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99년생 2선 플레이어 TOP 5 - 2편 조영욱

  • 신객
  • 685
  • 7
  • 29

FC서울 조영욱

 

스트라이커가 본 포지션이지만 2선 플레이어로 기용되는 빈도도 높기 때문에 이번 편에 조영욱을 포함시켰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자면 조영욱은 재능이다.

조영욱은 직관적인 침투타이밍과 힘있는 드리블을 통해 상대 진영으로 밀고 들어가서 뭔가 결과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스트라이커로서 신장이 크지 않고, 스스로 슈팅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아직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 조영욱이기 때문에

그런 장점이 도움이 된 것만은 아니다.

 

2017 U20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조영욱은 마치 본 소속팀이 대표팀인 것처럼 각급 대표팀에 줄기차게 소집됐고,

지도자들은 어떤 일정한 방향성이나 목적없이 매 경기 필요에 따라 조영욱을 여러 포지션에 기용했다.

 

하지만 그러는동안 조영욱은 2~3년 간 스스로 포지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해 흔들렸다.

인터뷰 때마다 조영욱이 꼽는 롤모델은 맨시티의 아구에로였다.

2017 U20 월드컵에서 원톱으로 가능성을 보여줬고, 월반한 청대멤버로서 자리를 잡았던 조영욱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조영욱은 늘 스트라이커 포지션을 원하는 듯한 뉘앙스의 이야기들을 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고려대 서동원 감독과 U20대표팀의 정정용 감독은 조영욱을 윙어로의 포지션 변경을 시도했고

김봉길 감독 체제의 U23 대표팀에서도 매 연습경기, 전반과 후반 포지션을 변경하며 윙어, 공격형미드필더, 스트라이커 등 3개 이상의 역할에 번갈아 뭔가 보여줘야만 했다.

심지어 서울에서는 공격적인 역할의 중앙미드필더로까지 한동안 기용됐는데 

조영욱의 포지션 문제를 진득하게 같이 고민해 줄 형편의 지도자가 없던 상황에서

조영욱은 여전히 재능을 보였지만 길을 잃은 듯 점차 성장이 더뎌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한편으로는 라이벌팀의 수원 전세진과 비교했을 때 조영욱이 프로무대에 대한 준비나 각오가 부족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전세진은 조영욱에 비해 보여준 재능은 부족했다고 할 수 있지만

고교 졸업 후에도 모교 감독이었던 주승진 전 매탄고 감독의 피드백을 받으며 스트라이커로서의 정체성에서 벗어나

이미 프로진출 첫해 프리시즌에 공격형미드필더와 윙어로 뛸 준비를 해온 것처럼 보였다.

 

월반을 지속해 온 초엘리트 선수 중 국가대표팀에 빠르게 자리 잡는 선수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고교무대난 청대에서의 활약과 그곳에서 보여준 자신의 기량을 맹신하지 않고 프로무대에서 요구되는 부분을 일찍이 보완하려 했다는 것이다.

멀게는 이천수, 좀더 가깝게는 이청용, 지동원, 권창훈 등이 그런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은 18~19세 나이에 이미 체력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수비가담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몸싸움이 부족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부딪혔다.

또한 한번이라도 패스를 더 받기 위해 볼이 없을 때 활발하고 영리하게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조영욱에게서는 아직 더 나아지고자 하는 그런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 느낌이다.

결과적으로 조영욱은

2017 U20 월드컵에서 월반신화를 만들며 원톱 스트라이커로서 주전자리를 꿰찼던 선수였지만

2년 뒤인 2019 U20 월드컵에서는 오세훈에게 자리를 내줬고,

서울에서는 수비수에서 공격수로서 포지션 변경한 지 3개월 여 밖에 되지 않은 박동진에게 밀렸다.

또 2019 AFC 챔피언십에서도 미드필더에서 공격수로 포지션 변경하며 안양에서 활약을 시작한 조규성에게도 본인이 원하는 자리를 내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감독들마다 원하는 스타일의 공격수가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자신이 원하는 포지션에서 뛰기 위해서라면 이겨냈어야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서울의 감독직이 불안정한 상황이었다는 것도 조영욱에게 도움이 될 수 없었다.

