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인터뷰] '철학을 가지고 문화를 입히는' 이인성 서울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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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이인성 감독님 인터뷰입니다!

많이 봐주시고

다들 즐거운 추석 되세요!!!!!

링크도 많이 찾아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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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서클 | 서건 대표] 명절 때 할머니, 할아버지가 “우리 손자(혹은 손녀) 어디 대학 붙었느냐?”라고 묻는다. 이 때 할머니, 할아버지를 납득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답은 “서울대학교 붙었어요.”다.

학벌사회 대한민국에서 서울대학교의 아성은 정말이지 대단하다. 워낙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많이 입학하기에 ‘누군가 민족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라’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공부만 잘해서 재미가 없으니 미팅 상대로는 최악'이라는 정체불명의 선입견도 존재한다.

좋든 나쁘든, '공부'에 있어서 서울대학교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교다.

 

서울대학교 로고

 

그러나 서울대학교 ‘축구부’는 그 반대다. 학업을 중심으로 운동을 병행하는 구조인지라 성적이 시원치 않다. 창단 후 단 6승밖에 하지 못했다. 선수 출신 축구부원보다 그렇지 않은 축구부원이 더 많다 보니 크게 질 때도 종종 있다. 심할 때는 0 대 10으로 지기도 한다. 더러는 교생 실습 등으로 경기 및 훈련에 불참하는 선수들도 있다.

이인성 감독은 그런 서울대학교 축구부를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끌며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팀 창단 후 여섯 번째 승리를 따내기도 했고, 몇몇 선수들을 프로 무대에 보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서울대학교 축구부엔 이인성 감독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됐다.

 

출처 : 서울대학교 sns

 

과연 이인성 감독은 어떤 축구철학을 가지고 서울대학교 축구부를 이끌고 있는 것일까. 서울대학교 축구부엔 어떤 문화가 생겨나고 있을까. 또 이인성 감독이 가진 자신만의 철학은 무엇일까. 이인성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궁금증을 풀어보려 한다.


Who is 이인성?

이인성 감독은 스스로 ‘운동선수로는 실패했다’라고 말한다. 청소년 시절엔 대표팀에도 발탁되고 최우수선수상도 받았으나, 성인이 되어서는 부상을 여러 번 당하며 제 능력을 완벽히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수 생활 막바지에 일본 3부 리그 JFL에서 뛰던 이 감독은 결국 선수생활을 포기하고 은퇴를 택한다. 은퇴와 함께 귀국한 그는 ‘10년 뒤엔 대학교 축구부 감독을 맡아야겠다.’라고 결심한다.

지도자의 꿈을 품은 이 감독은 한국으로 귀국한 2010년부터 서울대학교 코치를 맡는다. 2006년 경 미리 C급 지도자 자격증을 땄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감독은 그렇게 서울대학교와의 인연을 맺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감독과 서울대학교의 첫 번째 인연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 감독은 2011년을 끝으로 서울대학교의 코치직을 내려놓고 백종석 코치의 제의에 따라 용인축구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후 2014년에는 호서대학교 체육대학원 석사학위를 따기도 했고, 2015년에는 스코틀랜드에서 UEFA B 자격증도 땄다.

 

출처 : 대한축구협회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고 했다. 만나는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고, 떠난 자는 반드시 돌아오는 법이다. 이 감독은 지도교수의 제의를 받고 2015년 다시 한 번 서울대학교 축구부 코치로 부임한다. 1년간의 코치생활 끝에 이 감독은 2016년 6월부터 서울대학교 축구부 감독을 맡게 된다.

*'선수 출신'과 '비선수 출신'이라는 단어를 강조하고, 혼동을 피하기 위해 '선수 출신과 비선수 출신에 대한 이야기'에 한해 서울대학교 축구부 선수들을 '부원'으로 표기했습니다.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축구부 선수들도 당당한 '선수'라는 사실을 미리 적어놓습니다.


Q1. 처음 코치로 부임했을 땐 어떤 축구를 시도했고, 어떤 점을 배웠나
 
김희호 코치님이 셀틱에서 훈련했던 영상들을 보고 그 훈련들을 부원들에게 적용했다. 모방을 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팀에 내 철학을 입히기도 했다.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처음 코치로 부임할 당시엔 선수출신 부원이 2명 밖에 없었다. 0 대 10으로 지기도 했다. 그렇게 지면서 습관을 잘 들였다. 아무래도 부원들이 선수출신이 아니기에 차분하고 부드럽게 설명을 해야 했다. ‘이게 안돼?’라고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좀 더 세심한 자세로 대화를 해야 했다.

