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FA컵] 3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vs 수원FC)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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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완섭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퇴했다. 임중용 수석코치는 감독 대행을 맡아 FA컵을 치르게 되었다. 데자뷰가 느껴진다. 지난 시즌, 안데르센 감독의 경질 이후 감독 대행을 맡은 임중용 코치의 첫 경기는 FA컵이었다. 지난 시즌에는 홈에서 청주FC를 상대했었고(패배), 이번 시즌은 수원FC로 원정을 떠난다.

수비 상황(좌), 공격 상황(우)

이 날 인천의 전술은 주목할만한 포인트가 많았다. 선발 라인업이 발표되었을 때부터 어떤 포메이션일 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킥 오프 이후에는, 이번 시즌 인천이 보여준 전술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전술이 눈에 띄었다.

2-3-5 혹은 3-2-5:

수비 상황에서 인천은 4-4-2 형태의 두 줄 수비를 구성했다. 문지환 대신 이제호가 중앙수비에 위치했고 안진범은 중앙이 아닌 우측에서 위치를 지켰다. 김도혁은 평소의 위치와는 다르게 최전방, 혹은 세컨톱 위치에서 송시우를 도왔고, 문지환은 이번 시즌 인천에서 미드필더로 첫 출전했다. 여기까지만 봐도 평소의 인천과 분명한 차이점이 있었는데, 공격 상황에서 인천의 변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공격 상황에서 인천은 독특한 포메이션을 선보인다. 후방에는 두 명의 센터백만 남고 김성주는 안으로 좁혀들어와 임은수, 문지환과 함께 미드필드 라인을 형성한다. 안진범은 안으로 좁혀서 우측 하프스페이스에, 김도혁은 반대편 좌측 하프스페이스에 위치했다. 이준석은 왼쪽으로 넓게, 사이드라인을 밟고 있을 정도로 넓게 서 있었고, 안진범이 안으로 좁히면서 생긴 우측 공간은 김준엽이 전진하면서 메꿔주었다. 흔히들 말하는 2-3-5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때때로 김성주와 문지환, 임은수는 밑으로 내려와 중앙수비수들과 함께 백3를 형성하기도 했다. 특히 김성주는 수비와 미드필드 지역을 오가며 빌드업의 중심이 되었다. 아스날에 아르테타가 부임 이후 처음 선보였던 2-3-5 포메이션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고, 김성주는 아스날의 쟈카와 같은 롤을 수행했다.

(인천 포메이션 2-3-5)

 

 

인천의 빌드업은 중앙 수비수로부터 시작된다. 미드필더와 수비진 다섯 명이 W, 혹은 M 형태로 움직이면서 끊임없이 삼각 대형을 만들어낸다. 차근차근 빌드업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전진한다. 볼이 김성주와 이준석의 왼쪽 라인에 연결되면 인천의 공격이 시작되고, 여기서 공격 패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로, 볼을 잡은 이준석이 드리블과 키핑을 통해 수원의 수비를 유인한다. 수원의 백4 라인은 이준석과 김성주를 포함한 인천의 왼쪽 라인을 견제하기 위해 그들의 우측으로 대형을 이동시킨다. 자연스럽게 수원의 왼쪽, 인천의 오른쪽 공간이 비게 되고 김준엽이 그 공간을 향해 뛰어들어간다. 김성주는 이를 놓치지 않고 우측으로 길게 볼을 전환시켜주고, 볼을 잡은 김준엽은 크로스를 올리거나 안진범 쪽으로 컷백을 시도한다. 수원FC의 촘촘한 수비에 균열을 만들어내기 위한 빠른 전환이 돋보인다.

두 번째는, 이준석 개인의 능력을 믿고 볼을 몰아준다. 지난 서울전에서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이준석은 이 날 수원을 상대로 본인의 드리블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자신감있게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면서 측면에서 안쪽으로 접어 들어가거나 크로스를 올린다. 첫 번째 방법과는 다르지만 측면에서 수원의 수비에 균열을 일으키려는 목적은 궤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수비 상황에서의 위험성:

인천은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면서 수원을 압박했다. 다만 하프라인까지 올라가있는 수비 라인으로 인해 수원의 역습을 자주 허용하는 모습이 보였다. 수원은 촘촘한 라인을 구축하면서 인천의 공간을 틀어막는다. 4-4-2 혹은 배신영을 수비라인 앞에 세운 4-1-4-1 형태로 인천의 패스길을 차단했고, 차단하는 순간 빠른 속도로 최전방까지 뛰어 올라간다. 현재 K리그 2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팀 답게 선수 개개인의 폼이 올라와있는 모습이었고, 인천에 비해 부담감이 적어서인지 자신감있는 모습 또한 눈에 보였다.

