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도서관과 당근마켓 - 한국 축구의 새로운 경쟁자?

  • COSMO
  • 330
  • 15
  • 32

- 이 글은 칼럼도 아니고 기사도 아닙니다.

---

 

K리그의 경쟁 상품은 무엇인가?

 

 예전부터 K리그의 대체재를 생각하면 사람들의 생각에서 십중팔구 프로야구가 나왔고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는 영화 산업, 테마파크 등도 K리그의 경쟁 상품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소비 주체들은 일반적으로 축구, 야구, 영화 등을 모두 문화 콘텐츠로 인식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쓸 수 있는 돈과 시간은 한정적이지만 문화 콘텐츠의 선택권은 폭넓습니다. 그렇기에 축구 경기 관전 대신 영화 관람을 선택하는 상황도 발생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흔히 인식하는 대체 상품입니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여기서 다른 문화 콘텐츠와 궤를 달리하게 됩니다. K리그 통합 디비전이 계획되고 유럽처럼 프로(K리그1, 2), 세미프로(K3, K4리그), 아마추어(K5, K6, K7리그)는 하나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비록 아직 생활 체육(아마추어)의 합류는 멀었지만 프로와 세미프로의 물리적 결합은 시간 문제입니다. 상부 리그와 하부 리그의 승강제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화학적 결합이 되려면 여러 난관을 거쳐야하지만 말입니다.

 

image.png

출처 : 대한축구협회

 

 당연하게도 연고 권역이 더 작고 배후 인구가 더 적으면서 더 빈약한 자본으로 운영되는 팀들은 절대 K리그 클럽의 운영 방식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K7리그 팀에 전북 현대의 운영 방식을 도입할 수 없습니다. 단순히 문화 콘텐츠의 역할에 충족하려고 해도 수요가 턱없이 부족하기도 해서 그 역할에 더하여 뭔가 다른 것이 있어야 합니다. 작은 기초자치단체, 더 나아가 K5-K7 등에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동네 대표’들도 최소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기 위해서 그들에 최적화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다만 축구단만 이렇게 작은 지역에서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장소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산업을 문자 그대로 ‘로컬 비즈니스‘라고도 합니다. 지역 주민들을 수요로 잡은 로컬 비즈니스는 민관이 낙후 지역의 개선에 활력을 불러일으키려는 도시재생 사업과 맞물려 최근 부쩍 조명을 받는 상태입니다. 즉, 도시재생은 현재 뚜렷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고 로컬 비즈니스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지역 경제를 이끌어 갈 로컬크리에이터 140개 과제를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https://www.mss.go.kr/site/smba/ex/bbs/View.do?cbIdx=86&bcIdx=1019210&parentSeq=1019210

 

 

 

 수 많은 로컬 비즈니스 업체들이 생겨나고 공공공간, 어반플레이 등 몇몇 기업들은 현재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로컬 비즈니스에 선제적으로 부여하는 요소는 커뮤니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공통된 주제로 사람이 모이고 유대감을 이루는 그 커뮤니티 말입니다. 그 커뮤니티를 먼저 이루고 그 연결의 끈을 단단하게 묶으면 이제 이 공통된 특징을 가지는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이익 추구 등의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혹은 사람들이 모이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이디어가 샘솟고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서관이 왜 여기서 나와?

 

 도시재생을 논하는 분들은 그 커뮤니티의 공간을 주로 도서관에서 찾습니다. 도서관은 지식의 장입니다. 우선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대출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런 단편적 기능에서 벗어나 사람들은 그곳에서 자료를 찾아 공부하고 토론합니다. 도서관이 책을 열람하고 대출하는 전통적 기능만 하지 않고 사람들이 만나서 사교적인 대화를 나누는 '살롱'의 역할생산물을 도출하기 위해 어떤 것을 익히고 토론하는 '교육 공간'과 '회의실'의 용도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만약 사람들의 토론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도서관에 만들어진다면 어떨지 상상해봅시다. 책에서 찾아본 내용을 기초로 대화를 나누고, 거기서 생긴 아이디어를 3D 프린터로 구현하며 절삭기 등 몇몇 기계들로 아웃풋을 만들어가면 도서관의 역할은 커질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그래서 도시재생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171216.010160816470001

 

 

 무엇보다 도서관이 축구 산업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점은 사람들이 뚜렷하게 원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길 원합니다. 가령, 서울특별시 은평구에 위치한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주민들의 요구로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선정되어 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 곳에서 기획한 프로그램들은 사람들의 문화 생활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도서관은 동네 커뮤니티의 기능을 발전적으로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도서관은 로컬 비즈니스 그 자체가 될 수 없지만 로컬 비즈니스를 육성하는 플랫폼 역할을 확실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i_sfac?Redirect=Log&logNo=221563960510

 
 

당근마켓이 알려주는 것들

 

