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상주 vs 인천 경기를 보면서 느낀 점(18R 리뷰 후토크)
- 심PD
- 91
- 4
- 6
축구란 참으로 결과론적이라는 것
경기 후 조성환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완전히 의중을 알 수 없는 그러한 전술은 아니었습니다.
상주의 뒷공간을 노리기 위해 아길라르보다 송시우, 지언학을 투입했다는 것. 상주가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충분히 노릴 수 있을법한 전략이었죠. 지난 경기 좋은 활약을 보인 송시우와 최근 폼이 좋은 지언학을 동시에 투입하면서 초장에 상주의 라인을 깨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구요.
미들진에 김준범-김도혁 두 명만 두고 측면 위주로 볼을 전개한 것도 생각해보면 의도적인 것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상주의 3미들과 에너지 레벨을 고려했을 때, 현재 인천의 미들진(특히 에너지 레벨로는 리그 내에서도 수준급인 마하지가 부상이기 때문에)으로는 맞불을 놓기 힘들다는 판단이었을 수도 있겠죠. 그래서 측면으로, 특히 김준엽과 지언학의 폼을 믿고 그쪽으로 볼을 전개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이건 상주를 수원보다 높게 봤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수원을 상대로는 1대1 매치를 붙였던 인천이 상주를 상대로는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지난 경기 좋은 폼을 보여준 김연수를 문선민에게 붙인 것도 이해가 안 되는 판단은 아닙니다. 속도로는 김연수도 꿀리지 않고 최근 두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으니 선수를 믿고 맡긴 판단이었겠죠?
그래서 대략 인천 vs 상주 시나리오: 희망편을 적어보면
1) 측면으로 볼을 넘겨 김성주, 김준엽의 침투와 크로스를 통해 상주의 측면과 뒷공간을 노린다. 김준범과 김도혁은 패스로 이를 보조해준다.
2) 김연수의 스피드로 문선민을 제어한다(이는 대표적으로 김연수vs문선민이었고, 양준아와 오반석을 포함한 백3로 상주의 쓰리톱을 제어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선민이 무쌍을 찍었고, 김준엽에 비해 김성주가 쉽사리 전진하지 않으면서 양 측면공격 밸런스가 맞지 않았고, 중원에서 밀리다보니 뒷공간을 노리는 패스도 많이 나오지 못했습니다. 완패였죠.
리뷰에 적은 전술적 패인은, 결과론적인 얘기입니다. 그 요인들을 다 뒤집어보면 승리의 요인이 될 수도 있었을테니까요. 김태완 감독이 노린 부분과 조성환 감독이 노린 부분은 차이가 있었고, 여기서 승리를 거둔 쪽은 김태완 감독이었네요.
이래서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감독들이 밝히는 얘기들이 재밌습니다. 이 사람은 이런걸 의도하면서 적중시켰고, 이 사람은 이런걸 의도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등 감독들의 지략 충돌을 보는건 생각보다 더 흥미롭네요.
댓글 4
결국 사람과 사람, 11명, 혹은 감독과 코칭스탭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생각과 상대 팀의 생각이 부딪히면서 상호작용을 일으키는게 축구인데... 이게 문제다 저게 문제다 하기엔 너무 얽혀있는게 많은 것 같습니다ㅋㅋㅋ
체력적인 부분도 있구요ㅠㅠ
경기를 보면서 '중원을 셋으로 뒀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중원이 셋이었어도 크게 다른 부분이 있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문선민에 대한 대비를 좀 더 확실히 준비했다면 실점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김준엽의 활발한 공격 가담이 무고사의 득점으로 연결되었다는 점을 보면 김준엽 카드의 선택 자체는 필요했던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