그리고 충격적이었던 경험도 있었는데, 워밍업을 해야 하는데 시험기간이라고 시험공부를 하는 부원이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졌던 것 같다.


Q2. 어쩌다 서울대학교로 ‘다시’가게 됐나.

학생들을 발전시키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싶었다.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을 내가 한번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도전했다.

서울대학교에 가서 코치를 맡고도 여전히 전처럼 0 대 5, 0 대 7, 0 대 10 이렇게 지면 내가 지도자에 재능이 없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무턱대고 도전을 했다. 그때 내 나이가 33이었나 34였나 그랬다.

 

서울대학교 축구부 로고

 

그렇게 코치를 1년간 하고 감독으로 부임했다. 근데 사실 코치로 일할 때도 감독님이 바쁘셔서 잘 안 나오셨다.


Q3. 서울대엔 비선수출신 부원들이 많은 걸로 안다. 이로 인한 특별한 점이 있나.

2010년과 2011년에는 1골을 넣어도 우승한 것 같았다. 2015년에 다시 왔을 때는 그래도 어느 정도 기반이 좀 잡혀있었다. 반 정도가 선수출신이었다.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는 골을 넣으니까 아이들이 되게 기뻐하더라. 정말 귀여웠다. 그런데 얘네가 어느 순간부터 골을 못 넣으면 막 분해하더라. 그래서 비겨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비기면 분해하더라. 그래서 이기자고 했다. 이겼더니 너무 좋아했다.

비선수출신 부원들이 많다보니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선수 출신이 아닌지라 출석률이 낮았다. 교생 가느라 안 나오고, 시험공부 하느라 안 나오더라. 동계훈련이나 하계훈련을 못 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출석률이 높은 부원들에게 출전기회를 더 많이 줬다. 또, 매주 화요일마다 연습경기를 잡아놨다. 그러니까 경기력이 확실히 좋아지더라. 팀 문화 역시 바꿨다.


Q4. 서울대학교 축구부만의 또 다른 매력이 있나?

선수들의 순수함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작년에 고려대에게 원정에서 1 대 2로 지고 홈에서 0 대 1로 졌다. 최선을 다했는데 아쉽게 졌다. 지고 나서 선수들이 자기 때문에 졌다며 울더라. 서울대학교 축구부원만의 순수한 마음이 느껴졌다. 일반적인 축구선수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U리그 한 경기 졌다고 우는 게 흔히 볼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나.

이외에도, 태백에서 열린 이번 춘계대학연맹전에서 한 아이가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끝나고 울더라. 자기 때문에 졌다고... 괜찮다고 해줬다.

또, 이번에 태백 갔을 때 선배들이 기부를 해줘서 선수들이 밥도 먹고 그랬다. 그런 문화를 체험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 내 철학이 팀에 입혀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출처 : 서울대학교 sns

 

작년 마지막 경기 때는 미팅을 하던 중에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영상 메세지를 보냈다. 나도 몰랐는데 참 감동적이었다. 


Q5. 팀 문화를 바꿨다고 했는데, 무엇이 바뀌었나.

1. 0 대 10으로 지면 나는 화나는데 선수들은 그렇지 않았다. 욕심을 가지자는 의미에서 1년에 1승은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2. 부딪히는 축구를 하자고 했다. 지더라도 성장하는 축구를 하자고 했다. 골은 먹는 건 두려워해야 하지만, 지는 건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3. 세상이 우리를 알아주길 바래선 안된다는 말도 했다. ‘어드밴티지 주세요’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핸디캡을 우리가 극복해야지 사람들이 우릴 더 존중하고 우릴 더 알아봐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력으로 이겨야 우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점이 바뀐다는 이야기를 선수들에게 정말 많이 강조했다.

 

출처 : 대한축구협회

 

4. 대한민국 사회에서 서울대학교라고 하면 인정하고 알아봐 주는데, 축구는 아니다. 서울대학교의 명맥을 이을 수 있도록 품격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등학생 축구선수들이 우리에게 오길 원한다면 매너 있게 게임을 하자고 했다.

