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병수볼의 삼각대형 무엇이 다른가?

  • 신객
  • 539
  • 12
  • 30

병수볼의 핵심 철학 중 하나는,

선수들 간 삼각대형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

 

하지만 삼각대형을 만들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은

꼭 병수볼이 아니더라도 축구에서 익히 강조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병수볼에서의 삼각대형에는 뭔가 차별되는 점이라도 있는 걸까?

지금부터 지극히 아마추어적인 관점에서 그 차별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삼각대형.PNG

상대 선수 1명을 두고 3명의 선수가 삼각대형을 이룰 경우,

그 3명의 선수는 쉽게 패스를 돌리며 볼을 소유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삼각대형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전진을 하고, 공격을 가한다'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역삼각대형.PNG

상식적으로 정삼각대형을 이뤘을 때보다 역삼각대형을 이뤘을 때

공격적으로 더 다양한 옵션을 가질 수 있고, 상대 선수들의 예측과 판단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병수볼은 이런 명제에 충실하다.

선수들이 수비진영쪽으로 내려와서 포지셔닝하기 보다는 공격진영쪽으로 올라가서 포지셔닝 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더!

병수볼은 가능하다면 '더욱' 공격적으로 포지셔닝 하기를 바란다.

 

그럼 이런 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경기장면을 통해 좀더 명확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참고로 이 경기 15라운드 수원전은 김병수 감독이 지난 시즌 가장 만족했던 경기 중 하나였다고 밝힌 바 있다. 

 

1.

삼각대형1-1.PNG

조재완의 위치를 먼저 확인하자.

일반적인 팀에서라면 그간 조재완이 내려와서 받아주는 걸 기본으로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수비수(발렌티노스)보다 미드필더(조재완)의 볼컨트롤능력과 민첩성, 시야 등이 더 뛰어날 것이기 때문에

미드필더가 내려와서 볼을 받아주고 그 다음 전방으로 뭔가 활로를 뚫어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삼각대형을 만든다는 목적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데얀을 사이에 두고 조재완과 더불어 한국영이 두 개의 꼭지점을 형성해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병수볼에서는 이런 일반적인 개념을 뒤엎는다.

다시 위의 사진을 보면,

발렌티노스의 앞쪽에는 조금 더 치고 올라갈 공간이 있고,

상대 공격수 데얀의 압박이 지체되고 있다.

 

삼각대형1-2(1).png

따라서 이럴 경우, 조재완은 내려와서 패스를 받아주기 보다는

오히려 한 칸 올라가서 꼭지점을 형성한다.

그리고 한국영이 아니라 전방 공격수 제리치가 한 칸 아래로 내려와 또 다른 꼭지점을 형성하는 것이다.

 

삼각대형1-2(2).png

보다시피 일반적인 기대 하에서의 삼각대형은 데얀을 중심에 둔 삼각대형(하얀 삼각대형)이겠지만

병수볼에서는 최성근을 중심에 둔 좀더 전진된 형태의 삼각대형(검정 삼각대형)을 구성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따라서 병수볼에서의 삼각대형은 일반적인 삼각대형보다 그 형태를 만들어 나가기 까다롭다.

 

먼저 조재완의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데얀이 발렌티노스를 어떤 속도로 압박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하고,

주변 동료들의 위치를 확인하며 최성근의 왼쪽 뒷편 공간으로 움직일 지, 아니면 오른쪽 뒷편 공간으로 움직일 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데얀의 압박이 빠르게 이뤄질 거 같다면 내려와서 받아주는 게 맞을 거고

압박이 빠르게 이뤄지지 못할 것 같다면 올라가서 포지셔닝하는 게 맞을 거다.

 

발렌티노스 역시 상대 선수인 최성근의 움직임과 데얀의 압박을 감안하며 패스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데얀을 제치고 올라가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또한 그것을 실천할만한 전진 드리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조건들이 맞아떨어진다면 강원은 굳이 여러 단계를 거칠 필요없이

상대의 공격과 미드필더 라인을 단번에 넘어 상대의 최종수비라인에 균열을 야기하거나 공격해 들어갈 수 있다.

 

2.

삼각대형2-1.PNG

이 장면에서는 조재완이 한의권을 중심에 두고 조지훈과 삼각대형을 형성하기 위해 빠르게 횡으로 이동하려는 걸 볼 수 있다.

 

삼각대형2-2.PNG

데얀이 발렌티노스를 압박하기 전에 조재완이 삼각대형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3.

삼각대형3-1.PNG

한국영이 볼을 소유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데얀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이럴 경우 김현욱과 조재완은 한 칸 아래로 내려와 삼각대형을 만들어 줘야 한다.

 

삼각대형3-2.PNG

하지만 한국영은 삼각대형을 만들기에는 늦었다고 판단했고, 오른쪽 사이드에서 기다리고 있는 신광훈에게 패스를 전달한다.

