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인터뷰] '한국인 2호 대만리거' 문태수가 바라보는 미래

타이중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는 문태수 (중앙) 사진=문태수 제공

 

대만 프리미어리그는 유독 한국인 선수와 인연이 없는 리그였다. 중국 슈퍼리그는 물론이고, 홍콩 프리미어리그로도 한국인 선수가 다수 진출했으나, 그 두 리그보다 열악한 환경 탓인지 대만으로 눈을 돌리는 선수는 없었다.

 

그 미개척지에 처음 발을 내디딘 선수가 전 u17 국가대표팀 공격수 주익성이다. 2019년 항유엔에 입단한 주익성은 첫해부터 득점 공동 3위에 오르며 자신의 진가를 알렸고, 올 시즌에는 타이중 후투로로 적을 옮겨 8경기에서 6골을 넣으며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여기, 또 한 명의 한국인 선수가 대만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운명적이게도 목적지는 주익성과 같은 타이중 후투로였다. 다만 그는 주익성과는 무언가가 다르다. 그전에도 해외 무대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 결정적이게도 그는 재일교포이다. 주인공은 태국, 독일 등 여러 곳을 거친 미드필더, 문태수이다.

 

오사카의 아이가 프로 선수가 되기까지

 

1994년에 오사카에서 태어난 문태수는 부모님 두 분이 모두 재일교포인 교포 3세이다. 어렸을 때 공원에서 아버지와 함께 공을 차며 축구에 대한 흥미를 키워나간 문태수는, 초등학교 3학년에 지역 아카데미인 FC 쿠라이후 (Kulaifu)에 입단하며 선수 경력을 시작했다. 그 후 중, 고등학교 축구부에서 미드필더로서 실력을 갈고닦았고, 이후 오사카산교대학에 입학해 선수 생활을 이어나갔다.

 

 

전국체전에 참여한 문태수 (우) 사진=문태수 제공

 

문태수는 대학 시절 재일 한국인 대표팀에 선발되어 전국체전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가 해외생활을 결심하게 된 데에는 대표팀 감독과 동료의 역할이 주효했다. 문태수는 "당시 감독님이 K리그하고 태국리그를 경험한 적이 있는 분이었다. 그분과 이야기를 하다 보며 태국 무대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때 같이 뛴 선배도 다양한 나라에서 축구를 한 경험이 있 이야기를 듣고 저도 태국에서 축구를 하고 싶다. 더 여러 세계를 자신의 눈으로보고 경험하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문태수는 혈혈단신 태국으로 날아가 4부리그의 나콘 사완 FC에 입단, 프로 선수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어린 시절 도와준 주변 분들에게 잊지 않고 감사를 표했다. "꿈이었던 프로선수가 될 수 있어서 무척 기뻤다. 입단하자마자 곧장 부모님, 코치님,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가족의 지원과 코치님들의 지도, 친구들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프로 선수가 될 수 있었다고 항상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갓 대학 무대를 나온 청년에게 해외 무대는 마냥 녹록치만은 않았다. "첫 해외 무대 경험이라 여러 가지가 어려웠다. 언어 문제, 문화의 차이, 축구 스타일의 차이 등등. 그런 환경 속에서도 외국인 선수는 경기에서 무조건 활약해야만 했다."며 어려웠던 해외 생활을 되새김질했다.

 

그럼에도 문태수의 도전정신은 마를 줄 몰랐다. 태국 무대를 경험한 그의 다음 행선지는 독일 5부리그의 힐랄 베르게임이었다. 문태수는 "항상 유럽에서 축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더 늦기 전에 도전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FIFA 랭킹 1위인 독일을 염두에 두었고, 에이전트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서 팀을 찾아 계약했다."며 독일행을 택한 이유와 입단 배경을 설명했다.

 

그가 독일에 있던 기간은 단 반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당시의 경험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유럽에서 축구 할 수 있어서 진짜 좋았다. 데뷔전에서 특별히 활약한 것은 아니지만 뭔가 만족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고 운을 뗀 그는, "독일 축구는 일본, 태국보다 강하고 빠르며 몸싸움이 많다. 기술적인 부분이나 패스의 질은 일본이 우위라고 생각하지만, 독일은 피지컬과 멘탈적 부분이 어느 나라보다도 진짜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며 각 국가 리그 스타일의 차이를 말했다.

 

FC 오사카 시절 문태수 사진=문태수 제공

 

짧았던 일본 생활, 그리고 또 한 번의 해외 무대 도전

 

독일을 떠난 문태수의 다음 행선지는 고향인 오사카였다. 그는 지난해 초 JFL (일본 4부리그격)에 참가하는 FC 오사카에 입단하며 길었던 해외 생활에 잠시 쉼표를 찍었다. 문태수는 국내 무대를 택한 이유에 대해 "유럽을 떠나는것 좀 아쉽기도 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일본에서 축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가족과 코치, 친구들 그리고 재일교포 아이들에게 내가 경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FC 오사카와의 여정은 1년 만에 마무리되었다. 그 후 문태수가 눈을 돌린 곳은 대만, 그중에서도 일본 축구인이 여럿 연관된 타이중 후투로였다. 문태수는 "아직도 성장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며, "해외에서 축구를 하면 힘든 일이 여럿 생긴다. 하지만 그런 일들을 겪어가며 더 나은 축구 선수로, 또 인간적으로도 성장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이 길을 선택했다."며 자신의 신념을 밝혔다.

