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축구저널 그 날] 알 사드, 'K리그 공공의 적'이 되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9739398&memberNo=6525744

9년 전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글을 써봤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시고 링크 많이 찾아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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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서클 | 서건 대표] 9년 전 오늘, 대한민국의 한 축구장. 유례없는 난투극이 벌어졌다. 페어 플레이는 없었다. 축구를 위해 마련된 푸른 잔디밭이 격투기 무대가 됐다. 선수들의 얼굴에 붉은빛 얼룩이 생겨났다.
 
그 날, 그러니까 2011년 10월 19일을 기점으로 중동의 한 클럽팀은 K리그의 '공공의 적'이 됐다. 카타르의 축구팀 하나가 ‘K리그 대통합’을 이뤄냈던 셈이다.

 

출처 : 베스트 일레븐


 

사건 발생 배경
 
유럽에 UEFA 챔피언스리그가 있다면 아시아엔 AFC 챔피언스리그가 있다. 아시아 최고의 축구팀을 가려내는 대회인 셈이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팀은 각 대륙 최고의 클럽들이 참가하는 클럽 월드컵에 나가는 영예를 얻는다.
 
2011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는 '여느 때처럼' 대한민국 K리그의 독주로 진행됐다. 적어도 8강까지는 그랬다. 제주를 제외한 전북, 수원, 서울이 모두 8강에 진출했고, 전북과 수원은 나란히 4강에 진출하며 그 위용을 과시했다. 거의 대부분의 축구팬들이 K리그가 ACL 우승팀을 세 시즌 연속으로 배출할 것이라 확신했다.
 
4강에 오른 전북과 수원은 각각 알 이티하드와 알 사드를 만났다. 8강에서 서울을 꺾고 올라온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 이티하드는 전과(?)가 있는 팀이었다. 전과라 함은 2004시즌 ACL 결승 2차전에서 성남을 5 대 0으로 꺾는 사건을 말한다. 원정에서 3 대 1 승리를 거둔 성남은 홈에서 참패를 당하며 준우승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K리그와 알 이티하드의 인연에 ‘닥공’ 전북과 ‘K리그 천적’ 알 이티하드의 대결에 적잖은 관심이 실렸다.
 
알 사드는 알 이티하드와는 달리 K리그와 인연이 거의 없었다. '헤발슛'의 주인공 이정수가 2010년 여름 알 사드로 이적함에 따라 국내축구팬들에게 팀 이름이 알려지긴 했으나, 자세한 전력을 알 순 없었다. 일부 축구팬들이 마르세유 출신의 리그1 득점왕 마마두 니앙(세네갈)을 주목하기도 했으나, 그게 다였다.

 

마마두 니앙(당시 32살)

 

낯선 카타르팀과의 대결이었다. 다들 수원의 1차전 승리를 예측했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창단 후 15년 동안 K리그 클럽을 제외한 아시아 팀들을 상대로 홈에서 져본 적이 없던 수원이었다. 수원과 알 사드의 4강 1차전 경기는 수원의 홈 경기로 치러졌다. 나흘 전 있었던 FA컵 결승에서 성남에게 오심으로 패배한 수원은 한풀이를 위해 이를 갈고 있었다.
 
 

 그 날, 수원월드컵경기장 
 
쌀쌀하던 수요일 밤 7시 30분의 빅버드, 수원과 알 사드의 맞대결이 시작됐다. 경기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1시간 30분 후에 ‘대참사’가 벌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으리라.
 
후반 25분까지 흐름은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역습 위주의 알 사드는 수원을 효율적으로 괴롭혔다. 베일에 가려져있던 알 사드의 저력이 드러났다.
 
소강상태로 접어든 후반 25분, 갑작스럽게 골이 터졌다. 마마두 니앙이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때린 중거리슈팅이 골문을 흔들었다.
 
골을 허용하자 수원은 보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수원의 공격이 파도와 같이 연이어 알 사드를 덮쳤다. 말 그대로 파상공세였다.
 
수원의 파상공세는 후반 36분 최성환의 부상과 함께 잠시 멈췄다. 알 사드 수비수 리지크에게 얼굴을 밟힌 최성환은 그대로 쓰러졌고, 수원은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하다 공을 터치라인 밖으로 내보냈다.

 

출처 : MK스포츠

 

지혈을 위해 최성환이 잠시 골라인 밖으로 나왔고, 경기는 재개됐다. 수원의 염기훈이 공을 내보냈기에 다들 알사드가 수원에게 공격권을 넘길 것으로 생각했다.
 
페어 플레이는 없었다. 알 사드는 공격을 속개했다. 드로잉을 받은 알 사드의 12번 케이타가 수원 진영으로 갑작스레 돌진하던 니앙에게 패스를 했고, 니앙은 정성룡을 벗겨내고 골을 넣었다. 난투극의 발단이었다.
 
