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2020 인천 시즌 결산] ③ 시즌 돌아보기 - 이적시장, 전술, 라인업 변천사

① 선수단 코멘트 上 (GK, DF) : https://www.flayus.com/66370497
② 선수단 코멘트 下 (MF, FW) + 감독 코멘트 : https://www.flayus.com/66392586

 

인천 유나이티드 시즌 결산 3편입니다. 이번에는 인천의 2020 시즌 전체 흐름을 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생긴 사건들을 되짚어볼 시간입니다. 1, 2편이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면 3편은 구단에 더 비중을 둔 느낌으로 보시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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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겨울 이적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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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윙백 듀오, 강윤구와 김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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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역자들.

 

평점 : B

 

시즌 전체를 보면 팀의 성적은 영 좋지 않았지만, 그런 흐름에 비해 겨울 이적시장 성과 자체는 생각보다 선방했습니다. 전력에 치명적일만한 선수 이적은 딱히 없었고, 주축을 지켰으며, 이적생 중에도 팀에 도움이 된 선수는 꽤 있었죠. 사실 이 이적시장이 문제가 된 이유는 이적시장의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주목해야 합니다.

 

인천은 이적시장에 비교적 빠르게 참전한 편이었습니다. 일찌감치 쓰리백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상태에서 그에 어울리는 선수를 영입하기 시작했죠. 성남에서 남기일 쓰리백 전술의 핵심으로 활약한 문지환, 안산에서 역시 쓰리백 포메이션의 일원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김연수, 쓰리백을 자주 경험한 대구의 윙백 김준엽-강윤구, 그리고 역시 지난 시즌 쓰리백에서 뛰었던 김성주의 영입은 인천의 그림을 보여주는 이적이었습니다. 여기에 U22 룰을 해결하기 위해 98년생 이하 선수 중에서는 프로 경험이 풍부한 김준범을 영입했습니다.

 

동시에 인천에서는 활용도가 부족했던 선수들, 혹은 가성비가 아쉬운 선수들을 중심으로 스쿼드 정리를 병행했습니다. 거의 출전하지 못했던 김근환, 손무빈, 김승용, 김태호, 서재민이 팀을 떠났고, 이윤표는 은퇴했습니다. 활약은 나쁘지 않았지만 연봉에 이견이 있던 곽해성, 인천에서는 다소 미묘한 입지에 있던 정훈성과 자리를 잡지 못해 임대를 떠났던 허용준-이정빈-김한빈도 모두 다른 팀으로 이적했죠. 인천의 주축 전력이라고 할 선수 중에서는 김진야가 유일하게 이탈했는데, 김진야도 인천에서는 정체된 상황이었기에 변화가 필요하긴 했습니다. 인천도 이적료를 적절히 얻었으니 나쁜 딜은 아니었죠. 임대생들도 모두 팀을 떠났지만, 사실 저 중에서도 반드시 붙잡아야 할 자원은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전술도 바꾸는 김에 임대생들도 굳이 잡지는 않았죠. 주종대, 김강국, 문창진, 김보섭이 임대 및 군 문제로 팀을 잠시 이탈했으나, 이들도 팀의 핵심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나마 문창진이 주요 전력이었으나, 문창진 역시 팀에서는 전술을 바꿀 조커에 가까웠습니다.

 

신인의 경우 이종욱, 정창용처럼 학원축구계에서 이미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선수도 있었고, 최원창처럼 유스에서 촉망받던 선수들을 끌어올리기도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우선지명으로 데려온 선수 중 넷(최세윤, 정성원, 구본철, 민성준)은 바로 재임대를 떠났는데, 인천은 이들을 프로에 정착시키기 위해 프로 경험을 쌓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다만 신인의 경우 장기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올 시즌을 기준으로 보면 스쿼드 멤버라고 할만한 선수도 특별히 배출되진 않았기 때문에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1차 전지훈련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상주 선수들이 전역했는데, 그 중 인천과 미묘한 관계에 있던 박용지는 대전 이적을 선택했고 나머지 둘은 팀에 재합류했습니다. 그리고 상주 전역 선수 중 안양의 안진범은 기존 문창진의 역할을 대체할 선수로 낙점되어 인천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상기했듯이, 이적시장의 영입/방출 목록만 보면 나름 잘 보낸 편입니다. 이적생 중 문지환, 김연수, 김준엽이 성공적으로 팀에 정착했고, 강윤구는 기대보다 잘 해줬으며, 김준범과 김성주는 내용이 아쉽다고는 하지만 팀에 어느 정도 보탬이 되어준 것은 사실입니다. 신인 계약이 좀 아쉽게 끝나기는 했지만, 안진범을 제외하면 영입은 무난한 평을 내릴 수 있습니다. 방출도 구단 전력의 핵심인 무고사, 마하지, 이재성, 김호남 등을 모두 잡았으니 별 타격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선수의 이적이 아닌 시즌을 대비하는 구단의 자세 그 자체였습니다. 일단 모든 이적이 감독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치명타였죠. 유상철 감독의 사퇴가 조금 늦게 이뤄지기는 했으나, 인천에게 시간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천은 선임 작업을 미루다가 결국 2월에야 새 감독을 데려왔죠. 임완섭 감독이 온 뒤 그가 원하는 선수를 찾아보기는 한 모양이지만, 이미 이적시장은 거의 끝나가고 다른 팀들도 스쿼드 계획을 마무리하는 시점이었기에 추가 영입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임완섭 감독은 자신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스쿼드를 어떻게든 이끌어나가야 하는 상황이 됐고, 기존 코치진이 생각하던 그림과는 엇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 대한 설명은 아래에서 계속 하겠습니다.

