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제 예측대로 인천이 이겼습니다. 하지만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9131798&memberNo=6525744

인천 대 대구 리뷰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시고

링크도 많이 찾아주세요!

처음으로 경어체 리뷰를 적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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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저는 인천이 대구에게 승리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썼습니다. 글을 ‘읽은’ 사람은 많았지만, 글을 ‘믿은’ 사람은 매우 적었습니다. SNS에 글의 링크를 올렸더니 ‘좋아요’가 아닌 ‘웃겨요’가 달렸습니다. 마음에 상처가 났습니다.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왜 내 말을 믿지 않을까.’ 문득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왜 제 글을 믿지 않는지. 올 시즌 무승의 구렁텅이에 빠진 ‘꼴찌’ 인천이,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5위 대구에게, 그것도 ‘원정’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글, 믿는 게 더 이상합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9103791&memberNo=6525744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결과로 증명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다렸고인천이 이겼습니다인천은 무고사의 골에 힘입어 기어이 대구를 1 대 0으로 꺾었습니다. 경기가 끝나자 그라운드에 있던 인천의 선수들은 잔디 위에 쓰러졌고, 그라운드 밖에 있던 인천의 코칭스태프들 및 벤치대기선수들은 일제히 포효했습니다. 월드컵 우승이라도 한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경기를 본 제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결과 예측에는 성공했지만, 과정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 적잖은 오류를 범했기 때문입니다. 경기 내내, ‘아, 저 부분은 왜 예측하지 못했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인천의 승리에 있어 예측에 성공한 부분과 예측하지 못한 부분을 정리하며 인천의 승리를 곱씹어보려 합니다.
 
 

예측 성공 #1. 아길라르와 무고사
 
예측에 성공한 부분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아길라르의 존재감이 대구의 수비를 흔들 것이고, 무고사의 한방이 대구의 골문을 뚫을 것이라고 예측한 게 모두 맞아 떨어졌습니다.
 
인천은 전반전동안 대구를 밀어붙였고, 그 결과 전반전 내내 50%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전반 초반에는 66.6%의 매우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높은 점유율 아래에서 인천은 보다 많은 공격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었고, 인천이 얻어낸 보다 많은 공격기회는 전반 29분 무고사의 선제골로 연결됐습니다.

 

 

-아길라르

인천의 점유율 뒤에는 아길라르의 안정적인 공 키핑(keeping)이 있었습니다. 대구와의 경기에서 미드필더로 출전한 아길라르는 중원 곳곳에서 공을 안전하게 운반하며 팀의 점유율을 높이는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보통 '2선 미드필더'를 소화하는 아길라르가 대구전에서는 2선과 3선을 오가며 경기를 펼쳤다는 것입니다.
 
보통 아길라르는 측면을 향해 자로 잰 듯한 침투패스를 넣으며 상대팀을 무너뜨립니다만, 인천은 대구와의 경기에서 백3 전술을 들고 나오며 중앙 공격에 힘을 썼습니다. 이에 아길라르는 측면으로의 진출을 돕기보다는 중앙에서의 안정적인 공 소유에 집중했습니다.
 
그럼에도 아길라르는 제 몫을 다 했습니다. 비록 16라운드 대구전(2개) 전방패스 횟수는 지난 15라운드 성남전(17개) 전방패스 횟수에 비해 크게 감소했으나, 이외의 부분에서는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동료 미드필더 김도혁이 보다 낮은 위치에서 보다 도전적인 움직임을 가져갔다면, 아길라르는 보다 높은 위치(평소보다는 낮지만)에서 보다 안정적인 움직임을 가져갔습니다.
 
아길라르의 움직임이 주효했던 이유는 대구의 크랙’ 세징야에 있습니다세징야는 대구에서 ‘북치고 장구치고 꽹가리도 치는’ 포지션에서 활동합니다. 중원까지 내려와 공을 빼앗고, 최전방까지 공을 끌고 올라가 슈팅을 때립니다.


 
세징야라는 대구의 야수(野獸)에게 걸리면 점유율이고 뭐고 없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세징야가 내려오지 않는 곳까지 올라가서 공을 주고받아야 합니다. 아길라르는 '세징야의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이면서도 '대구의 압박이 강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곳'을 찾아다니며 공을 안정적으로 운반했습니다. 또한, 세징야가 다가오면 세징야가 없는 곳으로 공을 연결하며 팀의 점유율을 높였습니다.

 
아길라르의 노력은 인천의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고, 높아진 점유율 덕에 인천은 상대의 공격기회를 빼앗는 동시에 자신의 공격기회를 늘릴 수 있었습니다.

