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2002월드컵 히딩크 감독의 대한민국 스쿼드 운영전략
- 신객
- 914
- 16
- 40
2017년에 타 커뮤에 썼던 글임. 2002년 얘기 요 며칠 나오길래 추억삼아 가져와 봤음
2002년 한일월드컵 대한민국 스쿼드 23인
GK - 이운재, 김병지, 최은성
DF - 홍명보, 최진철, 김태영, 이민성
WB - 송종국, 이영표, 이을용, 최성용, 현영민
CMF - 유상철, 김남일, 윤정환
WF - 박지성, 설기현, 이천수, 차두리, 최태욱
CF - 황선홍, 안정환, 최용수
1. 스쿼드 운영전략
- 선수선발에 있어 기동력과 승부욕이 우선 기준. 성격적으로 강하고 영리한 선수들로 전체적인 스쿼드를 채우되 특별한 강점의 선수를 일부 선발
- 멀티플레이어의 발굴과 새로운 포지션 적응력 향상으로 상대의 특성과 경기 중 전술변화에 따라 차별화된 대응책 강구
2. 포메이션
- 주 포메이션 : 3-4-3
- 서브 포메이션 : 4-2-3-1 (상대가 원톱일 경우에 한해 활용)
- 포메이션 별 선발라인업 및 포지션별 옵션
골키퍼는 안정성을 중시. 이운재와 김병지 경합에서 이운재가 우위를 차지. 경기에 못나갈 확률이 높은 3의 골키퍼는 차대를 위해 유망주 김용대를 선발하려고 했으나 자기관리 실패로 최은성 대체 발탁.
쓰리백은 경기운영능력과 예측커버링, 통솔력이 뛰어난 스위퍼(홍명보)와 파워와 높이가 있는 스토퍼(최진철), 신장은 작지만 스피드와 투쟁적인 대인마크의 스토퍼(김태영)를 배치. 유상철은 스위퍼, 스토퍼가 모두 가능한 우선적인 제 2옵션. 이민성은 스토퍼로서 2가지 역할 모두 고루 가능했던 제3옵션. 김태영의 역할에는 송종국도 활용.
윙백은 이영표와 송종국이 붙박이 주전으로 실제로는 이영표의 부상 시 이을용을 대체 활용. 유상철은 중앙라인의 포지션에 주로 활용했지만 역시 윙백으로도 최상위 수준의 자원이었다고 볼 수 있음.
중앙미드필더는 2가지 역할로 나뉨. '박투박 미드필더 - 전문 수비형미드필더'
박투박 미드필더는 화려한 테크닉이나 직선적인 활동량보다 측면도 활용할 수 있는 높은 공간지능과 밸런스 좋은 공수포지셔닝 등 '타고난 전술지능'을 중시 했음. 이들은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한편, 상황에 따라 공격과 수비 깊숙히 가담. 이로 인해 유상철을 1옵션으로 하되, 유상철을 다른 포지션으로 활용할 경우 박지성이 제2 옵션으로 활용됨.
수비형미드필더는, 물론 신체조건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예측력을 기반으로 한 수비포지셔닝과 영리한 수비센스를 높이 평가. 이 때문에 다른 선수가 아닌 이영표가 수비형미드필더 포지션의 제3옵션으로 실제로 본선 터키전에서 기용됨.
윙포지션은 전체적으로는 경험이나 돌파능력 자체는 부족하더라도 왕성하게 수비에 가담할 수 있는 강인한 체력과 빠르게 침투할 수 있는 스피드를 겸비한 선수를 선호. 선발라인업은 스피드와 센스, 오프더볼능력을 겸비한 박지성과 런닝크로스와 공중볼을 경합할 수 있는 설기현을 배치. 박지성을 중앙미드필더로 기용할 경우 이천수를 제 2옵션으로 활용.
전방공격수는 체력적으로는 다소 부족하지만 다재다능한 황선홍과 테크니션 안정환의 체력을 극대화해서 교대로 선발 기용. 제 3옵션은 스트라이커로서의 침투능력도 어느정도 겸비했던 설기현.
4-2-3-1 포메이션에서 특이한 점은 세컨탑(공격형미드필더) 포지션에 박지성이 아닌 유상철을 메인으로 하고 박지성은 박투박 중앙미드필더로 활용했다는 것. 유상철의 공격형미드필더 기용에는 2가지의 노림수가 있었음. 윙어와 풀백의 측면 크로스 시 헤딩공격이 가능하다는 것과 빌드업 시 양측면을 활발하게 움직이며 체격조건을 이용해 볼경합을 할 수 있다는 것. 2002년 프랑스 평가전에서의 유명한 박지성 슈팅은 전방공격수와 공격형미드필더 유상철이 상대 수비진과 중앙미드필더의 시선을 측면으로 돌려둔 틈을 타 박투박 중앙미드필더인 박지성이 최전방까지 단숨에 침투해 들어가며 성공시킨 골장면.
전체 스쿼드에서 또 하나 특이한 점은 각 포지션에 특별한 장점의 선수들을 기발함이란 요소로 배치했다는 것.
