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푸른치의 울산이바구] 처참했던 마지막: 38R 동해안 더비 리뷰

블로그 링크: https://ludozing.blogspot.com/2019/12/38r.html

 



 

할 말이 없다

  무어라고 글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굳이 필자 본인을 포함한 울산 팬들에게 또 한 번의 아픔을 주는 건 아닌가 싶어, 사실은 이번 리뷰를 쓰고 싶지 않았다. 경기 다시보기를 돌려볼 때마다 화가 나고,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였다. 유종의 미조차 거두지 못한 경기였지만, 리뷰를 쓰기로 했다. 또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쓴다. 2019시즌 마지막 라운드 동해안 더비의 간략한 리뷰이다.


 

대책 없는 감독, 대책 없는 팀

  수많은 변수가 있었던 경기였다. 핵심 선수였던 믹스와 김태환이 경고 누적으로 나오지 못했고, 박주호와 정동호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경기 며칠 전부터 수중전이 예고된 날이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모든 것을 떠나 '동해안 더비'. 중요한 타이밍에 발목 잡기로 유명한 라이벌전이었다.
  그러나 울산의 경기 내용은, 요약하자면 '하던 것을 했다'였다. 우승을 결정지을 마지막 경기, 그것도 오랜 라이벌과의 더비 경기에 대비해 특별히 달라진 점이 없었다. 그 '하던 것'에 중심축이었던 믹스가 나오지 못하는 경기였지만, 울산은 하던 것을 했다. 김보경과의 호흡이 가장 좋았던 김태환이 나오지 못하는 경기였지만, 울산은 하던 것을 했다.

  울산은 라볼피아나, 변형 백쓰리를 활용한 후방 빌드업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포항의 압박에 고전하며 쉽사리 패스의 활로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표현이지 않은가? 필자는 지난 서울전 리뷰에서도, 전북전 리뷰에서도 비슷한 표현을 사용했었다. 울산은 이번 경기에서도 후방 빌드업을 공격 전술의 기반으로 삼았다. 그러나 여전히 백쓰리로부터 중원으로 향하는 패스 전개에 애를 먹었고, 중원에서의 플레이를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사실 당연한 결과였다. 믹스가 있을 때도 힘들던 공격 전개였다. 박주호가 있다고 쉬워질 리 없었다. 선수들이 다른 움직임을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백쓰리와 전방 자원들의 간격은 여전히 멀었고, 그 중간지점에 있던 믹스가 박주호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선수들은 여전히 안전 지향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니 지난 주 전북전에서 안됐던 것이 한 주만에 되길 바라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과 다름없었다.

  결국 울산의 백쓰리는 긴 패스를 시도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실패하는 과정 또한 변한 것이 없었다. 울산의 최전방 공격수는 여전히 공중볼에 약한 주니오였다. 세컨드 스트라이커 자리에 박정인이 가세했다고 해서 공중볼 다툼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수비 또한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울산은 4-4-2 형태의 지역 방어를 고수했다. 중원 지역에서의 압박이 부족했고, 그 점을 보완할 만큼 수비에 특화된 수비형 미드필더 자원은 없었다. 포항은 템포 빠른 패스로 울산의 수비 블록을 휘저었고, 울산은 그 공격을 쉽게 저지하지 못했다.

  울산은 대책이 없었다. 핵심 선수의 결장으로 공격 전개에 문제가 생길 것을 예상했다면, 다른 공격 전개 방법을 마련했어야 했다. 짧은 패스로 풀어나가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면, 긴 패스 공격 전개에 적합한 선발 명단을 구성했어야 했다. 하다 못해, 우리 플레이가 어려울 것 같다면 상대도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했어야 했다.
  하지만 김도훈 감독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실수의 무게

  윤영선의 실수와 포항의 전방 압박이 맞물렸던 것이 첫 실점이었다. 김광석의 실수로 주니오가 동점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서로 실수 한 번씩을 주고 받은 모습이지만, 경기의 중요성을 생각했을 때 타격이 큰 쪽은 울산이었던 것 같다.

