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설기현의 은퇴와 그 온도차에 대해

설기현이 인천에서 갑작스레 은퇴를 선언한 것도 어느던 5년 전의 일이 됐다. 2015년 3월 3일, 설기현은 모두를 갑작스럽게 한 은퇴 선언을 남긴 채 인천에서 사라졌다. 포항에서의 행적을 시작으로 갑작스러운 은퇴까지 겹치며 그는 K리그 팬들에게는 말 그대로 '통수' 그 자체로 남고 말았다. 특히 마지막 순간, 생각치도 못한 일을 겪은 인천 팬들은 그를 '최악의 흑역사'로 여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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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폼 홍보 모델로 등장한 설기현. 2015 인천의 유니폼을 입은 그의 모습은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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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기현의 은퇴에 대한 인천 팬들의 대답.

 

설기현의 이름도 사실 조금씩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프로 무대를 떠나고 대학 무대로 갔으니 그가 언급될 일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설기현은 2019년 중반 성남의 전력강화실장으로 부임하면서 마침내 다시 프로로 돌아왔다. 그와 함께 설기현이라는 이름은 다시 K리그 팬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경남 감독 부임까지 결정되면서, 이제는 '축구감독 설기현'의 커리어도 본격적으로 시작되려고 하고 있다.

 

팬들에게 인식된 '배신자' 설기현의 모습과 다르게, 선수들 사이에서는 놀랍도록 설기현에 대한 평판이 좋았다. 심지어 설기현을 보고 경남에 왔다는 선수가 등장할 정도로 설기현의 등장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당연히 설기현에 대한 인터뷰 역시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는데, 그 가운데 스포츠니어스 인터뷰에서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목 하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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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sports-g.com/2020/01/21/%EA%B2%BD%EB%82%A8-%EC%84%A4%EA%B8%B0%ED%98%84%EC%9D%B4-%EB%A7%90%ED%95%98%EB%8A%94-%EC%A2%8B%EC%9D%80-%EC%B6%95%EA%B5%AC-%EA%B7%B8%EB%A6%AC%EA%B3%A0-%EB%B3%80%ED%99%94

[스포츠니어스|태국 방콕=조성룡 기자] ‘초짜’ 프로 감독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K리그2로 강등 당한 ...

 

<선수들에게는 설기현 감독에 대한 평가가 좋다. 하지만 팬들의 생각은 정반대다. 특히 선수 시절 팀을 떠나는 과정에서 잡음도 많지 않았는가. K리그 감독이 됐다면 이를 풀어내는 것도 숙제 아닌가.

 

맞다. 비판이 정말 많았다. 일단 내 잘못이다. 내가 항상 축구를 잘했다면 좋은 소리만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된 분들도 많다. 게다가 내 성격 자체가 해명하거나 비판에 대해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열심히 하고 잘하면 다 이해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점점 오해가 더욱 많이 쌓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인천에서 팀을 떠났을 때 사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 표현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래도 내가 깔끔하게 잘 정리를 하지 못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팬들의 부정적인 시각에서는 내가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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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설기현 스스로가 자신의 입으로 은퇴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 나왔다. 처음 은퇴했을 당시와는 말이 확실히 변하긴 했다. 스스로의 잘못이라고 인정하는 내용은 2015년 당시에는 볼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나는 사정이 있었다'는 말 역시 남아있었다. 이 구절을 보면서, 설기현의 인천 은퇴에 대해 한번 되짚어볼 타이밍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이전부터 설기현의 은퇴에 대해서는 생각을 복잡하게 만드는 이야기도 많았고, 그에 대한 극명하게 갈리는 시각 역시 흥미롭기는 했다.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글이 길어지면서 읽는 사람들 사이에 혹시 오해가 있을까봐 미리 스스로 내린 결론을 한번 언급하고 가려고 한다.