 

 

2. 프리시즌

 

- 1차 태국 전지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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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전지훈련 당시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함휘진.

 

인천은 올해에도 1차 태국 전지훈련-2차 남해 전지훈련을 구상했습니다. 그리고 1차 전지훈련을 출발하기 전 어지간한 선수 이적은 모두 마무리했죠. 실제로 인천은 군대 관련 선수를 제외하면 모두 전지훈련 출발 직전에 영입을 마쳤습니다.

 

비상2020 1화에서도 나타나는 사실이지만, 인천이 전술을 큰 폭으로 바꿨기 때문에 선수단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당연히 불안감도 있었을테고요. 쓰리백에 적합한 스쿼드를 만들었으나, 기존 선수단을 융화시키는 것이 과제였죠. 인천은 전술을 정착시키기 위해 여러 실험도 병행했습니다. 이우혁, 임은수, 이제호 등 수비적 성향의 미드필더를 센터백으로 기용하기도 했는데, 미드필더 성향이 짙은 문지환을 수비의 중심으로 놓는 것 역시 임중용을 중심으로 한 기존 코치진이 운영하려던 쓰리백의 색깔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수비의 중앙에 서는 선수는 빌드업에도 자주 관여하고, 필요하면 전진도 주저없이 하면서 포백 형태로의 변화도 가능하게 해줘야 한다고 본 모양입니다.

 

그래도 1차 전지훈련까지는 분위기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어쨌거나 전술의 방향성이 조금씩 잡혀가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여러 역할을 담당한 정영환 코치는 선수단과 관계가 좋은 편이었죠. 특별히 소외된 선수도 없었고, 아직 세부적인 면은 잡히지 않았지만 어린 선수들의 성장세 및 이적 선수들의 적응이 잘 이뤄지면서 나름대로 괜찮은 흐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인천은 위기를 맞게 됩니다.

 

- 2차 남해 전지훈련


태국 전지훈련을 마친 후 인천은 귀국했고, 이 타이밍에 맞춰서 새 감독으로 임완섭을 선임합니다. 임완섭 감독은 전임 유상철 감독과도 돈독한 관계였고, 인천 선수단에도 제자인 김연수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임완섭 본인도 쓰리백을 선호하기 때문에 팬들은 임완섭의 지도력에 꽤나 큰 기대를 걸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점부터 슬슬 문제가 발생합니다. 기존 코치진이 짜놓은 전술과 임완섭의 전술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었던거죠. 쓰리백 포메이션 자체는 같지만, 세부적인 면에서는 분명 다른 점이 있습니다. 아마 빌드업의 방식과 공격 전개가 제일 큰 차이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여튼 이런 문제로 인해 1차 전지훈련에서 이뤄지던 이우혁, 임은수 등의 포지션 변경은 없는 일이 됐습니다. 그리고 문지환 역시 자유도가 떨어지면서 다른 일반적인 센터백들과 비슷한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수비진이 꼬이기 시작하면서 인천에게도 조금씩 위기가 찾아오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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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군과 2군을 나눴던 남해 전지훈련.

 

한편 2차 전지훈련을 떠나는 과정에서 1군과 2군을 분리한 것에 대해서도 말이 조금 나왔습니다. 작년에도 나누기는 했지만, 올해는 새 감독이 온데다가 감독이 모든 선수를 확인할 기회가 없었는데 나누는게 맞냐는 반응이 주류였죠. 게다가 1군에서 제외된 김동민이 부상이 아니라 입대 문제로 인해서 2군에 갔다는 말이 나오면서 다시 시끄러워졌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연습경기 실적도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시즌 시작이 다가오는지라 팬들은 걱정이 정말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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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 이 시점까지 생각했던 주전 라인업은 이 멤버지만, 놀랍게도 이 라인업은 시즌 내내 단 한 번도 제대로 가동된 적이 없습니다. 애초에 저 쓰리백 조합은 단 한번도 기용된 적이 없으니 참 참담한 심정입니다.