5. 매주 슬로건을 걸었다. “이번 주 슬로건 뭘로 정할까?“라고 말하면 선수들이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가장 좋은 문구를 칠판에 쓴다. 이후 화요일에 연습경기를 하면서 그 슬로건을 중심으로 축구를 한다. 예를 들어, ‘맞서 싸우면서 하자’라는 슬로건이 정해졌는데 연습경기에서는 그런 모습이 안 나온다면 그 부분을 주지시켰다.


Q6. 부딪히는 축구, 그게 무엇인가.

축구선수에겐 기본적으로 임무와 의무가 있다. 임무는 수행해야 하는 역할 및 포지션을 말한다. 의무는 기본적인 것을 의미한다. 몸싸움은 축구에서 의무다. 축구는 기본적으로 뛰는 스포츠고 몸싸움도 해야 하고 태클, 푸싱도 필요하다. 경합에서 지지 않으려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까지 따라가서 투쟁을 하는 건 의무다.

 

출처 : 서울대학교 sns

 

우리 팀의 색깔이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뛰고, 서로 응원해주고, 끝까지 뛰는 것이다. 그게 우리 팀의 목표인데, 그런 걸 포기하면 안 된다. 쓰러지더라도 싸워야 한다.


Q7. 매너가 없는 행위를 통해 팀의 사기를 높이는 경우도 있지 않나. 그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여긴 어쨌든 대학이다. 학생과 프로는 다르다. 정도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존중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주장만 가서 항의를 하라고 지시를 한다.

그런데 대학교 경기에서는 가끔 심판이 선수에게 반말을 한다. 선수 뿐 아니라 심판도 선수를 존중해야 한다.


Q8. 가장 기억에 남는 최고의 경기가 있나.

너무 많다. 작년 시즌 U리그만 해도 제주국제대와 2대2로 비긴 게 생각난다. 먼저 실점했는데, 우리가 역전시켰다. 후에 제주국제대의 서혁수 감독님이 고맙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나 때문에 전국체전 우승했다고 고마워하더라. 우리한테 비기고 정신 차렸다고 하더라.

작년에 태백(추계대학연맹전)에서 동강대와 2 대 2로 비겼던 경기도 아쉽다. 그때 (손)찬이라는 학생이 있었다. 전주에서 온 친구인데 수능 400점 중에서 2개 틀린 친구다. 그 친구가 의대랑 치대 합격했는데 축구부 하고 싶어 가지고 여기로 왔다.

대회 중에 그 친구가 찬스를 살리지 못 하다가 동강대를 만나 드디어 골을 넣었다. 골 들어가니까 그 친구가 엄청 좋아하면서 달려가더라. 한이 섞여 있는 포효였다.

 

출처 : 비프로 유튜브 캡처

 

이외에도 정말 매 경기가 다 기억이 남는다.


Q9. 방금은 기억에 남는 최고의 경기를 이야기했다. 이번엔 기억에 남는 최악의 경기에 대해 듣고 싶다.

아주대한테 대패했던 것도 생각이 나고...

일전에 모 대학교와 축구를 할 때 추가시간이 7분이 주어졌다. 그러다 후반 추가시간에 한 골 먹고 1 대 1로 비겼다. 그 때 우리 선수 한 명이 나오면서 "우린 대체 언제 이기냐?"라고 말을 하더라. 되게 슬펐다.

그래도 이제는 종종 ‘옛날의 서울대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기분이 좋다.


Q10. 정말 많이 졌는데, 지치지는 않았나.

지친다. 하지만 이기려고 노력하면서 극복해내고 있다. 그 결과, 2018년에 1승을 했다.

난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 과정에 충실한 선수,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선수를 키우고 있다. 과정에 충실함으로써 극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극복하고 있다.


Q11. 서울대학교에선 어떤 전술을 쓰나.

백4를 기초로 해서 4-4-2, 4-4-1-1 같은 전술을 자주 쓴다. 감독이 되자마자 썼다. 공간을 주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서울대학교 축구부원들 중엔 ‘비선수출신’들이 많다. 보다 단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전술을 짜야 한다. 플랫 4-4-2 포메이션도 그런 이유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리커버', '트래킹', ‘어태킹 써드에서의 움직임’ 등에 대해 지시하며 상황 인식에 도움을 준다.

