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닥공이 사라졌다.

데이터보다는 감정을 담은 글입니다...

칼럼이라기보단 일기처럼 봐주시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링크 많이 찾아주세요!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9362812&memberNo=652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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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서클 | 서건 대표] 모든 것에는 서사가 담겨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 하루에도 서사가 담겨 있고, 우리의 눈 앞에 보이는 핸드폰에도 서사가 담겨 있다. 심지어는 우리 자신에게도 서사가 담겨 있다.

축구경기라고 다르겠는가. 축구경기에도 서사가 담겨 있다. 90분, 혹은 그 이상의 시간 동안 쓰이는 대서사시는 축구팬들의 감정을 좌지우지 한다.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모든 곳에 '서사'가 존재한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포터 애벗 교수는 자신의 저서 <서사학 강의>에서 서사를 '사건의 재현이자 연속'이라고 정의했다. 시간이 존재하고 장소가 존재하는 한, 사건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조차 사건이기 때문이다.

다만, 당연하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당연함에 취해 중요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사는 당연하면서도 중요하다. 서사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서사는 변화를 이끈다. 서사는 그 자체로 상품이 되기도 한다. 어떤 서사가 만들어지냐에 따라 그 서사를 담은 무엇인가가 가지는 의미는 크게 달라진다.

'닥공(닥치고 공격)'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변화를 이끌었다. 몰아붙이는 축구에서 팬들은 희열의 감정을 느꼈다. 쉬지 않고 공격하는 축구는 관중석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닥공은 그 자체로 상품이었다. 닥공이라는 상품을 찾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몰려들었다. 기숙사 사감 선생님도, 기숙사에서 술을 마시고 쫓겨난 학생도, 선거 때 1번 후보를 뽑은 사람도, 선거 때 2번 후보를 뽑은 사람도 모두 전주성을 찾았다. 닥공에 더 깊게 빠진 이들은 원정 경기를 보기 위해 사비를 들여 타 지역을 방문하기도 했다.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수비 위주의 축구가 만연했던 K리그에서 전북현대(이하 전북)의 닥공은 위대한 신드롬이었다. 모두가 ‘로우(low) 리스크 로우 리턴’을 외칠 때 전북의 최강희 감독만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외쳤다. 수비 뒷공간을 내주면서까지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하는 전북 선수들의 과감한 모습은 가히 용맹했다.


모라이스의 전북

지금의 전북은 어떨까. 최강희 감독이 팀을 떠난 지 1년 반, 닥공의 흔적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빌드업’과 ‘섬세함’을 위해 데려온 모라이스 감독은 최강희 감독만큼의 과감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가끔씩 닥공이 돌아오는 것 같다가도 이내 신기루마냥 사라지고 있다.

정답은 없다. 과감함이 무조건적인 정답은 아니다. 때로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서사는 90분 동안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생존이나 우승 등을 위한 장기적인 목적의식에서 나오는 서사 역시 90분 동안의 서사만큼이나 중요하다. 누군가의 단편 소설집을 읽는다고 생각해보자. 아무리 각 작품의 서사가 아름답고 흥미롭더라도 모든 작품들의 결말이 슬프다면 독자들은 지치기 마련이다. 아무리 흥미진진한 축구를 해도 매 경기 패배하면 팬들은 지칠 것이다.

흥미진진한 서사만큼 해피엔딩도 중요하다. 과정을 빛내기 위한 축구만큼 결과를 빛내기 위한 축구도 중요하다. 조심스러운 축구를 통해 승리할 수 있다면, 조심스러운 축구를 할 수도 있다. 팬들 역시 승리를 위해서라면 조심스러운 축구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다만, 전북은 ‘초호화’ 팀이다. 2019시즌 전북의 운영비는 461억 원(K리그 1위)이었다. 이는 2020시즌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의 팬들은 전북이 과정과 결과를 모두 잡아야 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대표급 선수들과 최첨단의 클럽하우스를 가진 전북이기에 그러한 기대는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모라이스 감독은 지난 2019시즌 K리그1 우승을 일궈냄으로서 결과를 내는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와 FA컵에서 조기 탈락의 쓴맛을 보긴 했으나, 수준이 날로 높아지는 ACL과 14년째 우승이 없던 FA컵이었기에 팬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내용 면에서의 비판이 이어지긴 했으나, 분명한 성과가 있었다는 점이 모라이스의 방패막이 되었다.

