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인터뷰] 'FM 모르는 FM 지도자' 전상욱 감독의 유소년 지도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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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서클 | 서건 대표] 축구인 전상욱은 이제 '선수'가 아니라 '감독'이다. 그는 현재 성남FC U12팀의 감독을 맡으며 지도자 경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비록 그는 인터뷰 1편에서 FM(Football Manager)이라는 축구게임을 모른다고 밝혔지만, 그의 지도 스타일은 그야말로 'FM(Field Manual)'이었다. 카리스마와 엄격함 속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전상욱 감독, 그는 자신이 1편에서 밝힌 대로 점점 안익수 감독을 닮아가는 듯 했다.
#. 인터뷰
성남FC U12팀의 감독을 맡고 있다. 지도자 연수는 어느 단계까지 받았나.
필드 B급 자격증과 GK B급 자격증을 딴 상태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 지도자교육에서 배운 내용이 생각나기도 하나.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야한다는 가르침이 생각이 많이 난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프로까지 경험한 사람이다. 아이들에게 뭔가를 시킬 때, 내 입장에서는 '이것도 못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건 내 생각이다. 내 생각이나 내 입장으로만 접근하면 한도 끝도 없이 상대방을 무시하게 된다. 아무리 단순한 지시를 받더라도, 처음 축구를 해보는 아이 입장에서는 해내지 못할 수 있다. 그 땐 다시 접근해야 한다. 더 쉽게 풀어서 설명해줘야 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몸으로 보여주며 설명해야 한다.
골키퍼가 감독을 할 수 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결과로 보여드려야지 뭐 별 수 있나. 골키퍼도 감독을 할 수 있다고 백날 말해봐야 그 사람들의 고정관념은 바뀌지 않는다. 나도 여기 처음 왔을 때 말들이 좀 있었다. 골키퍼 출신이 감독을 볼 수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도 있었던 것 같다. 근데 지금은 그런 말들이 없어졌다. 몇 개월 지나면서 그런 말들이 수그러들더라. 문제가 없으니까 그렇게 수그러든 거 아니겠나.
FC서울의 감독을 맡았던 적이 있는 귀네슈는 골키퍼였다. 세계적인 명장 무리뉴는 (다른 명장들에 비하면) 사실상 비선출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선수였다. 능력만 되면 출신은 상관없다고 본다.
유소년을 가르치고 있다. 유소년축구는 성인축구와 다른 부분들이 존재한다. 유소년을 가르칠 때 (성인을 가르칠 때에 비해) 어디에 방점을 두나?
흔히 다들 이야기하는 것처럼 ‘개인기술’에 방점을 둔다. 자유자재로 패스를 할 수 있게 만드는데 중점을 둔다. 공을 뺏기지 않으며 드리블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데에도 중점을 둔다. 어쨌든,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발전에 가장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축구 기술을 습득하고, 나아가 습득한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가 바로 초등학교 때다. 이 때를 '골든 에이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술은 13살 때까지 는다고들 한다. 기술을 익혀야 한다.
또한, 초등학생들은 아직 힘이 없다. 그런데 무턱대고 힘을 키우게 하면... 힘이 그렇게 느는 것도 아니거니와 오히려 키 크는데 있어 불리해진다. 어린 시기 동안 중요한건 공을 가지고 노는 것이다.
기술적인 측면 외에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프로 마인드'다. 내가 지도하는 성남FC U12팀은 프로 산하 축구팀이다. 프로가 되기 위한 아이들이 모인 곳이다. 프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아이들이 축구하는 걸 보면 특출 나게 잘하는 아이들이 분명 존재한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자세가 잘 된 아이들이 보인다. 잘 될 것 같은 아이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두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비록 초등학생이지만, "너희들은 프로가 될 아이들이다."라는 생각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우리 팀 슬로건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축구를 하자'다. 비록 애들이지만, 문제가 있을 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경기장에서 잘 된 점과 잘못된 점을 아이들 자신이 분석하고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정리하자면, ‘몸의 자세’와 ‘정신적인 자세’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8대8 축구를 한다. 11대11과 다른 8대8 축구의 특징이 있나.
