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분데스리가의 추세, 그리고 김학범과 박진섭(feat. 벤투, 이재성, 권창훈,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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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분데스리가를 보면서 확실히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이,
① 골키퍼부터 시작하는 빌드업
② 전진패스와 전진드리블
③ 사이드 플레이어의 개인전술 활용
이 세 가지.
분데스리가 2부에서조차 골키퍼를 비중있게 활용하는 빌드업 전술을 구사하는데
골키퍼가 볼컨트롤이나 판단 미스를 저지르고, 수비수들 역시 그런 미스를 범해도
그런 빌드업 전술을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음.
그리고 전진패스와 전진드리블.
중앙미드필더들은 전진패스를 어떻게든 시도하려고 노력하는데 이 중앙미드필더들이 실수가 빈번해 진다고 해서
역시나 이 선수들을 쉽게 벤치에 내리려고 하지도 않음.
실패하더라도 전진패스를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선수를 선호함.
2선 공격수들은 수비수나 중앙미드필더로부터 패스를 받으면 리턴을 내주기 보다는 볼을 잡은 상태로 전방을 향하고
뺏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이상 뒤돌아보지 않고 밀고 들어가는 성향이 상당히 강해졌음.
'실수? 상관없어? 볼 빼앗겼으면 수비해서 다시 찾아오면 돼'라는 식이고,
'공격수들? 수비 못 내려올 거 같으면 너무 내려오지 마. 수비수들이 어떻게든 버틸테니까 공격수들은 공격에 더 전념해'라는 식임.
마지막으로 사이드 플레이어의 개인전술 활용 비중도 상당히 높아졌는데
예전 독일이 창의적인 플레이어나 측면돌파에 특화된 플레이어 인재풀이 약했던 걸 생각해 보면
최근에는 이런 부분에서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들을 중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하고, 이 선수들이 마음껏 돌파를 시도케 하려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음.
분데스리가에서 그런 변화의 흐름을 겪은 선수가 구자철, 지동원 등이라고 한다면
그런 변화가 안정된 뒤에 분데스리가에 뛰어든 선수는 이재성, 권창훈, 정우영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전북팬들은 너무나도 잘 아는 사실이지만
이재성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전방위로 뛰어다니는 선수였고
공격형미드필더, 윙어로 출장했을 때도 거의 중앙미드필더나 윙백처럼 수비에 헌식적으로 임하는 선수였음.
김보경이 '이재성은 굳이 안 뛰어도 될 곳까지 뛰어 들어가는 것 같다'라고 말했을 정도.
김보경이 이런 부분에 대해 이재성에 조언을 했다고 했는데 이후에도 이재성은 본인의 스타일을 고수했음.
국가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고.
그런 이재성이 분데스리가2의 홀슈타인 킬로 이적하고 난 뒤 스타일에 변화를 줌.
공격적인 역할을 맡았을 때는 전북에서 뛸 때보다 수비가담을 절제하려고 했음.
개인적으로는 당시 체력적으로 혹사를 당해 오던 이재성이었고, 분데스리가의 템포에 피지컬적으로 적응이 필요했기 때문에
잠시 효율을 기하는 건가 생각을 했었는데
이후 컨디션을 회복하고, 템포에 완전히 적응된 뒤에도 이전 스타일로 돌아가지 않고 변화된 스타일을 고수하는 모습이었음.
권창훈과 정우영은 각각 리그앙 시절과 뮌헨 시절
가능하면 경기에 더 많이 관여하려고 노력하는 선수들이었고, 그만큼 힘주어서 많이 뛰는 스타일의 선수들이었음.
그런데 권창훈은 프라이부르크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정우영은 다시 뮌헨 2군으로 임대가서 뛰면서
두 선수 다 경기를 하는 방식이 좀 바뀜.
이전 같으면 빡세게 수비에 가담해서 미드필더나 수비수들을 지원해줬을 상황에서
수비에 좀 느슨하게 가담하는 모습들이 나타난 것.
개인적으로는 두 선수의 수비가담의식이 약해진 것 아닌지, 아니면 성향이 변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됐었는데
경기를 보면 볼수록 그게 아닌 걸 알게 됨.
수비수들한테 맡길 땐 과감히 맡겨버리고 본인들은 공격상황에서 더 힘을 쓰려는 거였음.
그러니까 공격상황에서도 늘 힘이 들어간 오버페이스하던 느낌으로 뛰었던 것과 달리 지나치게 애쓰지 않는 느낌.
사실 2선 플레이어들의 수비가담을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감독의 액션을 보니 감독은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느낌이었음.
