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축끄적] 구스타보의 고립, 투톱에 대한 그리움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9621162&memberNo=6525744

다들 추석 잘 보내셨나요?

짧게나마 글을 하나 써보았습니다.

많이 봐주시고, 링크 방문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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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끄적'은 '축구'와 '끄적거리다'라는 단어를 합친 말입니다. 축끄적 코너는 그 말 속에 들어있는 뜻 그대로, 축구에 대한 생각을 자유분방하게 적어보는 코너입니다. 글을 읽은 독자들 역시 글쓴이처럼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

 

 

구스타보는 신이 아니다. 구스타보도 사람이다. 구스타보가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망상에 가깝다.
 
전북은 포항과의 경기에서 '언제나처럼' 구스타보를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했다. 구스타보가 맡은 역할은 '언제나처럼' 원톱(one top)이었다.
 
'원톱' 구스타보는 경기 시작과 함께 고립됐다. 후반 28분 이동국이 투입되어 투톱(two top) 체제가 되기 전까지 구스타보는 외롭게 있어야 했고, 경기는 전북의 0 대 1 패배로 끝이 났다.

 

출처 : 전북현대

 

전북 모라이스 감독이 고집하는 4-1-4-1 포메이션은 ‘2선(혹은 중원)에서의 강한 압박’이 핵심이다. 포항과의 경기에서도 모라이스 감독은 여느때처럼 4-1-4-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고, 바로우, 김보경, 쿠니모토, 조규성으로 이어지는 2선 라인을 이용해 포항의 후방 빌드업을 무력화하는데 집중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손준호 역시 2선 플레이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전북의 시도는 일정 부분 유효했다. 선발로 나선 전북의 2선 자원 네 명(바로우, 김보경, 쿠니모토, 조규성)은 포항전에서 총 14개의 차단과 40개의 획득을 기록했다.

 

출처 : 전북현대

 

전북의 강한 2선 압박 뿐 아니라, 포항의 핵심자원 두 명이 전북전에 출전하지 못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주장 최영준은 원소속팀이 전북이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수비수 전민광은 경고 트러블에 걸려 출전하지 못했다. 두 선수의 결장과 전북 2선 자원들의 적극적인 압박으로 포항의 후방 빌드업은 시종일관 불안했다. 
 
전북의 2선 압박은 일정 부분 유효했으나, 나머지 부분은 '과유불급'이었다. 2선에 과잉투자를 하다 보니 최전방에 대한 지원이 미진했다. 포항의 후방빌드업은 계속해서 끊겼으나, 전북의 공격도 무뎠다. 2선에서 공을 탈취한 전북 선수들은 포항의 골문을 열기 위해 공격을 전개했으나, 포항 미드필더들이 빠르게 자신의 수비 위치로 복귀함에 따라 템포를 늦추고 지공을 펼쳐야 했다.
 
전북의 공격이 무뎌진 이유엔 포항 선수들의 분투도 있었으나, 전북의 전술적 결함도 있었다. 전북은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두 줄 수비’를 택했다. 이 과정에서 공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전북의 2선 선수들은 수비형 미드필더 손준호가 위치한 곳까지 라인을 내렸다. 공을 탈취하더라도 공을 잡은 선수와 상대 골문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 속공이 어려웠다. 최전방엔 구스타보가 홀로 덩그러니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출처 : 스카이스포츠 화면 캡쳐

출처 : 전북현대

 

지공을 펼칠 때도 구스타보는 외로워했다. 구스타보 옆에서 공간을 창출해주는 동료가 없었다. 구스타보의 장점이 발휘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구스타보는 장점이 많은 선수다. 수비 가담과 과감함, 위치선정 등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 이외에도 수많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그 수많은 장점 중 가장 큰 장점은 ‘높이’다. 189cm의 키와 가공할만한 탄력 덕에 구스타보는 완벽에 가까운 헤더 능력을 뽐낸다. 문제는 그 강점이 포항과의 경기에서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는 것. 높이를 이용한 크로스가 부족한 것도 문제였으나, 구스타보 주변에서 함께 뛰며 구스타보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선수가 없었다는 것도 문제였다.
 
