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내멋대로 K리그 시상식③-完

마지막 시상식 글 입니다! 이번 동계훈련때 가능하면 찾아가서 상장이라도 드리려고 계획중에 있지만...가능할 지...ㅋㅋㅋㅋ

맘에 드셨으면 링크 들어가셔서 좋아요 부탁드립니당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177810&memberNo=6525744

[BY 센터서클] [센터서클 | 서건 대표] 2019시즌 K리그가 끝났다. ‘개축’과 ‘조축’을 보기 위해서는 이제...

 

 

 

2019시즌 K리그가 끝났다. ‘개축’과 ‘조축’을 보기 위해서는 이제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K리그판 보릿고개가 찾아온 것이다. 다시 말해, 커뮤니티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면서 루머를 주워들으며 연명해야하는 겨울이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K리그도 끝났고, 시상식도 다 끝났지만, 아직 나의 시상식은 끝나지 않았다. 2019시즌 K리그가 끝나버려 심심하고 또 삶의 낙이 없어진 이들을 위해 준비한 ‘내맘대로 K리그 어워드’, 기대하시라.


3부


#. 징크스 깬 거 축하하는 상
 
이번 상은 안 좋은 징크스를 깬 팀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상이다. 이 상의 주인공은 바로...

 

 

안산의 시민구단, 안산 그리너스 FC가 수상했다. 물론, 적잖은 이들이 안산 그리너스가 어떤 징크스를 깬 건지 모를 확률이 다분하다. 그도 그럴 법 한 것이, 안산 그리너스는 2부 리그 팀이면서도, 2017년에 창단된 축구팀이기에 유명하지 않은 게 사실이고, 딱히 징크스도 없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안산에게도 징크스는 있었다. 그 징크스는 바로 ‘부산전 무승 징크스’였다.
 
안산은 2017시즌 K리그2에 참가한 이래, 2019시즌 중반까지 부산에게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3무 7패. 처참한 성적이었다. 물론, 이러한 징크스가 우연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부산은 매 해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안산은 이 세 시즌동안 K리그2 준플레이오프 조차도 밟지 못했다. 두 팀의 수준차를 고려해볼 때 ‘무승 징크스’는 충분히 있을 만 했다. 그런데 문제는 ‘3무 7패’라는 전적이었다. 안산은 부산만 만나면 이상하게도 작아졌다. 탄탄하던 수비도 부산만 만나면 헐거워졌고, 날카롭던 공격수들도 부산만 만나면 무뎌졌다. 그러다 보니 아쉽게 질 경기는 크게 졌고, 비길 경기는 아쉽게 졌으며, 이길 경기는 비겼다. 그랬다. 이 징크스는 필연과 우연이 잘 어우러진(?) 징크스였다.
 
그리고 그 지독한 2년 반 동안의 징크스는 2019년 여름, 그것도 한여름에, 수박을 깨듯 시원하게 깨졌다. 7월 27일 저녁 8시에 열린 안산과 부산의 K리그2 21라운드 경기에서 안산은 부산을 상대로 2대0 완승을 거둔다.

안산과 부산의 경기, 하늘이 예쁘다.

 

이 경기의 핵심은 세 가지였다. 첫째는 ‘빈치씽코의 활약’이었고, 둘째는 ‘진창수의 안산 그리너스 데뷔전’이었으며, 셋째는 ‘부산의 평정심 붕괴’였다. 우선, 이 경기에서 빈치씽코는 굉장히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었다. 2019시즌의 안산은 플랫3에 기반한 선수비 후역습 축구를 지향하는 팀이었다. 그렇기에, 역습 시에 빈치씽코는 측면으로 빠지면서 공을 연계하며 공격의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맡아야 했다. 반면, 안산 선수들이 수적 우위 또는 동률을 만들며 공격을 하는 상황에서는 전방에서 공을 받아야 했다. 빈치씽코는 이 두 역할을 완벽히 해냈고, 부산의 수비진을 흔드는 데 성공했다. 결국 빈치씽코는 자신이 유도한 페널티킥을 자신이 성공시키면서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득점하는 데 성공한다.
 