 

- 3,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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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에 임하는 이호석.


시즌 시작을 앞두고도 불안한 기운이 감돌았는데, 코로나 문제로 인해 개막이 연기되었습니다. 인천 구단 측 사람들은 전술이 맞아떨어질 시간이 필요했으니 이 시기를 기회로 삼겠다고 했지만... 역시 큰 성과는 없었습니다. 여전히 썩 좋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죠. 그리고 주장 이재성을 둘러싼 불화 논란이 본격적으로 점화된 시기도 바로 이 때입니다. 애초에 이재성과 코치진의 싸움은 3월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으니, 아마 그 전까지는 큰 일이 없었거나 있더라도 사소한 갈등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아직까지도 이재성과 코치진의 갈등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전술 문제인지, 기용 문제인지, 단순한 감정적 문제인지... 말이 다 다르므로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재성 개인은 포백을 원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합니다. 여튼 주장이 이런 논란에 휘말렸으니 선수단이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었습니다. 시즌 개막까지는 한 달이 남은 시점이어서 분위기는 어떻게 다잡은 모양이지만, 분위기도 분위기고 기량 면에서도 핵심인 이재성의 이탈은 인천에게 정말 뼈아픈 사실이었습니다.

 

한편 임완섭은 전지훈련이 종료되고 인천으로 돌아온 뒤 2군으로 분류됐던 선수들을 하나하나 1군에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2군으로 내려가있던 이호석이 1군에 재합류했고, 신인 중에서는 이종욱이 눈도장을 찍었죠. 그렇게 자신만의 스쿼드, 전술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지만 제일 중요한 무고사가 국가대표 차출의 여파로 자가격리를 겪는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무고사는 귀국 과정도 꽤나 험난했는데, 국내에 들어와서도 2주 동안 훈련에 돌아오지 못해서 감각을 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프리시즌 막판에는 부노자까지 부상으로 이탈했고, 김준범도 정상 컨디션은 아니라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주전으로 뛰어야 할 선수들이 계속 이탈하고, 특히 쓰리백 주전 셋 중 둘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되면서 큰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시즌 시작 직전 수원FC, 서울이랜드 등과 계속 연습경기를 치렀지만 그 경기에서의 성과도 썩 좋지는 못했습니다. 이런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어느덧 개막전은 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3. 임완섭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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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완섭 감독의 초반 주전 라인업.

 

리그 9전 2무 7패

 

시끄러운 상황이었지만, 어느새 개막전이 다가왔습니다. 대구와의 경기를 앞두고 부노자, 이재성이 빠지고 김준범, 무고사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소식이 전해져서 팬들 사이에서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인천은 일단 무고사, 김준범을 벤치에 둔 채 경기를 시작했는데, 대구 쪽이 좀 더 유리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마하지가 상대의 키 플레이어 세징야를 묶어버리면서 균형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제일 우려가 많았던 쓰리백은 개막전에서는 생각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김정호-문지환-김연수의 역할 분배가 초반에는 나쁘지 않았고, 마하지나 김도혁 등 활동량이 많은 미드필더들도 잘 도와줬습니다. 이런 면에 비해 공격 전개는 부족했는데, 개막전에서 미드필더로 나온 김호남은 애매한 역할을 맡는 바람에 고전했습니다. 공격 시에는 공격수처럼 올라가고 수비 시에는 미드필더처럼 가담해주는 플레이를 원한 듯하지만 오히려 공수 간격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했죠. 전개는 김도혁에게 꽤 쏠려있었지만, 애초에 플레이메이커 유형은 아닌 김도혁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맡긴 형태가 됐습니다. 이로 인해 공격은 케힌데의 피지컬이나 측면에서의 크로스에 의존하는 형태가 됐습니다. 공격은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수비력은 꽤 괜찮았던 첫 경기였기에 이때까지는 팬들도 만족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2라운드 성남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인천은 약점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성남전에 인천은 비록 무실점을 거두기는 했지만, 패스에 뒷공간이 그대로 노출되는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그리고 대구전부터 데얀같은 크랙이 등장할 때 조직력이 와해되는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 점도 계속 지적받았습니다. 문지환이 수비의 중심을 잡아주고 파이터 성향의 김정호-김연수가 상대를 쓸어주기를 기대한 듯하지만, 문지환이 혼자서 두 파이터를 통제하기는 역부족이었으며 문지환의 스타일 자체도 일반적인 센터백에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마하지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생긴 공백까지 발생했습니다. 마하지의 수비력과 활동량이 문지환의 부담을 줄여주는 데 도움을 줬지만, 마하지가 빠지고 이우혁이 들어간 후에는 중원이 그만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렇게 쌓이고 쌓이던 문제는 3라운드 수원전에 폭발했고, 문지환이 내준 패널티킥이 실점으로 이어지면서 첫 패배를 경험합니다. 인천은 3라운드까지 무득점에 그치면서 공격력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에 부딪혔죠. 게다가 공격에 변수를 만들어줄 케힌데도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쓸 수 있는 카드는 더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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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격 강화를 위해 변화를 시도한 임완섭 감독.