신광훈의 앞에는 공격적으로 치고 올라갈 공간도 있으므로 이런 경우 한국영의 판단은 옳았다고 할 수 있다.
 
4.

삼각대형4-1.PNG

신광훈이 사이드에서 볼을 잡자, 김현욱은 우선 주변 동료(제리치)의 위치를 체크했고,
좀더 전진된 지역에서 삼각대형을 만들기 위해 측면쪽 공간으로 바꿔 이동하려 한다.
한국영도 다음 전진될 상황을 대비해 빠르게 한 칸 앞으로 전진.
 

삼각대형4-2.PNG

김현욱과 한국영은 삼각대형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상대의 압박이 강하지 않으므로 신광훈에게 여유가 있어 보였는데
뭔가 불안감을 느꼈는지 신광훈은 백패스를 시전한다.
 

삼각대형4-3.PNG

그러자 한국영이 신광훈을 쳐다보며 왜 패스를 안 주고 성급하게 백패스를 했는지 어필했고, 신광훈은 해명 중이다.
한국영은 이 경기(15라운드)를 기점으로 주변 동료들을 확실히 리드하기 시작했다.
 
5.

삼각대형5-1.PNG

신광훈이 반대전환하는 롱패스를 받으려는 시점이고,
이번에도 김현욱과 한국영이 염기훈(실제로는 염기훈 아님. 표기오류)을 중심으로 삼각대형을 형성하고자 빠르게 움직인다.
 

삼각대형5.gif

신광훈이 이번에는 성급하게 백패스 하지 않고, 최대한 한국영의 움직임을 기다려 주고자 했다.
한국영은 자신감있게 치고 올라가서 단번에 스루패스까지 시도한다.
 
이렇듯 병수볼에서 볼을 쥔 선수는 냉정하고 정확하게 판단하면서 삼각대형의 형성 가능성을 탐색해야 하는데
한국영이 특히 시즌 내내 주변 동료들의 움직임을 집중력있게 관찰하며 오프더볼과 온더볼을 가져가려 했고,
이후에 자신감이 붙자 반대전환이나 백패스를 할 것 같은 패인팅 동작을 취하며 동료들이 삼각대형을 형성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등
경기운영과 창의성 면에서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 한국영이 강원의 중심이 되서 K리그 최다패스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과
상대팀들의 수비전술에 있어 집중 타겟이 됐던 건 여기에 기인한다.
 
6.

3라운드1.PNG

3라운드만 해도 강원 선수들은 습관적으로 한 칸 내려가서 포지셔닝 하려는 모습을 노출했다.
 

3라운드2.PNG

한 공간에 4명의 선수가 들어가 있는 걸 볼 수 있다. 한국영이 측면으로 볼을 전개하는데
패스루트는 예측하기 쉽고, 볼을 전개하더라도 공격전술을 엮어갈 만한 선수가 전방에 보이지 않는다.
 

3라운드.gif

정석화가 뒤늦게 뛰어들어가 보지만 큰 의미를 갖지 못하고, 백패스를 하더라도 답답한 국면은 지속됐다.
 
정리해 보면,
병수볼에서의 삼각대형은 우선 역삼각형태의 삼각대형을 우선으로 하고
다소간 횡패스의 성격을 갖더라도 가능하면 공격적인 삼각대형을 구성하는 걸 목표로 한다.
볼을 가진 선수의 압박 상황에 따라 더 전진된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볼을 쥔 선수는 냉정하게 상황을 주시하며 필요하다면 스스로 볼을 가지고 한칸 앞으로 전진할 수 있으면 좋다.
 
이 개념은 볼을 공유하고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펼친다는 병수볼의 철학에 있어
기본 토대가 되는 개념이고,
체력적인 부하가 따를 수 있지만 선수들 간 경기운영에 대한 호흡이 좋아질수록
좀더 효율적으로 체력을 운용하면서 효과적? 창의적?으로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거라는 점에서
올시즌 어떻게 관리하고 발전해 나가는 지 지켜보면 좋을 듯 하다.
 
다음 편에서는,
삼각대형을 형성하는데 있어 오프더볼의 차별점을 좀더 디테일하게 알아보도록 하겠다. 
 
