비교적 안전하다는 판단이었으리라.

  양 팀의 안전 지향적인 선택을 방증하듯, 전반전은 득점 없이 무승부로 종료되었다. 후반전, 먼저 승부수를 던진 것은 전북이었다. 수비 전술을 바꿔, 전방 압박으로 울산의 빌드업을 방해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경기 재개 4분 만에, 전북은 선제 득점을 기록한다. 강한 압박 전술을 구사하는 팀을 상대로, 한 번의 실수가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오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 골을 실점한 울산은 전북의 수비 라인이 엷어진 점을 노렸다. 전북은 미드필더들이 압박을 위해 전진했기 때문에, 2·3선의 간격이 벌어지며 더 이상 전반의 콤팩트한 수비 블록을 구축할 수 없었다. 수비 블록이 사라지니 교체 투입된 황일수와 김인성 등 공격수들의 침투 움직임이 훨씬 편해졌다. 울산은 전반전보다 적극적으로 수비 배후 공간을 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북 수비수들과 골키퍼 송범근의 커버 플레이가 좋아, 시도가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역습과 재역습이 팽팽하게 이어지던 상황에서 울산이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후반 23분, 주민규의 투입이었다. 주민규의 등장으로 경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벌어진 공간을 노려라

"스페이스(공간) 만들어"


  교체 투입된 주민규의 임무는 '공간 활용'이었다. 전북의 2·3선이 벌어진 상황. 주민규가 그 사이 공간으로 공중볼을 잡아 줄 수 있다면, 단순히 수비 배후를 노리는 것보다 더 정확도 높은 공격 전개가 가능할 것이었다.
  지난 서울전, 공간을 활용하는 포스트 플레이를 보여줬던 주민규는, 이번 경기에서도 본인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주민규 투입 이후, 울산은 짧은 패스 빌드업을 아예 버리고, 빠른 측면 공격수들의 드리블을 통한 역습 혹은 긴 패스로 주민규를 노리는 공격 루트를 활용했다. 빌드업을 포기하면서 울산이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로,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의 김보경과 박용우가 후방에 머무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짧은 패스로 공을 전진시키려면, 최소한 김보경은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 공을 받아주고 배급해줘야 한다. 전진한 김보경이 복귀할 때까지 역습을 저지할 수비형 미드필더는 박용우 혼자 남는다. 전북이 정혁과 이비니를 교체하며 공격수를 늘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공수 밸런스를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전진을 자제할 필요가 있었다.
  두 번째는 전북의 압박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주민규가 2·3선 사이 공간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전북이 전방 압박을 시도한다면 오히려 주민규의 공간을 늘려주는 것이 되어버린다. 게다가 울산은 압박을 피해 공을 후방으로 물리고 긴 패스로 단번에 연결하면 되기 때문에, 압박에 맞서 빌드업을 시도할 때보다 한층 여유로운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K리그데이터포털의 점유율 그래프. 주민규 투입 시점과 울산이 우위를 점하는 시점이 겹치는 것은 우연일까?


  아쉽게도 역전 골로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주민규의 활약은 충분히 눈에 띄었다. 주니오 대신 주민규가 선발 출전했다면 경기의 양상이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결과론이지만 주니오는 이번 경기 그다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울산은 중원에서의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 때문에 중원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했으니 주니오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던 건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그 점을 생각해도 주니오의 경기력은 좋지 못했다.
  치열한 중원 싸움은 경기 전부터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서울전처럼 경기 시작부터, 주민규의 포스트 플레이를 활용해 2선 자원들의 공격을 지원하는 전술을 준비해 나왔다면 어땠을까? 훨씬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공정? 공정이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전북의 모라이스 감독은 "K리그가 공정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경기가 무승부로 끝난 직후의 인터뷰였다는 점과 경기 중계에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모습이 여러 번 찍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모라이스 감독의 '공정' 발언에서 '심판의 판정이 불공정했으며, 그 판정으로 울산이 이득을 보았다'라는 뉘앙스를 읽을 수 있다.

 

 

  과연 고형진 주심은 울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경기를 운영했을까? 울산 팬으로서는 쉽게 수긍할 수 없는 이야기다.