이 경기에서는 진창수도 빛났다. 진창수는 재일 한국인 축구선수로, 2019부천FC 1995에서 2018시즌까지 뛰다가 재계약에 실패한 베테랑 선수였다. 올해 34세인 진창수는 그대로 은퇴의 길을 밟나 싶었지만, 안산이 그의 손을 잡아줬다. 안산은 2019시즌 여름에 그를 영입했다. 그리고 진창수는 보답이라도 하는 듯 부산과의 맞대결에서 추가골을 터뜨리면서 승기를 굳혔다. 일본에서 태어나 축구를 하다가 한국 K3리그와 K리그2를 누비던 진창수, 그는 그의 선수생활 막바지를 그렇게 불태우고 있었다. 특히, 부산전에서의 그 골은 U20월드컵 주장인 황태현이 도움을 주었기에, 유망주와 베테랑의 합작품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가 있었다.

득점 직후 진창수의 모습

 

마지막으로, 이 경기에서 주목할 만 한 점은 부산에서 두 명의 선수(김문환, 황준호)가 퇴장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두 선수는 퇴장을 당하게 되었는가. 그 이유는 전 라운드 경기결과와 적잖은 관련이 있었다. 부산은 20라운드에서 광주가 안양에게 1대7로 패배했다는 점에서 추격의지를 불태우게 되었다. 다만, 김문환과 황준호의 경우, 그 의지가 너무 과도하게 발현되어 오히려 독이 되었다. 당시 두 선수 뿐 아니라 부산의 모든 선수들은 너무 급하게 축구를 했다. 그렇기에 성급하게 발을 넣는 모습도 보였고 그러한 행동들은 결국 퇴장 두 개로 이어지게 되었다.
 
아무튼, 안산은 지독했던 부산전 징크스를 깨는 데 성공했다. 이후 안산은 10월 20일 열린 부산과의 K리그2 경기에서 다시 한번 2대0 승리를 쟁취하면서 부산전 무승 징크스를 완전히 탈출했다. 이 경기에서는 마사와 장혁진이 골을 넣었고, 부산의 박종우가 퇴장당하면서 거의 데자뷰와 같은 모습이 연출되었다.
 
안산 그리너스, 민트색의 늑대들에게 두려움은 없었다. 설령 그 상대가 천적 부산이라 할지라도.
 
 

#. 징크스 못 깬 거 위로하는 상
 
이번 상은 바론 전 상과는 정반대로, 징크스를 깨지 못한 걸 위로하는 상이다. 수많은 팀들, 그리고 선수들이 후보에 올랐다. 그리고 그 후보들을 거르고 또 거른 결과, 두 팀이 이 상의 후보로 선정되었다. 첫 번째 후보는 2010년대 들어 단 한번도 승부차기에서 승리해본 적이 없는 전북이고, 두 번째 후보는 2015년 5eou1 사건 이후로 단 한 번도 리그에서 서울에게 승리해보지 못한 수원이다. 역시, 미워하면 닮는다고 했던가... 아무튼, 리그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의 대결의 승자는 바로...

 

 

수원삼성 블루윙즈가 되었다. 물론, 징크스의 기간은 전북현대가 더 길었다는 점에서 전북현대의 수상실패는 아쉽다. 사실, 길어도 두 배는 더 길었다. 그러나 전북현대는 올 시즌, AFC챔피언스리그에서 승부차기 패배를 ‘한 번’ 겪었다. 반면 수원은 K리그에서 올 시즌만 ‘세 번’ 붙어 1무 2패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전북은 2010년 이후로 2011년 ACL결승, 2013년 FA컵 결승, 2017년 FA컵 32강, 2018년 ACL 8강, 2019년 ACL 16강에서 승부차기 패배를 경험했다. 총 5전 5패다. 수원의 경우 2015년 첫 번째 슈퍼매치 이후로 7무 9패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16경기 연속 무승이다. 또, 결정적으로, 2010년대는 아직 지나가지 않았다는 해석도 있다. 2020년까지가 2010년대고, 2021년부터가 2020년대라는 지적(2000년생은 밀레니엄 베이비가 아니라는 지적과 맞물렸다.)이 있다. 그래서 전북 현대는 수원삼성에 밀렸다. 뭐, 이 상에서 밀렸다고 기분이 나쁠 것 같지는 않으니 넘어가자.(사실 전북현대의 경우, 2016년 이후 4시즌 연속 2부리그 팀에 패해 FA컵에서 탈락한다는 징크스도 있었지만, 이 글을 다 쓴 후에야 기억이 났다. 그리고 이 징크스는 신기하긴 해도 슈퍼매치 징크스보다 기간도 짧고 경기 수도 적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이 경기에서 수원이 5대1로 승리한 이후 수원은 K리그 내 슈퍼매치 승리가 없다.