구스타보의 고립과 함께 전북은 힘을 잃었다. 2선 자원의 개인 능력을 이용한 공격이 몇 차례 나왔으나, 골이 들어가진 않았다.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물론, 모라이스 감독의 의중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포항엔 최영준, 전민광이 없었지만 팔로세비치가 있었다. 팔로세비치는 포항의 2선 공격을 이끄는 선수로, K리그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하는 선수 중 하나다. 팔로세비치에게 공이 가는 건 곧 포항이 좋은 공격기회를 얻어냈다는 것을 뜻한다. 팔로세비치로의 공 전개를 막기 위해 전북은 2선에 대한 투자를 해야 했다.
 
축구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상대의 강점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자신의 강점 역시 어느정도 포기할 수도 있고, 상대의 강점을 그대로 두되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모라이스 감독의 경우 전자를 택했다.
 
만약 전북이 굳이 이길 필요가 없거나 지지만 않으면 되는 상황이었다면, 모라이스 감독의 선택은 비판받을 이유가 없다. 실점의 최소화를 위해선 상대가 강점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전북은 이겨야 했다. ‘무조건’ 이겨야 했다. 실점의 최소화가 아닌 득점의 극대화를 추구했어야 한다. 1위 울산이 스스로 미끄러질 확률이 높든 높지 않든, 울산의 자멸은 전북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자력 우승의 가능성을 유지해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전북은 포항에게 졌다. 포항전 패배가 뼈아픈 이유는 단지 우승에서 멀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이기려는 절박함을 보이고 졌다면 이 패배는 그렇게 뼈아프진 않았을 것이다.
 
모라이스 감독은 실점하고 14분이 지난 후반 28분에야 이동국을 투입했다. 남은 20여 분의 시간 동안 이동국과 구스타보는 투톱을 이루며 좋은 찬스를 여러 번 만들어냈다.

 

출처 : 전북현대

 

만약 전반 중후반 내지는 후반부터 조규성을 최전방으로 올리거나 이동국을 투입해 구스타보와 함께 뛰도록 했다면 경기 내용이 분명 달랐을 것이다. 지난 상주와의 경기에서도 전북은 전반 내내 지루한 경기를 하다 후반 24분에서야 득점을 하는데 성공했다. 최전방으로 올라온 조규성이 롱패스를 머리로 받아 구스타보에게 연결했고, 구스타보는 이승기에게 공을 건넸다. 이승기는 지체 없는 슈팅으로 상주의 골문을 열었다.
 
2주간의 리그 휴식기 동안 구스타보에 대한 맹목적 믿음을 버리지 않는 한, 전북은 우승할 수 없다.
 
 
PS.

전북 최강희 감독은 2016시즌부터 투톱 전술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2016시즌에는 이종호, 김신욱, 이동국, 에두(후반기 합류) 중 두 명이 최전방 공격수로 나왔고, 2017시즌에는 에두, 이동국, 김신욱 중 두 명이 최전방 공격수로 나왔으며, 2018시즌에는 아드리아노, 이동국, 김신욱 중 두 명이 최전방 공격수로 나왔다.
 
물론, 플랜A는 언제나 원톱이었으나, 플랜B인 투톱 전술은 플랜A만큼 빈번히 사용됐다. 투톱 전술이 자주 사용되자, 적잖은 전북 팬들이 투톱 전술을 비판했다. 중원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굳이 미드필더 한 명을 뺄 필요가 있냐는 것이 핵심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많은 비판을 받던 전북의 투톱은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특히 경기 중간에 형성되는 투톱 전술의 위력이 대단했다. 보통 전반전이 끝난 직후 투톱으로의 전술변화가 일어났는데, 이는 전북이 ‘전북 후반 모터스’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전북으로선 이미 중원싸움에서 승리한 상태에서 굳이 중원에 무게중심을 둘 필요가 없었다. K리그의 다양한 팀들은 물론, ‘전북 킬러’ 가시와 레이솔(일본)도 전북의 ‘경기 중간 투톱 전환’ 앞에 무너졌다.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모라이스 감독은 부임 당시 분명 “닥공(닥치고 공격)을 더 강화할 수 있는 훈련 방법을 고민 중이다.”(서호정 칼럼)라고 답했다. 울산과의 우승경쟁이 정점에 치닫고 있는 지금, 더욱 과감하고 공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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