또 한 가지 권창훈과 정우영 모두 한번 실수를 하고 나면 그걸 당장의 상황에서든, 다음 상황에서든 만회하려는 의지가 강했던 선수들이었는데
이번 프리시즌 경기를 보니까 실수를 해도 실수한 선수치고는 너무 담담한 모습이었음.
주전경쟁에 심하게 펼쳐지고 있는 팀내 상황이라는 걸 고려하면 저렇게 태평해도 되나싶을 정도였는데
실수한 거에 대해 불안감을 갖지도 않고 깔끔하게 잊어버림.
이재성도 마찬가지고,
가장 희생적이고 헌신적으로 뛰던 선수들이 분데스리가에서 요구하는 스타일에 맞춰
더 공격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경기에 임하고, 실수에 마음을 두지 않으며 체력을 활용하는 데 있어 한층 효율을 추구.
그러면서 오버랩되는 감독들이 있는데 바로 벤투와 김학범, 그리고 광주의 박진섭 감독.
벤투는 황인범 하나로 설명이 될 거 같고,
김학범 역시 황인범을 중용했지만 그거 외적으로 프로에서 자리잡지 못하던 이승모, 김정민, 김건웅 등을 아시안게임에 발탁했던 게 이해가 되기 시작했음.
물론 갠적으로 이 선수들을 발탁한 부분이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김학범 감독의 의중에 대한 이해.
그리고 하나 더 얘기하자면,
AFC U22 챔피언십에서 맹성웅과 김동현에 대한 팬들의 평가와 실제 김학범의 중용 정도에서 온도차가 있었음.
기억하는 사람들은 기억하겠지만 중앙미드필더로서 원두재와 맹성웅, 김동현이 로테이션으로 기용됐었음.
출전기록을 살펴보면,
중국전 김동현(풀타임), 맹성웅(45분 교체아웃)
이란전 원두재(풀타임), 맹성웅(풀타임)
우즈벡전 원두재(풀타임), 김동현(풀타임)
요르단전 원두재(풀타임), 맹성웅(45분 교체아웃)
준결승 호주전 원두재(풀타임), 김동현(풀타임)
결승 사우디전 원두재(풀타임), 김동현(풀타임)
대다수 팬들은 맹성웅의 안정성과 기동성을 높이 쳐줬지만
실제로 김학범 감독이 중용한 건 원두재와 김동현이었음.
그리고 요르단전 맹성웅이 전진패스를 망설인 장면이 있었는데 거기서 김학범 감독이 불만을 토해내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잡혔었고맹성웅 교체아웃. 이후 준결승과 결승전은 원두재와 더불어 김동현이 풀타임 선발로 뛰면서 사실상 마지막에는 원두재와 김동현이 중앙미드필더로서 자리를 잡았음.
김학범 감독이 이 대회 직전 인터뷰에서 한결같이 언급한 게 있었는데
실패해도 상관없으니 전진패스를 할 수 있으면 무조건 전진패스를 해야한다는 것.
김학범 감독은 U23 대표팀을 맡으면서 이미 현대축구의 흐름, 특히 분데스리가에서 불고있는 축구의 흐름을 주입하려고 했던 거임.
실제로 3경기 김동현과 맹성웅의 패스수치를 비교했었는데 맹성웅의 패스성공률이 근소하게 앞섰지만 전진패스의 시도횟수와 공격진영에서 파이널써드로 집어넣어주는 패스횟수에서는 김동현이 명확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음.
그리고 한 가지 더 부연할 부분은, 정우영의 컨디션이 이 대회에서 정말 워스트인 상황에서도 김학범은 분데스리가의 정우영을 끝까지 고집했던 것도
김학범 감독이 어떤 스타일의 선수를 원하는지, 어떤 플레이를 원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메시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음.
그리고 현재 K리그에서 이 흐름을 타고 있는 감독은 박진섭 감독인 거 같음.
현재 박진섭 감독은 윙어들의 수비가담 정도를 리그2에서보다 오히려 리그1에서 덜 요구하고 있음.
엄원상, 윌리안과 더불어 두현석을 리그2에서보다 훨씬 중용하고 있는데
이 중 최근 두현석이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장점인 드리블 시도를 많이 하고 있음.
중앙미드필더 여름과 공격형미드필더 임민혁 역시 공격적인 패스들을 시도하고 있고.
그리고 수비는 3명의 중앙미드필더의 폭넓은 활동량으로 커버하려는 시도.
