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리뷰] 인천 유나이티드 27라운드 후기: 기적과도 같은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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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https://blog.naver.com/sjk101/222135720769)

* 경기 리뷰에 앞서, 경기 전 날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경기 외적으로 여러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한 시즌의 경기 리뷰를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적습니다. 많이 조심스럽습니다. 고 김남춘 선수의 명복을 빕니다.

 

image.png

 

 

인천은 지난 라운드 부산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패배하면 강등이 확정되는 상황에서 선제골을 실점했지만, 기적과 같은 연속골로 2018시즌 이후 처음으로 역전승을 거두는 데 성공한다. 남은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면 자력으로 생존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부산전은 인천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경기였다. 부산전 승리를 뒤로 한 채, 인천은 마지막 경기를 치르기 위해 서울로 원정을 떠난다.

 

image.png(10월 31일자 상암)

 

인천은 임완섭 감독의 마지막 경기였던 9라운드 이후 오랜만에 상암을 찾았다. 무관중이었던 당시와 다르게 제한적으로 관중이 입장했지만, 그 때와는 다른 의미로 경기장은 무거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선발 라인업은 지난 경기와 다르지 않았다. 현재 인천이 꾸릴 수 있는 최선의 라인업이었고, 선발 라인업보단 어떠한 방향성이냐가 더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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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접근:

이기면 자력 생존, 비기기만 해도 생존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에서 인천은 무리한 공격에 나서지 않았다. 킥오프하자마자 라인을 바짝 올려서 득점을 노리기는 했으나, 그 때 뿐이었다. 압박의 강도를 세게 가져가기보다는 천천히 전진하면서 서울의 빈틈을 노리는 모습이었다.

김원식-주세종-오스마르 조합은 인천에게 있어 피지컬적으로나 테크닉적으로 모두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거기다가 세 선수 모두 중앙에서 측면으로 전환하는 패스가 유려한 선수들이고, 측면에서 볼을 받아주는 자원들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인천에게 위협이 되는 장면들이 여러 차례 나오기도 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은 아길라르와 문지환이었다. 아길라르는 전방에 머무르기보단 중원까지 내려와서 볼을 받아주고 지켜주면서 소유권을 가져갔고, 직접돌파나 패스를 통해 인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활동량 좋은 인천의 미드필더들이 아길라르를 보조했고 아길라르는 본인의 장점을 한껏 살리면서 주변 선수들에게 볼을 배급해주었다. 후방의 문지환(을 포함한 수비진) 또한 3선과의 공간을 좁히면서 서울 선수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줄였다. 문지환은 특유의 예측력과 탈압박, 전진성으로 후방의 플레이메이킹을 맡으며 3선으로 볼을 넘겨주었다.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중앙수비수 위치지만 자유도를 부여받은 모습이었다.

인천의 양 윙백들은 밸런스를 유지하는 동시에 역습 과정에서는 지체없이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동윤과 김준엽 모두 높은 에너지 레벨을 보여주면서 전후방을 오갔고, 정동윤은 지난 경기에서 보여준 드리블 돌파를 이 날도 여러 차례 보여주었다. 중앙, 측면을 오가는 전환 과정에서 아길라르가 선제골을 성공시켰고, 그와 동시에 탄천에서 부산이 선제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인천의 생존이 눈 앞으로 다가오는 상황이었다.

서울의 공세와 인천의 수비:

인천은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김준범을 빼고 송시우를 투입하면서 전술에 변화를 준다. 역습 과정에서 송시우의 공격성을 이용하겠다는 의도였고, 송시우는 지언학과 마찬가지로 중앙과 측면을 오가면서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서울이 주세종 대신 한승규를 투입하면서 경기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다. 주세종과 오스마르가 번갈아가면서 공격에 가담하는 형태의 공격은 박스 바깥 쪽의 장악력을 높일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한승규의 투입은 이러한 흐름을 바꾸기 위한 의도였다. 서울은 한승규의 투입 이후 박스 근처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더 자주 만들어낸다. 박주영이 움직이면서 생기는 빈틈을 한승규가 침투하고 그 근처를 오스마르, 조영욱 등이 받쳐주는 형태의 공격이었고, 이러한 형태를 통해 서울은 점점 인천의 골문 근처로 전진할 수 있었다.

