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4.3의 아픔, 축구가 조금이라도 치유해줄 수 있기를

4.3사건을 추모하기 위한 글입니다.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억해야 할 사건들은 이념을 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지났지만, 흥미롭게 읽어주시길 기대합니다.

ps. 축구 관련한 부분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문제될 시엔 칼럼 탭에서 내리겠습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905931&memberNo=6525744

[BY 센터서클] [센터서클 | 서건 대표] 제주도는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다. 구멍이 송송 뚫린 현무암, 높...

 

 

 

 

제주도는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다. 구멍이 송송 뚫린 현무암, 높이 솟은 한라산, 그림 같은 유채꽃밭, 에메랄드빛의 바다... 그리고 옹기종기 모인 밭들까지, 제주도만큼 예쁜 관광지는 대한민국에서 찾기 힘들다. 제주도는 정말이지 아름답다.

 

비행기에서 대충 찍어도 아름답다.

 

그러나 제주도는 아름다운만큼 슬픈 장소다. 1948년과 1949년의 제주도를 떠올릴 때마다, 화산이 만들어낸 장엄한 풍경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아니, 아름답지만 아름답다는 말을 꺼내기가 두렵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용암 동굴 속에 숨어 있다가 학살을 당한 도민들, 한라산으로 숨어들었다가 ‘사냥’을 당한 도민들을 생각하면 제주도는 아름다운만큼 슬픈 섬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4.3 희생자들의 묘

 

어제는 4월 3일이었다. ‘4.3사건’이 시작된 날이었다. 그 때의 제주도는 너무나 쓰라리고 아픈 상처로 우리 역사 속에 남아있다. 그렇기에 총칼에 쓰러져 간 무고한 제주도민들을 기억하고 또 추모하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가슴 아픈 현대사를 성찰하는 건 우리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사명이다.
 
이번 시간에는 제주 유나이티드가 제주 4.3사건을 기억하고 또 추모하는 방식을 소개하며 축구가 상처를 치유하고 또 위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 제주 4.3사건
 
우선, 제주 4.3사건에 대한 설명을 한 이후에 제주 유나이티드의 추모 방식을 소개하려고 한다.
 
4.3사건은 ‘남로당(남조선노동당)의 무장봉기를 진압하기 위한 국군 및 경찰들의 작전 수행 도중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학살당한 사건’이라고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간단히 정리한 것만으로 4.3사건을 기억하게 된다면 4.3사건이 일어난 구체적 맥락이나 4.3사건의 참상을 알 길이 없다.
 
1947년 3월 1일 관덕정에서 3만여 명의 주민들이 3·1절 기념 시위에 참여했다. 그런데, 당시 반공(反공산주의)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던 경찰은 해당 시위에 참여한 자들을 적잖이 경계했다. 그렇게 시위는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런데 시위 도중에 한 경찰이 탄 말이 여섯 살 아이를 치어 죽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심지어 해당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아이가 치인 것을 무시하고 경찰서로 돌아갔다. 제주도민들은 이에 격분했고, 경찰서에 가 돌팔매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경찰서 습격이라고 판단한 경찰은 도민들에게 발포를 시작했다. 그 결과, 여섯 명의 제주도민이 목숨을 잃었다. 여섯 명 중에는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학생도 있었고, 갓난아기를 업은 여성도 있었다. 과잉진압이었다.

 

관덕정

 

이후 제주도민들은 민관 총파업을 통해 경찰의 사죄를 요구했지만, 정부(당시 미군정) 및 경찰 측은 도민들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은 채 시위의 배후에 공산당이 숨어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당시 남로당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제주도민들 입장에서 경찰의 만행은 충분히 분노를 일으킬 수 있는 사건이었다. 결국, 그 분노를 경청하지 않은 정부 및 경찰에 대해 제주도민들은 오히려 더욱 분노하게 되었다. 그렇게, 제주도민과 경찰은 점점 더 멀어지게 되었다.
 
제주도 내의 혼란스러운 사회분위기는 남로당에게 큰 기회로 작용했다. 당시 남한은 5월 10일 총선거를 앞두고 있었는데, 남로당은 이를 저지하고자 했고 제주도를 총선거 저지의 발화점으로 삼았다. 이에 남로당은 혼란스런 사회분위기를 틈타 김달삼이라는 일본군 장교 출신 사회주의자를 중심으로 300여명 규모의 무장대를 조직하고 무장봉기를 일으킨다. 그 결과, 경찰들은 물론, 경찰들의 가족마저 목숨을 잃는 사태가 터지고 만다. 그게 4.3사건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김달삼

 

이후 제주 경찰은 육지에서 파병된 국군·응원경찰, 평양지역에서 ‘반동분자’로 낙인찍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반공을 외치며 남한으로 내려온 서북청년단 등과 합세해 군경 토벌대를 조직한다. 그리고 군경 토벌대는 정부 방침에 따라 무장대를 적극적으로 토벌하기 시작한다.
 
군경 토벌대는 무장대를 토벌하기 위해 해안에서 5km 이상 떨어진 곳에서의 통행을 금지했다. 또한 산간 지역의 주민들을 해안가로 내려오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러한 명령은 제주 산간 지역 깊숙히까지 제대로 퍼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명령을 듣고 해안가로 내려온 주민들에 대한 군경 토벌대의 일방적인 탄압·학살이 이루어지자 산간지역 주민들은 더 이상 해안가로 내려오지 않았다. 또한, 산간지역의 민가들을 모두 불태우려는 군경 토벌대의 정책에 의해 갑작스레 집을 잃게 된 일부 제주도민들은 무장대에 합류하기도 했다.
 
