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리뷰] 인천 유나이티드 5라운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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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서 그대로 퍼온 글이라 말투가 딱딱합니다)

 

지난 4라운드, 빈공에 시달리던 인천은 변화를 시도했다. 득점은 성공했지만 결과는 1-4 대패. 공격적인 부분에서 실마리를 찾은 듯 했으나 공격에 무게를 두다 보니 인천의 장점이었던 수비가 무너지면서 네 골을 실점하고 만다. 이 경기 전까지 리그 최소실점 팀이었던 인천은 한 경기만에 리그 최다실점 팀이 되어버렸다. 공격과 수비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인천이 '병수볼' 강원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이 경기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수비 상황(좌), 공격 상황(우)

특이한 점이 몇 가지 눈에 띄는 선발라인업이었다. 수비라인은 그대로였으나 중앙미드필더 두 명이 모두 바뀌었다. 이전 경기에서 모두 선발 풀타임 출전한 김도혁이 명단에서 아예 제외되었고, 1라운드를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 출전해 김도혁과 호흡을 맞춘 이우혁도 이날은 선발에서 제외되었다. 두 미드필더 자리는 358일만에 그라운드로 복귀한 임은수와 지난 경기 교체로 들어와 활동량있는 모습을 보여준 최범경이 차지했다.

공격 라인에서 눈에 띄는 선수는 이종욱이었다. 김준범과 이준석이 없는 U22 자리에 대해 고민이 있던 임완섭 감독은 이종욱을 선택했다. 수비라인에 변화를 주는 모험을 하기보단 공격 쪽에 신인 선수를 투입하는 안정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수비 상황:

4라운드 포항전에서 3-4-3 포메이션을 가동한 인천은 수비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중원의 공백이었는데, 김호남의 측면 배치와 더불어 김준범의 전진으로 인해 중원을 김도혁 혼자 책임지는 상황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모습을 보완하기 위해 인천은 수비 전술에 변화를 주었다.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인천의 포메이션은 5-3-2에 가까웠다. 3라운드까지 보여준 수비전술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양 윙백은 내려앉은 채 수비에 집중했고 그 위를 김호남-임은수-최범경 세 미드필더가 받쳐주었다. 전방에는 무고사와 이종욱이 강원의 1차 빌드업을 저지하기 위해 자리잡고 있었다. 흔히들 말하는 4-4-2 두줄수비에서 형태만 5-3-2로 바뀐 모습이었다.

강원의 빌드업이 시작될 때, 무고사와 그 파트너(이종욱 -> 송시우)는 한국영에게로 연결되는 패스길을 막아선다.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프레스를 주기보다는 적당히 위치를 잡고 패스길을 막아줄 뿐이다. 김호남과 최범경은 중앙에서 위치를 지키다가 한국영이나 채광훈에게 볼이 연결되면 바로 측면으로 이동해 압박을 가한다. 임은수는 측면보단 중앙에 위치하며 위아래로 많은 활동량을 가져갔다. 이 형태는 이미 인천이 이번 시즌에 보여준 바 있다. 이우혁이 중앙을 지키고 김도혁과 김준범이 양 측면 지역을 커버하는 형태의 압박으로, 완전히 새로운 변화는 아니었다.

양 윙백은 센터백들과 같이 라인을 구축하면서 백5 형태를 이룬다. 여기까지는 이번 시즌 인천이 보여준 익숙한 형태의 수비 방식이었다. 여기서 인천은 한 가지 포인트를 준다. 바로 김정호의 전진이다.

김정호의 수비 방식에 대해 먼저 언급해야야 할 것 같은데, 이 선수는 수비할 때 전진해서 상대방의 볼을 미리 끊어내는 방식을 선호한다. 본인의 좋은 피지컬을 살리는 수비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진수비는 양날의 검이다. 미리 끊어낸다면 굿 플레이가 되지만 끊어내지 못한다면 뒷공간을 허용하게 되고 중앙수비가 뒷공간을 허용한다는 것은 치명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3라운드 수원전까지는 이런 수비 방식으로 인한 위험한 모습이 자주 나오지 않았다. 문지환이 항상 뒤에서 커버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4라운드 포항전에서는 문지환이 중원 가담을 위해 평소보다 전진해있었고 양 윙백 또한 평소보다 높게 전진했기 때문에 김정호의 뒤를 커버해주는 선수가 없었다. 결국 포항의 빠른 역습에 뒷공간을 자주 노출하게 되었고 이는 4실점이라는 뼈아픈 결과로 다가오게 된다.

