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울산x포항=동해안대담] 1-1. 언성 히어로

  '울산 팬이 포항 팬과?'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필자에겐 함께 축구 이야기를 하며 친해진 포항 팬이 있다. 2019시즌이 끝나기 전부터, 이 친구와의 수다를 칼럼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시즌 결과를 지켜본 이후, '이걸 하는 게 맞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시도를 해보고 후회하는 쪽을 택했다. 서로 마주 앉아 술 한 잔 하며 나눈 이야기는 퍽 즐거웠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에게도 이 즐거움이 전달되길 바란다.

 

 

인물소개

푸른치

9년차 울산 팬.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이다. 2017시즌부터 커뮤니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울산현대 경기에 관한 리뷰를 쓰다, 2019시즌 파이널 라운드 즈음부터 블로그를 활용하고 있다. 서포터즈 활동은 아직 해본 적 없지만, 서포터즈들을 멋지다고 생각하며, 당연히 축구는 집관보단 직관이라고 생각한다.

 

시안블루

19년차 포항 팬. 지지 팀이냐 아니냐를 가리지 않고 축구 경기 보는 것을 좋아하는 천상 축덕이다. 유소년 경기도 종종 보러 다니는 만큼, 현역과 예비 K리그 선수들에 빠삭하다. 푸른치와는 더비 매치 상대 팀 팬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막역하게 지내고 있다.

 

 

들어가기 전에...

  이 게시글과 후속 게시글에 이어질 내용은 2020년 1월 10일 금요일 밤부터 11일 토요일까지 두 사람이 나눈 대화에 기초했습니다. 해당 시점 이후에 오피셜이 발표된 이적이나 AFC U-23 챔피언십의 결과(중국전 이후)에 대한 내용은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동해안 대담①: 2019시즌 리뷰

1. 언성 히어로

한 시즌 동안 묵묵히 활약 해줬지만, 언론이나 타 팀 팬들에게 그다지 주목 받지 못한 양 팀의 선수를 뽑아 보았다.

 

 

 

시안블루: 일단 포항부터 먼저 언성 히어로를 꼽자면, 나는 정재용을 꼽을 것 같아.

 

푸른치: (짜증) 하 XX...

 

시안블루: 이게 울산 팬이랑 같이 있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푸른치: (한숨) 솔직히 정재용 잘했어.

 

시안블루: 정재용이 시즌이 시작하고 들어왔잖아? 개막하고 나서야 포항에 합류했어. 그런데도 상당히 잘해줬지. 김기동 감독이 처음엔 4-4-2, 후반기 갈수록 4-2-3-1을 많이 썼었는데, 그 중앙 혹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묵묵히 제 몫을 다 했어.

기본적으로 안양 울산에서 정재용이 보여줬던 모습이 다른 수비형 미드필더보다 빌드업, 발밑이 좋은 선수였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기대도 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기대에 부응한 선수였어. 중간에 주장완장도 차고.

 

푸른치: 아 맞아, 정재용 주장이었지!

 

시안블루: 주장이었지. 중반기 넘어와서. 원래 포항 주장이 배슬기고 부주장이 김승대였는데, 배슬기는 못나오고 김승대는 떠났잖아.꾸준히 나오는 주전급 중에 주장 완장 찰만한 선수가 없었어. 김광석이 후반기에 복귀하긴 했지만 본인이 나서는 것을 꺼려하는 성격이라. 그 부담스러운 주장 완장을 정재용이 차고 되게 잘 이끌어줬다고 생각해.

최영준이나 이수빈이나 송민규, 팔로세비치, 일류첸코, 완델손 이런 선수들은 언론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었지. 그에 비해 정재용은 주장 완장이라는 부담을 지고도 잘 해줬는데 언론 주목도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낮았다고 생각해. 실력도, 전통적인 명가 포항 스틸러스의 주장에…

 

푸른치: XX, 그놈의 전통 명가 타령! (웃음) 그래, 전통은 인정해야지.

 

시안블루: "전통의 명가" 포항 스틸러스 주장 이름값에도 부족하지 않은 실력이었지.

후반기 가면 갈수록 이수빈이 못 나오고, 특히 최영준이 팀에 합류하면서 정재용-최영준 라인이 중앙에서 팀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수비-공격 모든 부분에서 기여를 하는 그런 모습이 있지 않았나 싶어.

그래서 내가 꼽은 언성 히어로는 정재용이다.