-무고사
 
아무리 말주변이 좋고 아무리 센스가 있어도, 고백을 하지 못하면 사귈 수 없습니다. 축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빌드업이 좋아도 골을 넣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습니다.

물론 어버버거리다 고백을 받는 경우도 간혹가다 있습니다만, 웬만큼 잘생기지 않고서는 고백을 받기 힘들 뿐더러 축구의 경우 우리의 인생과 달리 상대팀이 우리팀에게 골을 떠먹여주는 스포츠가 아닙니다. 결국 인생에서나 축구에서나 '해결사'가 있어야 합니다. 무고사는 인천의 해결사였습니다. 인천의 해결사 무고사는 전반 29분 하프발리슛으로 대구의 골문을 가르며 팀의 결승골을 터뜨렸습니다.

 

 

이번 대구전에서 무고사가 기록한 슈팅은 단 두 개였습니다. 그런데 그 중 하나가 골문을 갈랐습니다. 약팀의 스트라이커일수록, 모든 기회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무고사는 모든 기회에 최선을 다할 줄 아는 '천성 스트라이커'입니다.


예측 실패 #.1 조성환 감독의 백3를 예측하지 못했다.

인천의 조성환 감독은 제주에서 감독직을 수행하면서부터 백3 전술을 고집해왔습니다. 지난 15라운드 성남전에서는 급작스런 변화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백4 전술에 기초한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조성환 감독이었지만, 16라운드 대구전에서는 달랐습니다. 조성환 감독은 대구전에서 3-5-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습니다.

 

아길라르는 경기 내내 중원에서 활동했습니다.

 

조성환 감독의 3-5-2 포메이션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스트라이커 두 명이 측면으로 자주 빠져줘야 합니다. 윙어의 역할을 분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구와의 경기에서 조성환 감독의 인천은 이준석과 무고사를 최전방에 배치했습니다. 두 선수는 계속해서 측면 플레이에 가담하며 공격에 충실히 가담했습니다.

두 최전방 공격수가 지속적으로 측면공격에 가담한 덕분에, 인천은 전반전동안 한 층 더 고급스러운 경기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전반전 29분에 터진 무고사의 골도 마찬가지로 '공격수의 측면 공격 가담' 덕에 터질 수 있었습니다.

김도혁이 최전방의 무고사에게 정확한 전방패스를 했을 때, 무고사와 함께 출전한 최전방 공격수 이준석은 순간적으로 공을 흘리고 좌측면으로 쇄도했습니다. 무고사는 이를 보고 좌측면 전방으로 쇄도하는 이준석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후, 하프발리슛으로 골을 기록했습니다. 이준석이 측면으로 빠지지 않았다면 터지지 않았을 골이었습니다.

https://sports.news.naver.com/kfootball/vod/index.nhn?category=&tab=&listType=total&date=&gameId=&teamCode=&playerId=&keyword=&id=700048&page=5#focusComment

 

 

이외에도 조성환 감독의 3-5-2 포메이션은 '촘촘한' 수비를 자랑합니다. 수비 시 5-3-2 포메이션을 유지하며 상대를 막아내기에, 상대팀 입장에서는 뚫을 공간이 많지 않습니다. 대구가 후반전 들어 퍼부은 파상공세를 막아낸 데에는 선수들 개개인의 투지도 한 몫 했지만, 그러한 투지가 빛을 발하게 된 건 조성환 감독의 수비 전형 덕이었습니다.


예측 실패 #2. '괴물' 이태희의 활약도 예측하지 못했다.

전반전동안 인천은 대구의 공격을 무난하게 막아냈습니다. 김도혁과 임은수가 강한 압박으로 대구의 공격을 무마시킨 게 큰 역할을 했습니다.

김도혁-임은수로 이루어진 인천의 3선 라인은 후반전에도 건재할 듯 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후반전이 되자 마치 지진해일에 방파제가 무력화되듯 김도혁-임은수 라인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인천의 '백5' 수비라인도 대구의 공격을 완전히 막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인천에는 '괴물'이 있었습니다. 그 괴물의 이름은 바로 이태희. 이태희 골키퍼는 올 시즌 처음으로 경기에 출전하게 된 이태희 키퍼는 완벽에 가까운 모습으로 대구의 파상공세를 막아냈습니다.

