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리뷰]인천 유나이티드 1라운드 후기

  • 심PD
  • 170
  • 10
  • 24

(* 제 개인 블로그 글을 그대로 퍼온거라 말투가 딱딱합니다)

 

image.png

 

 

수비 상황:

김정호를 제외한 네 명의 수비수는 이 날 인천에서 데뷔전을 치렀는데, 그런 것 치고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본 선수들처럼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체적으로 라인이 좁고 낮았고 이는 상대 공격진 트리오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는 것이 목적이었다. 문지환은 중앙에서 라인을 잡아주고 넘어오는 크로스를 안정적으로 커트했으며, 양 옆의 김정호와 김연수는 빠른 속도를 바탕으로 상대 공격을 미리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 윙백 또한 라인을 내린 채 공격보다는 수비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여기에 마하지는 세징야를 전담마크하면서 세징야를 묶었다. 대형이 무너질지언정 마하지는 세징야를 따라다니면서 방해하는 것이 최우선이었고, 그로 인해 인천의 수비는 마하지를 포함해 6백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수비 상황에서 인천 수비들의 간격은 일정했고 대구의 공격진은 이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후반전에 투입된 데얀이 개인능력을 보여줄 때는 수비진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많은 수를 바탕으로 한 커버플레이로 인해 실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볼 소유 시:

6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수비하면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낸 뒤, 공격으로 올라갈 때 빠르게 올라가지 않는다. 천천히 라인을 올리면서 전방으로 전진하기보다는 최전방의 케힌데에게 길게 넘겨주는 롱패스가 빌드업의 메인 루트였다. 이는 다분히 대구의 역습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김도혁이 상대적으로 왼쪽 공간에 머물러있기 때문에 김정호-김도혁-김성주로 이어지는 빌드업 과정이 눈에 띄었으나, 이 또한 공격 전개에 있어서 크게 효과적이지는 못했다. 세징야를 견제하느라 밑으로 내려와 있던 마하지로 인해 자연스럽게 김도혁과 마하지 사이에 공간이 벌어지게 되었고, 김도혁은 자연스레 가까운 곳의 김성주에게 볼을 넘겨주게 된다. 김성주는 볼을 다시 뒤로 돌리거나 전방의 케힌데를 향해 볼을 띄워 준다. 중원에서 볼을 끊어내 역습 상황이 되어도 김도혁은 볼을 빠르게 전개하지 않는다. 템포를 죽이고 인천 진영이 안정되기를 기다린다. 인천이 대열을 가다듬었을 때, 이미 대구도 수비로 내려가 위치를 잡고 있다. 지공 상황에서 다시 측면으로 볼을 돌리거나 최전방 케힌데를 향해 길게 넘겨준다. 이는 인천의 빠른 역습이 실패했을 경우, 재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구의 역습을 다시 맞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템포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 천천히 볼을 돌리면서 상대를 이끌어내고 균열을 만들려는 것이다.

이 때 두 가지 이유로 인천의 빌드업이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다. 첫 번째는 김도혁의 성향 때문이다. 중앙에서 볼을 잡은 김도혁은 무리한 전진을 시도하지 않는다. 상대가 김도혁에게 달라붙기도 전에 미리 팀 동료에게 볼을 넘겨주기 때문에 대구 입장에선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천천히 압박을 시작할 수 있다. 전방으로 공격적인 패스를 넣자니 커트당할 것 같고 본인이 몰고 올라가기엔 부담이 있기에 안전한 방법을 택한다. 측면으로, 혹은 뒤로 다시 볼을 돌리는 것이다.

(참고로 대구의 이진현은 볼을 가지고 전진하는 움직임에 있어서 양 팀 통틀어 가장 좋은 모습이었다)

 

두 번째는 볼을 받아주는 미드필더들의 위치 때문인데, 김도혁과 마하지(추가로 김호남까지) 모두 볼이 없는 상황에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 미드필더진에서 A가 볼을 받게 되면 그 주변의 미드필더 B는 움직임을 가져가주면서 상대의 압박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 때 상대방의 압박으로 인해 만들어진 공간으로 A가 볼을 달고 올라가거나 그 공간 쪽으로 패스를 넣어줘야 하는데, 첫 번째로 언급했던 김도혁의 성향과 맞물려 공격 전개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85분에 투입된 김준범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 이유는 김준범에게 김도혁과 마하지가 보여주지 못한 공격적인 오프더볼 능력볼을 가지고 움직이는 성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격진은 이런 상황에서 크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나마 케힌데가 피지컬을 활용하면서 공을 지키거나 전방으로 운반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뿐이다. 이준석이 이 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이유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드리블로 상대방을 제끼기엔 이준석이 감당해야 할 수비 숫자가 너무 많았다.

김호남은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서 분투했다. 좋은 턴 동작 이후에 슛까지 만들어내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미드필더인지 공격수인지 스스로 헷갈려하는 모습이었고 이는 빌드업 과정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대신 활동량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한 압박으로 팀에 기여했다.

그 외:

김성주와 김준엽의 양 윙백의 크로스는 나쁘지 않았다. 특히 김성주는 킥력뿐 아니라 공격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공간의 균열을 만들어내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인천이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 더욱 빛을 발할 것. 정산은 무난한 활약이었는데 바꿔 말하면 안정감있는 모습이었다.