 

'설기현의 은퇴는 설기현 본인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구단 역시 내심 설기현을 보내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의 선택이 무책임하고 깔끔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인천 팬들에게 잘못을 저질렀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선수들 사이에서 설기현의 평가가 좋은 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자기관리'와 '프로의식'의 산물이지, 그것이 이 은퇴 건에 대한 팬들의 생각까지 바꿀 수 있는 요소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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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천에서의 설기현은 어떤 인물이었는가?

 

인천 시절의 설기현에 대해서 제일 잘 알 수 있는 것은 김도혁의 언급이라고 생각한다. 김도혁은 인터뷰에서 종종 설기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언급하곤 했으며, 내용은 항상 그에 대한 칭찬일색이었다.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9/19/2014091900670.html

소년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잊지 못한다. 세계적인 선수와 맞서 뛰는 태극전사, 그 중에서도 설기현과 이...
Chosun / 2014-09-19

 

<그는 2014년 자유계약으로 인천 유니폼을 입었다. 2012년 U-리그 대학선수권 MVP 출신인 그에게 J-리그 팀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하지만 김도혁의 선택은 단호했다. 그는 "다들 떠나듯이 일본으로 가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다. 테스트도 봐야했고. 자유계약 제도가 생기면서 '내가 원하는 팀을 선택할 수 있는데 굳이 일본까지 갈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기현이형과 천수형이 뛰는 인천에서 제의가 왔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입단을 결심했다"고 했다.>

 

이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이, 김도혁이 인천에게 매력을 느낀 요소로는 2002년 베테랑의 존재가 컸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내용만으로는 설기현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쉽게 알수는 없다. 설기현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심층적인 내용이 필요했다.

 

https://www.sports-g.com/2017/12/09/%EC%9E%85%EB%8C%80-%EC%9D%B8%EC%B2%9C-%EA%B9%80%EB%8F%84%ED%98%81-%EC%B6%95%EA%B5%AC%EB%8A%94-%EB%82%B4%EA%B0%80-%EC%95%84%EB%8B%8C-%EA%B4%80%EC%A4%91%EC%9D%B4-%EB%A7%8C%EB%93%A4%EB%8D%94%EB%9D%BC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단 한 팀을 위해서 헌신한 선수를 향해 붙여지는 칭호. 원클럽맨. 인천유나이...

 

<알겠다. 문선민의 머리 숱은 풍성한 걸로 하겠다. 그렇다면 문선민 말고 김도혁의 축구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존재가 또 있는가?

 

있다. (설)기현이 형이다.

 

어째서?

 

나는 그를 존경한다. 단순히 2002년 월드컵 4강 멤버고 유럽까지 다녀온 선수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설기현의 커리어를 다 제쳐두고도 그는 충분히 존경받아야 할 선수다. 운동하는 것부터 사소한 사생활까지 그는 모범적이다. ‘괜히 저 커리어를 쌓은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군 입대 직전 스포츠니어스와 진행했던 김도혁의 인터뷰는 그가 왜 설기현을 존경하고 따랐는지를 간략하게 보여준다. 적어도 '선수 설기현'은 스스로를 관리하는 면에서는 매우 프로다운 인물이었다. 뿐만아니라 여러 내용을 살펴보면 설기현은 후배들에게도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고 영향을 주는 선배였던 것으로 보인다. 김도혁이 그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하는게 과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저 인터뷰 내용대로면 설기현은 김도혁이 프로 생활을 하면서 봤던 인물 중 제일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정도로 팀원들에게는 인정받는 존재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커뮤니티 등지에서 설기현의 선수 시절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다. 그 내용들도 나름 흥미로웠는데, 한국 프로축구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모습을 설기현은 종종 연출하고는 했다고 한다. 설기현은 전술에 대해서 감독, 코칭스태프에게 직접 의견을 제시할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고자 노력했고,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자주 해왔다고 전해진다. 자기관리 능력에 더해 이런 식으로 선수들에게 진취적인 자세를 강조하는 모습은 팀 내 어린 선수들에게는 확실히 영향을 주긴 했으리라 예상된다. 설기현은 자신이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을 전파하고자 하였다. 그런 자세는 성균관대, 경남 감독으로 참여한 인터뷰에서도 나타났으며, 선수 시절에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말이 떠돈다.

