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주승진 축구철학과 전술스타일 맛보기 (데이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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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내부적으로 밀어주고 있는 인상의 주승진 전 매탄고 감독. 이제 수원 수석코치라고 해야겠지?
고교리그, U리그 봐오면서 아마추어인 내 눈에도 좀 차별화된 축구를 한다고 느껴졌던 감독이 3명 있다.
영남대 김병수, 용인대 이장관, 그리고 매탄고 주승진.
한준희옹이 김병수를 '펩', 이장관을 '클롭'이라고 표현했는데
난 여기에 주승진을 더해 '사리'라고 표현하고 싶다. 맞아 '사리볼'의 그 '사리'. 나폴리와 첼시를 거쳐 유벤투스에 자리깔고 앉은 그 냥반.
큰 틀에서의 축구스타일에는 차이가 있지만
축구철학에 있어 부분적으로 만들어 가는 부분은 '좁은 간격의 삼각대형-제 3자의 오프더볼 움직임-간결하고 높은 템포'라는 아이디어를
공통적으로 적극 채용한다는 면에서 유사하게 느껴지거든.
2018년에 매탄고 경기를 직관으로 한 10경기 정도 본 것 같고,
2019년에는 주승진 코치가 이끌었던 수원 2군의 R리그 경기를 또 한 5경기 정도 본 것 같은데 이걸 토대로 이야기해볼게.
큰 틀에서 주승진의 축구철학, 그냥 요즘 '~~볼', '~~볼' 이런 말이 유행이니까 '지니볼'이라고 편하게 명명할게.
'포지션 파괴', '멀티능력', '공간창출', 수적우위'라는 키워드를 얘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키워드들의 순서를 좀 맞춰보면..
수적우위와 공간창출을 위해 포지션 파괴가 일어나고, 포지션 파괴가 일어나기 때문에 선수들의 멀티능력이 중요해진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여기에 더해 포지션 파괴의 이유 중 하나는,
경기 중 선수들 간 위치변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경우들이 있잖아?
뛰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기도 하고, 볼경합 상황 발생하거나 누가 누구를 커버 들어가다 보면 또 그렇게 되고 말이야.
그러면 대다수의 선수들은 공격하거나 수비할 때 다시 자기 자리를 찾아간단 말이야.
근데 인플레이 중에 자기 자리를 찾아가다보면 순간적으로 자리를 교환하는 선수들 간의 위치는 빌 수 밖에 없고,
이런 상황이 결국 상대에게 공간을 내줘 실점으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있지.
반대로 공격을 만들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자기 자리 찾아간다고 좋은 공격 기회를 아무렇지 않게 날려버리는 경우도 있고 말이야.
주승진은 이런 상황을 별로 안 좋아한다.
그냥 그 위치에서 다른 선수가 하던 역할을 그대로 하면서 우선 현재 상황을 해결하고 경기가 멈췄을 때 다시 돌아가기를 바래.
시간과 공간, 순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회의 낭비가 싫다는 거겠지.
김병수 감독도 간혹 소홀하게 여겨졌던 이런 부분에 대해 집착할 때가 있는데,
예를 들면 양 팀이 서로 간에 볼경합을 하다가 상대 수비수가 우리 진영 사이드쪽으로 볼을 걷어냈어.
그러면 대부분 그 볼은 죽은 볼이라 생각하고 천천히 잡으러 간단 말이야.
근데 김병수 감독은 이걸 하나의 기회라고 보더라고.
상대 수비전형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그 루즈볼을 빠르게 잡고 바로 공격을 전개하면 상대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았어.
각설하고, 다시 지니볼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2019시즌 작년이지. 마지막 라운드 상주전. R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을 대거 기용한 경기였단 걸 수원팬들은 기억할거야.
그리고 후반 7분 경부터 수비형미드필더 이상민이 퇴장 당하는 후반 20분까지 지니볼을 맛볼 기회가 조금 있었지.
선발포메이션이야.
김태환을 R리그에서처럼 사이드 스토퍼로 기용할 줄 알았는데 중앙스토퍼로 기용했더라고.