골키퍼 최은성이 제 3의 옵션으로 선택된 이유는 '성실한 훈련자세와 긍정적인 성격'이 팀의 분위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고,
윙백 현영민은 좌우를 모두 소화할 수 있기도 하지만 '롱스로인' 능력에 가치를 뒀기 때문.
차두리는 어디서도 통할 수 있는 분명한 '피지컬'적 장점이 있는 선수였기에 대학선수임에도 선발했고 실제로 독일전에 선발출장시키기도 했고 때로는 평가전에서는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활용하기도 했음.
또한 '지단 정도가 아니면 플레이메이커'를 쓰지 않겠다라는 말과 달리 윤정환은 우선 선발기준인 '체력'과 '기동력'을 만족시키는 선수는 아니였지만 경기의 흐름을 단숨에 바꿀 수 있는 '창의성'을 부분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발탁. 실제로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활용하려고 했지만 김남일의 불의의 부상으로 무산된 바 있음.
최용수는 황선홍, 안정환 설기현처럼 활발하게 공간을 활용하는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선발공격수로 기용하지는 않았지만 공격에 올인할 때 전방에서의 한방능력과 헤딩을 활용하기 위해 발탁.
단 5분, 혹은 1분의 상황이라도 한 끗의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요소를 스쿼드에 치밀하게 숨겨놓았음.
정리하자면,
히딩크 감독은 전체적으로 힘과 체력수준을 끌어올려 한발 더 뛸 수 있는 내구성을 만들었고, 중원 포지션에는 최대한 영리하고 포지셔닝이 뛰어난 선수들을 활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15명 정도의 인원을 멀티성을 살려 주전/로테이션급으로 활용하면서 전술과 템포적응에 있어서의 손실을 최소하려고 했고, 직전 평가전까지 그 인원 안에서 계속 로테이션 출장시키면서 주전경쟁이 주는 집중력의 끈 또한 놓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이외에는 한 가지 능력이라도 세계수준에 빗대어 확실히 통할 수 있는 재능이 있으면 디테일한 상황마다 필요한 히든카드로 준비해 두었습니다.
특히 '박투박 중앙미드필더 포지션'이 히딩크 감독의 전술 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로 볼 수 있을텐데 전체적으로 선수단의 높은 수준의 기동성 안에서 이들은 실질적으로 상황마다의 적절한 오프더볼 움직임과 포지셔닝, 집중력과 기동성으로 수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해주는 자원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박지성을 공격진에서 제외함으로 생길 수 있는 공격의 손실을 감수하고도 중앙에 굳이 배치했다는 건 그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오프더볼에서의 재능이 박지성이 맨유로 이적한 이후로 퍼거슨 감독에 의해 회자되기 시작했고, 이후 네덜란드의 코쿠로 인해 아인트호벤에서 박지성이 1.5명의 역할을 한 선수로서 인정받았지만 사실 2002년 월드컵 기적이 가능했던 데에는 박지성 이외에도 당시에는 알 수 없었던 또 다른 수적우위의 재능 '유상철'이 있었다는 걸 상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1.5명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로 박지성과 유상철 둘을 활용했던 것입니다. 최근에는 독일이 '뮐러와 케디라', 프랑스가 '그리즈만과 마투이디'를 동시에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온더볼에서의 개인전술이 부족하지만 풍부한 활동량과 유효한 오프더볼 무브먼트의 가치를 인정받아 중용됐던 조합입니다.
다만 당시에도 스토퍼, 센터백 자원의 발굴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쓰리백 활용 시 전문 수비자원으로 보통 5명의 선수로 구성하는 것을 비춰보면, 히딩크 감독의 스쿼드에는 이민성 1명 뿐이기 때문입니다. 또 이민성 역시도 기존 선발진은 물론 유상철과 비교하면 격차가 좀 있었다고 판단한 듯 하는 모양새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지금은 당시보다 중앙수비수의 문제가 더 극심한 바 윙어와 공격진의 수비가담능력과 수비력, 기동성을 대표팀이 현 자원으로 확보할 수 있는 최고 수준으로 확보하지 않는다면 2014년 알제리전 참사가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댓글 16
그래도 본대회에서 김영권이 각성해줘서 버틸 수 있었는데 저때만 해도 좀 부실했던 느낌이었어요
선수 특성이 좀 다르긴 하지만 어느정도 차용한 것처럼 느껴지긴 하더라구요
결국 셋다 출전하긴 했습니다만 그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들로 흔들렸던 히딩크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들이었을거예요. 아마 팀빌딩 과정에서 또 논란이 생기는 것을 원치않아 마시엘을 중용하진 않았을 겁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에펨에서 쏠쏠히 썼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진짜 경기보다 애들 죽겠다 싶을 정도로 뛰었음.
제 생각에도 전술수준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 거 윙백 선수들이었던 거 같아요.
한 쪽도 아니고 양쪽에 월클들에 대항할만한 윙백을 가졌다는 게 지금 생각해 보면 진짜 엄청난 거죠ㅎㅎㅎ
그래도 본대회에서 김영권이 각성해줘서 버틸 수 있었는데 저때만 해도 좀 부실했던 느낌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