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K리그 통합 멤버십이 필요하다 (1) - 축구장에서의 멤버십

K리그 통합 멤버십이 필요하다 (0)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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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장에 가면 어느 자리에 앉으시나요? 좋은 경기를 보기 위해 본부석에 있는 구역을 탐내실 수도 있고 서포팅을 목적으로 특정 좌석을 점하실 수도 있습니다. 혹은 구단을 응원하려 원정을 떠날 경우 원정석에서 경기를 지켜볼 수 있습니다. 같은 W석이더라도 선수들의 얼굴을 더욱 가까이서 보거나 그라운드의 열기를 느끼려고 앞자리에서 직관하는 사람들도 존재할 것이고 그라운드를 넓게 보며 선수들의 전술적인 움직임을 파악하려는 이들은 더욱 더 높은 곳에서 경기를 관전할 것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각자 선호하는 것들이 따로 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좌석 구역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특수한 섹터를 예매하는 사례들도 많은데 대표적인 예시를 FC 서울의 아사히 스카이펍 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스카이박스나 치킨존도 마찬가지입니다. 좌석 뿐만 아니라 유니폼, 머플러, 싸인볼 등 굿즈들과 떡볶이, 맥주 등 식음료에서도 사람들은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집니다.

 여기서 판매 수량이나 매출의 정도에 따라 인기 상품을 파악할 수 있으나 제한된 데이터로는 거기서 그치게 됩니다. 특정 고객이 어느 자리에 앉고 어느 굿즈를 구매했으며 어느 식음료를 먹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멤버십이 성공적으로 정착하여 특정 고객이 그것을 활용했다면 이들 사이에 연결 고리가 생기게 됩니다. 구단에서 사람들이 점포에서 어떤 상품을 샀는지까지 인식할 수 있으면 이제 W석 2층 X섹터에 앉은 모 고객이 경기 전에 2주 전에 나온 신상 머플러를 사고 하프타임에 매점에서 치킨과 맥주를 구매했다는 정보를 구단이 알 것입니다.

 멤버십으로 그것이 이루어진다는 전제 하에 리그와 구단은 앞서 언급한 것들에 대한 분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앞서 바로 언급했듯이 특정 경기에서 복합적인 모습을 보이는 고객을 탐구할 수도 있지만 고객층의 구매 추이를 파악하기에도 용이합니다. 매 경기 계속 W석 1층을 사수하는 유형도 있을 것이고 티셔츠가 새로 나올 때마다 수집하는 이들도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경기마다 여러 푸드트럭에서 한번도 안 먹어봤던 것들을 찾는 부류도 있을 것입니다.

 경기장 여러 곳을 순회하는 사람들에게선 더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복수의 경기장에 방문하면서 서로 다른 좌석에 앉을 수도 있습니다. A 경기장에만 가면 떡볶이를 먹는데 B 경기장에 있는 떡볶이를 구매하지 않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 데이터가 경향성을 형성하면 관계자들에게 피드백을 제공할 여지가 있습니다. 특정 상품이 워낙 좋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개선이 요구되는 상품도 존재합니다. 누구도 그 수치를 부정할 수 없기에 이 데이터들은 더 나은 축구 경기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바탕이 될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도에서 확장하여 개인의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게 될 것입니다. 다시 풀어 쓰면, 같은 사람이더라도 혼자 보러갔을 때와 누군가와 같이 볼 때는 서로 다른 소비를 하게 될 가능성이 다분하고 또 누구와 같이 가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혼자 볼 땐 E석이나 서포터석에서 경기를 볼 수 있지만 친구들과 같이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아사히 스카이펍을 예매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에 맞춰 서비스를 추천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초개인화 시대에서 나타날 수 있는 광경입니다.

 전통적인 성별, 연령별 기준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잣대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으며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연관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할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다음과 같은 서비스를 부차적으로 제공할 수 있고 그렇게 하면 좋습니다.

1. 선예매

현재 구단별로 멤버십을 운영하거나 그럴 계획을 가지고 있는 팀들은 선예매 시스템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멤버십 가입자들은 전면적으로 예매가 열리는 시간보다 경기 티켓을 훨씬 더 일찍 예매할 수 있습니다. 굿즈 등의 경우에도 해당됩니다.

2. 스마트오더

만약 모바일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비되어 있다면 고객들은 스마트오더로 구단의 매점, 푸드트럭, 그리고 굿즈 스토어의 상품을 미리 주문할 수 있습니다. 미리 주문하고 때가 되면 수령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더 나아가 결제 시스템까지 깔끔하게 포함된다면 선결제도 훨씬 가능할 것입니다. 간편한 결제를 구현하기 쉽지는 않을 지도 모릅니다.