오른쪽의 최정훈과 박준형은 R리그에서도 아직은 좀 아쉬운 선수들이었고.
왼쪽은 고승범, 이상민, 박대원이 서로 호흡을 맞췄던 선수들이지만 지니볼이 작동하는 데 있어 코어가 될 수 있는 포지션에 R리그 경험이 적은 한석희가 배치가 되서 사실 전반전은 지니볼 색깔이 거의 나올 수 없었다.
그리고 후반전.
이임생 감독은 후반 포메이션과 선수기용에 변화를 줬지.
보다시피 4-3-3포메이션으로 바꿨고, 오른쪽 윙백 최정훈 대신 공격형미드필더 신상휘를 투입.
그리고 가장 재밌었던 포인트는 고승범을 오른쪽 풀백, 박대원을 센터백으로, 중앙스토퍼였던 김태환을 왼쪽 풀백으로 배치했던 것.
그런데 여기서 한석희가 4-3-3포메이션에서의 윙포워드 역할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공격과 수비상황에서 윙포워드가 아닌 스트라이커처럼 움직이더라고.
그러니까 이임생 감독이 선수들한테 4-4-2포메이션으로 바꾸라고 지시해.
그래서 수원 포메이션은 경기시간 10분 만에 다시 4-4-2로 바뀐다. 한석희는 스트라이커로 포지션 이동.
그리고 여기서도 재밌는 모습이 하나 나타나는데,
박상혁이 오른쪽 사이드미드필더임에도 불구하고 점점 왼쪽으로 활동영역을 이동하더라고.
그러니까 이제 수원 공격형태가 한번씩
이런 비슷한 형태를 띄게된다.
마침내 R리그에서 손발을 맞추던 '박대원-이상민-김태환-박상혁-신상휘'가 모여서 플레이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 진거지.
박상혁이 프리롤로 뛰어다니기 시작했는데, 사실 이게 임생감독 지시였는지 박상혁의 자의적인 선택이었는지 모르겠는데
느낌상 후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2018년 매탄고가 합천에 대회 참가했을 때 재밌는 장면이 하나 있었는데(함안이었나..)
매탄고가 그때도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었는데 왼쪽 윙어였던 김석현이란 친구하고, 왼쪽 메짤라였던 강태원이란 친구가 감독 지시없이 주승진 지시없이 자기들끼리 상의해서 포지션을 아예 바꾸자고 하더라고. 그러고 있으니까 뒤에 있던 수비수가 둘한테 물어. "감독님이 바꾸래?"
그랬더니 둘이서 아니라고 대답하더라고. 경기 전에 이 정도는 해도된다고 얘기가 됐던건지 모르겠는데 암튼 그렇더라.
불과 1달도 채 전에 김해에 있던 다른 대회에서 모 고교팀 감독이 선수가 자기 역할 벗어나서 뛰었다고
부모들 다 보고 듣고 있는데서 경기 중에 불러놓고 쌍욕 박아넣는 거 보다가 매탄고 애들 이러고 있는 거 보니까 기분 묘하더라.
암튼 하고자 하는 얘기는 지니볼은 포지션을 절대적으로 보지 않고, 수적우위만 잘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특히 전술이해도 높고 팀밸런스 알아서 잘 맞출 선수라면 특별히 역할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로운 위치이동을 허용하기도 한다는 거.
박상혁도 이 경기에서 아마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뇌피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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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경기 장면으로 한번 내가 봐왔던 걸 설명해 볼게.
풀백 김태환이 오른쪽 사이드미드필더 박상혁에게 패스를 한 상황. 박상혁은 오른쪽 사이드미드필더인데 왼쪽 사이드라인까지 온 거야.
여기서 김태환은 풀백이기 때문에 대부분 다시 패스를 받아주는 한편 중앙지역에 공간을 만들기 위해 내려갈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김태환은 반대로 움직인다
김태환이 중앙미들 지역으로 순간적으로 올라가 있는 게 보일거야. 김태환-박상혁-박대원 이렇게 삼각대형이 만들어 지고
박상혁이 오히려 풀백위치로 내려와 주려고 하지.