 

푸른치: 음, 정재용은 울산에 있을 때, 솔직히 기대도 많이 했었고, 나가기 직전까지도 좋아했던 선수거든? 그… 울산에서 나씨나길 사건 터졌을 때 정재용이 엮여있었던 거 알지? (시안블루: 어 알지 알지) 그래서 정재용에 대한 여론이 울산 팬들 사이에서 썩 좋지는 않았어. 그래도 내가 정재용을 좋아했던 이유는,

울산에서 정재용에게 줬던 롤과 안양에서 터졌던 롤이 조금 차이가 있었어. 울산에서는 정재용을 무조건 수비수들 앞에다 박아놓고 큰 움직임 없이 링커 역할, 수비 라인의 일차적인 방어선 역할로 썼었는데, 안양에서 정재용이 히트를 쳤던 거는 박스투박스에 가까웠다고 보거든. 위아래로 활동력 있게 올라가기도 하면서 중거리포도 잘 때리고 하는 그런 선수였는데, 울산은 공격자원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 보니 그런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많지 않았지. 난 그런 점에 기대가 많았었거든.

그에 비해 포항에서의 정재용은, 수비에 국한된 역할이라기보다 공수 양면으로 기여해야 하는 역할,

 

시안블루: 파트너가 이수빈이냐 최영준이냐에 따라 다르게 했지

 

푸른치: 응, 그런 부분에서 봤을 때 전성기 때 포텐을 보여줬던 시즌이라고 생각해.

지금은 부리람 갔지만… 나 아직 인스타 팔로우 돼있는데, 올라온 사진 보니까 새 구단에서 환영도 많이 받은 거 같더라고.

어쨌든 정재용은, 기대도 많이 했고,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선수였는데 하필이면 그게 포항 가서 잘돼버려서. 라이벌 팀 주장 완장 달고 우리 발목을 잡을 줄이야. 그게 마음 아프긴 하지만 잘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시안블루: (진행자 톤으로) 자, 그럼 울산 팬이 뽑은 2019시즌 언성 히어로는 누구인가?

 

푸른치: 나는 두 명을 골라왔어. 강민수랑 박용우. 박용우부터 설명을 하자면,

박용우는 지난 시즌에 38경기 중에 36경기를 뛰었어. 교체로 들어가든 나오든 풀타임을 뛰든 경기에 출장했다는 기록이 되어있는 경기가 36경기였단 말이야? 분으로 환산을 하면 2864분이고, 어느 단위로 보든 팀 내 최다 출전이야. 그만큼 중요한 자원으로 쓰였다는 거지.

파트너가 보통 믹스 아니면 신진호였어. 둘의 역할이 완전히 같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둘 다 공격적인 성향이었지. 그 옆에서 수비적인 역할은 박용우가 거의 일임을 했어. 그런 역할로 36경기, 그것도 25경기는 풀타임을 뛰었어. 그 과정에서 파울을 39번 기록했는데, 그러면서도 경고를 2번밖에 안받았다는 게 대단하지.

솔직히 박용우가 수비적으로 유려하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원래 박용우의 시작이 수비적인 능력이 각광받았던 선수가 아니라, 볼 뿌려주는 능력으로 주목받았던 선수잖아? 근데 수비적인 능력도 어느정도 챙기면서, 2019시즌에 어느정도 완성된 느낌이 나지 않았나.그렇게 생각해.

특히 주목할 만한 점으로는, 36경기 출전한 경기의 결과가 23승 10무 3패야. 대부분을 이겼고 3패밖에 안했는데. 더 특별한 점은 얘가 결장한 두 경기를 울산은 모두 패했어. 하나는 리그 첫 패배였던 8R 성남전이었고, 두번째 패배가 동해안 더비, 10R 포항전 때. 박용우가 그 때 교체 명단에는 있었는데 출전은 않았거든. 그 때 2-1로 역전패했었지.

 

시안블루: 그 다음, 강민수는?

 

푸른치: 강민수는 23경기 나왔거든? 생각보다 많이 나왔어. 윤영선이랑 불투이스가 번갈아가면서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2122분 정도 뛰었고, 그 중 22경기가 풀 타임이었어.

파울 20번에 경고는 7번. 그거 때문에 경고 누적으로 두 번 결장된 적이 있어. 그 때 아마… 이명재 김수안 나왔을 거야.

 

시안블루: 이명재가 센터백을 섰는데 옆에 파트너가 김수안이라니... 허허.

 

푸른치: X망 호러쇼였지 그 때.

어쨌든 출전 경기에서 17승 5무 1패. 강민수가 나온 경기에서 패한 경기가 한 번밖에 없었다는 점이 주목할만한 점이야.