 

김정호는 강원전에도 전진수비를 시도한다. 그리고 인천은 김정호의 전진수비를 전술적 포인트로 활용한다. 인천의 1선과 2선은 강원의 빌드업을 막기 위해 간격이 좁혀져 있는 상태이다. 특히 김호남과 최범경은 상대 풀백이 볼을 잡으면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임은수과의 간격이 벌어지게 된다. 임은수는 그 간격을 다시 좁히기 위해 본인의 위치를 다시 조정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중앙 미드필더와 중앙수비 사이의 간격이 조금씩 벌어지게 된다. 김정호는 전진수비로 이 벌어진 공간 사이로 침투하는 강원 공격수들을 견제한다.

이 날 인천 수비는 많이 내려앉아 있었기 때문에 강원 선수들이 수비 뒷공간을 노리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강원 선수들은 수비진의 작은 틈 사이로도 얼마든지 전진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김승대는 그 작은 틈 사이로도 얼마든지 침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이다. 그런 강원에게 편하게 볼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것은 인천 입장에서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인천은 이 벌어진 공간을 메꾸기 위해 김정호가 전진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 오히려 김정호가 전진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문지환의 지시 아래 남은 네 명의 수비수가 간격을 조절하면서 김정호의 공간을 커버한다. 김정호는 전진해서 강원 공격의 맥을 끊는다. 깔끔한 수비로 끊어내기도 하고, 파울로 끊어내는 경우도 있다. 강원의 빌드업을 저지하는데 있어서 이 방법은 큰 효과를 본다. 인천의 3선과 4선 사이에 위치한 강원 선수들에게 견제를 하는 직접적인 효과도 있었고, 김정호의 전진을 의식한 강원 선수가 패스길을 바꾸려다가 볼을 인터셉트당하는 경우의 간접적인 효과도 있었다.

김정호의 수비 성향은 불안하다는 평이 많았다. 뛰어나가는 타이밍을 완벽하게 맞추는게 아니라면 피지컬로 상대를 압도해야 하는데, 피지컬이 좋은 선수지만 부노자처럼 압도적인 피지컬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선수의 성향을 억지로 고치지 않고 오히려 전술적 포인트로 활용하는 인천의 선택은 이 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꽤 인상적인 포인트였다.

다만 중원과 수비 사이의 간격이 벌어져있다보니 채광훈에게까지 압박이 들어가지 않았고(=후방에서부터 침투하는 선수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고) 그 결과 중거리 슛으로 동점골을 허용하게 된다. 물론 채광훈이 중거리 슛에 강점을 보이는 선수가 아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채광훈의 중거리 슛을 견제하지 못한 것도 참작할 수는 있겠다.

이 날 문지환은 포항전처럼 전진하기보다는 뒤에 머물면서 수비라인 간격 조정과 라인 컨트롤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 내내 소리지르면서 선수들의 위치를 조정해주는 등 수비라인을 이끌었다. 결과적으로는 PK를 내주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PK를 내주기 전까지 85분동안 이 선수가 보여준 수비 리딩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빠르게 실수를 털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게 좋을 것이다. 다만 페널티 박스 안에서 손을 쓰는 행위는 자제할 필요가 있겠다.

공격 상황:

3명의 미드필더를 두면서 수비하던 인천은 공격 상황에서 변화를 준다. 중앙 미드필더인 김호남이 좌측 윙포워드 위치로 벌리면서 투톱과 함께 쓰리톱을 형성한 것. 임은수와 최범경은 중앙을 지키고, 양 윙백들은 전진한다. 자연스럽게 포메이션은 3-4-3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는 인천이 김호남을 익숙한 포지션에 기용하면서 공격의 활로를 찾으려 하기 위함이었다.

김준범의 부재와 더불어 미드필더의 숫적 열세로 인해 공격은 측면으로 전개된다. 김성주의 킥에만 의존했던 이전 경기들과 달리 우측의 정동윤도 공격에 가담해주고, 김호남도 측면에서 중앙으로 침투해주면서 활발하게 움직인다. 이 효과는 득점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정동윤이 드리블 돌파 이후 중앙으로 낮게 크로스를 올리고 김호남이 이 볼을 잘라먹으면서 선제골을 기록한다. 이종욱이 강원 수비진을 견제하면서 간접적인 도움을 주었고, 이 덕분에 김호남이 방해받지 않고 슈팅을 때릴 수 있었다. 백3에서 김호남의 활용은 인천에게도 고민이었을텐데, 김호남이 빠르게 메짤라 위치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천으로서는 새로운 옵션이 하나 더 생기게 되었다.