이 선수들에게 이런 상황을 익숙하고 센터백도 위화감없이 김태환에게 패스를 보낸다.
이런 식으로 수비라인이 밀려내려가지 않고, 수비라인은 유지되면서 볼을 소유하게 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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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풀백 고승범이 안쪽으로 들어와서 볼을 소유하고 있는 게 보일거야. 신상휘는 반대 포지션을 잡고있는데
여기서의 포인트는 신상휘가 본인의 위치(붉은 원)을 고수하지 않는다는 것.
보통은 신상휘가 붉은 원 위치에서 다음 패스를 기다리고 풀백 김태환이 사이드로 뛰는 그림이 그려져야 하는데
이 둘은 좀 다르게 움직인다. 미드필더 신상휘가 벌리고, 풀백 김태환이 중앙지역으로 들어감.
이게 왜이러냐면,
주승진은 선수가 한 공간에 몇 초 이상 머무는 걸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이야.
만약 신상휘가 저 공간에 머물러 있었다면 그만큼 수비수들도 다음 상황을 예측하기 쉬워지고 신상휘가 패스를 받는 순간 곧바로 커팅이나 압박이 들어오겠지.
근데 저렇게 다른 공간으로 움직여 주면 볼과 주변 공격수들을 모두 신경써야 하는 수비수 입장에서는 상대 선수를 시야에서 놓치거나 머리가 더 복잡해 질 수 밖에 없게 됨. 또 신상휘처럼 움직여 줌으로써 수비수들이 미세하게 그 움직임에 끌려 움직이게 되고 그러면 다른 선수에게 그만큼 공간이 나게 되는 원리.
정적이었던 상황이 동적으로 변화가 생기는거지. 지니볼에서는 중앙미드필더들도 볼배급뿐만 아니라 더미런(상대 선수를 끌어주는 움직임)을 비교적 빈도높게 수행하는 모습이 나타남
이제 고승범의 움직임 방향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어. 고승범은 안토니스에게 패스를 할거야.
그러면 보통 생각하기에 고승범은 오른쪽 풀백이니까 다시 오른쪽 사이드로 넓게 펼쳐주는 움직임을 생각한단 말이야.
그런데 고승범을 봐봐. 오히려 중앙미드필더처럼 안쪽으로 움직여서 안토니스-박상혁과 삼각대형을 만드는 게 보이지.
그리고 김태환과 신상휘를 보면 각자 반대전환 플레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상대의 압박을 조금이라도 늦게 받기 위해
공간을 넓게 확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거야
김태환이 신상휘에게 반대전환을 하고 다시 침투해서 들어가는 걸 볼 수 있어.
타가트에게 연결될 수 있었는데 볼이 수비수 발 맞고 틔어서 타가트 허벅지를 치고 지나가 버렸다.
어쨌든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고승범과 김태환, 신상휘의 동선이야.
고승범은 풀백-중앙미드필더-쉐도우스트라이커(중앙에서 타가트에게 패스하고 전방으로 향하는 선수가 고승범)
김태환은 풀백-수비형미드필더-쉐도우스트라이커(공격형미드필더)처럼 움직였고
신상휘는 풀백처럼 김태환에게 패스를 넣어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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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후 상황. 오른쪽 사이드미드필더인 박상혁이 전방에 있다가 수비형미드필더 포지션으로 내려와주고 있음.
아까랑 뭔가 비슷한데 좀 다르지. 김태환의 역할을 박상혁이, 신상휘의 역할을 김태환이 하고 있는 게 보일거야.
이번에 박상혁은 좀 다른 선택을 한다. 김태환에게 벌려주기 보다는 다시 안쪽으로 접고 수원 선수들이 수적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오른쪽 하프스페이스 지역으로 전개. 지니볼에서는 누가 누구한테 패스를 흘려주고 뛰어들어가고 이런 플레이들이 비교적 많이 나오는데 이런 상황들에서 연유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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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과 신상휘가 사이드 밀집지역을 간결하게 풀어내자 상주의 전방이 열린다.