 

설기현이라는 '사람'은 정말 독특한 느낌이 든다. 이영표와 김신욱의 전도를 엄청난 혀놀림으로 뿌리쳤다는 이야기를 보면 설기현은 굉장히 자기 주관이 강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는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강하게 추진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스로 마음으로 결단을 내리면, 그는 그것을 밀어붙여왔다. 감독으로의 철학이 자리잡히자, 역시나 그 철학을 지켜왔고 그로 인해 선수들에게는 평판이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모습은 반감을 낳기도 했다. 그는 소통이라는 면에서 부족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그리고 다른 구단으로 이동할 때마다, 그는 남들을 납득시키지 않고 자신만 납득한 상황에서 바로 이동하는 행적을 수차례 보여주었다. 특정 집단이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느끼거나 자신의 입지가 애매하다고 느끼면, 그는 거리낌없이 그 집단을 뒤로 하고 다른 곳으로 떠났다. 포항에서 울산으로 간 것도, 인천에서 성균관대로 간 것도, 성남에서 경남으로 간 것도 되짚어보면 그 집단에서 자신의 입지가 붕 뜬 시점에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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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설기현의 은퇴 당시 상황과 전개

 

설기현이 은퇴하던 2015년 초의 인천은 말그대로 개판이었다. 2014 시즌, 인천은 고전하다가 간신히 살아남으며 1부리그에서의 생활을 이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이전부터 누적되던 재정적 부담은 이 시기에 극한으로 확대되었다. 인천은 계약이 만료된 선수들을 하나하나 보냈고, 남아있던 선수들도 이적료를 받고 팔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박태민, 남준재, 구본상, 문상윤, 이석현 등등 수많은 선수들이 팀을 나갔고, 팬들 사이에서 인천의 여론은 엄청난 속도로 악화되었다. 이런 판국에 김봉길 감독 해임 과정까지 더러웠다는 말이 나왔으니 말 그대로 혼란 그 자체였다.

 

http://news.tf.co.kr/read/soccer/1484472.htm

 

<'고향에 남는다' 이천수, 인천과 1년 재계약>

 

결국 인천은 팀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김도훈 감독을 선임한 이후 인천은 영입 작업을 빠르게 이어나갔고, 팀의 고참이자 스타 플레이어 이천수와의 재계약을 성사시키면서 팀을 구축하였다. 2월 말에는 케빈과 김인성까지 영입에 성공하면서 어느 정도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성공하였다. 그런데 이천수의 이름이 나오면, 당연히 같이 나와야 할 이름이 있다. 바로 인천 내에 남아있는 또 다른 최고참, 설기현이다.

 

http://m.sportsworldi.com/view/20140109024806

설기현(35)이 2015년까지 인천 유나이티드를 이끈다.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는 9일 “설기현과 2년 재계약...

 

<설기현, 2015년까지 ‘인천맨’… 2년 재계약 최종 합의>

 

설기현은 사실 인천과 재계약을 맺을 이유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2013 시즌 종료 후 인천과 2년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점은 어떻게 보면 인천 구단의 실책이라고 할 수도 있다. 2014 시즌 내내 부상으로 고생하고 부진한 설기현과의 재계약 그 자체를 문제로 삼을 수도 있고, 재계약은 이해하지만 '2년'이라는 기간을 문제로 삼을 수도 있다. 어찌됐건 설기현은 이 시점에서 인천과 계약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이 소식은 인천에게 사실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설기현은 인천 내에서 유명한 고액연봉자였고, 이천수와 다르게 그 직전 해에 경기도 많이 뛰지 못한 상황이었다. 나이도 이천수보다 더 많은 상황이었고, 계약이 남아있으니 쉽사리 내보낼수도 없었다. FA 상태였으면 자연스레 헤어질 수 있었겠지만 그럴 수 없었고, 이미 30대 후반인데다 직전 시즌 활약도 별로였고 연봉도 많이 받는 설기현을 이적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영입하려는 팀도 딱히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인천은 설기현을 은근히 내보내고 싶어한 것 같지만, 이미 너무 많은 선수들을 내보낸 상황에서 섣부르게 설기현과의 계약 해지를 시도하는 것도 부담이라고 느낀 것 같다. 결국 인천은 이천수와 설기현, 두 베테랑을 팀의 구심점으로 삼아서 시즌을 준비하는 해답을 선택했다.