많이 다르다. 11대11 축구는 전술적인 부분이 더 중요하다. 또한, 초등학교 축구에서 사용하는 경기장은 성인 축구선수들이 사용하는 경기장보다 더 작다. 가뜩이나 경기장도 작은데 11대11 축구를 시킨다? 아무래도 선수 개개인의 공 터치 횟수나 할 수 있는 플레이의 종류가 줄어든다. 선수들의 활동량 역시 줄어든다.
반면, 8대8 축구에서는 공 터치 횟수, 할 수 있는 플레이의 종류, 선수별 활동량 등이 비교적으로 늘어난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8대8 축구에 적용되는 ‘골키퍼 킥 불가’규정(골키퍼는 하프라인 이내로만 공을 차야 한다는 규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해당 규정의 취지는 빌드업을 유도하는 것이다. 취지는 좋다. 근데 다들 잔머리를 써서 킥을 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같다. 그 부분에 크게 집중하지는 않는다.
훈육에 대한 철학이 있나.
따끔하게 혼내야 할 때는 따끔하게 혼낸다. 옛날처럼 아이들 몸에 손을 대거나 그러지는 않지만,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는 따끔하기 인식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규율 면에 있어서도 엄격하다. 1000원, 2000원 정도의 액수이긴 하지만 벌금도 있다. 퇴단규정도 있다. 때로는 출전금지나 훈련금지 징계를 내리기도 한다. 말로써 혼낼 때도 있다. 다만, 아직까지 퇴단을 시킨 경우는 없다.
아이들에게 바라는 점은?
초등학교 때가 축구 실력이 정말 많이 느는 시기다. 축구만 해도 실력이 향상된다. 다만, 실력이 늘어나는 정도는 아이들마다 다르다. 열정적으로 뭔가를 하려는 친구들, 다시 말해 감독이 시키지 않아도 자기 혼자 운동장에서 뭔가를 하려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이 정말 많이 성장하더라.
정신적인 부분에서 좋은 자세가 되어 있으니 큰 폭의 성장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실수 해도 되니까 열정을 가지고 '막' 하라고 가르친다. 그렇게 아이들이 열정을 가지고 축구를 하면, 나는 아이들을 다듬어준다.
열정적으로 '막' 축구를 하는 아이들은 정말 큰 폭의 성장을 이룬다. 반면,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소극적인 축구를 하는 아이들은 ‘실수’는 안 할지 몰라도 성장의 폭이 (열정적인 아이들보다) 비교적으로 작다.
쭈볏쭈뼛 있지만 말고 소리도 지르고 많이 떠들라고 한다. 열정적으로 임하라는 요구를 많이 한다.
안했으면 하는 행동은?
이기적인 행동들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성질부리고...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는 건 좋지 않다. 싫다고 막 화를 내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하기 싫어서 안 뛰고, 노력도 안하고... 이런 부분은 보여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기 중에 몸싸움을 하는 것도 하지 말았으면 하는 부분인가.
경기 중에 문제 삼을만한 짓을 하면 당연히 혼을 낸다. 기분 나쁘다고 상대편 선수 발을 차버린다거나 하면 혼을 내야 한다. 그냥 넘어가면 자기가 잘못했다는 걸 모른다. 실제로 기분 나쁘다고 상대 선수 발을 걷어찬 아이가 있었는데, 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줬다. (그 아이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봤더니 화나서 그랬다고 하더라. "이해는 하지만... 만약 퇴장이 나왔다면, 너 하나로 인해 나머지 친구들이 피해를 본다. 감정 컨트롤을 하지 못해서 팀에게 피해를 주는 건 잘못된 거다."라고 말해줬다.
물론, 그냥 경기 중에 몸싸움을 하다가 경고를 받는다고 해서 혼을 내지는 않는다. 승리를 위한 몸싸움은 필요하다. 혼낼 필요가 없다.
성적에는 얼마나 집중하는지.
구단에서는 성적에 관해 전혀 부담을 안주고 있다. 나 역시도 성적을 내려고 아이들을 지도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기기 위해 축구를 한다.
물론,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성적을 위해서 애들 때려잡는' 그런 행동은 안한다. 우리나라엔 '강하게(또는 거칠게) 지도하면 잘한다.'는 인식이 많다. 운동장 몇 바퀴씩 뛰게 하면 (선수들이) 정신 바짝 차려서 잘할 거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것 때문에 염려스러워서 하는 질문 같은데, 전혀 그런 거 없다. 이기려고 준비하지만, 성적에 목을 매지는 않는다.