서울이 한승규를 투입하면서 공격을 강화할 때, 인천은 마하지를 투입하면서 수비에 힘을 쏟기 시작한다. 서울의 공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수비적인 불안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였다. 양 윙백은 전진을 자제하면서 5백 형태로 내려앉았고, 송시우와 지언학은 서울의 측면 자원들에게 공간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윙백들과 연계해서 공간을 틀어막았다.

 

image.png

 

아길라르가 빠진 인천은 공격 상황에서 뚜렷한 전개를 보여주지 못한다. 송시우와 지언학, 무고사가 역습을 나가려 할 때, 마무리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자원이 없었던 것. 더군다나 이 날 무고사의 컨디션 또한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인천은 무고사 대신 김대중을 투입하면서 다시 한 번 수비를 강화했고, 후반 막판에는 김대중을 마하지의 파트너 위치로 내려서 중원에서의 세컨볼 싸움에 영향력을 높였다. 역습 과정에서는 지언학과 송시우의 스프린트와 드리블이 주 무기가 되었지만, 아쉬운 마무리로 인해 추가골이 터지지는 않았다.

서울은 양한빈을 올리면서까지 골을 만들기 위해 힘썼으나 인천의 수비를 뚫어내지는 못했다. 경기 막판에는 경기가 과열되면서 결국 서울의 양한빈과 인천의 오반석이 모두 퇴장당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경기는 그렇게 마무리되었고 인천은 자력으로 생존을 확정짓는다. 탄천에선 성남이 부산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그들 역시 스스로 생존을 확정했고, 부산은 한 시즌만에 다시 강등되고 만다.

마무리:

인천은 시즌 초반 5무 10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뒀지만, 조성환 감독 부임 이후 7승을 거두며 끝끝내 생존에 성공한다.

많은 이슈들이 있었다. 기적과도 같은 생존을 거뒀다는 점에 일단은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2016년부터 이어진 이런 모습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는 없다. 생존왕이라는 말은 강등 1순위라는 말로 치환할 수 있으며, 역사적으로 그러한 별명을 가진 클럽들은 결국 강등되고 말았다.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힘든 싸움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인천은 살아남았다. 혼란스러운 시기를 버티고 이겨낸만큼 부디 한 단계 나아가기를 바란다.

 

https://blog.naver.com/sjk101/222135720769​

 

팟캐스트 FC철학: http://www.podbbang.com/ch/1772853

 

그리고 히든인천(녹음 스케쥴 조정 중)

댓글 6

best
삭제된 댓글입니다.
지언학 2020.11.05. 01:36
일단 추천 박고 시작합니다
댓글
지언학 2020.11.05. 01:40
 지언학
와.. 올해는 진짜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
첫 직관 홈경기.. 그리고 두번째 홈경기.. 이때만 해도 암울 그 자체 (비까지 왔었죠..?) 솔직히 포기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결국 잔류.. 실감은 사실 안나요 떨어졌으면 오히려 현실로 다가왔겠지만요 
그래도 다행이 내년에도 K1.. 꼭 내년엔 더 성장하길
댓글
준아맘 2020.11.05. 02:27
강등기 걸린 경기라 쉽지 않은 승부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공격작업이 수월했던 거 같습니다. 물론 서울 선수들의 상황도 고려해야겠지만요.. 무고사가 원래 알던 무고사였다면 두 골은 더 넣을만한 기회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날 많이 놓쳤으니 재계약해야
댓글
무엇에끌려이곳에왔나 2020.11.05. 02:36
한승규를 제어하지 못하니 후반 초중반부터 계속 밀리는 형국이었죠.
결국 김도혁, 문지환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마하지를 빨리 투입한 것이 그래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댓글
쿨찌 2020.11.05. 09:32
잘 읽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정동윤과 김준엽을 칭찬해 주고 싶어요. 컨디션도 굉장히 좋았고 공수 양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아길라르는 .. 뭐 말할 필요도 없죠 너무나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아 또 칭찬해주고싶은게 대구전 승리때도 거의 70여분을 버티면서 승리를 가져왔는데, 이번 경기에서도 후반 조금 이른 시간부터 수비적으로 하면서 승리를 가져왔다는 것이 고무적인 것 같습니다! 올 시즌 고생하셨습니다!
댓글
jmson34 2020.11.05. 10:23
개인적인 생각은 너무 빨리 수비적으로 돌아가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비겨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지키고 싶은 맘은 알지만 직관했을때 나도 모르게 안돼 안돼 소리나고 골대벗어나자마자 하늘보며 한숨 쉬고있고 대팍에서 1대0으로 이겼을 때 만큼이나 간떨리는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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