결국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안전하게 보호되지 못한 채로 토벌이 시작되었고,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희생되기 시작했다. 동굴에 숨은 도민들은 군경 토벌대가 동굴 입구에 피운 불에 의해 희생되었다. 민가는 불태워졌고, 사람들은 ‘사냥’당했다. 물론, 무장대 역시 제주도민들의 재산을 약탈하고, 군경 토벌대에 협조한 제주도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1949년 봄이 되어서야 군경 토벌대 측이 해안 지방으로 내려오는 도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4.3사건은 수그러들게 되었다.

 

 

증오가 또 다른 증오를 낳아 만든 참사였다. 자본주의에 대한 증오는 경찰들을 공격하고, 나아가 경찰들의 가족까지 공격하는 만행을 낳았고, 심지어는 군경 토벌대의 명령을 따른 제주도민을 학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공산주의에 대한 증오 역시 무장대를 토벌하면서 죄 없는 양민들을 죽이는 걸 정당화하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다. 그렇게 수많은 제주도민들은 무고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증오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군경 측의 의인들마저 피해를 입었다. 무고한 제주도민들을 살리고자 한 의로운 경찰들과 군인들은 대부분 공산당으로 몰려 경질되어야 했으며, 상관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작전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그렇게 제주도는 지옥이 되었다.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4.3사건으로 인해 1만 4천명에서 3만 명이 학살당했다고 하고, 브루스 커밍스 교수에 따르면 6만 명이 학살당했다고 한다. 당시 제주도민이 30만 명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숨을 거둔 셈이다. 특히나, 숨을 거둔 도민들 중에는 갓난아이들과 임산부들, 노인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이념적인 판단 이전에 인륜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용납될 수 없다. 전시상황이어도 민간인 학살은 반인륜적 행위다. 그리고 그러한 학살을 은폐하려는 시도 역시 반인륜적 행위다. 제주도민들은 정부가 4.3사건에 대해 사과를 하기 이전까지, 4.3사건의 아픔을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다.
 
 

 #. 축구는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다. 
 
이에 제주 유나이티드는 4.3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4월 한 달 간 유니폼에 동백꽃 패치를 부착하고 경기를 하기로 결정했다. 과거 2018년에도 이와 같은 캠페인을 벌였으나, 그 때는 선수들 유니폼에 동백꽃 패치를 붙이진 않았다.

 

 

동백꽃은 제주 4.3사건을 상징하는 꽃과도 같다. 동백꽃은 빨간 색의 작은 꽃으로, 겨울에 피어났다가 4월경이 되면 꽃이 진다. 강요배 화백이 1992년 ‘동백꽃 지다’라는 그림책에서 4.3사건의 참상을 묘사한 그림들을 그려낸 이후 동백꽃은 본격적으로 4.3사건을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

 

 

축구는 ‘사회적인’ 스포츠다. 관중들은 축구를 보며 환호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한다. 그렇게 축구는 인간사회 곳곳으로 퍼지게 된다. 축구가 상처를 치유하고 또 위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이야기도 여기서 기인한다. 발로 공을 차는 놀이행위에 사회는 하나로 통합되며 관중들은 힘을 얻는다.
 
그래서 제주 유나이티드의 동백꽃 패치는 너무나 아름답다. 4.3사건을 함께 추모하는 것만으로 제주 유나이티드는 지역사회와 발맞추어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비록 축구만으로 4.3의 아픔을 완전히 치유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아픔에 공감해주는 제주 유나이티드의 모습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하다.
 
 

#. 야속한 코로나19, 해결책 없을까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 지구적 확산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됨에 따라 세계축구는 마비되었다. 대한민국의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세가 꺾였다고는 하나 세계와의 교류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기세가 꺾인 것이지 환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기에 리그를 진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4월 한 달 동안은 K리그 경기를 진행하기 어려울 듯하다. 그렇게 된다면 제주 유나이티드가 동백꽃 패치를 붙인 모습을 실시간 중계로 보는 것은 어려워질 듯하다. 연습경기를 생중계하는 방법으로 동백곷 패치를 붙인 모습을 볼 수는 있지만, 제주 유나이티드는 SNS를 통해서 연습경기의 실시간 중계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 연습경기 영상이나 사진으로나마 동백꽃 패치를 붙이고 뛰는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제주 유나이티드에게 한 가지 바램을 가져보려 한다. 2019시즌 포항 스틸러스는 해병대 창설 70주년 유니폼을 만들어 4월 7일 제주와의 경기에서 입으려 했다. 그러나 강원도 산불로 인해 ‘국가 재난사태’선포, 그리고 이에 따른 군병력 지원으로 유니폼을 입고 해병대와 함께하는 행사를 연기했다. 이후 포항은 10월 6일 울산과의 경기에서 해병대 창설 70주년 기념 유니폼을 입고, 해병대의 응원과 함께 경기를 치렀다. 제주도 이러한 포항의 예시를 참고해 좀 더 유연하게 동백꽃 패치를 붙였으면 한다. 추후 K리그가 개막하면 한 경기 정도만이라도 패치를 붙이는 것은 어떨까. 물론, 그러지 않더라도 제주 유나이티드의 뜻은 충분히 이해한다.

 

 


4.3사건은 한국 현대사의 너무나 아픈 기억이다이 기억을 함께 치유할 수 있도록 축구계가 도와주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축구는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비록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K리그가 진행되지 않고 있으나앞으로의 K리그가 좀 더 우리 사회 속의 아픔을 치유해주는 쪽으로 발전해 나갔으면 한다.

PS. 코로나19사태가 종식되면 4.3평화공원에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댓글 3

성남잠만보 2020.04.04. 11:42
4.3뿐 아니라 우리도 광복절시즌에 EPL처럼 뭐 하나 달고 뛰었으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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