3. 암표 방지

매진이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대구 FC의 사례도 있고 더 넓게 생각해봐도 많은 구단의 특수 좌석은 상대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매진될 수 있습니다. 멤버십으로 선예매가 이루어진다면 암표를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4. 관객 식별

구단의 데이터 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의 것들을 모두 활용하여 구단의 열성 팬, 복수 구장을 찾는 K리그 열성 팬, 원정팀의 팬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조치가 필요할 때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습니다. 혹은 블랙리스트를 미리 차단할 수도 있고 COVID-19 이슈에 따른 조치에서 QR코드를 대신하는 역할을 멤버십이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신원 파악은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만 이루어져야 합니다.

5. 쿠폰

고객이 소기의 조건을 이행했을 경우 데이터에 의거하여 구단이나 리그는 그 고객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더욱 더 객관적인 잣대로 고객에 맞는 혜택이 담긴 쿠폰이기 때문에 사용 가치가 높을 것입니다.

 이것을 수용하기에 최적화된 것이 한국에도 이미 있습니다.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의 어플리케이션인 'SK와이번스 PLAY With'을 예시로 들겠습니다. SK 와이번스는 구단 자체적인 멤버십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시즌마다 갱신되는 멤버십으로 실적에 따라 등급에 차등을 둡니다. 이를 포함하여 kt 위즈의 wizzap 등 일부 야구단에서 실행하고 있는 어플리케이션은 앞서 설명했던 것의 상당수를 구현해낼 수 있습니다.

SK와이번스 PLAY With 화면

1. 선예매

SK 와이번스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티켓 선예매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앱을 통해 예매하는 방식이 아니지만 티켓 대행 사이트에 별도의 아이디를 생성시키고 그곳에서 먼저 예매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입니다.

2. 스마트오더

kt 위즈의 팬들은 kt 위즈의 wizzap을 통해 스마트오더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이 앱으로 점포의 음식을 주문할 수 있고 상품들이 자리로 배달되는 시스템입니다.

3. 암표 방지 / 4. 관객 식별 / 5. 쿠폰

이는 예시로 들지 않고 기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기에 예시를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이는 구성원들의 합의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SK 와이번스와 kt 위즈의 어플리케이션은 와이파이와 비콘을 적극적으로 이용합니다. 비콘은 블루투스 기반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무선통신을 가능케 하는 장치이며 이 기술을 활용하면 고객의 자리가 대충 어딘지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설령 구단이나 리그가 멤버십으로 고객의 자리를 파악할 수 없더라도 만일 충분한 수의 비콘이 구장에 설치되어 있다면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다만, 비콘을 설치해야 하기에 유관 단체와의 합의가 있어야 하고 당연하게도 비용적인 문제가 수반됩니다.

 K리그 뿐만 아니라 WK리그나 K3리그 등 세미프로, 혹은 K5리그 등 아마추어 축구에도 멤버십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하위 리그에서 쓰는 경기장에서 비콘까지는 설치하기 힘들 수 있으나 간략하게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이 그동안 어떤 구장을 찾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했는지 하위 리그의 팀들 역시 그것에 대한 인식이 가능해져 고객들의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는 추천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 멤버십으로 말미암아 승강제로 K리그에 입성할 수도 있는 팀들을 대상으로 시험할 수 있는 계기가 생깁니다. K리그에 가면 마케팅 요소가 훨씬 더 중요해집니다. 물론 하부 리그도 그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멤버십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을 충족시키는지, 또한 얼마만큼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에 따라 K리그나 K3리그 라이센스 발급 여부도 달라질 것입니다. 한국 축구의 선진화를 위해서 필요한 작업입니다.

 K리그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다양한 축구 리그에서 이를 활용하면 멤버십이 줄 수 있는 네트워크 효과도 더 두드러질 것입니다. 만약 전국적으로 방방곡곡, 그리고 구석구석 멤버십이 성공적으로 도입되면 한국 축구가 만든 멤버십만큼의 파급력을 주는 주체도 별로 없을 것입니다. 특히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성격을 가진 것을 찾기 힘듭니다. 더 나아가 로컬 커뮤니티의 역할을 적절하게 이행할 수 있는데 이는 다음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이 글은 K리그 통합 멤버십이 필요한 이유만을 쓰지 않을 것입니다. 더 나은 가능성을 다룰 계획입니다.

1) 축구장에서의 멤버십

2) 생활 속에서의 멤버십

3) 멤버십 도입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