인천은 익숙하지 않은 전술 때문인지 경기 초반에 패스 미스가 자주 발생했고 이는 즉각 위기로 다가왔다. 특히 전방으로 올라가있는 김준엽, 중앙으로 좁혀 들어온 김성주의 위치로 인해 측면 공간이 쉽게 위험에 노출되었다. 인천의 두 실점 모두 측면 공간 허용으로 인해 비롯된 결과였다. 빠르게 볼을 탈취한 수원이 측면에서 낮고 강하게 올린 크로스가 수원 공격수에게 연결되거나 인천의 수비 맞고 실점으로 연결되었다. 자신감이 붙은 수원의 공격진이 중거리 슛을 때리는 모습도 여러 차례 보였으나, 골문을 벗어나거나 김동헌의 좋은 선방으로 인해 골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자신감을 찾은 선수들:

인천은 전반 6분, 이른 시간에 실점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이 준비한 전술을 착실하게 이행하려고 노력했다. 자칫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감있게 경기를 운용했으며 좋은 장면들을 여러 차례 만들어낸다. 특히 이번 시즌 많은 비판을 받은 선수들의 폼이 특히 눈에 띄었다.

김도혁은 평소 본인의 위치보다 한 칸 윗선에 위치하면서 수비 부담에서 벗어났다. 기본적으로 활동량이 좋은 장점을 살려 송시우와 함께 전방 압박을 자주 가져가는 모습을 보인다. 빌드업 상황에서는 김성주와 이준석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드리블 돌파와 공격적인 패스도 과감하게 시도한다. 단점으로 지적받던 한 템포 느린 판단도 이 경기에서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고, 하프스페이스 지역에서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김준엽의 크로스를 이준석에게 헤더로 연결해준 연계는 이준석의 동점골로 이어졌다. 120분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에게 PK 실축은 가혹한 일이었다.

문지환은 인천으로 이적후 처음으로 미드필더 위치에 기용되었다. 문지환의 상대 패스길을 예측하며 커트하는 능력은 미드필더 위치에서 더 빛을 발했다. 볼을 커트해낸 이후 전방에 찔러주는 공격적인 패스도 인천의 공격 루트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연장전, 양 팀 선수들 모두 체력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문지환의 인터셉트 능력은 더욱 돋보였다. 이는 임은수를 빼고 김준범을 투입한 상황 속에서 수비적으로 부담을 안고 있는 인천에게 큰 힘이 되었다.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선 문지환은 대담한 슈팅(일명 깡총슛)을 보여주었다. 본인이 실축하면 그대로 패배하는 상황에서 자신감 잃지 않는 모습은 다음 경기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후반에 안진범 대신 투입된 최범경도 자신감있게 경기에 임했다. 이전 경기들에서는 긴장한 탓인지 볼터치도 쉽게 가져가지 못했다면, 이 날은 자신감있게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수원 수비에 균열을 일으켰다. 최범경은 투입 직후에는 우측에서, 그 뒤엔 이준석과 위치를 바꿔 왼쪽에서 주로 공격을 이끌었다. 왼쪽 측면 돌파 이후 올린 크로스는 상대 수비의 자책골을 유도하기도 했고, 역습 상황에서 드리블 돌파 후 슈팅까지 가져갔지만 키퍼의 선방에 막히는 장면도 있었다.

그리고 이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이준석이었다. 인천 공격의 선봉이 된 이준석은 상대 수비를 기본적으로 한 명 이상 달고 다니면서 수원 수비에 균열을 이끌어냈다. 왼쪽 윙포워드로 경기를 시작한 이준석은 득점 이후 오른쪽으로 위치를 바꾸는데, 우측에서 상대 수비 한 명을 벗겨내고 안으로 치고들어와서 때린 왼발 슈팅은 이준석의 자신감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키퍼 박배종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궤적의 강한 슈팅이었다. 평소 약점으로 지적받던 드리블 돌파 후 마무리할때 보이는 타이밍 문제도 이 날은 눈에 띄지 않았다. 축신! 축신! 축신!

7연패라는 좋지 않은 기록 속에서 자칫하면 자신감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반전을 기대하게 하는 선수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무리:

사실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해도 결과는 가져오지 못했다. 약점이 노출되지 않은 경기도 아니었고, 상대는 로테이션을 돌린 2부리그 팀이었다. 심지어 120분 경기를 치른 뒤에 만나는 상대는 '리그 2위' 울산이다.

마냥 긍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중요한 것은 인천이 가져온 변화이다. 전술적인 변화와 함께 선수들의 분위기도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경기에서 드러났다. 2무 7패, 리그 12위의 인천은 11위 팀과 승점 차이가 6점으로 벌어져 있다.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그럴 수록 스스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 일단 아길라르를 영입하며 반전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인천이다. 이미 탈락한 FA컵에 아쉬워하기보단 남은 18경기의 리그에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한다. 과연 인천은 이번 시즌에도 생존왕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을까.

 

 

https://blog.naver.com/sjk101/222019815486

임완섭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퇴했다. 임중용 수석코치는 감독 대행을 맡아 FA컵을 치르게 되었다...

 

 

팟캐스트 FC철학: http://www.podbbang.com/ch/1772853

축구는 비전문가, 하지만 철학은 전공자?! 철학하는 사람들이 축구를 말한다, FC철학! 축구에 대한 시각을 ...

 

그리고 히든인천

 

댓글 2

아길라르 2020.07.03. 12:01
경기를 못 봐서 이번 리뷰는 좀 자세하게 읽어봤네요 읽고나니 울산전 좀 기대가 되기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댓글
헤카 2020.07.03. 12:11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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