 

수원은 올 시즌 이임생 감독을 선임했고, 서울의 경우 작년 말에 돌아온 최용수 감독을 신뢰했다. 두 사령탑은 친한 친구사이였음에도, 서로 다른 점이 적지 않았다. 우선, 두 감독은 서로의 팀 컬러를 사용하는 대학을 나왔다. 이임생 감독은 고려대학교를 나왔고, 최용수 감독은 연세대학교를 나왔다. 여기에, 최용수 감독은 선수 시절 공격수였고, 이임생 감독은 선수시절 수비수로 활약했다. 정말 깊은 인연의 두 사령탑이다. 그리고 이 두 감독은 올 시즌, ‘꿀잼’ 슈퍼매치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었다.
 
두 감독은 모두 슈퍼매치만 되면 적극적인 공격을 지시했다. 이임생 감독의 경우, 시즌 초반 ‘노빠꾸 축구’를 시도하다가 결국 큰 벽에 부딪혀 시즌 초중반부터는 수비에 적잖이 무게를 둔 축구를 했다. 최용수 감독은 ‘욘스나치오(최용수+카테나치오)’로 유명할만큼 수비적인 경기운영을 중시했다. 그러나 슈퍼매치만큼은 달랐다. 두 감독은 이상한 귀신에 홀린 듯이 공격을 지시했다. 그리고 그 결과, 올 시즌 치러진 세 번의 슈퍼매치에서 무려 11골이 터져나왔다. 경기당 3.5골을 뛰어넘는 수치다. 세 번의 슈퍼매치에서 단 6개의 골밖에 나오지 않았던 2018시즌과는 정말 비교되는 엄청난 수치였다.
 
그러나 득점은 늘어나도, 결과는 똑같았다. 1무 2패. 수원은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수원은 서울만 만나면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중원이었다. 고요한, 알리바예프, 오스마르, 정현철, 정원진, 주세종, 이명주(주세종, 이명주는 후반기 합류)등 수준급 선수들의 조합으로 이뤄진 서울의 중원은 수원과의 중원싸움에서 절대 지지 않았다. 특히, 서울은 중원에서 간결한 패스를 통해 수원의 수비라인과 쉽게 대치했다. 반면, 수원은 상대 중원과 수비라인 사이 공간으로 공을 연결하지 못했다. 결국 그러한 부분에서 수원은 서울에게 밀렸다.
 
올 시즌 수원의 슈퍼매치 성적이 더욱 구슬픈 이유는 수원이 파이널B로 쳐지면서 서울과 단 세 경기만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2018시즌은 그래도 서울이 파이널B에서 생존경쟁까지 하고, 수원은 ACL 4강에 상위 스플릿(현 파이널A)까지도 올랐으니 수원 팬들의 마음이 그렇게 심란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하지만 올 시즌은... 이만 말을 줄이도록 하겠다.
 
PS. 올 시즌은 2006년, 2010년과 더불어, 슈퍼매치에서 매 경기마다 두 팀 모두가 한 골 씩은 넣은 시즌이 되었다.
 
