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12월 1일

어쩌면 분석보다는...마음으로 느끼는 게 더 중요해썬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명승부 펼쳐준 네팀, 아니 여섯팀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물론, 12월 1일이 아닌 다른 날에 경기를 한 모든 팀들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이렇게 K리그1도 끝나니 싱숭생숭 하네요ㅠㅠ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6984205&memberNo=6525744

[BY 센터서클] [센터서클 | 서건 대표]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흘러간다. 하지만, 계절은 반복된다. 추운...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흘러간다. 하지만, 계절은 반복된다. 추운 겨울이 가면 포근한 봄이 오고, 포근한 봄이 가면 뜨거운 여름이 온다. 뜨거운 여름이 가면 쌀쌀한 가을이 오고, 쌀쌀한 가을이 가면, 다시 추운 겨울이 온다. 그렇게,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돌면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이 한 번씩 지나가고, 우리는 이를 1년이 지나갔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1년은 다시, 또 다시 반복된다.

    
계절이 반복됨에 따라, 1년 12달 365일이 다시 돌아옴에 따라, 인간은 돌아오지 않는 시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흘러가던 시간 중 작은 점들에 불과했던 두 순간들이 2019년 12월 1일, 그리고 2013년 12월 1일이라는 이름을 얻으며 그들만의 의미를 부여받는 것처럼.
    
12월 1일, 누군가에게는 이번 해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날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휴대폰 대이터가 다시 채워지는 날일수도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그냥 평범한 날일 것이다. 그런데 이 날, 특이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평범한, 12월 1일이 K리그에 있어서는 다른 어떤 날보다도 역사적인 날이다. 2013년, 그리고 2019년에 걸쳐 두 번이나 12월 1일에 극적으로 우승팀이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2013년 12월 1일에는 포항이 울산을 누르며 우승을 차지했고, 2019년 12월 1일에는 전북이 울산을 앞지르며 우승을 차지했다. 데자뷰같은 12월 1일의 모습이었다. 오늘은 2019년 12월 1일, 우승 결정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K리그에 길이 남을 '12월 1일'을 기록해보도록 하겠다.
    
    

#. 2013년 VS 2019년
    
우선, 2013년의 상황과 2019년의 상황을 비교해보자.

 

2013년 12월 1일, 그 순간. (스포티비 캡쳐)

2013년은 울산과 포항의 우승경쟁이 K리그를 뜨겁게 달구던 해였다. 당시 울산은 김호곤 감독의 지휘 아래, 골키퍼 김승규, 사이드백 이용, 미드필더 마스다, 공격수 김신욱과 하피냐를 활용한 철퇴축구로 39라운드까지 1위를 지켰다. 마지막 라운드인 40라운드 포항전을 앞둔 상황, 울산의 승점은 73점이었고, 2위 포항의 승점은 71점이었다. 울산으로선 지지만 않는다면 우승을 차지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거짓말같이 울산은 포항에게 0대1로 패한다. 당시 울산은 김신욱과 하피냐가 경고누적으로 최종전에 결장한 상태에서 ‘걸어 잠구다가’ 결국 후반 추가시간 4분에 김원일에게 결승골을 얻어맞고 만다. 그렇게, 2013년 K리그 클래식 우승컵의 주인은 포항이 되었다.
    
2019년은 울산과 전북의 우승경쟁이 K리그를 뜨겁게 달구던 해였다. 울산은 김도훈 감독의 지휘 아래, 골키퍼 김승규, 사이드백 김태환, 미드필더 믹스와 김보경, 윙어 김인성, 공격수 주니오와 주민규를 이용한 ‘육상부 축구’로 37라운드까지 1위를 지켰다. 마지막 라운드인 38라운드 포항전을 앞둔 상황, 울산의 승점은 79점이었고, 2위 전북의 승점은 76점이었다. 울산은 전북이 이기고, 울산이 패하지만 않으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울산은 포항에게 1대4로 패하고, 전북은 강원에게 1대0으로 승리한다. 울산은 믹스와 김태환이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상태에서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결국 4골을 얻어맞고 만다. 그렇게 2019년 K리그1 우승컵의 주인은 전북이 되었다.
    