 

결국 임완섭 감독은 빈공을 해결하기 위해 공격 숫자를 늘린 3-4-3 포메이션을 선택했습니다. 기존 3-5-2보다는 확실히 공격적인 전형이었죠. 3-4-3 전환 후 본격적으로 김호남이 위력을 발휘했고, 공격 숫자가 늘어나면서 아래 선수들의 패스 선택지도 좀 더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마무리였습니다. 김호남을 제외한 다른 공격수들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시즌 초반의 송시우는 움직임이 좋은 반면 결정력이 너무 떨어졌었고, 무고사는 전반적으로 몸이 무거웠습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심했기 때문에, 이들이 막히자 팀 전체의 공격이 죽어버렸습니다. 거기에 중원 숫자가 줄어들면서 안 그래도 약하던 장악력은 더욱 떨어졌고, 중원이 공격에 신경을 쓰자 수비는 더욱 헐거워졌습니다. 결국 쓰리백이 커버해야 할 공간이 지나치게 넓어졌고, 김정호가 이를 메우려다가 실책이 잦아지더니, 문지환이 그걸 커버하려다가 같이 실책을 저지르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일단 이재성, 부노자를 아직 쓸 수 없는 상황이라서 임완섭 감독은 김정호의 전진성을 살린 새로운 수비 전략을 꺼내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 정도 조치만으로는 팀의 부진을 해결할 수 없는 단계까지 왔죠. 중원도 너무 과중한 임무를 맡았기 때문에, 어떤 조합을 써도 썩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김도혁, 최범경, 이우혁, 김준범이 모두 헤메는 모습을 보여준데다 그나마 폼이 괜찮았던 임은수도 공격에 집중하는 만큼 수비에서의 영향력은 줄었습니다. 결국 인천은 이재성과의 갈등을 풀고 1군에 올렸습니다. 돌아온 이재성은 동기부여가 부족한 느낌을 줬고, 수비진의 안정화에 큰 도움을 주진 못했습니다. 이어서 마하지가 어떻게든 복귀했지만, 강등권 탈출을 위해 중요한 경기였던 광주-부산전을 모조리 패배했고 그 과정에서 심각한 빈공에 시달리면서 강등 1순위의 오명을 썼습니다. 임완섭 조기 경질론의 등장은 피할 수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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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완섭이 마지막 경기에서 던진 승부수, 4-2-3-1.

 

9라운드 경인더비를 앞두고 임완섭 감독은 승부수를 꺼내들었습니다. 쓰리백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포백으로 경기에 나서기로 했죠. 인천 이적 후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하던 이호석을 선발 공격형 미드필더로 투입하고, 포백에서는 아직 불안했던 양준아도 센터백으로 출전하는 등 쓸 수 있는 최대한의 승부수를 모두 걸었습니다. 이 승부수는 초반까지는 그럭저럭 먹혀들어갔습니다. 이호석은 생각보다 좋은 몸놀림을 보여줬고, 팀 전체의 경기력도 괜찮았죠. 결국 선취골을 얻을 수 있는 페널티킥 기회까지 잡았지만 이우혁이 실축하면서 분위기를 잃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윤주태에게 실점을 내주면서 이길 수 있던 경기를 패배로 마치게 됐죠. 이 경기까지 해서 인천은 7연패의 늪에 빠졌고, 임완섭 감독이 내밀었던 승부수도 반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경기 종료 후 임완섭 감독은 성적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4. 여름 이적시장

 

바로 임중용 대행 체제를 이야기할수도 있겠지만, 당시의 혼란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여름 이적시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쪽을 먼저 다루겠습니다. 사실 임중용 시절과 여름 이적시장 기간이 겹치긴 하는데, 묶어버리면 또 가독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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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아길라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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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가.

 

평점 : B

 

아길라르와 오반석이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박대한은 도움이 되지 못했고 구스타보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참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여름 이적시장의 행보가 잔류로 이어졌으니 무난한 점수를 줬습니다. 구스타보를 생각하면 A는... 못 주겠더군요.