수비가담, 오프더볼 움직임, 박스 안에서의 플레이, 윙포지션과 공격형미드필더에게 필요한 전술움직임 등이 잘 보완되지 못했고

이을용 감독 대행은 다른 청대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조영욱의 장점만을 뽑아 활용하기에 급급했다.

조영욱 스스로는 경기경험을 통해 프로의 몸싸움에 자연스럽게 적응을 시작했고, 힘도 더 붙은 인상이었지만

가장 기대받았던 99년생 공격수란 걸 생각해 보면 포지션 때문에 2~3년 간 헤멘 시기는 아쉽게 다가온다. 

 

최용수 감독은 조영욱에 대해 평가하길 특별히 단점도 없지만 특별히 장점도 없는 선수라고 직접적으로 언론에 표현했다.

 

예를 들면,

이근호는 한번의 침투를 성공시키기 위해 많으면 3번 이상의 가짜 움직임을 가져간다.

황희찬은 등지고 돌아서는 움직임의 기세와 저돌적 돌파가 특별하다.

박동진은 내일이 없는 선수인 것처럼 공격할 때나 수비할 때나 몸을 불사르며 싸운다.

고요한은 박스에서 박스로 미친듯이 전력질주하며, 거칠게 상대선수들을 다룬다.

 

좀더 어린 선수들로 예를 들자면,

정승원은 재능이 부족한 무색무취의 공격수로서 평가받으며 시작했지만 공격형미드필더, 중앙미드필더, 풀백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활동량'과 공격전환 시의 빠른 움직임으로 리그에서 입지를 구축해 나갔고, 김학범 감독은 이동경, 김진규 등을 조커로 활용하는 대신 정승원으로 하여금 본인의 전방압박 전술을 실행하게 했다.

이동경은 슈팅기술과 킥력으로서 어필했고, 이동준은 빠른 스피드로 존재감을 보였다.

전세진은 수비가담과 빌드업 시의 연계 움직임에서 적극성을 보였고, 김학범 감독의 테스트에서는 낙마했지만

지난 시즌 말미 마침내 윙어로서 돌파능력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인상깊은 활약을 펼쳤다.

 

다행히 2019 U20 월드컵에서

조영욱은 어느 때보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중앙미드필더로서 수비적인 역할에 신경써 줬고, 공격전환 시 사력을 다해 전방을 뛰어들어가 득점을 노렸다.

 

사실 이 기세를 리그에서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랬는데 이번에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8월 대구전 마침내 선발기회를 얻은 조영욱이었지만 경기시간 10분 여만에 부상으로 교체아웃된 것이다.

11월 부상에서 회복한 조영욱은 이번에는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대표팀 두바이컵에 소집됐다.

 

사우디전 후반 왼쪽 윙포지션에 교체로 들어온 조영욱은 예의 침투능력과 힘있는 드리블, 슈팅을 선보였지만

여전히 수비전환 시의 수비 포지셔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수비가담은 늦었다.

공격형미드필더로 기용됐던 이라크전에서는 뭔가 더 의욕적으로 보였지만 여기서도 이른 시간 부상을 당했고

AFC 챔피언십에 소집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이번 2020시즌에도 최용수 감독은 조영욱을 기용한다면 스트라이커로 기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영욱이 스트라이커로서 입지를 구축하며 활약해 나가는 것도 분명 좋은 시나리오겠지만

원톱을 활용하는 팀이 대부분인 현 축구트렌드에서 조영욱이 유럽이나 국대 등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한다면

윙포지션과 공격형미드필더 포지션에서도 뛸 수 있어야 한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이전에도 조영욱과 같은 재능이 서울에 한 명 있었다.

이승렬.

이승렬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 허정무 감독의 유망주픽으로 합류했었지만

그 전이었던 2009년 U20 월드컵에서는 사실 우려되는 일을 겪었다.

프로레벨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이승렬이었지만

첫 경기 카메룬과의 대결 이후 다음 경기부터 무명의 서정진과 대학생이었던 김보경, 김민우에게 2선 선발 자리를 내줘야 했던 것이다.

대회 이후 KFA 기술보고서에 당시 코칭스탭이 그 이유를 밝였었다.