이제는 아니다. 지루한 내용 끝에 얻은 좋은 결과는 인내를 가능하게 했을 뿐 즐거움을 주지는 못했다. 2020시즌 들어 나오기 시작한 무기력한 축구는 그 인내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 5일 성남에게 0 대 2로 패배하며 2연패를 기록하게 된 전북의 모습에 팬들은 분노하고 있다.



최강희와 모라이스

최강희 감독이 14년 동안 전북을 이끌며 보여준 닥공은 화끈했다. 최 감독의 닥공은 크게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는 강력한 전방압박이고, 둘째는 측면에서의 확실한 목적의식이며 셋째는 매우 좁은 공수 간격이다.

강력한 전방압박으로 공을 빼앗아 측면으로 운반한 뒤, 측면에서의 각종 크로스들로 공격을 마무리한다. 만약 역습을 당하면 모든 선수들이 높은 위치에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한다. 상대팀은 대부분 전북의 화끈함에 흔들리며 자멸한다.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어쩌면 단순해보이고 단조로워보이는 전술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보는 이들의 입장에서 닥공은 참 단순하고 단조롭다. '심플 이즈 더 베스트(Simple is the best, 단순한 게 가장 좋다.)'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전술이다.

지휘하는 이의 입장에서는 아니다. 닥공은 구상하기는 쉬우나 구현하기는 어려운 전략이다.

닥공을 구현하기 위해선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손준호, 정혁)가 많은 활동량을 토대로 전방압박과 측면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해야 한다. 체력이 좋아야 한다. 또, 양쪽 측면 수비는 공격 시 언제든 크로스를 올릴 수 있도록 준비하는 한 편 상대의 측면 공격에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 투지가 있어야 한다. 양쪽 윙어의 경우, 수비 시 측면 수비수를 커버할 줄 알아야 한다. 외국인 공격수들의 경우 수비 가담에 소홀한 경우가 많은데, 이를 감독이 통제해야 한다. 이외에도 중앙 수비수들은 전투적이어야 하고, 공격수는 골냄새를 잘 맡거나 희생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닥공을 이루는 연결고리가 한 개라도 무너지면 닥공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위에 서술한 내용들, 모라이스의 축구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전북의 모라이스 감독은 전방압박보다 '두 줄 수비'를 더 많이 활용한다. 전방압박이 사라지자 상대는 전북을 상대로 후방에서의 빌드업을 보다 쉽게 할 수 있었다.

잔디가 그리 좋지 않은 K리그에서, 정교한 빌드업만큼 단순한 걷어내기가 많은 K리그에서, 조직적인 전방압박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전술이다. 그럼에도 모라이스 감독은 전방압박을 포기했다.

문선민이 상주 상무에 입대한 이후엔 전방압박의 포기가 더 심해졌다. 2019시즌까지는 문선민이 혼자서라도 전방압박을 하며 상대를 교란시켰으나, 2020시즌부터는 문선민의 부재로 인해 전방압박의 강도가 크게 줄었다.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의 모라이스 감독은 '점유'하는 축구를 선호한다. 그러나 모라이스 감독의 점유엔 목적의식이 없다.  때때로 나오는 2대1 패스를 제외하면 모라이스 감독의 축구에 목적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공을 가지고 있으면서 상대의 공격기회를 차단하려는 것 외엔 의미를 찾기가 힘들다. 이는 중앙은 물론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뛰어난 개인 능력에 의지해 공을 뺏기지 않는 것에만 집중한다. 창의력과 템포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2019시즌부터 보이던 개인 능력에만 의존하는 공격은 2020시즌 들어 더욱 심화됐다. 2019시즌이 끝나고 신형민이 팀을 떠남에 따라 모라이스 감독은 본래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역할을 소화하는 손준호를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놓았다. 적극적인 전방압박은 물론 과감한 공격가담 능력을 보여주는 손준호가 3선에 위치함에 따라 전북의 중원은 '얌전해졌다.' 측면 공격가담 횟수도 줄어들었고, 측면 연결의 속도 역시 줄어들었다. 