 

#. 이젠 뽑혔으면 좋겠네 상
 
이번 상은 국가대표에 왜 차출이 되지 않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경남FC의(이제는 다른 곳으로 적을 옮길지 모르는) ‘창원 루니’ 쿠니모토다. 쿠니모토는 일본의 축구선수로,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경남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만능 미드필더다. 쿠니모토를 보고 ‘만능 미드필더’라고 하는 이유는 그가 중앙 및 공격형 미드필더 뿐 아니라 공격수까지 소화 가능할 정도로 다재다능한 멀티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쿠니모토는 일본 대표팀은 물론, 일본 올림픽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정말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물론, 쿠니모토가 일본 대표팀에 소집되기 힘든 이유는 있다. 우선, 과거 행적 때문이다. 쿠니모토는 우라와 레즈 유스팀에서 뛰던 시절 동네 친구들과 담배를 피우면서 놀았다는 이유로 팀에서 쫓겨난 바 있다. 이후 아비스카 후쿠오카와 프로계약을 체결했지만, 음주 관련 사건으로 계약을 위반하면서 또 한번 팀에서 쫓겨난다. 즉, 담배나 술을 하는 등 프로답지 못한 행동을 ‘민폐를 누구보다 싫어(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좋아)하는 나라’ 일본에서 그것도 두 번씩이나 보여준 것이 바로 쿠니모토다. 그렇기에 쿠니모토의 A대표팀(혹은 올림픽 대표팀) 선발은 일본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 또한, 경쟁자들 역시 결코 만만하지가 않다. 올림픽 대표팀에서만 도안 리츠, 쿠보 다케후사, 미요시 코지 등이 중원을 장악하고 있다. 우리로 따진다면, K리그 유스팀에서 문제를 일으켜 쫓겨났다가, 성인 팀에서도 문제를 일으켜 다시 쫓겨나서 J리그에서 꽤 좋은 활약을 하는 선수를 보고 이강인, 이승우, 이동준 대신 기용하자고 하는 격이다.
 
그럼에도 쿠니모토의 올림픽 대표팀 및 A대표팀 승선 불발이 아쉬운 건 모든 K리그 팬들이 쿠니모토가 얼마나 좋은 선수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쿠니모토는 K리거들이 가진 장점과 J리거들이 가진 장점을 모두 흡수한 선수다. 다시 말해, 쿠니모토는 압박과 몸싸움이 좋으면서도 창의적인 패스에 능한 선수다. 그렇기에 쿠니모토는 흔한 일본 선수로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때로는 한국 선수처럼 보인다. 이러한 쿠니모토의 매력적인 모습은 K리그 뿐만 아니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잘 나타났다. 경남과 가시마 앤틀러스가 치른 ACL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쿠니모토는 경남을 이끌다시피 하면서 J리그의 전통 강호 가시마에게 1승 1패라는 성적을 거두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 특히 쿠니모토는 가시마 원정에서 유일한 골이자 결승골을 득점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뽐냈다. 경남을 위해 가시마를 상대한 쿠니모토. 이런 선수가 일본 대표팀에 뽑히지 못하는 것은 K리그 팬으로서 정말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쿠니모토가 뽑혀서 우리 대표팀에 좋을 일은 없다. 그러니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바라건대, 일본이 언젠가는 쿠니모토를 뽑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해주기 바란다. K리그 팬으로서, 쿠니모토의 팬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 기다림의 결실 상
 
이 상은 오랜 기다림 끝에 올 시즌 들어 주전으로 발돋움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기다림의 결실’ 상을 수상한 선수는 바로...

 

 

인천 유나이티드의 골키퍼, 이태희다. 이태희는 인천 유스(대건고등학교) 출신 골키퍼로, 2014시즌부터 프로로서 인천에 몸을 담아왔다. 2014시즌부터 2018시즌까지, 이태희는 무려 다섯 시즌동안 소속팀 인천을 위해 희생하고 또 헌신했다. 그는 때로는 세컨드 골키퍼로서, 때로는 써드 골키퍼로서 인천의 골문을 지켰다. 비록 다섯시즌 동안 스물 아홉경기 출장에 그치면서 주전 골키퍼로 발돋움하지는 못했지만, 이태희는 묵묵히 제 역할을 했다. 권정혁, 유현, 조수혁, 이진형, 정산 등 주전 골키퍼들이 부상을 당할 때마다 그라운드를 밟았고, 또 인천의 골문을 지키기 위해 과감히 몸을 내던졌다.
 
