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병수볼의 삼각대형 무엇이 다른가?
- 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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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수볼의 핵심 철학 중 하나는,
선수들 간 삼각대형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
하지만 삼각대형을 만들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은
꼭 병수볼이 아니더라도 축구에서 익히 강조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병수볼에서의 삼각대형에는 뭔가 차별되는 점이라도 있는 걸까?
지금부터 지극히 아마추어적인 관점에서 그 차별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상대 선수 1명을 두고 3명의 선수가 삼각대형을 이룰 경우,
그 3명의 선수는 쉽게 패스를 돌리며 볼을 소유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삼각대형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전진을 하고, 공격을 가한다'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상식적으로 정삼각대형을 이뤘을 때보다 역삼각대형을 이뤘을 때
공격적으로 더 다양한 옵션을 가질 수 있고, 상대 선수들의 예측과 판단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병수볼은 이런 명제에 충실하다.
선수들이 수비진영쪽으로 내려와서 포지셔닝하기 보다는 공격진영쪽으로 올라가서 포지셔닝 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더!
병수볼은 가능하다면 '더욱' 공격적으로 포지셔닝 하기를 바란다.
그럼 이런 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경기장면을 통해 좀더 명확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참고로 이 경기 15라운드 수원전은 김병수 감독이 지난 시즌 가장 만족했던 경기 중 하나였다고 밝힌 바 있다.
1.
조재완의 위치를 먼저 확인하자.
일반적인 팀에서라면 그간 조재완이 내려와서 받아주는 걸 기본으로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수비수(발렌티노스)보다 미드필더(조재완)의 볼컨트롤능력과 민첩성, 시야 등이 더 뛰어날 것이기 때문에
미드필더가 내려와서 볼을 받아주고 그 다음 전방으로 뭔가 활로를 뚫어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삼각대형을 만든다는 목적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데얀을 사이에 두고 조재완과 더불어 한국영이 두 개의 꼭지점을 형성해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병수볼에서는 이런 일반적인 개념을 뒤엎는다.
다시 위의 사진을 보면,
발렌티노스의 앞쪽에는 조금 더 치고 올라갈 공간이 있고,
상대 공격수 데얀의 압박이 지체되고 있다.
따라서 이럴 경우, 조재완은 내려와서 패스를 받아주기 보다는
오히려 한 칸 올라가서 꼭지점을 형성한다.
그리고 한국영이 아니라 전방 공격수 제리치가 한 칸 아래로 내려와 또 다른 꼭지점을 형성하는 것이다.
보다시피 일반적인 기대 하에서의 삼각대형은 데얀을 중심에 둔 삼각대형(하얀 삼각대형)이겠지만
병수볼에서는 최성근을 중심에 둔 좀더 전진된 형태의 삼각대형(검정 삼각대형)을 구성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따라서 병수볼에서의 삼각대형은 일반적인 삼각대형보다 그 형태를 만들어 나가기 까다롭다.
먼저 조재완의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데얀이 발렌티노스를 어떤 속도로 압박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하고,
주변 동료들의 위치를 확인하며 최성근의 왼쪽 뒷편 공간으로 움직일 지, 아니면 오른쪽 뒷편 공간으로 움직일 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데얀의 압박이 빠르게 이뤄질 거 같다면 내려와서 받아주는 게 맞을 거고
압박이 빠르게 이뤄지지 못할 것 같다면 올라가서 포지셔닝하는 게 맞을 거다.
발렌티노스 역시 상대 선수인 최성근의 움직임과 데얀의 압박을 감안하며 패스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데얀을 제치고 올라가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또한 그것을 실천할만한 전진 드리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조건들이 맞아떨어진다면 강원은 굳이 여러 단계를 거칠 필요없이
상대의 공격과 미드필더 라인을 단번에 넘어 상대의 최종수비라인에 균열을 야기하거나 공격해 들어갈 수 있다.
2.
이 장면에서는 조재완이 한의권을 중심에 두고 조지훈과 삼각대형을 형성하기 위해 빠르게 횡으로 이동하려는 걸 볼 수 있다.
데얀이 발렌티노스를 압박하기 전에 조재완이 삼각대형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3.
한국영이 볼을 소유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데얀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이럴 경우 김현욱과 조재완은 한 칸 아래로 내려와 삼각대형을 만들어 줘야 한다.
하지만 한국영은 삼각대형을 만들기에는 늦었다고 판단했고, 오른쪽 사이드에서 기다리고 있는 신광훈에게 패스를 전달한다.
댓글 12
확실히 다른 패러다임이네
발렌티노스 패스가 제리치한테 향하는 중이고
영상으로 보면 한국영은 발렌티노스 패스 받으러 한칸 앞으로 올라가기에는 타이밍이 안 나왔음.
글고 발렌티노스 패스 받으려고 조재완, 제리치가 움직이는 게 확연히 나타나기도 하고
영상으로 보면 조금 기다렸다면 한국영한테 패스할 길이 일단은 났을 거 같기도 싶고 그래서 그랬는지 한국영이 신광훈한테 짜증섞인 액션을 하더라고. 나도 저 공간은 두번째 장면에 비하면 많이 좁다고 생각들긴 하는데 이날 골장면 때나 두번째 장면처럼 한국영이 탈압박 잘했던 경기라 뭔가 컨디션이라든지 다음 플레이 어떻게 할 건지 이런 거에 자신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 그렇더라고. 신광훈 판단이 꼭 틀렸다는 건 아니야. 본문에서는 비교설명하려다 보니 신광훈이 잘못한 것처럼 표현을 한 것 같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