너무나 비슷하지 않은가. 최종라운드 전까지 1위를 하던 팀이 울산이라는 것도 똑같았고, 그 팀이 최종라운드에서 지지만 않으면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는 점도 똑같았다. 거기에 최종전 울산의 상대가 포항이라는 것, 즉 최종전에 동해안 더비가 열렸다는 것도 동일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축선수가 최종전에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다는 사실 역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똑같다. 그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라고 쓰여진 포항의 걸개마저 6년의 시차가 있었음에도 그대로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2013년에는 1위와 2위 팀 팬들이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만 시선을 보냈는데, 2019년에는 전주월드컵경기장과 울산종합운동장 두 곳에 시선을 모두 보내야 했던 점 정도가 있겠다.
    
그럼 이정도로 두 해의 비교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2019년 12월 1일을 분석해보도록 하자.
    


   
울산포항 : 동해안더비 (1대4)


#. POINT 1. 우유부단했고, 또 복잡했던 울산
    
울산은 골키퍼에 김승규, 수비라인에 이명재-불투이스-윤영선-정동호, 중원에 박주호, 박용우, 박정인, 윙어에 김인성, 김보경, 최전방 공격수에 주니오를 세웠다. 믹스, 김태환이 경고누적으로 빠진 자리에는 각각 박주호와 정동호가 들어갔다.

울산 선발 라인업

 

울산은 수비수 네 명과 박용우, 박주호를 거치는 정교한 빌드업을 통해 2선에 위치한 김보경, 박정인에게 공을 연결하려 했다. 그리고는 2선 자원들이 공을 돌리며 공간을 확보해 페널티박스 안으로 공을 넣게 했고, 이를 주니오가 받아 골로 연결시키도록 했다.
    
울산의 후방 빌드업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 울산은 2선까지 생각보다 쉽게 전진했다. 그러나 울산은 포항의 중원에 막혀 2선에서 공을 소유하지 못했다. 공격전개가 쉽지 않자 울산은 박주호까지 전진시키며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포항의 중원은 강했다. 울산은 2선까지 공을 쉽게 가져갔으나, 2선에서 공을 빼앗겼고, 포항이 공격전환을 할 때, 박주호는 다시 3선으로 돌아가기 위해 체력소모를 적잖이 겪어야 했다. 분명 체계적인 공격루트를 택했지만결과는 아쉬웠다울산의 전술은 생각보다 너무 복잡했다.
    
이뿐만 아니라 울산은 우유부단했다. 울산은 후반 결승골 실점 이후 부랴부랴 박주호를 빼고 주민규를 투입하면서 4-4-2 형태의 공격을 시도했다. 결과는 아쉬웠다. 주니오와 주민규가 전방으로 이동한 결과, 울산의 2선 자원 중에서 포항의 3선 미드필더들을 뚫을 수 있도록 남겨진 선수는 김보경이 유일했다. 물론 황일수, 김인성이 중앙돌파를 시도하긴 했지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했다.
    
    

#. POINT 2. 일관되고 또 간결했던 포항
    
반면, 포항은 울산과 달리 뚝심이 있었다그리고 간결했다.
    
포항은 골키퍼에 강현무, 수비라인에 심상민-김광석-전민광-김용환, 3선에 정재용, 최영준, 2선에 송민규, 팔로세비치, 완델손, 최전방에 일류첸코를 세웠다. 하창래가 경고누적으로 빠진 자리는 전민광이 채웠다.

포항 선발 라인업

 

포항은 90분 내내 한 전술만을 고집했다. 중원의 정재용과 최영준은 경합을 통해 상대팀의 공을 끊어내고, 짧게 연결하는 데 집중했다면, 수비라인은 정재용, 최영준의 패스를 받아 공을 전방으로 길게 연결해주는 데 집중했다. 전방의 팔로세비치, 일류첸코, 송민규, 완델손은 길게 넘어오는 공을 받아 울산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사실, 너무나 간단한 전술이었다. 물론, 누군가는 이를 고급스럽지 못한, 투박한 전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은 한 가지를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울산과의 최종전에 가장 맞는 전술은 바로 이 전술이라는 것이다압박과 몸싸움이 특히 심한 K리그에서, 그것도 비가 오는 최종전 날에, 주축 선수들이 빠진 채로 후방에서의 정교한 빌드업을 고집하는 울산의 선택은 무모했다. 반대로 포항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현명했다.
    