최강희 감독의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공격 수단으로 작용했던 크로스는 모라이스 감독 아래서 최후의 수단처럼 작용했다. 크로스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으나(2020시즌 현재 경기당 7.16개), 크로스의 질은 떨어졌다.

공수간격 역시 벌어졌다. 정확히는, 전방압박 등 강력한 수비 전술이 존재하지 않는 정적인 상황이 계속됐기에 공수간격이 큰 것처럼 작용했다.

그 결과, 져도 무기력하게 졌고 이겨도 맥없이 이겼다. 최영준, 문선민, 한승규, 김민혁, 호사, 김승대, 바로우, 구스타보, 조규성, 김보경, 무릴로, 쿠니모토를 영입했으나 그게 끝이었다. 시너지 효과는 없었다. 조직력보다 개인 능력에 의존한 축구가 이루어졌다.



성남전

지난 5일 펼쳐진 K리그1 19라운드 성남전은 모라이스 축구의 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표적인 경기였다. 구스타보와 바로우가 교체출전했으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성남은 시즌 초부터 날카로운 전개능력을 보여줬다. 선수들의 위치가 유기적으로 변화했고, 조직적인 탈압박이 이루어졌다. 김동현, 연제운 등 후방에서 뛰는 선수들의 빌드업이 큰 역할을 했다. 다시 말해, 전방압박으로 성남의 후방 빌드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방해했다면 성남도 분명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북은 경기 초반부터 전방압박이 아닌 두 줄 수비를 보여줬다. 전방압박이 이루어지더라도 조직적인 전방압박이 아닌 개개인의 능력에 의존한 전방압박이 이루어졌다.

전북은 올 시즌 펼쳐진 두 번의 강원전, 시즌 첫 경기였던 요코하마전, 이번 성남전에서 강력한 전방압박을 가하지 못해 패했다. 그럼에도 무엇 하나 바뀌지 않았다.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외에도 목적없는 측면공격, 정적인 수비가 성남전 패배를 가져왔다. 바로우와 한교원이 있었으나 양쪽 측면 수비의 공격가담 부재로 측면공격이 답답하게 전개됐다. '파이터형 수비'의 부재로 공수 사이의 공간은 넓어졌다. 후반전 들어 공격의 강도가 좀 더 세지긴 했으나, 이 역시 조직적인 공격이 아닌 개인 능력에 의존한 공격이었다.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은 찾기 어려웠다. 템포 역시 느렸다.

지루한 90분이었다. 어떤 기대도 들지 않는 뻔한 공격패턴이 이어졌다. 패배보다 뼈아픈 건 사라진 닥공이었다.



에필로그

닥공의 서사가 사라진 전북은 무기력한 팀이 됐다. 우승경쟁도 중요하지만, 닥공의 회복도 중요하다. 지금 이대로면 운 좋게 우승을 하더라도 지루한 우승을 하게 될 것이다. 닥공의 부활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 팬들이 원하는 화끈한 축구는 전북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출 것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전북과 모라이스 감독의 계약기간은 끝난다. 닥공을 부활시키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후임 감독은 물론 후임 코치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내년 선수 구성에 대한 생각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닥공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전술이라는 걸 고려할 때, 탄탄한 준비는 필수다.

전북의 닥공은 전북만의 서사가 아니고 K리그 전체의 소중한 서사다. 부디 전북의 닥공이 돌아올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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