골로도 모자랐을까. 니앙은 세레머니까지 하며 수원을 도발했다. 수원의 선수들은 알 사드 선수들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한 골을 내주자는 이정수를 제외하곤 어떤 알 사드 선수도 수원 선수들의 항의를 수용하지 않았다.
 
케이타와 니앙의 기행으로 시작된 소요는 곧 분노로 바뀌었다. 야유가 빅버드를 뒤덮었다.
 
결국 수원 관중 한 명이 경기장에 난입해 알 사드의 골키퍼에게 다가갔다. 알 사드의 골키퍼 모하메디는 해당 관중의 멱살을 잡았고, 골을 도운 케이타가 해당 관중을 폭행했다. 난투극의 시작이었다.

 

 

관중과 선수의 대치를 시작으로 수원 선수들과 알 사드 선수들이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심지어 수원은 고종수 코치까지도 참전하며 육박전을 벌였다.
 
당시의 난투극에서 빛난(?) 사람은 크게 다섯 명이었다. 게인리히, 마토, 스테보, 양동원, 고종수는 마치 격투기 선수와 같은 모습으로 알 사드 선수들을 때려눕혔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페어 플레이를 주장한 수원 출신의 수비수 이정수는 자진해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고, 관중을 폭행한 케이타는 레드카드를 받았다. 수원 역시 출혈이 컸다. 스테보와 고종수가 퇴장을 당했다. 
 
사건이 일단락되고 10분의 추가시간과 함께 경기가 다시 진행됐다. 이미 평정심을 잃은 수원은 알 사드를 뚫지 못하고 15년 만에 처음으로 홈에서 K리그를 제외한 아시아팀에게 패배했다. 경기 종료 후 AFC는 수원의 고종수 코치와 스테보, 알 사드의 사베르에게 6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알 사드의 케이타와 니앙에겐 1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케이타와 니앙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는 비판이 일었으나, 바뀌는 건 없었다.

수원은 2차전에서 반전을 노렸으나 1 대 0 승리에 만족해야 했다. 알 사드는 결승전에서 전북을 만나 승부차기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모든 K리그 팬들이 전북을 응원했으나, 응원이 승리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오히려 관중을 폭행했던 케이타가 골을 넣어 K리그 팬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https://youtu.be/bW7O3tUuhu4

수원 대 알 사드 싸움 장면(위)



이성 뿐 아니라 감성으로도 바라보자
 
수원 선수 및 코치들이 알 사드 선수 및 코치들을 폭행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잘못이다. 억울하더라도 ‘프로’답게 처신했어야 한다. 평정심을 잃지 말았어야 한다.
 
그렇다고 9년 전의 빅버드를 마냥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싶지는 않다. 그때의 기억도 이제는 추억이기 때문이다.
 
수원의 응원가 ‘알레알레알레’엔 ‘스테보의 주먹~’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골을 넣고 주먹을 불끈 쥐는 스테보의 모습을 표현하는 가사이리라. 그러나 적지 않은 축구팬들은 ‘스테보의 주먹’이라는 가사에서 알 사드 선수들과 싸우던 수원의 스테보를 떠올린다.

 

출처 : 스포탈코리아

 

있어서도, 잊어서도 안 될 9년 전의 일은 이제 하나의 이야기가 됐다. ‘서산’, ‘매북’, ‘고철’, ‘징구’, ‘북패’, ‘개랑’ 등 다양한 멸칭들이 범람하는 작금의 K리그를 보면 모두가 하나 되어 알 사드를 욕하던 그 때 그 시절을 추억하게 된다. 어떤 잘못에도 날카로운 비판 혹은 비난이 빗발치는 냉정한 요즘을 생각하면, 알 사드 선수들을 두드려 패는 수원 선수들의 모습에 마냥 희열을 느끼던 그 때 그 시절을 추억하게 된다.
 
K리그가 흥행하기 위해선 ‘대통합’보다 ‘대분열’이 필요하다. K리그 내엔 지금보다도 더한 라이벌 의식이 생길 필요가 있다.
 
성급한 일반화를 피하고 감수성을 가지는 건 요즘 사회에 있어 필수다. 함부로 집단을 혐오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일이다.

 

출처 : 스포츠동아

 

그럼에도 9년 전 오늘을 ‘추억’하는 이유는 당시의 분위기를 다시는 맛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릴 적 했던 일탈을 무조건 후회하지는 않듯이, 수원의 일탈 역시 무조건 후회할 일이라 치부하는 건 너무 과한 처사다. 미성년자 시절에 술을 마신 것도, 학교를 다니며 친구와 싸운 것도, 컴퓨터로 엄마 몰래 게임을 한 것도 추억으로 기억되지 부끄러운 과거로 기억되지는 않는다. 알 사드와의 경기도 마찬가지다. 일탈이라고 해서 무조건 부끄러워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단지 하나의 추억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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