결국, 김기동 감독의 전술은 적중했고, 포항은 울산의 공격을 막고, 완델손, 일류첸코, 허용준, 팔로세비치의 골에 힘입어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 POINT 3. 믹스와 김태환의 결장
    
울산으로서는 믹스와 김태환의 결장이 너무도 뼈아팠다. 이들은 실제로 지난 10월 6일 열린 동해안더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준 바 있었다. 당시 믹스는 울산을 골을 만드는 중요한 패스를 찔렀었고, 김태환은 골을 마무리지었었다.
    
믹스는 좋은 피지컬과 창의적인 패스를 바탕으로 중원 장악에 큰 도움을 주는 미드필더다. 울산 공격전개의 핵심인 김보경은 2선이나 측면에 위치한다. 때문에 공을 내려와서 받는다면, 울산은 공격전개 자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믹스는 3선에 위치하면서도 자주 전진하면서 후방에서 2선까지 공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준다. 이 덕에 김보경은 더 편하게 상대 진영을 휘젓고 다닐 수 있는 것이다. 또, 믹스는 연계능력 뿐 아니라 전방에서의 마무리 능력과 수비능력도 나쁘지 않은 선수다. 그렇기에, 울산으로서는 믹스 한 명이 좋은 공격 옵션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특급 용병 믹스가 결장한다는 것은 울산에게 큰 악재였다.
    
울산은 궁여지책으로 박주호의 중원기용을 택했다. 그러나 박주호는 믹스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주호는 ‘본업’인 사이드백에 익숙해져 중원싸움에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고, 결국 울산은 포항의 압박에 무너져 내렸다.
    
김태환의 결장 역시 울산에게는 큰 악재였다. 울산의 가장 강한 공격루트는 오른쪽 측면이다. 오른쪽 측면의 김태환과 김보경의 콤비플레이는 울산의 전매특허 전술이다. ‘치타’라고 불리는 김태환과 EPL 출신 김보경이 만나 오른쪽 측면을 헐어놓으면 상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실점할 수밖에 없었다. 김태환이 김보경에게 공을 주고 빠르게 오버래핑하면, 김보경은 중앙으로 공을 들고 들어가며 상대 측면수비가 자신에게 달라붙도록 했다. 그리고는 다시 측면의 김태환에게 공을 연결했다. 그렇게 김태환이 측면에서 자유롭게 공을 잡으면, 이미 상대 수비는 균열이 생긴 상태로 김태환의 크로스를 막아내야 했다. 김태환의 결장으로 울산은 가장 효과적인 공격루트를 잃게 되었다.
    
울산은 정동호를 김태환 대신 출전시키면서 김태환의 공백을 최소화하려 했다. 그러나 정동호는 김보경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지 못했고, 울산은 오른쪽 측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 POINT 4. 영일만 캉테그리고 봉동 캉테, 최영준
 

전북현대 페이스북, 포항 스틸러스 페이스북

 

포항은 전북에서 6개월 임대를 통해 데려온 최영준을 중원에 기용하면서 묘한 포항-전북’ 동맹을 만들어낸다. 2018시즌 K리그 베스트11에도 뽑힌 최영준은 원소속팀과 현소속팀 모두를 위해 최종전을 치렀다. 최영준은 믹스가 빠진 울산의 중원을 완벽히 통제하면서 포항의 4대1 승리, 그리고 전북의 우승을 견인했다.
    
최영준은 공격형 미드필더 팔로세비치가 공격적인 위치까지 올라감에 따라 넓어진 중원을 정재용과 함께 컨트롤해야 했다. 굉장히 어려운 미션이었지만, 최영준은 해냈다. 이는 김기동 감독이 최영준의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최영준은 좌우 전환은 아쉽지만, 커팅과 순간적인 탈압박에 있어 좋은 능력을 보인다. 그렇기에 김기동 감독은 최영준을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형태로 기용하면서, 좌우전환은 수비라인 및 정재용에게 맡겼다. 이 점은 내년 최영준을 다시 품게 될 전북의 모라이스 감독이 분명 생각해야할 부분이다.
    
    

#. POINT 5. 결국, 집중력
    
울산과 포항의 동해안 더비는 물론 전술적인 대결 위에서 그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결국 골은 집중력의 차이에서 나왔다. 특히 이 경기는 더욱 더 집중력이 결과를 좌우했다.
    