마무리:

김호남의 중앙(인지 우측인지 모를 애매할) 기용, 김준범 대신 이준석의 선발 투입, 무고사의 선발명단 제외 등 불가피한 상황들 속에서 인천은 실점하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세징야를 필두로 한 대구의 빠른 역습을 봉쇄하면서 대구의 공격을 무력화시켰고 마하지의 분전 속에서 그 전략은 들어맞았다. 간간히 나오는 역습이 성공했더라면 목적 초과 달성이었을 것이다.

무고사와 김준범이 선발 라인업에 들게 된다면 중원과 공격진은 이 날 경기보다 활발한 모습을 띄게 될 듯 하다. 다만 김도혁의 성향은 여전히 공격 상황에서 답답함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김준범 홀로 공격을 책임지는 것은 위험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인천 입장에서는 프렌차이즈 스타이자 부주장인 김도혁이 경기를 치르면서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베스트. 그렇지 못한다면 시즌이 지나면서 마하지의 파트너가 다른 선수로 바뀔 수 있다. 생각보다 인천의 중원 풀은 두텁기 때문에 누구라도 그 자리에서 테스트받을 수 있다.

총평:

첫 공식경기에서 이런 수비조직력을 보여준 임완섭 감독의 능력과 그 전술 지시를 충실히 이행한 마하지의 활약이 돋보였던 경기. 정영환 코치의 말처럼 '전략' 부분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https://blog.naver.com/sjk101/221957537969

K리그가 개막했다.​코로나19의 창궐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리그의 개막이 미뤄졌고 결국 예정일보다 ...

 

 

+ 매 라운드 이런 식으로 리뷰 쓰는게 목표인데 한 시즌동안 꾸준히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댓글 10

Mourinho 2020.05.11. 21:45
일단 준석이는 많이 부족해보였음
댓글
호석신 2020.05.11. 21:48
히든인천 잘 듣고 있습니다

김도혁의 성향도 있고, 이런 부분으로 인해 빌드업 과정이 김성주에게 많이 의존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성주가 예상보다 많은 역할을 수행해주었지만 간격이 서로 많이 벌어진 한계로 인해 대부분이 롱패스로 전개되었고 롱패스는 필연적으로 숏패스보다 잘 끊기다보니 공격 전환에서 어려움도 겪은 것 같네요. 팀 전반적으로 대구전은 김준범과 무고사가 풀핏이 아닌지라 공격적으로 나설 상황이 아니었는데, 베스트 11을 제대로 가동할 수 있게 되면 보다 능동적인 플레이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댓글
Bandiere 2020.05.11. 21:48
잘 읽었습니다! ^^ 히든인천도 기대할게요
댓글
Rexoarh 2020.05.11. 21:49
분석추! 일단 우려했던 수비가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에서 만족. 빌드업은 앞으로 몇 경기 더 보면 견적 나오겠지
댓글
알레인천 2020.05.11. 21:56
준석아 분발하자;
마하지성 ㅍㅇㅌ!!
댓글
무엇에끌려이곳에왔나 2020.05.11. 22:10
역시 템포를 일부러 죽인게 맞았던 것 같음
이건 코칭스탭들이 우리가 어설프게 빌드업하고, 템포 올렸다가 한 번이라도 뺏기면 대구한테 카운터 맞을 "경우의 수"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고 의도적으로 템포를 낮춘 것 같음
댓글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정보/기사 2025 FA예정 명단 18 김태환악개 5158 31
츄르토토 국내축구갤러리 츄르토토 규칙 + 국축갤 토사장 명단 42 Lumine 5162 27
정보/기사 2024 시즌 K리그1-K리그2 유니폼 통합정보 10 뚜따전 6534 11
자유 2024년 국내 축구 일정(K리그1~K4리그) 11 미늘요리 14968 36
에펨/로스터 국내축구갤러리 FOOTBALL MANAGER 로스터 공지 (7월 7일 베타업데이트) 120 권창훈 27490 57
가이드북 K리그1 가이드북 링크 모음집 13 천사시체 16631 39
자유 ❗이것만 있으면 당신도 프로 플스인! 개축갤 뉴비들을 위한 필독서 모음❗ 31 뚜따전 41864 45
자유 국내축구갤러리 2024 가이드 7 권창훈 30237 27
인기 [Banten] '반통수' 반 페르시, 신태용 인도네시아에 합류한 에레디비시 정상급 CB에 당황;; 3 베트남 84 10
인기 실제로 본 연예인이라 9 김나연 90 7
인기 요즘은 지인들 다 탈케해서 코구장만 다니다보니 응원단 밖에 엊네 2 김나연 47 4
칼럼/프리뷰/리뷰
기본
안양스피런 81 0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19 4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Nariel 90 5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whwnsw 31 3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안양스피런 65 2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38 5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도움이필요한동혁 162 3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럭키금성황소 172 13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41 6
칼럼/프리뷰/리뷰
기본
안양스피런 97 4
칼럼/프리뷰/리뷰
기본
감자감자감자 183 11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23 5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26 2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롤페스 24 1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Nariel 140 5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whwnsw 52 2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whwnsw 55 3
칼럼/프리뷰/리뷰
기본
고독한아길이 149 3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와룡이나르샤 119 5
칼럼/프리뷰/리뷰
이미지
안양스피런 9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