무고사의 고립은 생각해봐야 할 점인데, 무고사가 완전히 고립되어서 찬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좁은 진영에서 패스로 연계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고, 강원의 수비를 벗겨낸 뒤 슈팅을 때린 장면도 있었다(골문을 벗어났지만). 다만 공격을 전개하는 방향이 측면에 집중된 점 때문에 무고사의 장점을 살리기는 쉽지 않았고, 무고사 개인의 폼도 아직 절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송시우와 호흡을 더 맞추면서 서로의 움직임에 대해 이해할 필요성이 있어보인다.

송시우는 전반에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후반으로 갈 수록 폼이 올라오는 모습이었다시우타임?. 역습 상황에서 중앙으로 빠르게 드리블 돌파하는 모습은 강원에게 은근한 부담으로 돌아왔다. 다만 돌파 이후 마지막 선택은 개선이 필요하다. 패스 타이밍이나 슈팅타이밍 등이 개선된다면 무고사와의 시너지가 더욱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선수 개인에 대한 평:

지언학의 투입 이후 인천의 공격은 더욱 활발해진다. 최전방부터 2선 모든 위치를 소화 가능한 지언학은 이번에는 우측 메짤라 자리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천의 중요한 전술적인 카드라는 점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특유의 허슬 플레이와 함께 우측 측면으로의 돌파, 송시우와의 호흡 등은 인천의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 컨디션이 올라온다면 더욱 중용받을 것으로 보인다.

임은수는 오랜만에 출전한 경기임에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강원에게 압박을 가하고 볼을 끊어냈다. 볼 경합 상황에서도 본인의 피지컬을 이용해 끝까지 도전하면서 볼을 탈취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직접적인 포지션 경쟁 상대는 이우혁으로 보이는데, 시즌을 치르면서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최범경은 시즌 첫 선발이라는 부담감 때문인지 몸이 얼어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포지션의 특성 상 활동량을 많이 가져갈 수밖에 없었을텐데, 조금 더 효율적으로 뛰면서 압박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지언학의 투입이 예정되어 있었던 시점에 경련이 오면서 지언학과 교체되어 나간다.

미추홀 썬더볼이종욱의 교체 타이밍은 감독과 미리 합의된 부분이라고 한다. 프로 데뷔전을 선발로 뛰면서 많이 긴장했을텐데 그 영향인지 터치 미스가 몇 차례 눈에 띄었다. 하지만 골 과정에서 김호남을 프리로 만들어주는 움직임으로 골에 간접적으로 기여했다.

마무리 및 총평: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강원의 공격을 단단한 수비로 방어했고 득점 찬스가 있을 때 골을 넣기도 했으니까. 선수 개인의 폼을 살리는 전술적인 변화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막판의 실수로 인한 PK 실점은 뼈아프다. 결과를 가져와야 하는 인천 입장에서는 실수 하나가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전술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부상자들이 복귀한다면 지금보다는 더 긍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https://blog.naver.com/sjk101/221994979090

지난 4라운드, 빈공에 시달리던 인천은 변화를 시도했다. 득점은 성공했지만 결과는 1-4 대패. 공격적인 부...

 

 

팟캐스트 FC철학: http://www.podbbang.com/ch/1772853

축구는 비전문가, 하지만 철학은 전공자?! 철학하는 사람들이 축구를 말한다, FC철학! 축구에 대한 시각을 ...

 

그리고 히든인천

 

댓글 7

개똥이 2020.06.09. 14:46
중간에 김정호 수비 언급하면서 이우혁이 나오는데 임은수 아닌가요?
댓글
심PD 작성자 2020.06.09. 14:47
 개똥이
아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하겠습니다!
댓글
인유맨 2020.06.09. 15:02
페널 임팩트가 너무커서그렇지 문지환 수비지능 좋은것 같슴
댓글
심PD 작성자 2020.06.09. 17:29
 인유맨
크로스 차단이나 라인컨트롤 보면 수비적인 능력이 좋은 선수인데...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댓글
Rexoarh 2020.06.09. 15:05
3-5-2와 3-4-3의 장점을 같이 가져가고 싶은 감독의 욕심이 보이네요. 그렇게 안하면 밸런스가 안맞으니 자연스러운 선택 같은데 난이도는 굉장히 높아 보입니다 읔
댓글
심PD 작성자 2020.06.09. 17:33
 Rexoarh
네 그리고 그 전술이 어느정도 맞아떨어지고는 있으니... 중앙 공격만 더 잘 풀리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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