 도서관이 지식의 장으로 공공성을 충족하고 있다면 시장 경제에서 선전하고 있는 곳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예시로 당근마켓을 들 수 있습니다. 당근마켓은 주로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플랫폼인데 거주지 반경 일정 거리 이내의 물품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매매자 간 직거래가 주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택배로 주고받는 중고거래에서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되면서 사람들이 직거래를 선호하게 되었고 당근마켓의 시스템은 그 대안이 될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이 이에 반응하여 2020년 5월 기준 약 679만 명의 사용자들이 당근마켓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했고 이는 쿠팡에 이어 쇼핑앱 중에서 2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와이즈앱, 2020.5 기준)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0/06/589152/

 

 

 당근마켓의 비즈니스 모델은 중고 물품 거래에서 멈추지 않고 향후 커뮤니티 사업으로 확장되어 지역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계획입니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지역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구상은 한 마디로 ‘동네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서 기자가 강아지를 키우는데 외부 일정이 잦아 강아지 산책을 나갈 시간이 없다고 하자. 이 때 강아지 산책을 대신 해줄 사람을 당근마켓에서 찾아서 일정 부분 수고비를 주고 맡기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어린 아이의 안전한 등하교를 걱정하는 맞벌이 가정이 있다고 하자. 이 때 당근마켓을 통해 동네 아파트에서 쉬고 있는 할머니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아이의 등하교를 맡기는 거다. 한 마디로 ‘띵동’과 같은 류의 지역 기반 온디맨드 심부름 서비스 플랫폼의 모습이 당근마켓에 구현된다. (출처: 바이라인네트워크)

 

https://byline.network/2020/02/26-89/

 

 앞서 언급했던 도서관과 지금 얘기하는 당근마켓은 로컬 커뮤니티를 타깃으로 두고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 해두면 도서관 중심의 로컬 커뮤니티, 그리고 당근마켓 만의 로컬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 시도가 성공하고 플랫폼이 안착되면 최종적으로 그 공간이나 서비스를 활용하지 않으면 그 동네에 제대로 된 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수준이 됩니다. 도서관은 공공성이 가미되어 다른 이야기라고 치더라도 당근마켓은 그러면 수익 사업을 할 때 더욱 용이해집니다. 축구단이 팬들을 많이 모으고 금전적 이익을 노리려면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다만 축구단이 최종적으로 그런 단계까지 가려면 역시나 사람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도서관이나 당근마켓이나 이들이 동네 주민들에게 주는 혜택은 명확합니다. 그런데 축구단에 대해서 그런 공감을 가지지 못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당장 K리그에도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을 설득하고 도서관과 당근마켓을 제치고 로컬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획기적인 대책이 분명 있어야 합니다.

 

 

K리그가 로컬 비즈니스 플랫폼이 되는 방법?

 

 다만 한국 축구가 이들에 보이는 우위도 분명 있습니다. 가령, 당근마켓은 도시의 번화가에서 더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까운 위치에 있는 사람과의 직거래를 유도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인구 밀도가 낮은 곳일수록 당근마켓을 활용한 직거래가 쉽지 않습니다. 당근마켓이 장년층에서 많이 쓰는 플랫폼이라지만 모든 연령층에서 광범위하게 쓸 수 있는 방식을 활용하지 않습니다.

 

 반면 어딜 가나 대부분 그곳에 축구단이 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 아마추어 축구단(조기축구회 포함)이 있고 K5~K7리그에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축구단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조기 축구회가 이런 플랫폼에 참여하는 것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일입니다만 현재 K5~K7리그에 서울특별시의 벽산 플레이어스, STV, TNT 등 상업적으로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축구단도 있고 기업 축구부(SMC 엔지니어링 등), 대학교 동아리(한국외대 동아리) 등도 리그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미 축구단으로 전국을 망라하는 인프라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축구단만큼 전국적인 로컬 커뮤니티 망을 가지고 있는 분야도 없습니다.

 

 축구단이 도서관에 비해 다른 팀과 더 맞물리는 관계를 구축할 수 있고 당근마켓보다 더 전국적인 보급률을 보여주는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축구단이 로컬 비즈니스 플랫폼에 도전하려면 그 장점을 활용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지역성이 강하게 발현되어 있는 축구단은 굳이 로컬 비즈니스의 중심이 될 필요 없습니다. 그저 로컬 크리에이터와 지역 기업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주면 됩니다.

 

 예를 들어, 경기는 두 팀이 하는 것이고 팀들은 필연적으로 각자 다른 구단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관계성을 활용하여 로컬 크리에이터와 지역 기업들을 띄울 수 있습니다. 혹은 로컬 크리에이터나 지역 기업들이 축구단과 그 커뮤니티를 테스팅 베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마치 로컬 크리에이터나 도시 콘텐츠 기업들이 성수동이나 문래동을 꾸미는 것처럼 축구단도 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했던 '중기부 선정 로컬 크리에이터 단체'들은 도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난도의 차이는 분명 있겠지만 어딜 가나 다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카페 등의 점포를 가진 로컬 크리에이터와 손을 잡는다면 도서관이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축구단과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그냥 간단하게 생각해서 수원 삼성의 블루하우스 제도를 떠올려봅시다. 수원 삼성 팬들이 블루하우스에서 얘기 나누고 응원하기도 합니다. 수원 삼성도 블루하우스에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례들을 위에서 언급했던 사례와 조합시켜 충분히 동네 축구단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http://www.bluewings.kr/bluehouse_intro

 

 

 광역적, 심지어 전국적인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는 일부 K리그 팀들과 다르게 위에서 설명한 축구단들은 철저하게 지역적 기반을 두는 사업을 해야 합니다. 특히 권역이 더 좁은 팀일수록 그 점은 명확해집니다. 지역 이슈를 뛰어넘는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축구단이 상업적으로 잘 되고 싶은 선택을 하려면 로컬 비즈니스를 필연적으로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하게도 대한축구협회나 각 리그 주체들도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합니다.