승점을 잃은 5무 1패는 14R 대구전 0:0, 25R 대구전 1:1, 17R 상주전 2:2, 26R 전북전 3:0, 21R 전북전 1:1, 29R 경남전 3:3이었는데, 이 경기들을 놓친 게 강민수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

 

시안블루: 본인이 결정적으로 실수를 하거나 한 게 아니라는 거지?

 

푸른치: 응, 정리하면 대구전 2번이랑 상주전 1번, 전북전 2번, 경남전 1번이야.

울산이 저번 시즌 대구한테 되게 약했어. 그래서 대구탕의 저주라고 막 그랬었어. (시안블루: 아 맞아, 맞아.) 게다가 대구전 무승부들은 수비보다 공격… 아마 내 기억엔 주니오가 선발로 많이 나왔었는데 주니오가 대구의 백쓰리를 뚫지를 못했어. 득점을 못하면서 0:0 1:1 0:0 뭐 이런식으로, 실점은 적은데 득점을 못해서 무승부가 되는 경기들이었지.

상주전 2:2. 아, 이건 강민수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경기이기도 했다. 막판에 상주 슛이 강민수 팔 맞고 PK 줘서 윤빛가람이 PK성공시키면서 무승부했던 경기였어.

전북전 3:0패는 솔직히 윤영선이 멘탈 터져서 개털린게 컸지. 전북전 1:1 무승부는─ 야, 솔직히 전북전 무승부가 못한 건 아니잖아. 심지어 그 1실점은 믹스가 PK를 줘서 이동국이 PK골을 넣은 거였어.

경남전 3:3 무승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명재 탓이 컸어! 이건 솔직히 반박할 수 없어! 이명재가 이광진 크로스를 두번이나 내비둬. 그리고 그 두 번이 다 골이 되거든? 한 번은 제리치였고 한 번은 오스만이었나?

 

시안블루: 응, 아마 오스만 첫 골이었을 거야.

 

푸른치: 응응, 그렇게 3:3 무승부된 거니까 강민수 책임이라고 보긴 어렵지.

강민수는 지난 시즌 나올때마다 잘해줬어. 솔직히 윤영선보다 더 든든할 정도로? 왜 안썼는지는 정말 의문인데.

 

시안블루: 안썼다는 게, 시즌 마지막 경기?

 

푸른치: 마지막 경기도 그랬고, 그 전 경기도 그랬어.

 

시안블루: 그 전 경기라는게 전북이랑 할 때? 그 때 안 썼었나? 그 경기는 제대로 못봤었어. 그 때 난 서울 원정 가있었거든.

 

푸른치: 그 땐 포항도 바빴지.

 

시안블루: 바빴지. 아챔 가냐 마냐 해서 난리 났었을 때니까. 서울 원정 가서 3:0 이기니까 행복회로 돌리느라 (웃음)

음, 나도 박용우랑 강민수는 언성 히어로라고 생각해. 한 거에 비해 언론에 노출이 부족했어.

박용우는 FC서울에 있을 때, 1년차 때는 유망주, 그 이후로는 거의 욕받이였던 걸로 기억하거든? 그러다 울산에 이적했대, 라이벌 팀이니 더 유심히 봤지. 근데 울산에서 뛴 지 얼마 안됐을 때에는 서울 시절 단점, 압박이 들어오면 애가 정신을 못차리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어. 근데 이게 경험이 쌓이고, 점점 나아지더니 2019시즌 K리그1 기준으로는 나도 인정하는 너무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 빌드업도 가능하고 수비 라인 컨트롤도 수비도 되는 좋은 미드필더 자원이 됐다고 평가하고 싶어.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도쿄 올림픽에 와일드 카드로 가서 조기 전역을 노려야 하지 않나. (웃음) 개인적인 생각은 그래.

강민수 같은 경우에는 나이가 벌써 몇이야, 노장이고 베테랑인데 사람들, 특히 울산 팬들 강민수 많이 못미더워 했었지. 재작년엔 별로였던 것도 사실이고.

19시즌 들어와서 불투이스 윤영선에 시작부터 밀렸다고 봤거든? 근데 걔네가 부상 당했을 때, 확실히 베테랑으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준 것 같아. 난세의 영웅이었지 거의.

 

 

 

 

 

 

동해안대담 1-2: 국가대표에서 계속...

댓글 4

러블리즈정예인 2020.04.21. 02:08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전북요암 2020.04.21. 02:4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시안블루 2020.04.21. 10:01
인터뷰 한 지 벌써 3달넘었네... 개축마렵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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