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미리 시즌 결산)비참했지만 아름다웠던 경남의 2019년

지난 시즌 우리는 말컹-최영준-박지수로 이어지는 리그 최상급 척추라인을 앞세워 리그 2위를 차지했습니다. 가운데서 끊어주고 뒤에서 막아주었으며 앞에선 확실하게 매듭을 지어주었습니다. 성공적인 시즌이 끝나고 그들은 동시에 팀을 떠났습니다. 핵심 3인방이 떠나고 우리는 그들의 공백을 룩, 조던 머치, 이광선 등 20여명의 선수로 메우려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메우지 못했고 뒤에서 2등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1. 희(喜,기쁨)

 예상보다 훨씬 처참했던 올 시즌, 다행히 경남 팬들에게도 아름다운 기억은 있습니다. 예상했겠지만 바로 ACL입니다. ACL 첫 경기에서 창원축구센터에 있던 영문 안내문과 ACL 간판은 저를 비롯한 많은 경남 팬들을 설레게 했습니다. 경기장 전광판에서 영문 자막을 보고 새로 오신 장내 아나운서분께서 영어로 여러 설명을 해주실 때의 설렘은 여전히 잊지 못합니다.

 

설렘은 홈에서 열린 3경기 내내 이어졌습니다. 비록 산둥 루넝과 비기고, 가시마 앤틀러스에 치욕을 당했지만 그 경기들의 기억은 이미 잊은 지 오래입니다. 경기 결과에 울고 웃었지만 그것들을 모두 덮을 만큼 ACL은 제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TV로 지켜본 쿠니모토의 눈물 역시 여전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물론 홈과 원정에서의 값진 승리의 기억도 말이죠. 그만큼 ACL은 제게 너무나도 소중한 설렌 기억입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최대한 빨리 다시 한 번 ACL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그때는 경험을 넘어 성과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2. 로(怒, 노여움)

이번 시즌 통틀어 가장 분노했던 경기는 아무래도 홈에서 열린 가시마 앤틀러스와의 ACL경기입니다. 우리는 먼저 2골을 넣고도 3골을 연달아 내주며 역전패했습니다. 그것도 10명이 뛴 팀을 상대로. 날씨가 좋지만은 않았던 그날, 꼭 이겨야만 했던 (우리만의) 한일전에서 당한 통한의 역전패는 홈 관중들을 화나게 했습니다. 저도 화를 많이 냈습니다. 주변에 욕을 하시는 분들도 계셨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다들 순둥순둥하셔서 그런지 대부분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신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화를 많이 냈다고 말했지만 사실 저의 분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누구보다 이 경기를 기다렸고 22명의 선수 가운데 단연 군계일학의 실력을 뽐낸 쿠니모토가 분노를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경기종료 휘슬이 울린 뒤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입고 있던 유니폼마저 벗어던지는 그의 심정을 알기에 저는 더 이상 분노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분들처럼 우리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그날의 기억을 날려버리려 노력했습니다. 다음 맞대결에서 쿠니모토의 결승골에 힘입어 복수에 성공한 것도 그날의 아픔을 잊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선거 유세랍시고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과는커녕 자신의 잘못을 인정조차 않던, 짐승만도 못한 어느 XXX와 관련된 사건은 경기 외적인 사건이라 제외

 

3. 애(哀, 슬픔)

많은 축구팬들이 그렇듯 저 역시 우리 팀이 경기에서 졌다고 슬프진 않습니다. 심판 오심으로 졌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대개 슬픔보다는 울화가 치밀고 엄청난 짜증이 밀려올 뿐입니다. 하지만 선수들의 부상은 언제나 가슴이 아픕니다. 경남은 올해 무엇 때문인지 거의 모든 선수들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시즌 초반 (팬심 듬뿍 담아) 탈K리그급 실력을 뽐내던 쿠니모토와 지난해 언성히어로였던 네게바가 쓰러졌습니다. 네게바는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 통보를 받고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쿠니모토는 빠르게 복귀했지만 햄스트링이 재발하며 오랜 기간 자리를 비웠습니다. 남다른 클라스를 보여주던 조던 머치는 잦은 부상에 향수병까지 겹쳐 계약을 해지해야 했습니다. 유럽 명문구단 출신으로 기대를 모았던 룩 역시 부상에 시달렸고 경기장에서 특출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네게바의 대체자인 오스만 역시 네게바와 똑같이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외국인 선수들이 계속해서 근육부상을 당하자 훈련 프로그램을 지적하는 팬들과 언론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어찌됐던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자리를 비우자 우리는 당초 기대하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김승준을 비롯한 일부 국내선수들은 혹사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조재철, 안성남 등 대체선수들이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경남 팬들은 더 깊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외국인 선수 못지않게 국내선수들 역시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좀처럼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습니다. 최후방 수비수와 최전방 스트라이커 역할을 병행하던 부주장 이광선은 경기 중에 손가락 골절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국내외 선수들의 끊이지 않는 부상과 부진 속에 경남은 결국 리그 11위로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시즌이 완전히 끝난 뒤 훈련과정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누가 경남의 유니폼을 입을지, 우리가 어떤 리그에 뛸지 아직 모르지만 내년에는 모든 경남 선수들이 부디 부상 없이 건강하게 시즌을 치렀으면 좋겠습니다.