 

https://news.joins.com/article/17269895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인 설기현(36·인천)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설기현의 소속사인 지센 관계...
중앙일보 - 김지한 / 2015-03-03

 

<그러나 지난 시즌에는 허리 통증 등 부상으로 7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고액 연봉에도 지난 시즌 부상 때문에 많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구단에 미안함을 많이 느꼈다"고 전했다.>

 

물론 설기현도 이런 상황은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의 멘트를 보면 알겠지만 설기현은 자신의 연봉이 구단에 부담이 된다는 사실, 자신의 활약이 미진했다는 사실을 모두 느끼고 있었다. 이 타이밍에서 그는 이미 고민을 시작했으리라 예상된다. 이 상황에서 그가 고민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가지였다.

 

- 재정적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자신과의 동행을 은근히 그만두고 싶어하는 인천에게 작별을 선언하고 계약해지 내지는 은퇴를 한다.

- 너무 많은 선수가 나가서 여론이 안 좋은 인천이 자신을 내치지 못하는 상황을 받아들여서 인천과 1년 더 동행한다.

 

이적이라는 선택지도 물론 있기야 하지만 설기현 자신도 이제는 그 연봉을 주고 자신을 데려가려는 팀은 없으리라 느꼈을테니 결국 이 두가지가 설기현이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이 둘 중 설기현은 후자를 선택하여 선수로의 마지막 1년을 더 보내는 쪽으로 결심하게 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설기현은 불안함을 항상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입지가 붕 뜬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자기관리는 철저했던 설기현이라서 프리시즌에 몸을 열심히 만든 것으로 보인다. 김도혁은 위의 인터뷰에서 '당시 선수들 중 설기현의 몸상태가 제일 좋았다'고 말하면서 설기현은 충분히 1년을 더 뛸 수 있었다고 봤다는 멘트를 남겼다. (사실 이 부분은 결정적으로 설기현을 실드칠 수 없는 사유 중 하나라고 생각. 결국 '할 수 있었다'는 의미니까.)

 

그러던 설기현에게 성균관대가 감독 제의를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성균관대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제 막 시즌을 시작하려고 준비하는 '선수'에게 때려치고 감독을 하라고 접근한다? 매우 이상한 그림이라고 느꼈다.) 제의를 받은 설기현은 마음이 흔들렸다. 입지가 붕 떴으니까.... 설기현 스스로는 이게 기회라고 생각한 것 같다. 단순히 감독으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의미가 아니라, 인천에서의 애매한 상황을 종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hskim72&logNo=220289925348&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m%2F

기사제공&출처: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현역 은퇴를 선언한 설기현(36)이 지도자로서 해외 진출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와 좀 갑작스럽다는 반응이 있는데.

▶갑작스럽게 은퇴해서 저도 복잡하다. 그러면서 항상 어떤 팀을 맡고 싶다고 준비는 하고 있었다. 사실 은퇴를 결정한다고 해서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갑작스럽게 결정하는 부분이었지만 인천 구단과 김도훈 감독께 진지하게 상의 드렸다. 그러나 너무나 흔쾌히 결정을 해주셔서 약간 서운하기도 했다. 부담을 덜 수 있는 부분은 케빈이라는 좋은 스트라이커가 있다는 점이다. 나머지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전력 공백은 없을 것이다. 제가 인천의 큰 부분을 차지하지도 않는다.>

 

이 인터뷰에서 제일 핵심적인 멘트는 결국 빨간색으로 굵게 한 저 대목이다. 당시 이 인터뷰를 보고 모두가 시덥잖은 변명이라고 넘겼는데, 사실은 진실을 보여주는 멘트라는 느낌이 최근 들었다. '흔쾌히 결정'이라는 이야기는 '겉으로는 붙잡는 척 하면서도 내심 설기현을 쳐내고 싶었던 인천의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천은 설기현에게 이 이야기를 듣자 다른 의미로 기회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설기현을 내보낼 수 있는 기회.