그렇게 주전 도약의 때를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태희는 드디어 올 시즌 후반기에 기회를 얻게 되었다. 주전으로 활약하던 정산 골키퍼가 부상을 당한 것이다. 그렇게 이태희는 다섯 시즌의 기다림 끝에 인천의 당당한 주전이 되었고, 12경기에 출전해서 14실점을 기록하면서 인천을 강등권 탈출의 길로 이끌어낸다. 물론, 혹자는 12경기 14실점이 그렇게 대단한 기록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올 시즌 인천은 38경기에서 54실점을 했다. 이태희가 없는 인천은 26경기에서 40실점을 한 셈이다. 그만큼 인천의 수비력인 아쉬웠고, 또 그만큼 이태희의 활약은 마른 하늘의 단비같은 역할을 했다.
 
사실, 이태희가 지난 다섯 시즌 동안 항상 주전과 거리가 먼 선수였던 건 아니다. 2017시즌에 이태희는 시즌 초반부터 선발로 기용되어 K리그에서만 10경기를 뛴 바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 상을 이태희에게 수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2017시즌의 경우, 이태희는 U23룰(선발 선수 중 한 명은 만 23세 이하여야 하는 규정)이 적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주전 자리를 지켜내지 못했던 반면(10경기 17실점), 이번 시즌에는 만 24세의 나이로 연령을 통한 혜택이 없었음에도 당당히 주전 자리를 꿰찼고, 그 주전자리를 시즌 끝까지 뺏기지 않았다. 바로 이 점에서 이태희는 올 시즌 진정한 주전으로 후반기 인천의 골문을 오롯이 책임졌다고 볼 수가 있다.
 
올 시즌 이태희의 활약이 가장 뛰어났던 경기는 파이널B 첫 경기, 즉 K리그1 34라운드 경기였다. 당시 강등권 경쟁에 여념이 없던 인천은 잔류 확정이 코앞인 성남과 경기를 펼쳤다. 성남의 홈경기장인 ‘탄 필드(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이태희는 가히 장판교의 장비, 울돌목의 이순신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태희는 성남이 만들어낸 21개의 슈팅들을 모조리 막아내며 팀의 1대0 승리를 이끌어냈다. 주현우와 에델, 그리고 이태희(동명이인)가 때린 수많은 슈팅들은 이태희에게 맥없이 막혔다. 특히, 그 경기는 인천 선수들이 유상철 감독의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걸 알았기에, 인천으로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겨야 했던 경기였다. 그래서 그랬던 것일까. 이태희는 정말 사력을 다해 성남의 공세를 막아냈고, 경기가 끝나고는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기다림은 항상 어렵다. 좋아하는 사람과 마주치기 위해 공강 날에도 굳이 학교를 찾아가 아무데나 쓸쓸히 걸으며 기다리는 것도, 내달 말에 떠날 제주도 여행을 지금부터 손꼽아 기다리는 것도, 언제 올지 모르는 주전이 되기 위해 묵묵히 벤치에서 기다리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그 기다림의 때에 이태희처럼 묵묵히 제 할 일을 다 하면서 준비를 한다면, 그 결실은 그 어떤 것보다도 달콤할 것이다. 부디 기다리는 모두가 이태희처럼 보람찬 결실을 만들기 바란다.
 