 

출처 : 서울대학교 sns

 

물론 나도 선수출신 부원들로 4-2-3-1도 쓰고 싶고, 4-3-3도 쓰고 싶다. 하지만 환경적인 부분을 고려하면 어려운 일이다. 2018년에 4-3-3으로 세 경기 했는데 실점을 엄청 많이 했다. 아이들도 4-4-2로 돌아가자고 하더라.

내가 지금 쓰는 4-4-2 플랫 전술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전술과 제일 비슷한 것 같다. 선수생활 마지막 시즌 때의 감독님도 이 전술을 쓰셨다.

당분간은 4-4-2를 계속 쓰려고 한다. 근데 스코틀랜드에서 지도자 시험을 볼 때는 4-1-4-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Q12. 스코틀랜드에서의 교육은 어땠나?

그곳에서 UEFA B 자격증을 땄다. 훈련을 시키고 경기로 넘어가는 것(지도자는 직접 감독이 되어 짧게나마 11 대 11 게임을 한다.)까진 우리나라 지도자 시험과 동일하다.

그런데 UEFA B 자격 시험에선 경기를 할 때 또 다른 시험응시자가 상대팀 감독이 되어 시험을 본다. 한국에서 A급 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스코틀랜드로 넘어갔는데, 신기했었다. 한국은 경기를 할 때 상대편 팀에 따로 감독이 없다.

하프타임 피드백도 자세하게 평가를 하더라. 말도 안 통하는데 힘들었다. 내가 지도한 선수들은 프랑스 사람들이었다. 열심히 했었는데, 이제는 뭐라고 지시했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웃음)

 

좌측 / 출처 : 이인성 감독 sns

 

유럽에서 배울 때 느낀 점은 칭찬이 많다는 것이었다. 긍정적인 말들이 많았다. 물론, 탈락자야 있겠지만...

문화의 차이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정적인 부분을 먼저 지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유럽은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먼저 보는 것 같다.

BUT이 적었던 것도 하나의 특징이었다. 장점을 극대화시키려는 모습이 많았다. 나도 UEFA 지도자 교육을 받고 와서 많이 바뀌었다. 부정적인 부분보다 긍정적인 부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런 문화를 우리가 많이 배웠으면 한다.

또, 셀틱 팀에 방문했을 땐 팀 내에 ‘자체 지침서’가 있더라.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 K리그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서울대학교에 감독으로 부임하고 나서는 '서울대학교만의 문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서울대학교답게 매너 있는 축구, 최선을 다하는 축구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호간에 토론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Q13. 이번엔 '서울대학교' 감독 이인성이 아닌 서울'대학교 감독' 이인성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다. 심층적인 질문인데, 대학축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묻고 싶다.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대학원생도 같이 경기를 뛸 수 있었으면 한다. 지금 경기를 뛰는 부원들은 다 학부생들이다. 대학원생들이랑 같이 하면 학부생들한테도 도움이 될 것 같고, 대학원생들한테도 도움이 될 거 같다.

외국인 교환학생이 경기를 뛸 수 있게 하거나, U22룰처럼 외국인 학생들이 경기에 나서면 어드밴티지를 받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예전에 한양대학교에서 일본의 타쿠마 선수가 뛴 적이 있었다. 외국인 친구가 오면 적어도 그 나라 말을 한 마디라도 하지 않겠나. 그러면 선수들이 외국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2015년에 투르크매니스탄 선수가 하나 있었다. 법학과 교환학생이었는데 포지션은 골키퍼였다. 그런데 이 선수가 훈련을 빠짐없이 나왔다. 그 친구는 러시아어를 쓰더라. 외국어 배우면 욕을 제일 먼저 배우지 않나. 어느 순간 러시아 영화를 보는데 러시아 욕이 기억났다. 그 친구가 맨날 궁시렁거리면서 그 욕을 했었다. 작년에도 외국인 선수가 한 명 있었다. 교환학생이라 정식 경기는 못 나왔지만, 훈련에 열심히 참여했다.