  심판 매수 전과가 있는 팀의 감독이 한 발언이라서가 아니다. 필자가 보고 느꼈던 이번 경기의 판정은 오히려 전북에게 유리한 장면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경기 내내 김인성이 얻어내지 못한 수많은 파울들과, 전반전 막판 이상헌이 드리블 중 걸려 넘어졌음에도 불지 않았던 파울은 논외로 치겠다. 물론 억울한 판정인 것은 여전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고형진 주심의 성향이 파울에 관대했던 점을 고려했을 때 아슬아슬하게 넘길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치자. 하지만 지금부터 소개할 장면들에 대해서, 필자는 도저히 모라이스 감독의 발언에 동의할 수 없다.

 

 

  첫 번째, 믹스의 경고 장면이다. 후반 8분, 정혁이 이동국과 2대1 패스를 시도한다. 공격을 저지하려던 믹스는 정혁의 패스를 쫓아 이동국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린다. 이 때 시선도 공을 따라간다. 패스를 주고 침투하려던 정혁이 믹스의 뒷발에 걸려 넘어진다. 파울 선언.

  이 장면이 파울이라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의도야 어땠든 공이 빠진 다음 상대를 저지했으니까. 하지만 이게 옐로 카드가 주어질 만한 장면인가? 이 경고로 믹스는 우승을 확정지어야 할 38라운드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었다.

 

 

  두 번째, 신형민의 발을 노리고 들어온 태클이다. 스터드로 믹스의 발을 긁을 만큼 위험한 태클이었지만, 고형진 주심은 이 장면에서 반칙을 선언하지 않는다. 경기는 속행되고, 루즈 볼을 김인성이 몰고 가다 태클을 당한 이후에야 경기를 중단시켰다. 물론, 신형민은 경고를 받지 않았다. 이것이 경고도, 파울도 주어지지 않을 정도의 장면인가?

 

 

  세 번째, 손준호의 발길질이다. 황일수와의 경합에서 넘어진 손준호는 한바퀴를 구르며 박용우의 다리를 걷어찬다. 이 장면이 나오기 직전, 손준호가 박용우와의 공중볼 다툼에서 밀려 쓰러졌던 점을 기억하면, 과연 다리의 저 움직임에 아무런 의도성이 없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고형진 주심은 이 장면을 눈 앞에서 보고도 손준호에게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 참고로, 손준호가 넘어지게 만든 황일수의 파울은 주어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어드밴티지 룰'로 지나갔던 것이었다.

 

 

  네 번째는 유사한 파울에 대한 다른 판정이다. 김태환은 로페즈와의 볼 경합에서 로페즈의 등을 어깨로 밀어 넘어뜨렸다. 이 파울로 김태환은 옐로 카드를 받았고, 38라운드에 출전할 수 없다.

  아래는 주니오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공중볼을 소유하는 장면이다. 위 이미지의 로페즈가 당한 파울과 유사하지 않은가? 하지만 고형진 주심은 이 장면에서 파울을 불지 않았다. VOR의 무전을 듣고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다섯 번째, 경기 지연 행위에 대한 경고 판정이다. 두 장면에서 전북의 파울이 선언된 뒤, 공을 들고 있는 전북 선수가 보이는가? 고형진 주심은 이 선수에 대해 경고는 커녕 구두 경고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후반 39분, 전북의 프리킥이 선언되었을 때 박용우가 공을 끌며 전북 선수에게 돌려주지 않자, 고형진 주심은 곧바로 옐로 카드를 꺼내들었다.

 

  과연 심판은 울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경기를 운영했는가? 전북은 이번 경기에서 '불공정하다' 느낄 만큼 손해를 봤는가?

 

 

부끄러운 팬이 되지 맙시다

  치열했던 경기만큼 경기 외적인 이야기도 많았다. 종합운동장이 정말 오랜만에 만석으로 들어찰 정도로 응원열기가 뜨거웠다. 울산 서포터즈 처용전사의 멋진 버스 맞이 응원부터, 울산의 레전드 유상철 인천 감독의 쾌유를 기원하는 퍼포먼스도 있었다.

  하지만 좋은 모습만 보여준 경기는 아니었다. 전북 프론트의 안일한 원정석 분배 때문에 논란이 된 사건이 있었다. 울산은 전북의 원정 팬들에게 1,098석의 원정석을 내주었다. 전북 프론트는 이 원정석 티켓의 대부분을 원정 버스 신청에 묶어 판매했다. 원정 버스 신청은 순식간에 마감됐다. 개인적으로 이동하려 했던 팬들은 원정석 티켓을 구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었다.