 

이적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인천은 일찌감치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부상을 당한 케힌데, 부노자와 빠르게 계약을 해지하고 새 외국인 물색 작업에 들어갔죠. 이어서 이적 가능성이 1%라도 있어보이면 일단 찌르고 보는 전략으로 온갖 소문을 퍼뜨리고 다녔습니다. 이 과정에서 과거 인천 소속이었던 선수들과의 루머도 돌았고, 몇몇 유망주들이나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도 인천과 연결됐습니다. 결국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과거 인천의 핵심 선수였던 아길라르의 임대 영입에 성공했죠.

 

하지만 그 후부터 인천은 현실에 부딪히게 됩니다. 강등도 유력하고 자금력도 부족한 인천 입장에서는 영입할 수 있는 자원이 제한적이었죠. 유력했던 선수들도 상대의 변심으로 틀어지는 경우가 몇 번 있었습니다. 게다가 팬들도 인천의 행보에 의구심을 품은 시기라서 신경쓸 점이 참 많았습니다. 겨울에도 감독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이적시장을 보냈는데, 이번에도 감독이 없는 상황에서 이적시장에 뛰어들었으니 당연히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리는 선수 중 스타일이 겹치는 선수도 있어서 사실상 큰 계획이 있다기보다는 일단 긁어모으면 다음 감독이 잘 쓰지 않을까?같은 도박처럼 느껴지는 면도 있었습니다.

 

이천수 실장이 여러 논란의 중심에 있긴 했지만, 이적시장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기는 했습니다. 결국 센터백 오반석, 풀백 박대한을 임대로 데려오며 소기의 성과는 거두었죠. 그러나 마지막 남은 외국인 자리에 들어온 구스타보의 영입은 지금까지도 아주 시끌벅적한 주제입니다. 경력도 경력이지만, 그 경력에 비해 지나치게 비쌌던 가격이 더 문제였죠. 과정도 과정이지만 영입한 후도 문제입니다. 구스타보는 후반기에 거의 출전하지 못했고, 몸값도 올라버려서 내보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사실상 인천이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죠.

 

구스타보만 아니었다면 이천수의 마무리도 지금보다 좀 더 긍정적인 여론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고, 여름 이적시장의 평가도 좋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구스타보의 존재감이 너무 크네요.

 

 

5. 임중용 시절

 

리그 5전 3무 2패 / FA컵 1전 1무

 

어쨌거나 임완섭 감독이 사퇴한 후 인천은 임중용 대행 카드를 다시 꺼냈습니다. 당시 인천의 분위기가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임중용 대행의 위치도 안정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몇 년이나 이어진 부진에 지친 팬들은 임중용을 포함한 코치진을 향해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고, 이로 인해 마음고생도 컸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인천을 살리기 위해서는 임중용의 힘이 필요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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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중용 대행의 베스트 11.

 

임중용 대행은 전술에 관여했던 정영환 코치의 플랜을 살리려고 한 것 같습니다. 일단 임완섭 감독이 막판에 포백으로 전환한 점을 이어받아서 임중용 역시 포백 포메이션을 주로 활용했는데, 전개의 과정이나 전반적인 플레이에 개선이 보였습니다. FA컵 경기에서 여러 선수를 실험했는데, 그 중 이준석, 문지환 등이 두각을 드러내자 임중용 대행은 이들에게 리그 출전 기회도 부여했습니다. 이준석은 부상으로 인해 출전이 들쭉날쭉했으나 문지환은 센터백이 아닌 미드필더로 돌아간 뒤 급속도로 좋은 기량을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안정적인 파트너 옆에 선 김도혁 역시 자신의 능력을 되찾았죠. 그리고 팀에서 갈등을 빚은 이재성에게 다시 주장 완장을 주면서 믿음을 줬고, 완장을 받은 후 이재성은 폼을 빠르게 올려서 수비진의 중심이 됐습니다. 이재성-문지환-김도혁 코어 라인이 살아나고 아길라르, 지언학의 폼도 올라오면서 인천은 조금씩 희망을 바라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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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적의 주인공, 지언학.

 

이런 변화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경기가 바로 11라운드 상주전입니다. 인천은 이제호, 송시우가 퇴장당하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싸운 끝에 지언학-강윤구-정동윤-김도혁-지언학으로 이어지는 멋진 플레이로 동점골을 터뜨렸습니다. 아직 인천에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그 뒤에는 본격적으로 첫 승을 노리기 시작했죠. 하지만 경기마다 꼭 하나가 부족했습니다. 선제골을 넣을 능력은 있지만, 이를 지켜내지 못하는 수비가 계속 팀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국 경기를 주도할 정도의 운영 능력은 없다는 점이 인천의 최대 약점이었습니다. 전북, 포항에서 선제골을 넣었지만 두 경기 모두 결국 무승부로 그쳤습니다.