 

결국 이렇게 단박에 결정이 나면서 설기현은 곧바로 은퇴를 선언하고 인천을 떠났다. 설기현의 입장에서는 분명 나가고 싶은 이유가 없진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의 잘못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설기현은 그 전에 이미 선택을 한 번 했었다.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인천에서 마지막 1년을 보낸다'라고. 그러나 그는 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1~2달만에 포기하였다. 인천이 그를 보내고 싶어했다고 하더라도 설기현의 선택이 무책임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인천은 설기현이 남기로 결정을 했으니 그를 활용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그를 맨 위에 올린 유니폼 모델로 출연시키기도 하고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하였다. 당연히 자연스레 그는 전술의 한 축이 되었고, 그가 주전은 아니더라도 김도훈 감독은 그를 활용할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특히 울산에서 보여준 노장덕후 김도훈의 모습을 보면 설기현은 아마 꽤 자주 나왔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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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결론

 

<그런데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설기현의 은퇴 당시 많은 인천 팬들은 강하게 비판했다.

 

팬들이 그랬다는 것은 나도 안다. 하지만 나라도 기현의 형에 대해 해명하고 싶다. 당시 나는 너무나 안타까웠다. 한국에서는 선수의 의사가 강하게 반영되지 못한다. 물론 선수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겠지만 구단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설기현이 비판을 한 몸에 받는 것을 보면서 ‘이것은 아쉽다’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나는 적어도 설기현과 한 방을 쓴 적도 있었고 곁에서 많은 것을 지켜봤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 그는 정말 좋은 선배이자 선수였다. 이제 와서 솔직하게 말하지만 나는 그 당시에 설기현이 은퇴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선수 생활을 더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당시 설기현의 컨디션이 인천 선수들 중에서 제일 좋았다고 봤다.

 

배울 점도 많고 존경스러운 선수가 바로 기현이 형이었다. ‘나도 고참이 되면 저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인상 깊은 선배였다. 아마 그와 함께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라면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물론 팬들이 그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부분은 당연히 있을 것이다. 전후 사정을 다 알 수도 없고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라도 나서서 이런 이야기를 팬들께 전해드리고 싶었다. 참 그가 많이 안타까웠다. 팬들께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었다.>

 

스포츠니어스 김도혁 인터뷰에서 설기현에 대한 변호 내용이 직접적으로 나오는 부분이다. 그는 설기현의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변호했고, 아마도 그 '전후 사정'과 '구단의 책임'의 핵심 내용은 위에서 언급했던 '잡는 척을 하면서도 은근히 그를 내보내고 싶어하는 모순적인 인천의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이 인터뷰에선 이미 다른 한가지도 인정했다. '선수의 책임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다. 구단이 온전한 의미의 피해자는 아니다. 진정한 피해자는 인천 팬이지, 인천 구단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당연히 설기현의 잘못도 사라지지 않는다. 설기현이 떠나고 싶었다면 그 이전에 이미 결정했어야 했다. 설기현은 부정적인 시선이 두려웠는지 인천과의 동행을 결정했으나, 정작 그 결정에 스스로 지쳐서 얼마 지나지 않아 결정을 번복하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앞에서 말한 '특정 집단이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느끼거나 자신의 입지가 애매하다고 느끼면, 그는 거리낌없이 그 집단을 뒤로 하고 다른 곳으로 떠났다.'라는 내용대로면 설기현은 이미 떠나는게 맞지 않느냐?라고 생각할수도 있는데, 아마 설기현이 그 때 나가지 않은 것은 '자신을 원하는 곳이 아직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설기현은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기 전까지는 능동적으로 움직이진 않는 편이었다. 결정을 내린 후 뒤늦게 성균관대가 자신을 원하자, 그제서야 다시 선택을 바꾼 셈이다.