울산전이 아주 상징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울산의 오른쪽 풀백 김태환에게 경기 내내 크로스를 허용하면서도 그쪽 수비에 대한 부분을 수정하려고 하지 않았고
중앙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이 감내하게끔 했음. 물론 이 경기에서 이런 선택은 선제골을 넣었음에도 결국 동점골을 허용하는 결과로 귀결됐고
그 이후에야 5백으로 변화하면서 전술을 수정했지만 박진섭 감독은 기본적인 축구철학을 최대한 가져가려고 노력했던 걸로 보임.
전북전에서도 이런 스타일을 다시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고.
포항유스 백기태 감독도 지금 생각하니 문득 그런 스타일의 축구를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
얼마전에 홍윤상이 수비의식을 이전보다 줄이고 공격에 전념하며 드리블 시도를 더 많이 하는 선수로 변모했다고 글을 남기기도 했는데
오른쪽 윙어로 기용되기도 했던 2학년 김용학이나 중앙미드필더 오재셕, 윤석주의 플레이를 봐도 그렇고 좀 그런 느낌이 듦.
김판곤 협회 부회장이 부임하면서 남겼던 한국축구 비전에 대한 인터뷰 기사로 마무리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413&aid=0000068762)
"우리가 가진 축구철학은 능동적인 축구로 승리를 추구할 것이다. 능동적인 축구 스타일은 능동적인 공격 전개, 지속적으로 득점 상황을 창조해내는 전진 패스, 전진 드리블에 우선순위를 두겠다. 주도적 수비리딩은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는 적극적인 전방 압박을 뜻한다. 하이브리드 공격전환이란 것은 상대의 볼 소유가 되었을 때 강한 역습이 우선순위 이다. 전진 공격과 전진 패스가 우선이 될 것이고 완전한 볼 소유로 능동적인 공격전개를 하는 것을 추구한다. 수비전환은 절대 역습을 허용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을 추구한다. 경기를 지배한다고 했다. 경기에서 공간을 지배하고, 시간을 지배하고, 체력적으로 지배하고, 정신적으로 지배하는 경기를 할 것이다. 열정적인 체력을 갖고 상대보다 빠르고 더 많이 뛰는 축구를 하겠다."
댓글 22
전에는 유럽에서도 노이어나 에데르송 등 소수의 키퍼들만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지금 분데스리가나 다른 리그 팀들 보면 골키퍼들이 정말 최후방에서 볼을 몰아 받으면서 직접 경기를 풀어내는 장면들이 꽤 나오고 있구요.
상주도 그렇네요. 상주만 가면 공격수들이 달라지는 것도 이런 부분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공격의 도전적인 플레이를 살리는 것은 작년 상주도 괜찮았는데, 지금 성남에 있는 정경호 코치에게 더 공격적 자원이 주어진다면 이 부분을 좀 더 많이 활용할 수 있을거란 생각도 듭니다. 뽑아온 신인들도 그런 성향이더라구요. 홍시후는 워낙 유명하니 말할 필요도 없고, 전승민도 용인대에서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플레이가 돋보였는데 성남으로 가더군요.
박지성도 맨유 때 매번 최고 활동량을 보인 건 아니었으니. 그러다 중요경기에서 12km씩 뛰어제꼈고ㅎㅎ
그리고 공격의 도전적인 플레이를 살리는 것은 작년 상주도 괜찮았는데, 지금 성남에 있는 정경호 코치에게 더 공격적 자원이 주어진다면 이 부분을 좀 더 많이 활용할 수 있을거란 생각도 듭니다. 뽑아온 신인들도 그런 성향이더라구요. 홍시후는 워낙 유명하니 말할 필요도 없고, 전승민도 용인대에서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플레이가 돋보였는데 성남으로 가더군요.
전에는 유럽에서도 노이어나 에데르송 등 소수의 키퍼들만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지금 분데스리가나 다른 리그 팀들 보면 골키퍼들이 정말 최후방에서 볼을 몰아 받으면서 직접 경기를 풀어내는 장면들이 꽤 나오고 있구요.
상주도 그렇네요. 상주만 가면 공격수들이 달라지는 것도 이런 부분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난 그냥 단락적으로 느꼈을 뿐인데 매우 잘 정리해주네 ㄳ
결국 공격자원들이 더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는게 후방 선수들 수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것같음
이러나 저러나 어차피 리스크는 비슷하다, 그렇다면 더 도전적인 축구를 하는 게 이런저런 이유를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너무 많은 상황에 관여하지 말고 공격에 집중하라는 거
손흥민이 황희찬한테도 했던 얘기라고 얼핏 들은 기억이 나네요
그러면서 황희찬이 집중을 더 하기 시작하면서 성과가 났다는 식으로 얘기했던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