  문제는 원정석 티켓을 구하지 못한 다수의 팬들이 홈석의 티켓을 예매하면서 불거졌다. 그들은 '전북 현대 공식 원정 버스 신청 카페'에 본인이 예매한 좌석의 위치를 공유하며 홈 팀 팬들의 응원 구역에 모여 응원하자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종합운동장 만석. 저 숫자 중에 원정 팬의 비중은 얼마나 됐을까?

 

  K리그에서 원정 팬이 홈 팀 응원구역, 일반석으로 들어와 경기를 관람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직관을 하다보면 홈 팀 응원 구역인데도 원정 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몰래 일반석 티켓을 구매한다. 홈 팀의 팬인 지인과 함께 관람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사람들도 있고, 원정석이 너무 비싸다는 핑계로 원정석에 가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얼핏 '일반적인 일'같아 보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원정석 매진. '원정석 티켓'이라는 상품이 모두 팔렸다는 의미다. 상품이 다 팔리면 수요가 아무리 많아도 구매할 수 없는 것이 기본적인 상식이다. 공영 주차장이 만차라고 주변 아파트 주차장에 몰래 차를 세워놓는 일이 잘못된 것처럼, 원정석이 만석이라고 일반석에 들어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날, 울산종합운동장은 만석이었다. 만약 어떤 울산 팬이, 혹은 어떤 울산 시민이 '우승결정전'이라는 소문을 듣고 이 경기를 보려다, 매진으로 티켓을 사지 못해 경기 관람을 포기했다면, 그 책임의 대부분은 일반석을 예매한 원정 팬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곳은 당신들이 앉을 좌석이 아니었다.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의 퇴근길에, 누군가가 전북 선수단 버스를 향해 케이크를 던진 일도 있었다. 목격담에 따르면 웃통을 벗은 건장한 남성이었다고 한다.

  이런 짓을 한 사람이 울산 팬인지 전북 팬인지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만약 울산 팬이라면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열심히 뛴 선수들, 열심히 응원한 팬들의 노력을 욕보이는 짓이다. 당신의 행동 덕분에 얼마나 많은 울산 팬들이 수치심을 감당해야 하는지 아는가?

 

  경기장 밖에서 하면 안되는 일은 경기장 안에서도 하면 안된다. 제발, 부끄러운 팬이 되지 말자.

 

 

악몽에서 깨어나야 할 때

  2013년 12월 1일. 울산 팬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날짜다. 6년 뒤인 2019년 12월 1일, 울산은 또 한 번의 기회를 쥐고 최종전에 나선다.

  핵심 자원인 믹스와 김태환이 경고 누적으로 나올 수 없다는 점도 비슷하고, '무승부만 거둬도 우승'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울산 팬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할 만한 경기 일정과 상황이다.

 

  하지만, 필자는 울산을 믿는다. 울산은 올시즌 많은 징크스를 이겨냈다. 짧은 것으로는 지난 시즌 말부터 이어졌던 대구전 무승 징크스도 있었고, 2014년 여름부터 이어지던 상암 원정 무승 징크스도 지난 서울전에서 이겨냈다. 몇 년 동안(최소 2013시즌부터 쭉) 열세를 기록했던 전북과의 시즌 상대전적도 몇 년만에 1승 2무 1패 동률을 이뤘다.

  그러니, 이번 12월 1일의 악몽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해내줄 것이라 믿는다. 부디, 울산의 이번 시즌이 해피 엔딩이길 간절히 기원한다.

댓글 2

Rolfes 2019.11.26. 18:26
경기 전술을보며 이럴거면 주민규 넣지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던 ㅋㅋㅋ
댓글
푸른별이되리라 작성자 2019.11.27. 00:17
 Rolfes
중계에도 "치고 가! 중앙으로 과감하게!"하는 소리가 잡혔던 걸 보면 김도훈 감독은 중앙의 압박을 스스로 이겨내길 바랐던거 같아요. 하지만 경기의 중요성이나 전북이라는 상대가 주는 위압감을 감안하면 뭔가 선수들이 중앙의 압박을 이겨내고 빌드업을 할 방책을 고안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준비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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