 

본인은 억울하게 생각할만한 점도 있겠지만, 이번 경남 감독 부임 이후 인터뷰에서 스스로 인정했듯이 그는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했다. 동시에 그는 너무나도 쉽게 선택을 번복하고 말았다. 설기현은 선수로 그래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고 후배들에게 인정받을만한 족적도 남겼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과 이 은퇴 논란은 분리해서 봐야 할 별개의 이야기이고, 그것이 은퇴 논란에 있어서 설기현을 실드칠 수 있는 요인은 아니다.

 

솔직하게 인천 구단은 그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설기현의 늦은 결정으로 인해 구단도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구단도 그와의 작별을 원하고 있었고 그를 말리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인천의 팬이라면 충분히 그를 비판할 자격이 있다. 그의 행동에 상처를 입은 것은 결국 인천의 팬들이었으니까.

댓글 13

고철타카 2020.01.23. 16:02
그 입지를 본인이 다져가는게 프로라고 생각하는데 흠 ㅋㅋㅋ 그리고 과연 팀내에 입지가 부족한 선수를 계약도 안된 상태에서 동계훈련 데려가는 팀이 있으려나..
댓글
보멜라 작성자 2020.01.23. 16:08
 고철타카
계약 자체는 남아있었고 종료되지 않았으니 훈련을 동행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설기현 본인이 처음에 계속 가겠다고 구단에 말했으리라 추측

설기현은 자기 혼자를 챙기는 면에선 철저할지 몰라도 항상 자신이 불리해지면 좋지 못한 결정을 내리는 것 같습니다. 그의 프로의식은 어찌보면 반쪽짜리인 느낌. 자기관리에만 신경쓰고, 그만큼 중요한 '관계'와 '책임감'은 결여된...
댓글
고철타카 2020.01.23. 16:35
 보멜라
아아 전 포항에서 나갈 때 이야기였어요ㅠㅠ
댓글
보멜라 작성자 2020.01.23. 16:39
 고철타카
아하아하...
댓글
욕구불만 2020.01.23. 16:02
김도혁 썸네일 움짤 뭐임ㅋㅋㅋ스포츠니어스놈덜 채신기술쓰네
댓글
룩30골 2020.01.23. 16:11
포항은 계약종료 울산은 뭐 깔끔하고 인천은 그런 상황이 있구나..설직히 이번 성남껀은 억울해보인다 애초에 일요일날 결정됬고 인터뷰건때문에 미리 상의도 했다고 나와있는뎊또 통수라고 몰아세우는건.. 단편적인 이야기와 기사로 판단할 수밖에 없기에 입장차가 존재하는거같네
댓글
보멜라 작성자 2020.01.23. 16:12
 룩30골
경남행 건은 사실상 성남도 설기현을 데리고 있을 이유가 없어진 상황이라 개인적으로도 통수라고는 할 수 없다고 봅니다 ㅇㅇ
너무 빠르게 나가서 웃기긴 하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
댓글
goodplum 2020.01.23. 16:32
 보멜라
위에도 얘기했지만 촌놈이라서 복잡한 명분 의례 이런 거에 무감각해서 그럴 거임
철저히 실익만 쫓다가 대가리 깨지고 ? ? ? 이러는 스타일
댓글
Rexoarh 2020.01.23. 16:40
김현회가 판 깔아줬는데도 결국 팬들한테 미안하다는 형식적인 말 한마디도 안하는거 보면 그냥 욕을 알아서 버는 스타일
댓글
보멜라 작성자 2020.01.23. 16:44
 Rexoarh
사실 아직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듯
주변에서 얘기가 많으니까 아 뭐 내 잘못도 있나보네~ 하고 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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