포항의 선제골을 돌이켜보면, 윤영선의 판단이 아쉬웠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윤영선은 경기 초반부터 오른쪽으로 치고 나가면서 전방에 공을 연결했다. 송민규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송민규는 윤영선의 경로를 예측했고, 공을 탈취해 팔로세비치에게 연결했다. 이는 윤영선의 판단력 및 집중력 부족에서 나온 골이었다. 지난 전북과의 원정경기, 우라와 레즈와의 16강 2차전에 이어 또 윤영선은 중요한 경기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울산의 동점골 역시 결국 김광석의 집중력 부족에서 나왔다. 박용우가 빼앗을 공을 김보경에게 연결하는 순간, 김광석은 주니오가 돌아뛰는 것에 대비해야 했다. 그러나 김광석은 주니오를 확실히 마크하지 못했고, 결국 넘어지면서 주니오에게 뚫려버리고 말았다.
    
포항의 결승골도 울산의 집중력 부족에서 나왔다. 이 골은 지난 2013년 12월 1일 후반 추가시간 4분에 나온 골과 굉장히 유사했다. 코너킥 이후 울산은 포항에게 세 번이나 슈팅을 허용한다. 순간적인 집중력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포항의 정재용, 전민광, 일류첸코가 슈팅을 하는 동안 울산은 어떠한 것도 하지 못했다.
    
허용준의 추가골도 결국엔 김승규의 집중력 부족 때문에 들어가 골이었다. 김승규는 올 시즌 울산에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결국 마지막 순간에는 울산에게 너무나 아쉬운 장면을 만들고 말았다. 김승규의 ‘그 드로잉’은 울산에게는 영원히 잊고 싶은 기억이 될 것이다.
    


   
전북강원 : (1대0)


#. POINT 1. 진인사대천명
    
꾸미는 것은 사람이되, 이루는 것은 하늘이다. 전북은 강원을 이겨놓고기적을 바래야 했다.
    
전북은 골키퍼에 송범근, 수비라인에 김진수-권경원-김민혁-이용, 중원에 손준호, 정혁, 이승기, 윙에 로페즈, 문선민, 최전방에 이동국을 배치했다. 신형민의 결장, 문선민의 복귀 말고는 크게 변화하지 않은 라인업이었다.
    
다만신형민의 결장문선민의 복귀로 인해 전북의 전술적으로 약간의 변화를 가져갔다우선, 신형민이 결장했기에, 손준호와 정혁이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서면서 강원의 공격을 막았다. 또한 전방에서는 문선민과 로페즈의 역할이 약간 달랐다. 왼쪽 윙 로페즈는 김진수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 2선에 머무르면서 공격을 시도했다면, 오른쪽 윙 문선민은 최전방까지 올라가 전방압박을 시도했다. 이는 직전 경기 울산전에서 오른쪽 윙으로 출전한 이승기가 2선에 머무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문선민의 전진배치에 따라 오른쪽 풀백 이용 역시 어느 정도 높은 위치에서 공격을 했고, 손준호의 경우 평소보다 더 많은 공간을 커버해야했다.

전북 선발 라인업

 

전북은 울산전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고군분투하면서 공격을 전개했으나, 전방에서의 연계가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동국과 2선 자원들 사이의 연계가 완벽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결과 2선에서 최전방으로의 안정적인 연결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강원을 맞은 전북의 최종전 경기력은 2019시즌 전북현대가 보여준 모습에 비해서 분명 아쉬웠다.
    
    

#. POINT 2. 2019시즌 마지막 병수볼
    
강원은 이미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실패가 확정되었기 때문에, 경기 승리가 큰 의미가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강원의 자존심, 그리고 파이널A 최하위 탈출을 위해서 끝까지 뛰어야 했다.
    
강원은 골키퍼에 이광연, 수비라인에 나카자토-윤석영-김오규-이호인, 중원에 이영재-한국영-이현식, 전방에 최치원-정조국-신광훈을 배치했다. 포메이션은 4-3-3. 강원의 선발라인업 중 가장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사이드백 신광훈의 전진배치였다. 본래 오른쪽 사이드백으로 출전해 중원사움에 힘을 보태던 신광훈이 최전방에 배치된 것이다.