  포항의 결승골이었던 일류첸코의 골은, 흔들린 울산의 멘탈을 그대로 드러낸 장면이었다. 포항은 코너킥 상황에서 3번의 슛 시도 끝에 득점에 성공했다. 세트피스 혼전 끝에 득점. 낯설지 않은 장면이었다. 6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이번 경기의 전반전에도 이런 장면이 있었다.
  주니오의 동점골 직후 울산은 코너킥 장면에서 골을 허용했다. 다행히 VAR로 일류첸코의 파울이 선언되며 취소된 실점이었지만, 슛을 시도할 때까지 내버려두었다는 점은 울산의 수비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방증했다. 후반전, 비슷한 장면이 나왔을 때까지도 울산의 수비 집중력은 개선되지 않았다. 김승규가 두 번이나 선방을 해줬지만, 일류첸코가 마지막 슛을 할 때까지 울산의 수비는 연속된 3번의 슛을 방해하지 못했다.

  다시 리드를 가져온 포항은 라인을 내리며 수비를 공고히 했다. 마음이 급해진 울산은 박주호를 빼고 주민규를 투입했다. 교체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압박에 밀려 빌드업이 되지 않았고, 드디어 상대가 압박 강도를 낮췄는데, 빌드업을 포기한 꼴이었다.
  중원 장악을 포기했으니 울산에게 남은 것은 빠른 템포의 공격 뿐이었다. 그리고 그 빠른, 혹은 '급한' 템포에서 또 한 번의 실수가 나왔다. 1-3. 우승이 멀어지는 순간이었다.

  잃을 게 없었던 포항과 모든 것을 걸었던 울산에게 실수의 무게는 너무나도 달랐다. 포항은 실수를 털고 일어나 제 플레이를 이어갔고, 울산은 실수를 극복하지 못하고 흔들렸다. 실수로 흔들린 멘탈은 또 다른 실수로 이어졌고, 그 실수들로 울산은 한 시즌의 결과를 그르쳤다.


 

때론 나를 웃게 만들고, 때론 나를 울게 해도

  결국 울산은 이번에도 우승하지 못했다. 14년만의 우승은 이뤄지지 못한 채, 그 햇수만 더하게 되었다.
  솔직히 아직도 지난 경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겠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머릿속이 텅 빈 것같기도, 복잡한 것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간은 흐른다. 이번 시즌의 아픔은 뒤로하고 또 다시 도전해야만 한다. 6년 전 그 날 이후처럼 또 한 번의 암흑기를 겪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 때 우리는 암흑기를 견뎌냈고, 다시 한 번 왕좌에 도전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SPO 르포] "드라마 만들어줬는데. 우리는 아프네요" 울산은 도망치지 않았다


  경기 다음 날, 시상식에 참가했던 우리 선수들도 우리와 같은 마음이었다고 믿는다.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다음 시즌, 또 다시 도전할 울산을 믿는다.

  길었던 시즌이 끝났다. 결과는 좋지 못했지만, 한 시즌 동안 노력해준 선수들과 구단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온 힘을 다해 응원했던 서포터분들께도 감사와 존경을 전합니다.
  끝으로, 개인적으로 마음에 위안이 되었던 김보경 선수의 MVP 수상 소감을 덧붙이며 이번 시즌 경기 리뷰를 마칩니다. 그 동안 2019시즌 경기 리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시즌에 뵙겠습니다.
 

 

 울산현대 팬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또 죄송합니다.
어제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요.
모든 분들이 2등을 기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2등을 기억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죠.
울산현대 선수들, 스태프, 팬분들...
저희가 올해 정말 잘했다고 모두들 말했었는데,
(다들) 한 경기로 모든 걸 실패했다고 말하고 계십니다.
저는 올해 (성적이) 실패가 아니라,
올해 거둔 2등을 그냥 실패로만 생각한다면 정말 실패가 되고,
올해 얻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모든 것을 내년을 준비하는 데 쓴다면,
팬분들도 응원해주실 거고 K리그도 더 재밌어질 거고 선수들이나 울산 현대도 더 강해진다고 믿고 싶습니다.
울산현대가 내년에는 더 좋은 팀으로, 우승경쟁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을 부탁드리고,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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