 

댓글 12

고철타카 2020.04.13. 02:22
확실히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들에게도 병수볼 색깔이 입혀지는듯
댓글
은빛비행선 2020.04.13. 02:25
어째 이러면 점점 김병수 눈에 찰 외국인 찾기는 어려워지는 것 같은데;; 저걸 할 수 있는 애가 개축에 굳이 올 필요가 있냐는 차치하더라도 1월에 데려온 말도 안통하는 외국애가 3우러 4월부터 저런 수준의 플레이를 이해할 수 있나?
댓글
신객 작성자 2020.04.13. 02:33
 은빛비행선
고무열의 용병급 활약을 기대할 수밖에 없을라나ㅎㅎ
댓글
백곰. 2020.04.13. 06:38
 은빛비행선
마무리 꼭지점위치 찾으면 간으한거 아닐까 윙어나 스트라이커
댓글
아방뜨 2020.04.13. 07:32
 은빛비행선
어린 애 업어와서 꾸준히 입히는 게 그나마 상책인듯 ㅋㅋㅋ
댓글
나하나쯤이야 2020.04.13. 10:38
이런게 쌓이고 쌓여서 축구 새로 배우는갓 같다는 소리가 나오는건가 ㄷ ㄷ ㄷ
확실히 다른 패러다임이네
댓글
천사씹체 2020.04.13. 11:46
두번째 사진에선 한국영을 중심으로 한 꼭지점이 아닐꽈 발렌티노스가 앞쪽으로 이동하는 한국영한테 주믄 한국영의 패스 선택지가 좌우중앙으로 다양하게 갈 수 있눈 위치라스
댓글
신객 작성자 2020.04.13. 12:05
 천사씹체
사진에서도 볼이 보일텐데
발렌티노스 패스가 제리치한테 향하는 중이고
영상으로 보면 한국영은 발렌티노스 패스 받으러 한칸 앞으로 올라가기에는 타이밍이 안 나왔음.
글고 발렌티노스 패스 받으려고 조재완, 제리치가 움직이는 게 확연히 나타나기도 하고
댓글
천사씹체 2020.04.13. 11:48
신광훈이 백패스 한 이유는 이미 개랑애덜이 한국영 쌈싸먹기 기다리고 이써써 신광훈의 판단이 마자꾸 두번째 장면에선 한국영 앞쪽이 프리해끼에 가능해따 보임
댓글
신객 작성자 2020.04.13. 12:15
 천사씹체
신광훈 관점에서는 그래서 백패스한 게 맞는 거 같은데
영상으로 보면 조금 기다렸다면 한국영한테 패스할 길이 일단은 났을 거 같기도 싶고 그래서 그랬는지 한국영이 신광훈한테 짜증섞인 액션을 하더라고. 나도 저 공간은 두번째 장면에 비하면 많이 좁다고 생각들긴 하는데 이날 골장면 때나 두번째 장면처럼 한국영이 탈압박 잘했던 경기라 뭔가 컨디션이라든지 다음 플레이 어떻게 할 건지 이런 거에 자신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 그렇더라고. 신광훈 판단이 꼭 틀렸다는 건 아니야. 본문에서는 비교설명하려다 보니 신광훈이 잘못한 것처럼 표현을 한 것 같구만
댓글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정보/기사 2025 FA예정 명단 18 김태환악개 5161 31
츄르토토 국내축구갤러리 츄르토토 규칙 + 국축갤 토사장 명단 42 Lumine 5165 27
정보/기사 2024 시즌 K리그1-K리그2 유니폼 통합정보 10 뚜따전 6538 11
자유 2024년 국내 축구 일정(K리그1~K4리그) 11 미늘요리 14972 36
에펨/로스터 국내축구갤러리 FOOTBALL MANAGER 로스터 공지 (7월 7일 베타업데이트) 120 권창훈 27494 57
가이드북 K리그1 가이드북 링크 모음집 13 천사시체 16634 39
자유 ❗이것만 있으면 당신도 프로 플스인! 개축갤 뉴비들을 위한 필독서 모음❗ 31 뚜따전 41866 45
자유 국내축구갤러리 2024 가이드 7 권창훈 30239 27
인기 개좆앰뒤씹기새끼들땜에 깸 1 애빙 18 1
인기 기상 이슬쿠니 7 0
인기 여름 어디갔냐 김병지의꽁지머리 13 0
자유
이미지
잼아저씨 37 0
자유
이미지
이슬쿠니 47 0
자유
기본
변성환 16 0
자유
기본
애빙 54 5
자유
기본
김병지의꽁지머리 31 2
자유
이미지
이슬쿠니 35 1
자유
이미지
욕구불만 46 1
자유
기본
김도균의칼퇴근 42 2
자유
기본
슈화 79 5
자유
이미지
K-리그복귀위원회 59 4
정보/기사
이미지
베트남 176 17
자유
이미지
shunske,boucha 56 3
에펨/로스터
이미지
바그닝요의탭댄스 50 6
자유
기본
사실은이렇습니다 58 3
자유
이미지
케이리그해체기원 87 1
자유
이미지
코리요 13 0
자유
이미지
레어코일 37 2
자유
기본
무드릭맘 77 3
자유
이미지
잼아저씨 31 1
자유
기본
플옵 4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