풀백 김태환은 또 전방으로 뛰어들어가고 최종국면에서 보면 수원선수 5명에 상주선수 3명이 되는 걸 알 수 있어.
세컨볼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수원이 이걸 잡을 확률이 높아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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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원-김태환-박상혁-신상휘'로 이어지는 공격전개. 신상휘의 다음 플레이가 좀 아쉬웠지만 암튼 이런 식.
이렇게 지니볼은 선수들이 공간에서 공간으로 계속 움직이면서 변화를 꾀하고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수적우위를 만들어 나가는 걸 우선 목표로 하는 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풀백 활용에 있어서도 김병수만큼이나 그 활용가치를 높이려 한다는 걸 알 수 있어.
비교해 보면,
김병수가 한 수 한 수 만들어 나가는 느낌이라면
주승진이 좀더 역동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기도 하지. 전체적인 축구스타일도 그렇고 말이야.
상주전은 수비적인 부분에서 기량이 달려서 대패하긴 했지만 암튼 지니볼을 살짝 맛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리고 아마 수원팬이라면 수원이 R리그에서 대량득점으로 이긴 경기들이 꽤 있다는 걸 알고 있을거야.
이런 패턴과 조직력으로 공격해 오는데 선수기용 변화가 심한 다른 R리그 팀들이 대응하기에는 당연히 쉽지 않았지ㅎㅎ
주승진은 인터뷰에서 이야기하지만
본인은 머리 좋은 선수들이 좋대. 아마 공간이해도, 전술이해도 높은 선수들이 좋다는 뜻일 것 같다.
유주안은 내가 아는 한 공식적인 언론인터뷰에서 '공간활용이 뛰어난 선수(라움도이터)'가 될 거라고 밝혔던 선수이기도 하고
주승진의 애제자 전세진도 데얀으로부터 공간이해도가 뛰어나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지.
대학무대에서는 공간이해도쪽으로 선수계보가 있는 고려대 '정석화-이재성-이상민' 이후로 박상혁이 메짤라로서 그 계보를 이어오기도 했고.
수원팬들 중에는 주승진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냥 3자 축구팬으로서 보자면, 수원은 주승진 체제로 언젠가 갈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는 인상이야.
무엇보다 공간과 전술에 대한 이해도만 따지면 현 한국국적의 선수 중 이재성과 더불어 만렙이라고 할 수 있는 김민우를
이번에 장기계약으로 잡았다는 것도 미래의 수원 축구스타일을 기대케하는 일인 것 같다.
올시즌 수원 축구를 보면서 이런 전술적인 특징이 얼마나 나타나는지를 본다면
주승진이 전술적으로 어느정도 영향을 갖게 됐는지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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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리그에서는 몸싸움 패고 다니는데 확실히 1군 무대에서는 아직 힘든 것 같음. 운동 열심히 하는 것 같던데 빨리 올라왔음 좋겠네ㅎㅎ
아직 시야가 좀 안 열린 인상인데 경험 좀 쌓이면 템포 올려주는 역할 해줄 수 있을 거라고 저도 생각이 들더라구요. 확실히 윙이다, 확실히 공미다, 확실히 중미다 하기에 좀 애매한 느낌이 있는데 사실 주승진 스타일에는 다재다능함이 장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구요.
김태환은 2018년 고딩 때 R리그에서는 줄창 오른쪽으로 돌림.
2019년에는 주승진 코치가 R리그 맡으면서 양쪽 풀백, 양쪽 스토퍼 번갈아 뛰게 하고.
올해 1군 첫 경기 때도 오른쪽으로 나왔고 지도자들 판단으로는 기본적으로 오른쪽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음
주승진은 전술 상 필요할 때마다 돌리는 느낌이고 여기저기 경험 쌓게 하면서 멀티성으로 프로에서 살아남게 하려는 생각인 것도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