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리뷰] 인천 유나이티드 17라운드 후기: 드디어 발동된 '시우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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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상대로 16라운드만에 첫 승을 거둔 인천은 11위 수원과의 승점차를 6점으로 좁힌다. 시즌 첫 승을 거두면서 마음의 짐을 어느 정도는 내려놓은 선수단이지만, 12위라는 순위는 아직 안심하기 이른 순위이다. 추가로 2연승을 해도 순위 상승을 장담할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인천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타이밍 좋게 수원을 홈으로 불러들이게 된 것. 수원을 잡을 시 승점차를 3점으로 좁힐 수 있기 때문에 인천으로서는 필사의 각오로 나서야만 했다. 경기장에는 조성환 감독의 말을 인용한 팬들의 걸개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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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기회가 왔다. 그걸 잡아라"

조성환 감독이 교체출전을 앞둔 신인 정창용에게 건낸 말이다. 성남전에 교체 투입된 정창용은 활발한 모습을 보이면서 팬들의 기대를 높였다. 이제 선수 개인이 아닌 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쉬운 기회는 아니다. 인천은 2018시즌 이후 630일동안 연승을 기록하지 못했고, 홈에서 수원을 상대로 7년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불리한 징크스와 기록이지만, 지금 인천에게는 그런 것들을 신경 쓸 여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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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한 백3:

이 날 선발 명단 발표 후 많은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다. 아길라르와 지언학의 위치, 김준범의 3선 기용 등이 주된 논쟁거리였고 페이크가 아니냐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하지만 킥오프 이후 인천의 포메이션은 발표된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김도혁이 백3 위의 볼란테로, 김준범과 지언학은 양 메짤라로 기용되었다. 양 메짤라는 중원과 측면을 활발하게 오가면서 수원의 중원을 압박했고, 강윤구와 김준엽은 김준범, 지언학과 위치를 바꿔가며 중원 싸움에 가담해주었다. 김도혁은 최근 올라와있는 폼을 반영하듯 평소와는 약간 다른 위치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후방에서부터 볼을 받아 앞으로 연결해준다거나, 많은 활동량을 통해 수비 기여도를 높이고, 최전방까지 침투해서 슛을 때리는 모습까지도 눈에 띄었다. 공중볼에 대한 약점은 중앙수비수들이 전진하면서 도움을 주었고, 높은 라인은 이를 돕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였다.

아길라르는 본인이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는 위치보다는 높은 곳에 배치되었다. 물론 밑으로 내려오면서 중원에 가담해주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위치는 무고사 옆의 최전방이었고, 이는 아길라르를 백퍼센트 활용할 수 있는 기용은 아니었다. 다만 본인이 볼을 잡는 순간 수비를 달고 볼을 지킨다거나, 밸런스가 제대로 잡히지 않음에도 위협적인 중거리 슛을 때린다거나 하는 모습은 이 선수의 장점을 또렷이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지언학이 아닌 아길라르, 무고사 투톱을 최전방에 배치한 이유를 유추해보자면, 중원싸움에 밀리지 않음과 동시에 수원의 후방도 위협할 수 있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무고사와 아길라르 두 명이 동시에 수원의 중앙수비 두 명을 압박하고, 측면으로 볼을 전개하면 메짤라-윙백 두 명이서 동시에 수원의 풀백을 압박한다. 염기훈을 기용한 수원은 인천의 미드필더들에 비해 기동력이 떨어지는 모습이었고, 이는 인천이 경기를 주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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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흘러가기 시작한 송시우의 시간:

후반 들어 조성환 감독은 공격적으로 나서기 위해 선수들의 위치를 소폭 조정한다. 지언학은 우측으로 위치를 옮겼다. 중원으로 내려와 수비가담을 해주는 모습은 여전했으나, 기본적인 위치는 쓰리톱의 우측 윙포워드에 가까웠다. 김도혁이 조금 위로 전진해 김준범과 함께 중원을 구성했다. 전반과 비교하면 김준범이 우측으로 이동하면서 각자의 주발에 맞는 위치로 조정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후반 이른 시각 아길라르 대신 송시우가 투입된다. 전방부터 강하게 수원을 압박하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아길라르보다는 송시우의 기동력을 믿은 것으로 보인다. 백3 라인과 무고사를 제외한 모든 필드플레이어가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면서 기동력 면에서 수원에게 앞섰고, 수원은 이런 인천의 압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후방빌드업 과정에서부터 볼을 쉽게 잃어버리는 등 그들의 템포를 쉽게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결승골은 세트피스를 통해 터져나왔다. 김도혁이 빠르게 송시우에게 넘겨준 볼을 송시우가 받았고, 송시우는 두 번의 접는 동작을 통해 염기훈과 헨리를 완벽히 속인다. 두 명을 제끼고 꽂아넣는 골을 통해 이번 시즌 첫 골을 기록한 송시우는 본인의 시그니쳐 세레모니를 통해 '시우타임'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송시우의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마무리:

조성환 감독 부임 스케치 영상을 보면, 라인을 올려 상대를 압박하고 그를 통해 경기를 주도하려는 마음가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성환 감독의 부임 후 인천의 수비라인은 이전보다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대구를 상대로는 득점 이후 라인을 내려 수비에 집중하기는 했지만 1승이 급했던 인천에게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 날도 수원을 상대로 라인을 올려 적극적인 압박을 가했고 중원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수원 선수들의 폼이 전반적으로 떨어져있는 영향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수원은 인천을 상대로 쉽게 공격을 풀어나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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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 감독 부임 이후 많은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부분이 있다. '원 팀(ONE TEAM)'. 기본과 규율을 강조한다는 조성환 감독의 지시 아래 선수단의 분위기는 바뀌었고, 결과까지 잡아내기 시작했다. 아직 강등권인 12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경기 내용과 결과를 모두 가져오는 등 인천에게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구단을 이루는 모든 구성원이 나서 대표이사의 사퇴를 막았고, 무고사의 국가대표 차출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등 긍정적인 기류가 인천을 감싸고 있다.

'시우타임'이 발동되었다. 이번 시즌에도 인천의 극적인 생존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인천의 잔류 시계가 점점 움직이고 있다.

 

https://blog.naver.com/sjk101/222070505244

팟캐스트 FC철학: http://www.podbbang.com/ch/1772853

 

그리고 히든인천

댓글 9

ASL3423 2020.08.25. 16:00
잘 읽었습니다. 히든인천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댓글
심PD 작성자 2020.08.25. 19:06
 한프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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