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삼류축구 꺼져

 

무능한 선장의 배, 언젠가는 또다시 침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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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놓쳤다. 비가 내렸다. 우산을 힘없이 어깨에 걸치고 가만히 빈 운동장만 내려봤다. 사실 불길한 기운은 애초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그 우려가 현실이 됐음을 믿고 싶지 않았다. 고개를 쳐 박고 튀는 물방울만 잠자코 셌다. 2001년, 축구의 재미를 알았다. 2005년, 정상의 기쁨을 처음 느꼈다. 2012년, 직접 북소리를 울리며 더 높은 세상이 있음을 배웠다. 기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마디마다에서 무수하게 넘어지고 미끄러졌다.

오랫동안 많이 답답했다. 2013년까지 당장의 승리만을 위해 베테랑 위주의 선수단을 구성했다. 다만 마지막 한 계단을 오르지 못했다. 그 다음 시즌 선임한 감독은 프로감독 경력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 감독이 클럽을 위해 할 일은 미래를 위한 리빌딩이었다. 하지만 저질렀던 짓은 실업축구에서 선수를 데려오는 것. 시즌 초반 세트피스로 우겨넣은 골들로 연전연승하기는 했다. 하지만 축구장에서 직접 본 그 축구는 오합지졸 자체였다. 스쿼드는 점차 와르르 무너졌다.

한 치의 예상도 빗겨나가지 않고 몰락했다. 이어서 부임한 윤정환. 사람들은 그의 축구를 지나치게 수비적이라며 욕했다. 그러나 부임 초 자신의 페르소나가 제 컨디션을 유지할 시점의 그의 축구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무슨 축구를 하고 싶은지 철학이 보였다. 물론, 고집이 너무 강했던 점은 아쉬웠다. 유연함이 부족했던 탓에 꺾여버렸다. 사실 그의 실패는 전임감독의 잘못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망가진 선수단으로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새로운 감독이 부임했다. 하위 팀에서 경질 당했던 감독, 김도훈.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첫 시즌에 FA컵을 우승했다. 하지만 분명히 문제가 많았다. 첫째, 기본적인 경기 흐름 파악이 늦거나 놓쳤다. 둘째, 상황대처를 위한 부분전술이 없었다. 셋째, 경기력 좋은 어린 선수를 믿지 못했다. 앞선 두 가지 문제 해결을 위해 구단은 외국인 전술코치까지 붙여줬다. 세 번째 문제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휘어잡은 듯 보였다.

프로의 세계에서 운은 절대 한 번 이상 반복되지 않는다. 외국인 전술코치가 떠나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대부분’ 비기거나 졌다. 김보경, 믹스, 박용우라는 미드필더를 가지고서 약팀에게조차 중원을 장악 당했다. 중원의 전략전술은 전무했다. 공은 (생각도 안 하고 상대 선수가 많은 사지로 드리블 하는) 윙어들이 운반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어떤 생각으로 이런 축구를 하는지 비디오 틀어놓고 물어보고나 싶다. 90년대 틀딱축구.

홈에서 역전 당해 탈락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백분 이해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어떤 일이든 일어나는 게 토너먼트니까. 하지만 경기들을 제대로 복기나 하는지 묻고 싶다. 상황에 대한 고민없이 경기가 답답해지면, 중앙 미드필더를 빼고 스트라이커를 넣는다. 상대는 중원을 더욱 두텁게 쌓는다. 매우 어렵게 게임을 한다. 선수 능력이 빛을 발하면 이겼으나, 대개는 전술적으로 완벽하게 졌다. 꼼수를 상대가 정수로 받아내면 대책은 없다. 그래서 큰 경기에서 모조리 넘어졌다.

 

시즌 내내 이러했다. 시대흐름에 뒤떨어진 축구는 진절머리가 난다. 모기업이 현대가라서 어쩔 수 없다고 백날 자위하지만, 이제 이딴 공놀이를 볼 바엔 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다. 차라리 눈을 돌려, 2부 리그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감독들의 축구가 투박하긴 해도 보는 맛은 있다. 현대 축구의 흐름을 나름대로 따라가고자 애쓰는 게 엿보이기 때문이다.

 

울산의 축구는 다시 기로에 섰다. 우승을 위해 ‘허튼 데’ 돈을 갖다 박은 결과, 리빌딩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시 암울한 시대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올해의 결과를 자양분 삼아 더 높이 뛸 것인가? 김도훈은 꺼져라. 그릇이 안 되는 쫄보 감독은, 자연도태되기 싫으면, 깜냥이 완전히 까발려지기 전에 한 걸음 물러서라. 멈춰서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어린 선수를 믿지 못하고, 자기 팀의 능력을 극대화하지도 못하고, 의심만 하는 결단력 따위로 팬들 앞에서 고개도 못 들거면 꺼져라.

 

당신이 늘 입으로만 나불대는 책임을 져라. 쫄보 새끼.

댓글 12

천사시체 2019.12.05. 21:12
 탈을쓴고슴도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Kaka22 2019.12.05. 21:12
진짜 좌절과 분노가 느껴진다 필력 좋으시네요
댓글
유치원생케힌데 2019.12.05. 21:20
김도훈 그래도 파컵 먹었잖아 ㅋㅋ

근데 조민국은 제3자인 내가 봐도 최악이었다 ㅋㅋ

윤정환은 코바로 재미봤고 ㅋㅋ
댓글
탈을쓴고슴도치 작성자 2019.12.05. 21:22
 유치원생케힌데
윤정환은 제파로프로 재미보려다가 병신된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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