신광훈은 실제로 '최전방'에 배치되지는 않았다. 다만 신광훈은 오른쪽 사이백인 이호인 바로 위에서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면서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 위치한 이현식의 공격가담을 보조했다.
    
이외의 전술은 강원이 2019시즌 동안 보여준 전술과 대동소이했다. 강원은 전매특허 병수볼을 통해 전북을 공략하려 했다. 병수볼의 핵심인 한국영은 2선과 3선을 오가면서 선수들간의 연계를 도왔다. 그리고 한국영의 연계플레이 덕에 이영재와 이현식의 숨통이 트였고, 강원은 전북과 대등한 중원싸움을 가져간다. 이를 토대로 강원은 양측 윙의 깊숙한 돌파와 풀백의 중원싸움가세를 시도했다.

강원 선발 라인업

 

다만강원의 신광훈 전진배치는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신광훈은 이현식의 공격가담을 확실하게 돕지 못했고, 로페즈의 측면돌파를 확실하게 막지 못했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신광훈은 최치원과 자리를 바꿔가면서 지속적으로 공격을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공격기회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결국 후반전 사이드백 이호인이 빠지고 윙어 강지훈이 투입되면서 신광훈은 평소처럼 사이드백에 위치하게된다.
    
    

#. POINT 3. 로페즈, 전북의 소화제
    
소화가 안 될 때 소화제를 먹듯이전북은 공격이 안풀릴 때로페즈를 믿는다로페즈는 홀로 상대 진영까지 드리블해 기회를 창출해내는 능력을 가진 선수다. 그래서 별명도 ‘로자룡(로페즈+조자룡)’이다.

전북현대 홈페이지

 

이번 경기에서도 ‘로자룡’의 존재는 빛났다. 전방으로 연결하는 공이 번번이 한국영에게 끊기면서 전북은 공격전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 로페즈는 홀로 전방까지 치고들어가면서 강원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전반 39분에도 로페즈는 순간적인 드리블로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이 프리킥은 결국 골로 연결되었다.
    
어쩌면 너무 투박하고 단조로운 드리블처럼 보일지 모르는 로페즈의 드리블. 하지만 로페즈는 185cm의 준수한 피지컬에 빠른 발을 통해서 투박하고 단조로운’ 드리블을 투박하고 단조롭지만 결코 막기 힘든 드리블로 재창조해냈다.
    
    

#. POINT 4. 골키퍼가 차이를 만든다
    
전북의 송범근 골키퍼는 올 시즌 전 경기(38경기)에 출장했고, 단 32점만을 실점했다. 경기당 0.85실점, 실로 놀라운 기록이다. 특히 올 시즌에는 김민재가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함에 따라 헐거워진 수비를 데리고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물론, 영플레이어상 후보군이 워낙 탄탄해 영플레이어상 수상 여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올 시즌 송범근의 모습을 고려한다면, 송범근의 영플레이어상 수상은 결코 놀랍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도 송범근은 빛났다. 송범근은 후반 30분 김현욱의 슈팅을 선방해냈다. 올 시즌 전북은 32개의 실점 중 12실점을 후반 30분 이후에 허용했다. 15분 동안 전체 실점의 3분의 1이상을 실점한 셈이다. 그렇기에 '후반 30분' 송범근의 선방은 전북에게 큰 고비 하나를 넘기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반면, 강원의 골키퍼 이광연은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올 시즌 이광연은 최종전을 포함해 8경기 19실점을 기록했다. 이제 막 프로에 진입한 선수이고, 시즌 중 골키퍼 김호준의 부상, U22 선수인 김지현의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기용되었기에 분명 '이게 다인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올 시즌의 이광연을 냉정히 평가했을 때, 아쉬운 판단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이번 전북과의 경기에서도 이광연은 골 장면에서 공을 쳐내지 못하는 모습 뿐 아니라, 코너킥 장면이나 세트피스 장면에서 골대를 비우고 나오고도 공을 처리하지 못하는 장면을 보였다. 이광연으로서는 분명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U-20 월드컵 준우승에 빛나는 이광연이 발전을 거듭해 프로에서도 통하기를 응원한다.
    
