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삼류구단 꺼져
- 탈을쓴고슴도치
- 518
- 6
- 16
팬을 더이상 기만하지 말라
내년 울산의 목표는 현실적으로 우승이 될 수 없다. 물론, 이번 시즌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아슬아슬하게 우승의 문턱에서 넘어졌다는 아쉬움 탓에 실패로 폄하될 수 없을만큼의 공이다. 그러나 내년에 또다시 비슷한 실적을 기대할 수 있는가. 지금의 상황에 비춰봤을 때, 누구도 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 이탈이 유력되거나 확정된 선수만 한 손에 꼽을 수 없을만큼 많다. 올 시즌의 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다만, 과에 대한 가치 판단을 내년으로 애써 미뤄 면피하지 말라.
다음 시즌에는 우승에 도전할 수 없다. 첫째, 리그 최정상급의 중원을 꾸릴 수 없다. 박용우의 입대, 믹스와 김보경의 임대기간만료. 돈은 차치하고, 시간은 있는지 묻고싶다. 3개월 만에 비슷한 수준의 선수로 세 자리를 채울 수 있는가. 둘째, 용병 뽑기는 운이다. (냉정하게) K리그의 타 국적 선수 스카우트 방식은 주먹구구식이다. 매북만 봐도 매시즌 들쑥날쑥하다. 주니오와 비슷한 퍼포먼스의 선수가 온다는 확신이 있는가. 그 외의 사소한 문제는 짚지 않겠다. 이만큼 변수가 많다. 긍정적인 신호는 없다.
그럼에도 단장을 비롯해 우승을 이야기한다. 이처럼 프런트가 팬들을 기만하는 꼴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구단과 처용전사가 충돌했을 때, 옹졸하게 서포터즈 홈페이지의 링크배너를 공식 홈페이지에서 지웠던 사례,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진호 선수를 응원석으로 보냈던 일 등등. 더 이야기해봤자 서로 구차해지니까, 여기서 그만두겠다. 우리나라 스포츠 프로구단들의 태생부터 기형적이다보니 별 꼴을 다 본다. '그래서 니네 축구 안 볼 거야? 응원 안 할 거야?' 이런 개소리까지 들어야 해?
프로선수, 감독 그리고 구단 관계자로써 마땅한 의무를 다하지 않는 구성원들이 참 많다.
승패에 승복하지 않고, 승자에게 박수쳐 줄 용기도 없이, 숨어버리는 쫄보 감독.
애써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비겁한, 단장.
십 수 년 째 바뀐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