 

4. 락(樂, 즐거움)

지난 봄, 경남은 극장골 전문가였습니다. 홈에서 열린 대구전과 전북전에서 연이어 극장골을 터뜨리며 승점 4점을 쌓았습니다. 특히 전북전에는 0-3으로 뒤지다 극적으로 승점 1점을 따냈습니다. 수원전에서도 극장골로 승점을 쌓았습니다. 이 경기도 3-3이었습니다. 이때 슈퍼서브로서 위용을 떨친 우리 주장 배기종이 오랜만에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때부터 길고 긴 20경기 무승이 이어지긴 했지만 그의 극장골은 스코어에 상관없이 창원축구센터를 찾은 홈 관중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막판 실점도 많았습니다. 아까 쓴 가시마전도 다 막판 실점이었습니다. 극장골에 울고 웃은 2019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올해 우리 선수들 덕분에 참 행복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난 주말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우리 팀에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제게 큰 기쁨을 준 우리 팀에 비난을 퍼부은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고 며칠 뒤에 또 욕할 수도 있음)

 

그리고 이제...

 

우리는 지난날의 희로애락을 뒤로 하고 부산 아이파크와 벼랑 끝 승부를 펼쳐야합니다. 절체절명의 피 말리는 승부를 앞둔 우리 선수들이 조금만 더 힘을 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반드시 기필코 살아남아야 합니다. 팬들의 기대와 바람이 선수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부담감이 자칫 경기를 더 힘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부담감보다 더 크게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다가오는 경기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실점을 허용하더라도 고개 숙이지 말아주십시오. 실수와 실점을 만회할 기회를 우리가 다시 만들면 됩니다. 2골 먹히면 3골 넣으면 되고, 4골 먹히면 5골 넣으면 됩니다. 자신감을 잃지 마십시오. 12월 8일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혼신의 힘을 쏟아주세요.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팬들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댓글 6

킹남 2019.12.02. 21:15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큰 시즌이었음 (이번시즌 모든경기 홈참석)..실망이 노여움이되지않도록 부디 열심히 했으면 해 상식적인라인업과 함께
댓글
창원축구센터 작성자 2019.12.02. 21:18
 킹남
성남전 인천전보니까 선수들은 열심히 하는게 보이더라 문제는 감독이 뭘 준비했는지 안보인다는거지.. 지금에서라도 제발 뭘 준비했는지 보여줬으면 좋겠다
댓글
챔경남 2019.12.02. 21:29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다가올 po에 최선을 다하긴 바래야겠지 그런데 강등을 당하니마니하는 이시국에 팀분위기 흐리는 선수가 있다던데 진짜라면 잔류 강등에 관계없이 내쳐야하지 않을까 싶음 수비뎁스 조졌으면 조졌지 여성해 다신 보기 싫은거처럼
댓글
창원축구센터 작성자 2019.12.02. 22:21
 챔경남
여성해 제발 양심이라는게 있으면 알아서 꺼지길. 있었으면 애초에 경남에 2번이나 오지않았겠지만ㅋ

그리고 팀분위기 흐린 선수는 조져야 마땅하지만 팀 분위기 흐린 선수가 진짜 루머 속의 그 어린 선수일까싶다 난. 불과 바로 앞경기까지 잘 뛰어놓고 이제와서 분위기를 흐릴 일이 있나. 시간의 흐름과 간격을 봤을 때 이해가 안됨ㅋㅋ물론 그게 사실이라면 당장 쳐내는게 맞고.
댓글
쁘로빠시아맨 2019.12.03. 10:24
이번주는 둘 다 쌔빠지게 뛰고, 내년은 안되지만 내후년에는 둘 다 개축에서 만나도록 하자 제발
댓글
창원축구센터 작성자 2019.12.03. 15:06
 쁘로빠시아맨
여기까지 온 이상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말마따나 쎄가 빠지게 후회없는 경기 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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