    

#. POINT 4. 드디어 성공한 모라이스식 버티기’
    
올 시즌 모라이스 감독은 전북의 문화이자 자랑인 ‘닥공(닥치고 공격)'을 이어나가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물론 수치상으로 전북은 72득점으로 리그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북 팬들이 주장하는 ‘닥공’은 단순한 득점 수로 계산하는 게 아니다. 전북 팬들에게 닥공은 '이기고 있더라도 한 골 더 넣으려는 전술'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모라이스 감독의 전술은 전북 팬들의 성에 차지 않을 수밖에 없다. 모라이스 감독은 골을 넣은 후템포를 죽이고 수비를 탄탄히 하는 전술을 가져갔기 때문이다그리고 이러한 모라이스 감독의 전술적 선택은 ‘선제골 득점 후 동점골 허용’이라는 좋지 않은 레파토리로 이어졌다. 팬들은 이러한 전북의 무기력한 모습을 비판했고, 일각에서는 ‘모라이스 경질’을 외치는 팬들까지 나타났다.
    
그럼에도 모라이스 감독은 자신의 전술적 신념을 지켰고, 결국 동점골을 허용하지 않고 승리를 거두는 데 성공한다. 강원의 파상공세를 막아낸 것이다.
    
다만중요한 건 앞으로 모라이스 감독의 태도다. 물론 이번에는 모라이스 감독이 전술이 성공적으로 통했다. 그러나 올 시즌 전체를 봤을 때, 모라이스 감독의 ‘득점 후 내려서기’ 전술은 결코 성공적이지 못했다. 결코 모라이스 감독은 이 한 경기 승리로 자신의 전술에 심취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전북의 우승으로 K리그정규리그가 끝났다전북은 7회 우승으로, K리그 최다우승팀으로 발돋움했다(공동 1위 성남FC). 또한 K리그 통산 세 번째 3연패에도 성공했다울산은 K리그 통산 여덟 번째 준우승을 거두게 되었다.
    
12월 1사람마다 이 날을 받아들이는 감정은 다를 것이다그러나 K리그에게 12월 1일은 역대급 사건이 두 번이나 일어난 기념비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다또한 12월 1일은 전북과 포항 팬들에게는 짜릿한 추억으로울산 팬들에게는 기억하기 싫은 악몽으로 남을 것이다이렇게 K리그는 또 하나의 역사를또 하나의 감동을또 하나의 슬픔을또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댓글 14

고철타카 2019.12.02. 08:38
하창래 자리는 전민광이 채웠어요. 원래 김광석은 주전
댓글
고철타카 2019.12.02. 08:41
 아시아챔프케리그
감사합니다. 잘 읽었어요!! 쓰시느라 고생하셨어요
댓글
달리 2019.12.02. 08:39
울산도 울산인데 포항이 준비를 너무 잘했으
댓글
Soreg 2019.12.02. 10:54
오른쪽 사이백인 이호인 ㅡ> 오른쪽 사이드백인 이호인

이광연이 뛰쳐나왔다가 확실히 처리를 못하는 장면은 전에도 봤던거 같은데 아직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네여

경험치 먹인만큼 잘 해야 할 텐데
댓글
goodplum 2019.12.02. 18:07
 Soreg
가지가지 하고 있지
뛰쳐나왔다가 처리 못하거나
남들은 뛰쳐나오는 공인데도 보고 있다가 먹히거나
댓글
밍구리가간다 2019.12.02. 15:09
동해안더비 point5 중
윤영선 볼 뺏은건 팔로세비치가 아니고 송민규가 뺏은 후 팔로세비치에게 패스->팔로세비치 슈팅이 블투이스 맞고 완델손에게 굴절->완델손 마무리 입니다.
댓글
아시아챔프케리그 작성자 2019.12.02. 18:17
 밍구리가간다
헉...등번호가 26, 29라 헷갈렸습니다ㅠㅠㅠ 수정하겠습니다
댓글
밍구리가간다 2019.12.02. 18:20
 아시아챔프케리그
팔로세비치는 윤영선의 경로를 예측했고, 공을 탈취해 팔로세비치에게 연결했다

이것도 수정하심 멋쟁이
댓글
아시아챔프케리그 작성자 2019.12.04. 13:51
 밍구리가간다
앗 확인해보니 팔로세비치가 공을 뺏은 게 맞습니다! 숫자도 26, 29에 비가 와서 머리스타일도 비슷해보여 진짜 헷갈리는 장면이네요ㅠㅠ 지금 펨네 수정이 안되가지고, 원글 링크에서는 수정을 완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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