외국인 선수가 팀에 생기면 한국 선수들이 외국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어학 부분에서도 발전을 경험하지 않을까 싶다. K리그에도 외국인 선수들이 뛰고 있는데,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공부만 하고 운동만 하다보면 그런 기회가 적어지는데 이는 외국인과 함께 축구를 하면서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

요즘 ‘가짜사나이’를 보고 있다. 거기에 나온 이근 대위가 정말 멋있더라. 그분이 BBC에서 교육생들을 훈련시키면서 한국의 문화를 알려주더라. 우리나라 문화 알리미같은 역할을 하는 셈 아닌가. 그런 거 보면 참 멋지다. 물론 축구를 통해 프로선수가 되는 게 첫 번째지만, 축구를 통해서 어떤 사회 구성원이 될지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출처 : bbc

 

그래서 나는 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면 외국인 선수를 많이 뛰게 하는 것도 ‘오케이’다. 외국인 선수랑 친해져서 나중에 해외여행 갔을 때 홈스테이를 할 수도 있다. 사회인으로서, 운동인으로서, 어떤 경험을 시킬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봐야 한다.


Q14.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계획은 많다. 작년에 대한축구협회 강사 교육을 수료했다. 한 선배가 "서울대학교 감독 하면서 경험을 많이 쌓았으니 이렇게 서류 통과도 한 거야"라고 말하더라.

나도 언젠가는 강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경험을 하게 되서 다행이다. 앞으로 있을 강사 강습회에 황보관 감독님, 이임생 감독님이 오신다고 한다. 정말 영광스럽다. 배울 수 있어 감사하다.

강의를 하는 감독이 되고 싶고, 프로팀 코치도 하고 싶고, 할 수 있다면 프로팀 감독도 하고 싶은데 잘 모르겠다(웃음). 일단은 지금 일에 집중해야한다.


Q15. 다음 시즌 목표는?(U리그 일정이 불투명한 관계로 U리그는 열리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질문했습니다.)

음... 2승이다. 1승은 이미 했고, 3승은 너무 많다.(웃음)


Q16. 축구가 공부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나.

예전에 우리 부원 중 한 명에게 꿈을 물었다. 문체부 장관이 되고 싶다더라. 그러더니 졸업하고 진짜 5급 공무원에 합격했다. 그 친구 말로는 축구할 때의 근성이 공부에도 도움이 됐다고 하더라. 이런 부분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 같다.


Q17. 마지막으로 해설위원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내 해설은 지도자들의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내 해설이 재미없어도 된다. SPOTV 해설 면접 때도 그 말을 했다. 일반 사람들도 축구를 많지 보지만 30% 정도는 축구인들이 축구를 본다고. 중학교 선수들, 고등학교 선수들도 축구를 볼 것 아닌가. 지도자의 언어를 쓰는 게 내 해설에 담긴 철학이다.

'바디포지션', '로우 코스', '레이트 코스', '컷백', '훅 런', '트래킹', '러닝 디펜스', '리커버' 등의 단어를 쓴다. 축구인들이 좀 더 쉽게 축구를 흡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그런 전문용어를 쓰는 것이다.

 

출처 : spotv 캡처

 

그리고 가끔씩 "와 재미있네요!"이런 말도 해본다. 그럼 바로 댓글에서... 3년 전인가 전북 경기를 중계하는데 아는 동생이 문자로 '형 장난해?' 이러고(웃음) 

때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판도 받지만, 지도자 분들이 내 해설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정정용 감독님께서 대구FC에 코치로 계실 적에 내 해설에 대해 칭찬해주셨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에필로그

이인성 감독은 깊은 철학과 넓은 생각을 가진 감독이었다. 이름답게(?) 인성을 매우 중요시하는 감독이기도 했다.

이 감독이 언제까지 서울대학교 축구부를 이끌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건, 이 감독이 서울대학교 축구부를 통해서 크게 발전했고, 서울대학교 축구부 역시 이 감독을 통해 크게 발전했다는 것이다.

이 감독 그리고 서울대학교 축구부가 앞으로의 미래를 멀지게 개척할 수 있길 소망한다.

댓글 6

shunske,boucha 2020.10.04. 22:43
제발 개축해설로 복귀해주세요 당신의 지식과 목소리가 그립습니다ㅠㅠ
댓글
shunske,boucha 2020.10.04. 22:47
혹시 실례되지만 이 글 다른커뮤니티에 퍼가도 될까요?
댓글
센터서클 작성자 2020.10.05. 10:37
 shunske,boucha
저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댓글
센터서클 작성자 2020.10.05. 10:37
 shunske,boucha
대신 원링크만 걸어주신다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ㅋㅋㅋ
댓글
shunske,boucha 2020.10.05. 18:05
 센터서클
링크는 꼭 걸어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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