 

---

- 같이 읽으면 괜찮은 글들

 

 https://www.flayus.com/38696370

 

https://www.flayus.com/33649581

 

댓글 15

COSMO 작성자 2020.06.19. 07:59
 김대의감독님돌아와요
그거 요새도 합니까..
댓글
COSMO 작성자 2020.06.19. 08:03
 김대의감독님돌아와요
ㅇㅋ
댓글
COSMO 작성자 2020.06.19. 08:51
 개축개혁모쌀아웃
댓글
시안블루 2020.06.19. 08:47
K5~K7에 속한 팀 특성상 로컬 커뮤니티인 도서관, 당근마켓과 비교해보는것은 아주 신선하고 좋은 접근법인데, 그 위 상위리그는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댓글
COSMO 작성자 2020.06.19. 08:51
 시안블루
K리그란 어휘를 쓴건 마땅히 대체할만한 단어를 못 찾아서 그렇게 쓴 겁니다만
수도권 제외하고 지방에선 k3도 충분히 가능한 접근법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도서관도 군 단위에선 기껏해야 한두개 밖에 없어서 조건도 그렇게 차이나는건 아니라서요
댓글
COSMO 작성자 2020.06.19. 12:05
 시안블루
생각해보니 밑의 예시로 충분히 변형 가능할 듯
댓글
시안블루 2020.06.19. 12:39
 COSMO
그러네요. 엔젤클럽이 있었네요
댓글
이광재 2020.06.19. 10:45
분위기는 사뭇 다른 것 같지만 본문에서 제시한 '살롱'의 성격을 축구장에 가장 잘 입힌게 대구의 엔젤클럽이 바로 떠오르네요 ㅇㅇ
댓글
COSMO 작성자 2020.06.19. 12:06
 이광재
쓸 땐 생각 못했는데 그런 것 같네요
댓글
미늘요리 2020.06.19. 12:38
사람이 모이게 하는 장소로써의 의미가 중요하다 생각
k5~k7에 대해 마을 잔치로 예전에 단거랑 같은 이야기
댓글
COSMO 작성자 2020.06.19. 12:38
 미늘요리
같은 주제를 여러 소재로 표현..
댓글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정보/기사 2025 FA예정 명단 18 김태환악개 5158 31
츄르토토 국내축구갤러리 츄르토토 규칙 + 국축갤 토사장 명단 42 Lumine 5162 27
정보/기사 2024 시즌 K리그1-K리그2 유니폼 통합정보 10 뚜따전 6534 11
자유 2024년 국내 축구 일정(K리그1~K4리그) 11 미늘요리 14968 36
에펨/로스터 국내축구갤러리 FOOTBALL MANAGER 로스터 공지 (7월 7일 베타업데이트) 120 권창훈 27490 57
가이드북 K리그1 가이드북 링크 모음집 13 천사시체 16631 39
자유 ❗이것만 있으면 당신도 프로 플스인! 개축갤 뉴비들을 위한 필독서 모음❗ 31 뚜따전 41864 45
자유 국내축구갤러리 2024 가이드 7 권창훈 30237 27
인기 [Banten] '반통수' 반 페르시, 신태용 인도네시아에 합류한 에레디비시 정상급 CB에 당황;; 3 베트남 84 10
인기 실제로 본 연예인이라 9 김나연 90 7
인기 요즘은 지인들 다 탈케해서 코구장만 다니다보니 응원단 밖에 엊네 2 김나연 47 4
자유
기본
창박골 9 0
자유
이미지
욕구불만 12 0
자유
기본
김도균의칼퇴근 10 0
자유
기본
슈화 47 2
자유
이미지
K-리그복귀위원회 32 3
정보/기사
이미지
베트남 92 10
자유
이미지
shunske,boucha 39 1
에펨/로스터
이미지
바그닝요의탭댄스 26 3
자유
기본
사실은이렇습니다 30 1
자유
이미지
케이리그해체기원 52 0
자유
이미지
코리요 10 0
자유
이미지
레어코일 31 2
자유
기본
무드릭맘 49 3
자유
이미지
잼아저씨 23 1
자유
기본
플옵 39 1
자유
이미지
-1400시체 49 3
자유
이미지
김나연 48 4
자유
이미지
FHar 18 2
자유
이미지
김나연 33 1
자유
기본
지수연 2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