 

 

전반전동안 두 개의 슈팅을 연이어 막아낸 이태희 키퍼는 후반전 들어 다섯 개의 유효슈팅을 모두 막아냈습니다. 세징야의 '메시 빙의 슛'도, 정승원의 '얼굴만큼 멋있는 궤적의 슛'도 이태희 골키퍼에게 막혔습니다. 환상적인 선방쇼를 펼친 이태희는 결승골을 기록한 무고사와 함께 팀 내 최고 평점인 6.6점을 받았습니다.


예측 실패 #3. 절박함마저 예측하지 못했다.

인천의 승리를 만든 건 전술이었습니다만, 인천의 승리를 지킨 건 '절박함'이었습니다.

축구는 능력 그리고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감정이 실리지 않으면 성적을 내기 어렵습니다. 태업을 하는 스타 선수들을 보면 이를 알 수 있지요. 반대로, 아무리 감정이 제대로 실려도 능력이 없으면 성적을 내기 어렵습니다. '졌잘싸'는 비교적 쉽게 볼 수 있어도 '참사' 혹은 '기적'은 쉬이 볼 수 없는 것 같이, 감정에 능력이 얹혀져야 비로소 승리를 거둘 수 있습니다.

인천은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오반석, 아길라르 등 능력있는 선수들을 영입했습니다. 물론, 이미 무고사, 김호남, 지언학 등 뛰어난 선수들을 이미 보유하고 있기도 했지만요. 최근에는 K리그1 준우승 경력이 있는 조성환 감독을 데려오기도 했습니다.

능력을 갖춘 인천은 후반기만 되면 찾아오는 '절박함'이라는 감정을 더해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뛰며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몸을 날리며 대구의 공세를 막는 인천 선수들에게서 그야말로 '악에 찬 절박함'이 느껴졌습니다. 임은수 선수는 몸싸움을 하다가 피를 흘리기도 했습니다.

 

 

일부 축구팬들은 인천의 승리를 두고 '골 넣고 잠가서 이겼다.'라고들 하십니다. 골 넣고 잠그는 거, 그거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공을 가지고 있지 못해 선수들의 체력이 쉽게 떨어집니다. 상대팀에 '크랙'이라 불리는 선수가 있기라도 하면 상황은 더욱 안좋아집니다. 수비라인이 손쉽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후반전부터 '잠그기'를 시전한 인천은 대구의 공세를 막아냈습니다. 세징야라는 '크랙'마저 막아냈습니다. 인천의 절박함이 지켜낸 승리였습니다.

 

 

다만, 과연 이 절박함을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이제 벌써 정규리그 종료까지 단 6경기만을 남겨두게 됐습니다. 그 말인 즉, 무승부보다 승리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뜻입니다. 승리 없이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절박함만으로는 승리를 만들 수 없습니다. 좀 더 조직적이고 창의적인 공격전술과 좀 더 촘촘한 수비전술로 상대를 더욱 많이 옥죈 후에, 절박함으로 몸을 던진다면 분명 더욱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에필로그

인천의 승리로 생존 경쟁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오는 17라운드에서 인천이 수원을 이긴다면 12위 인천과 11위 수원의 승점 차이는 불과 3점이 됩니다. 과연 인천이 이번에도 생존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PS. 대구의 성장에 대하여

대구는 비록 인천에게 패하기는 했으나, 위력적인 모습으로 인천을 괴롭혔습니다. 대구는 이제껏 '선수비 후역습'팀으로 이름을 떨쳐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이겨야만 하는' 경기에서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인천전에서의 대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과감한 백4 전환은 물론, 더 많은 인원의 공격 가담을 보며 대구가 성장했음을 느꼈습니다. 대구는 패배에 슬퍼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구의 경기력은 분명 좋았습니다.

댓글 7

센터서클 작성자 2020.08.18. 19:59
 한프
저야 항상 좋습니다...ㅋㅋㅋ
댓글
블루스 2020.08.18. 20:38
예측하지 못하신 것들이 다 팀에 좋은 부분으로 흘러간거라 생각되서 참 좋네요
댓글
센터서클 작성자 2020.08.18. 20:40
 블루스
네, 인천 선수들의 투지나 다양한 전술적 모습을 지켜보면서 부끄러운 마음과 함께 인천이 대단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전술적인 부분을 조금만 더 보완하면 생존도 가능할 것 같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댓글
용수아웃종신 2020.08.19. 13:21
코로나가 없었다면 인천은 어느 타이밍에 반등했을까...
댓글
슬렌더아길라르 2020.08.19. 17:48
축구는 능력 그리고 감정으로 이루어져있다. 되게 좋은 말이네요 ㅎㅎ. 인천은 준아신 그리고 호석신으로 이루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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