이승렬과 조영철의 수비가담이 좋지 않아 팀의 밸런스가 무너졌고, 따라서 공격으로 나가기도 쉽지 않았다는 것.

이승렬을 어린 시절부터 주목했던 허정무 감독이었기 때문에 월드컵까지 경험할 수 있었지만

이후 이승렬의 행보는 역시나 포지션 정체성을 찾지 못하며 애매해 졌다.

사실 그런 케이스가 있었기 때문에 조영욱의 현재 모습이 우려스럽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힘과 스피드, 체력이란 피지컬적 재능을 두루 갖고 있다는 것.

밀고 들어가는 플레이와 본능적인 침투움직임, 연계센스 면에서 재능을 보인다는 점에서 조영욱은 여전히 발전가능성이 큰 유망주라고 할 수 있다.

올시즌은 페시치, 아드리아노, 박주영, 박동진과 여전히 쉽지 않은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는 당면 과제가 주어졌는데

조영욱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 지 우려가 되는 한편 궁금하기도 하다.

99년생으로서 여전히 나이가 깡패인 선수인만큼 조금은 늦어지더라도 자신의 길을 잘 개척해 나가길 바란다.

댓글 7

이베리코 2020.01.30. 18:45
누가 사생질만 그만 두면 포텐 터지는건데 참 아쉽다.
댓글
신객 작성자 2020.01.30. 22:30
 이베리코
아 복귀하신 그분 말씀이시군요ㅎㅎㅎ
댓글
짹혜리 2020.01.30. 18:46
이번시즌 반전 제대로 못이뤄내면 미래가 딱히 밝다기엔...
댓글
고철타카 2020.01.30. 18:51
개인적으로 조영욱은 스트라이커 자리에서 꾸준히 출장했으면 하는데 매우 아쉽...
댓글
든든국밥조석영 2020.01.30. 18:57
지금 당장은 이인규, 이승재랑 5번째 스트라이커 자리를 경쟁 중인 듯...
댓글
Hunt_K 2020.01.30. 18:58
개인적으로 발레르 제르맹처럼 커주길 바랬는데 투톱으로
댓글
콩산의해체교실 2020.01.30. 23:28
개축은 대부분 스트라이커는 용병을 쓰니 조영욱 같은 키가 크지않은선수는 일찍부터 2선으로 가는게 맞는듯 근데 욘스전술에는 자리가 없을듯함
댓글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정보/기사 2025 FA예정 명단 18 김태환악개 5217 31
츄르토토 국내축구갤러리 츄르토토 규칙 + 국축갤 토사장 명단 42 Lumine 5208 27
정보/기사 2024 시즌 K리그1-K리그2 유니폼 통합정보 10 뚜따전 6568 11
자유 2024년 국내 축구 일정(K리그1~K4리그) 11 미늘요리 15007 36
에펨/로스터 국내축구갤러리 FOOTBALL MANAGER 로스터 공지 (7월 7일 베타업데이트) 120 권창훈 27534 57
가이드북 K리그1 가이드북 링크 모음집 13 천사시체 16670 39
자유 ❗이것만 있으면 당신도 프로 플스인! 개축갤 뉴비들을 위한 필독서 모음❗ 31 뚜따전 41898 45
자유 국내축구갤러리 2024 가이드 7 권창훈 30273 27
인기 [속보] 국회서 추궁당한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사퇴 선언 6 메비우스2 300 26
인기 근데 킹울도 고정팬 늘고 잇는거 아니냐 3 postk 172 20
인기 승리기념 22시까지 댓글 단 사람 중에 5명 뽑아서 10000포씩 드림 15 저수지 72 13
칼럼/프리뷰/리뷰
기본
안양스피런 87 0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19 4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Nariel 91 5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whwnsw 31 3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안양스피런 65 2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38 5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도움이필요한동혁 162 3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럭키금성황소 172 13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41 6
칼럼/프리뷰/리뷰
기본
안양스피런 97 4
칼럼/프리뷰/리뷰
기본
감자감자감자 183 11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23 5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26 2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26 1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Nariel 140 5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whwnsw 52 2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whwnsw 55 3
칼럼/프리뷰/리뷰
기본
고독한아길이 151 3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와룡이나르샤 119 5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안양스피런 9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