훈련 빈도는 어떻게 되나.
일주일에 다섯 번 훈련한다. 한 번 훈련할 때 두 시간 정도 훈련을 한다. 어린 아이들을 너무 많이 가르치면 안 된다는 말이 있긴 하다. 나 역시도 불필요한(자극적인) 훈련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훈련이라면 많이 할수록 더 좋다고 생각한다. 공을 많이 만져야 하기 때문이다. 유소년팀에서 훈련을 많이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못 뛰어노는 것도 아니다. 옛날처럼 언덕을 뛰고 그런 훈련을 시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도자로서 어떤 평가를 받고 싶은지.
모든 지도자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선수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 안익수 감독님 아래서 배운 선수들은 다들 안 감독님께 지도를 받는 동안 힘들어한다. 근데 나중에는 도움이 많이 됐다고들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내가 지도하는 친구들이 아무리 초등학생이라지만, 내가 막 편하게만 해주는 그런 지도자는 아니다. 강하게 하는 게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심하게 하는 건 당연히 아니지만... 나중에 아이들이 '이래서 그렇게 강하게 가르치셨구나'하면서 과거를 회상했으면 좋겠다. 주위사람들에게 받는 평가는 상관이 없지만, 내 제자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
성남이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남 일 같지가 않다. 선수들도 스트레스 받을 것이다. 감독님을 필두로 다 같이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프로에서 연패가 오래가면 갈수록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빨리 빠져나왔으면 좋겠다. 아직까지 같이 운동했던 후배들도 있으니 화가 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이해가 가긴 하지만... 애착이 있으니 화도 난다.
유소년 팀 감독 말고 나중에 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
지금의 생활이 재미있다. 애들 가르치는 거에 집중하고 싶다. 지도자로서 거창한 목표 같은 건 따로 없다. 다만, 프로팀 골키퍼들을 가르쳐보고는 싶다. 아직 프로팀 골키퍼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은 없지만...
선수생활부터 지도자생활까지 너무 FM(Field Manual)인 것 같은데... 이대로 끝내선 안 된다. 취미 하나만 알려 달라.
취미? 헬스 좋아한다. 내가 몸이 좀 얇은 편이었다. 몸이 좋아지고 싶었지만 선수 때는 근육을 키울 수 없었다. 82kg을 못 넘겼다. 팔이 두꺼워지면 공을 막는데 지장이 생겼기 때문이다. 몸을 더 불리지 못했다. 그게 한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마음대로 헬스 하는 중이다. 체중도 증가했다. 88kg까지 불었다.
3대 500 가능한가.
그게 뭔가.
헬스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거라는데...
'헬창' 정도는 아니다. 그 정도까지 가려면 멀었다.
취미도 너무 FM이다. 'TV보기'같은 걸 기대했는데...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무엇인가.
등 운동 좋아한다. 등으로 오는 자극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헬스 안 하는 사람들은 모르는 느낌이다.
혹시 어깨에 새겨진 문신이 가진 특별한 의미가 있나.
아... (왼쪽 옷 소매를 접어 올리며) 이건 우리 아들이다. 원래는 내 자식들을 양쪽 가슴에 새기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양쪽 가슴에 새기려니까 한쪽 팔과 한쪽 가슴에 새기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에는 내 딸아이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왜 이렇게 FM대로 생활하는 건가.
어렸을 때 제대로 된 축구 교육을 받지 못했다. 아이들만큼은 좀 더 좋은 축구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정말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중이다.
#. 에필로그
전상욱 감독은 아직 40살이다. 감독 치고 굉장히 젊다. 앞날이 창창한 지도자인 셈이다. 물론, 젊다고 해서 무조건 앞날이 창창한 건 아니다. 그는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다양한 경험들을 해왔다. 세미프로 팀에 입단하기도 했고, 프로팀 2군 생활을 버텨내기도 했다. 한 경기에서 6골을 먹힌 적도 있고, 비인두암이라는 병마와 싸워보기도 했다. 그래서 조심스레 예측을 해본다. 그가 펼쳐나갈 미래는 지금껏 펼쳐온 과거의 영광들보다도 더욱 찬란하게 빛날 것이라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