 

일본인이 많이 연관된 팀이라는 사실이 이적에 영향을 끼쳤냐는 물음에는, "그것은 상관없었다. 오히려 나에겐 팀에 말이 통하는 사람이 적은 것이 언어 공부에도 도움이 돼서 더 좋다. 지금의 팀 (타이중 후투로)을 선택한 이유는 대만의 어느 팀보다 축구를 열정적으로 대하는 선수가 많았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문태수는 유일한 한국인 동료이자 대만 무대 선배인 주익성에게서 많은 걸 본받으려 하고 있다. "(주)익성 형이 대단하다. 골 감각과 드리블 등, 익성 형에게서 배울 것이 진짜 많이 있다"고 말한 그는, "(주익성과) 항상 같이 있고 밥도 자주 먹는다. 팀에 유이한 한국인 선수라는 공통점 때문에 익성형하고는 많이 이야기한다." 며 끈끈한 관계를 과시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냐는 질문에는 "대만이나 한국, 일본 같은 국가의 축구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라고 말했다.

주익성 (좌) 과 문태수 (우) 사진=문태수 제공

 

재일교포 축구선수로 사는 것, 그리고 그의 꿈

 

재일교포는 한국과 일본, 양국 모두에서 주된 차별의 타겟이 된다. 현재 수원FC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안병준 (30) 도 과거 한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배경 때문에 인종차별의 타겟이 된 적이 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문태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어려움을 성숙한 태도로 넘겼다. 문태수는 "지금까지 차별을 축구 같은 스포츠로 극복해 온 위대한 재일교포 선배들이 많다. 그런 위대한 분들이 당한 차별에 비하면 내가 당한 건 별거 없다고 생각한다."고 되짚었다.

 

문태수는 재일교포 3세라는, 본인의 혈통을 매우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나는 재일교포로 태어난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운을 뗀 그는, "(재일교포는) 양국의 문화와 좋은 점을 모두 아는 존재다. 그렇기에 가능한, 중간점에서 두 나라를 잇는 교두보가 되고 싶다. 그런 존재라는 것을 축구를 통해서 표현하고 싶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일교포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이것이 내가 재일교포 축구 선수로 사는 것이다" 라고 자신 있게 본인의 의지를 표출했다.

 

문태수의 올 시즌 목표는 확고하다. 시즌 10골, 그리고 그 너머라는, 골이 고픈 공격수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목표를 설정해놓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의 축구 인생, 그리고 그 후의 삶도 바라보고 있었다. 문태수는 "더 성장해서 언젠가는 J 리그에서 뛰는 것이 꿈이다. 동시에 아이들의 롤 모델이 되고 싶다. 은퇴 이후에는 나라와 나라를 잇는,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를 잇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고 싶다."라고 힘 주어 말했다.

 

시즌의 2/3이 지난 현 시점, 문태수의 소속팀인 타이중 후투로는 현재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비자 문제로 6월부터 경기에 나서기 시작한 문태수는 현재까지 6경기 1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한 번에 외국인 선수를 최대 5명까지 출전시킬 수 있는 대만의 외국인 선수 규정 탓에 많은 시간을 보장받지는 못 하고 있지만, 나올 때마다 번뜩이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조용하지만 동시에 확실하게, 문태수의 축구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댓글 29

아방뜨 작성자 2020.09.17. 11:50
 괴즐케사
SNS가 답이다
댓글
아방뜨 작성자 2020.09.17. 12:03
 괴즐케사
아닙니다...
댓글
주시은 2020.09.17. 11:51
오 DM으로 인터뷰 제의한건가유
댓글
아방뜨 작성자 2020.09.17. 11:52
 주시은
ㄴㄴㅋㅋ 페북 메신저로

뭐 그게 그거지만
댓글
HoseokRainism 2020.09.17. 12:02
타이중 후투로에 주익성과 한명 더 있네.. 했었는데 그 선수가 이 선수인가보네
댓글
아방뜨 작성자 2020.09.17. 12:04
 HoseokRainism
마즘 ㅋㅋ
댓글
아방뜨 작성자 2020.09.17. 12:15
 좌니캐시
과찬이십니다...
댓글
아방뜨 작성자 2020.09.17. 12:33
 가볍지않은기자
헉 기자님까지... 감사합니다...ㅠㅠㅠㅠ
댓글
아방뜨 작성자 2020.09.17. 12:43
 업복이
마즘 ㅋㅋㅋㅋ
댓글
업복이 2020.09.17. 12:52
 아방뜨
좀 더 잘해서 수프와라
댓글
아방뜨 작성자 2020.09.17. 12:44
 나하나쯤이야
동어반복 최대한 피하려고 머리 싸매면서 고민했다 ㅋㅋㅋㅋ
댓글
아방뜨 작성자 2020.09.17. 13:20
 나하나쯤이야
압도적 감사...
댓글
아방뜨 작성자 2020.09.17. 13:48
 토스트세개먹는새끼
인간재앙... 이랄까...?
댓글
신객 2020.09.17. 15:49
문선수도 대단하고 글 쓰신 아방뜨님도 대단쓰
타지에서 도전, 고생한 선수들에 대한 애정 + 공들여 쓰신 게 느껴져서 넘 좋아요
댓글
아방뜨 작성자 2020.09.17. 15:58
 신객
저도 오랜 기간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다보니 이렇게 외국에서 뛰고 있는, 특히 관심이 덜한 제3세계 소재 선수들을 보다 보면 동질감이나 응원하고픈 맘이 저도 모르게 생겨나더라구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아방뜨 작성자 2020.09.17. 16:29
 킹갓황짱스타보의개
문 풍 당 당
댓글
COSMO 2020.09.17. 18:16
아이템을 발굴하고 글쓰는 재능이 확실히 있음 ㅇㅇ
펨네판 디 아슬레틱 하자 wawa
댓글
아방뜨 작성자 2020.09.17. 18:33
 COSMO
흑흑 좋은 말씀 감사드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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