 

그리고 14라운드 광주전에서 결국 쌓이고 쌓이던 문제가 터지고 맙니다. 이 날은 당시 조금씩 입지를 높여가던 신예 골키퍼 김동헌이 갑자기 명단에서 제외되고 정산이 투입된 점, 오반석이 바로 선발로 나온 점, 구스타보의 벤치 포함 등으로 인해 참 시끄러웠죠. 인천은 아길라르의 원더골로 또 선제골을 성공시켰지만, 후반에 광주의 역습에 완전히 무너지면서 3 : 1 패배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산 골키퍼도 잦은 실책을 보였고, 수비진 선수들도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임중용 대행도 이 경기가 종료된 후 평정심을 잃는듯한 모습을 보였고 인천은 수많은 루머에 휩싸였습니다. 인천은 임중용 대행 밑에서 분명 발전했고, 가능성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완벽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 시점을 기점으로 인천은 결국 느긋하게 진행하던 감독 선임 작업을 빠르게 진행합니다. 임중용은 P급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감독 선임은 필수였죠. 처음에는 수원에서 나왔던 이임생 감독과 연결됐고, 꽤 진지한 접촉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설명이 불가능한 복잡한 일들이 계속 일어났고, 이임생 선임은 2014년에 이어서 또 무산됐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당시의 상황은 의문이 가득하네요. 결국 이임생마저 인천에 오지 않기로 하면서 인천의 감독 선임 작업은 미궁에 빠졌습니다.

 

 

6. 조성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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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13전 7승 1무 5패

 

다시 어려움을 겪던 감독 선임 작업은 결국 돌고 돌아서 전부터 종종 언급되던 인물인 조성환 선임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사실 당시 선택할 수 있는 후보군 중 조성환은 제일 우수한 레벨의 감독이었으므로, 인천 입장에서는 결국 최선의 선택을 한 셈입니다. 인천에는 제주 시절 조성환과 함께 한 선수도 많아서 감독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은 이적시장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도 조성환 선택은 필요했습니다. 인천이 워낙 상황도 안 좋고 시끄러워서 조성환 감독 입장에서도 부담감이 있었겠지만 결국 그는 인천에서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조성환 선임을 마지막으로 이천수 실장이 사임하고, 전달수 대표도 사임 의사를 내비치면서 인천은 여전히 혼란기에 있었습니다.

 

조성환 감독의 첫 경기인 15라운드 성남전은 사실 조성환 감독의 플랜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경기를 치르기 직전에야 인천에 온지라 사실상 기존 코치진의 플랜을 들고 나온 경기였죠. 그리고 이 경기는 성남 나상호의 원맨쇼로 인해 2 : 0 패배로 끝나게 됩니다. 조성환 감독이 할 수 있는건 거의 없었지만, 부정할 수 없는 안 좋은 출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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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주전이 된 이태희.

 

결국 그 다음 경기부터 인천은 조성환 감독이 원래 선호하던 쓰리백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폼을 올리고 있던 이태희를 과감히 선발로 내세웠고, 자신이 잘 아는 선수인 양준아와 오반석을 중심으로 수비진을 구성했죠. 자신이 제대로 관여한 첫 경기인 16라운드 대구전에는 이준석을 기용한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습니다. 대구전은 확실히 어려운 경기였지만, 또 어느 정도 노림수가 먹혀들어간 경기였습니다. 특히 무고사가 드디어 살아나는 모습을 보인 점이 최고의 소득이었죠. 결국 이준석과 무고사의 환상적인 연계 플레이로 선제골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후로는 대구가 경기를 장악해 수많은 슈팅을 때렸지만 인천 선수들은 필사적으로 방어했습니다. 마침내 성공한 수비진 구성이 빛을 발하면서 인천은 결국 극적인 시즌 첫 승리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이준석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다음 경기부터는 필연적으로 전술을 또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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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움직이는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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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환의 3-5-2 라인업.

 