 

#. 수고했어 상
 
이제 대망의 마지막 상이다. 이 상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사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선수들이 한 둘이 아니기에, 누구에게 상을 줘야할지 적잖은 고민을 했다. 모두가 그들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그들의 활약이 어땠든 그들은 충분히 수고했기 때문에, 이 상을 단 한 명에게 수상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생각도 했다. 그러나 올 시즌까지 팀을 위해 헌신했고, 정말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선수 한 명이 떠올라 그 선수를(이제는 지도자가 될지 모르지만) 응원하기 위해 이 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수고했어 상’의 주인공은 바로

 

 

전북현대의 왼쪽 풀백, 박원재다. 박원재는 포항 유스(포항제철고등학교) 출신으로, 2003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데뷔했다. 이후 박원재는 2009년 J리그의 오미야 아르디자에 몸을 담았다가, 한 시즌 만에 K리그로 돌아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전북에서 그라운드를 누볐다. 어쩌면 포항에서 실력을 다지고, 전북에서 그 기량과 스토리가 만개한 선수라고 볼 수 있다. 박원재는 포항에서 총 6시즌동안 K리그 우승과 FA컵 우승을 각각 1회씩 경험했고, 전북에서 총 10시즌동안 6회의 K리그 우승과 1회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특히 2011시즌에 박원재는 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K리그 우승을 경험하는 한 편, K리그 베스트11에 드는 쾌거를 이뤄내기도 했다.
 
물론, 박원재의 선수생활에 항상 낙(樂)만 있었던 건 아니다. 박원재는 2011년 8월 10일 삿포로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A매치에서 전반 24분 김영권을 대신해 교체 출전한 바 있다. 그런데 그라운드를 밟은 지 12분 만에 엔도 야스히토의 강슛을 머리로 막아내다가 뇌진탕 증세가 오면서 박주호와 재교체되었다. 그리고 그 한일전에서 대한민국은 일본에게 0대3으로 참패하고 만다. 박원재로서는 정말 뼈아픈 일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2015년 2월엔 박원재에게 선수생활 일생일대의 큰 고난이 찾아왔다. 바로 갑상선암 판정을 받은 것이었다. 물론 갑상선암은 다른 암들에 비해 발견이 쉽고 치료도 용이한 편이었지만,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는 데 있어 암의 발병은 큰 걸림돌이었다. 특히 암의 경우 수술을 마치더라도 이후 재발할 확률이 적지 않아서 박원재로서는 정신적인 고통적 적지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박원재는 그 고난을 이겨냈다. 최강희 감독은 박원재에게 충분한 휴식을 줬고, 박원재는 수술 후 두 달 간의 휴식동안 갑상선암을 잘 극복해냈다. 그리고 박원재는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고, 2015시즌 전북의 K리그 우승과 2016시즌 전북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어냈다.
 
이후 박원재는 30대 중반의 베테랑으로서 상황을 차분히 받아들였고, 주어진 기회에 충실했다. 이러한 박원재의 성실한 모습은 2019시즌에도 어김없이 이어졌고, 전북 모라이스 감독은 “베테랑 박원재, 후배들이 보고 배웠으면 한다”, “피치 안팎에서 주변 선수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넣었다. 좀 더 긴 시간을 함께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박원재를 치켜세웠다. 비록 2019시즌은 한 경기 출전(수원전 2대0 승)에 그쳤고, 그 경기가 박원재의 커리어 마지막 경기가 될 확률이 굉장히 높지만, 박원재는 그 한 경기에서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준 셈이다.
 
박원재 선수에게 지금껏 수고했고, 이후에도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자신의 꿈을 향해 담대히 나아가는 사람이 되어주기 바란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이렇게 2019 K리그 내멋대로’ 시상식도 끝이 났다. 2019, K리그에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여자친구도 없는 나에게 유일한 동반자가 되어준 K리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이번 시상식을 마치려 한다수고했다, K리그수고하자, K리그.

댓글 2

아시아챔프케리그 작성자 2019.12.30. 10:46
수정 버튼이 어디있지요...? 아비스카 후쿠오카 -> 아비스파 후쿠오카 로 변경합니다.
댓글
Soreg 2019.12.30. 11:05
 아시아챔프케리그
수정버튼은 제목 오른쪽 끝에 점 세게있는거로

그만큼 인천의 수비력인 아쉬웠고
수비력인 -> 수비력이/수비력은

이번에도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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