17라운드 수원전에는 이준석이 빠진 여파로 3-5-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습니다. 사실 라인업을 보고 많은 팬들은 당황했습니다. 지언학이 윙어로 가는 3-4-3을 예상했는데, 정작 열어보니 김도혁-지언학-김준범으로 3미들을 구성했기 때문입니다. 소위 말하는 가짜 포메이션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실제 경기에서도 지언학은 중원을 중심으로 움직였습니다. 대신, 필요에 따라 윙어의 역할도 병행하는 변칙적인 롤을 맡았죠. 이 경기에서 내세운 김도혁, 지언학, 김준범 세 선수는 사실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와는 거리가 멀지만, 모두 활동량과 체력에 강점을 지닌 선수들이었습니다. 이들이 활발하게 상대를 견제해주면서 수비를 함께 보호해주고, 아래 수비진에서는 김연수-양준아-오반석이 각자의 다른 스타일을 살려서 방어해내는 플랜을 만들어낸 셈이었죠. 공격 전개는 윙백 김준엽이나 미드필더 지언학의 폭발력, 프리롤을 맡은 아길라르의 창의성에 맡기고, 최종적인 마무리 임무는 무고사가 가져갔습니다. 수원전에는 아직 공격 전술이 완성되진 않은 인상을 줬지만, 전반적인 팀의 안정성은 굉장히 많이 좋아졌습니다. 수비도 단단했고, 중원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죠. 그리고 후반에 교체로 투입된 송시우가 김도혁과의 센스 있는 조합으로 시즌 첫 득점을 터뜨리면서 2연승을 만들어냈습니다. 그야말로 기적같은 순간이었죠. 이 경기가 끝난 후에는 전달수 대표의 사임을 막으려는 팬들의 움직임이 있었고, 모임 자리에서 주장단 선수들도 참가해 발언했습니다. 결국 전달수 대표가 팀에 남기로 하면서 구단도 조금씩 안정화될 기미가 보였습니다.

 

그 다음 경기인 상주 원정은 패배로 끝났습니다. 조성환 감독은 상주의 특성에 대응하기 위해 3-4-3으로 전환하고 역습을 시도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문선민의 폼이 좋았습니다. 결국 수비진이 상대를 통제하는 데 실패하고 후반에 내린 폭우 변수도 이겨내지 못하면서 3 : 1 패배를 당했습니다. 이 실패로 인해서 인천은 결국 3-5-2를 메인 플랜으로 확정짓게 됩니다.

 

3-5-2로 돌아온 뒤 치른 세 경기에서 인천은 2승 1무를 거뒀습니다. 강원전에는 마침내 폭발한 무고사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후반의 수비 불안에도 불구하고 승점 3점을 챙겼고, 부산전에는 나쁘지 않은 경기를 펼쳤으나 양 팀이 서로 한 명씩 퇴장당하는 가운데 득점을 내지 못하면서 무승부를 거뒀습니다. 서울전에는 이태희의 미스로 위기를 맞을 뻔했지만 정현철의 반칙으로 상대의 득점이 취소되면서 다시 균형을 찾았고, 이후 교체로 들어간 송시우의 득점으로 승리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인천의 경기력 자체가 점점 향상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연계 플레이, 패스 전개, 침투, 조직력이 갖춰지면서 공격 작업도 준수한 모양새가 됐죠. 여전히 마무리를 무고사에 의존한다는 점이 약점이었지만, 무고사에게 연결하는 과정이 만들어진 점만으로도 엄청난 성과였습니다. 그리고 아길라르의 존재감도 점점 살아난데다 김도혁의 폼도 최고조에 도달하면서 중원도 안정화됐습니다. 한편 기존 주전 멤버인 지언학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인천은 김도혁을 한 칸 올리고 문지환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전술 수정을 선택했습니다. 지언학이 제공하던 폭발적인 플레이는 포기해야 했지만, 문지환이 들어오면서 안정감은 조금 더 강해진 인상이었습니다.

 

무고사가 경미한 부상으로 이탈한 울산전에는 무고사가 없는 플랜을 실험했습니다. 최범경을 선발로 넣은 뒤 3-4-3 포메이션을 만들고, 실제 경기에서는 김도혁-문지환-김준범-최범경-아길라르가 무한 스위칭을 하는 느낌이었죠. 생각보다 좋은 경기력을 펼쳤고 특히 김준범은 멋있는 득점을 기록할뻔했지만, 결국 득점으로는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사기적인 득점력을 뽐내는 주니오에게 통한의 실점을 내주면서 패배했죠. 그래도 우승경쟁 팀인 울산을 상대로 저력을 보여줬기에 파이널 B에서 충분히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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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의 선수, 무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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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양하라 준아신

 

파이널 B의 첫 경기인 성남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흐름에서 진행됐습니다. 시작 2분만에 성남 수비의 핵심 연제운이 퇴장당했고, 인천으로 완전히 분위기가 쏠렸습니다. 이 흐름을 인천은 그대로 살렸고, 김준범의 선제골이 터지면서 리드를 잡기 시작합니다. 성남은 나름대로의 저항을 보여줬으나 인천은 기세를 더 올렸고, 결국 무고사의 해트트릭과 김도혁의 멀티골을 더해 6 : 0 대승을 거뒀습니다. 이 경기는 인천에게 상당히 큰 의미를 남겼는데, 순식간에 부족했던 득점을 쌓아버리면서 부산-성남-서울 등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유리한 득점 상황을 만들었죠. 그리고 인천이 무시할 수 없는 구단이라는 점도 증명해낸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그 뒤가 문제였습니다. 성남전 전반을 마친 후 오반석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됐고, 그 뒤에는 훈련 도중 김연수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당하면서 수비진이 완전히 무너지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인천은 급하게 김정호를 선발로 출전시키고 정동윤에게 스토퍼 역할을 맡겼지만, 역시 안 어울리는 옷을 입은 선수들은 고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원전은 아쉽게도 패배로 끝났고, 강원전을 앞두고 오반석이 복귀했지만 이번에도 수비가 무너지면서 2연패에 빠졌습니다. 거기에 부상에서 돌아온 주장 김호남이 퇴장을 당하며 시즌아웃이 됐죠. 아직 인천은 12위에 있었기 때문에 최악의 위기가 다시 찾아온 셈입니다. 그리고 26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성남이 승리를 거두면서 만약 인천이 26라운드 부산전에 패배한다면 그대로 강등이 확정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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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후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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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을 지배한 축구대통령.

 

결국 26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조성환 감독은 수비진에 다시 변화를 줬습니다. 문지환을 센터백으로 보내고, 부상에서 돌아온 지언학을 중원에 다시 투입했죠. 사실 이 기용도 팬들 사이에서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시즌 초에 문지환이 센터백 자리에서 부진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 전반에는 불안한 기색이 있었고, 결국 이상준의 스피드를 저지하지 못하면서 역습을 내준 대가로 실점을 내줬습니다. 정말 최악의 위기에 처했지만, 조성환 감독은 하프타임에 김대중을 바로 투입해 공격을 강화하는 수를 내세웠습니다. 부산 이기형 대행은 득점에 성공한 뒤 내려앉으려 했고, 이 상황은 김대중-무고사 투톱을 가동한 인천에게 나름대로 좋은 상황이었습니다. 계속 두들기고, 두들기는 흐름이 반복됐죠. 그리고 무고사의 크로스가 마침내 김대중의 머리에 제대로 맞으면서 인천은 동점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이어서 1분만에 송시우에게 공을 이어받은 정동윤이 득점을 하나 추가하면서 역전까지 일궈냈습니다. 시즌 내내 단 한번도 역전승을 거둔 적이 없던 인천이 처음으로 역전을 이뤄내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이후 부산은 다급해져서 맹공을 퍼부었지만, 부상에서 마침내 돌아온 마하지와 팀을 지키는 주전 골키퍼 이태희의 활약으로 추가 실점을 막아냈습니다.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인천은 다시 희망을 얻었고, 마지막 한 경기만을 남기게 됐습니다.

 

마지막 27라운드의 상대는 바로 FC 서울이었습니다. 승리하면 무조건 잔류, 무승부 시에는 경우의 수, 패배 시에는 무조건 강등이라는 세 시나리오가 남아있었죠. 인천 팬들도 무척이나 긴장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경기를 치르기 하루 전, 서울 김남춘 선수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면서 분위기는 가라앉았습니다. 상대 서울 입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슬프고 힘든 순간이었기 때문에 인천도 배려와 존중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모두 아시다시피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인천 선수단은 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고 아길라르의 원더골로 잔류를 확정지었지만, 마음은 더욱 무거워진 경기였습니다. 최종전은 사실 언급하기도 조심스럽네요.

 

다사다난한 시즌이었지만, 인천은 결국 잔류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상처와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4편 마지막의 총평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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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전체의 흐름을 살펴봤던 3편은 여기에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4편은 시즌 어워드와 총평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시즌 어워드는 임의의 상을 만들어서 인천 선수들에게 수여하면서 몇몇 극적인 순간을 돌아보는 가벼운 챕터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댓글 16

심PD 2020.11.04. 13:55
 심PD
근데 님이 이렇게 정리를 잘 해주셔서 제가 결산글을 어떤 컨셉으로 잡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껄껄
27라운드 리뷰도 아직 다 안 썼는데
댓글
이호석 작성자 2020.11.04. 13:57
 심PD
ㅋㅋㅋㅋㅋㅋㅋㅋ 27라운드 리뷰... 파이팅하십쇼...
저는 전술에 대한 이야기를 막 자세하게까지는 안 했으니(그럴 능력도 부족하고) 전술적 측면에서 접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댓글
쿨찌 2020.11.04. 14:07
글 잘읽었습니다 :)
댓글
두두무 2020.11.04. 14:29
내년 포메이션이 어떨지 궁굼하네요. 3백쓰기엔 중앙수비수들이 너무 없어보이고.4백쓰기엔 풀백이 없고 둘다 수비쪽 문제라서..정성대단하심 ㄷㄷ
댓글
장믜E 2020.11.04. 14:38
악 추천 누르려 했는데 실수로 바추 누름 죄송해요
댓글
이호석 작성자 2020.11.04. 14:39
 장믜E
ㅋㅋㅋㅋㅋ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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