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K리그가 ‘동네대표’가 되려면 (1) - K리그 통합 디비전과 함께 유니버스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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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가 ‘동네대표’가 되려면 (0) - 프롤로그

https://www.flayus.com/6879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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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K리그가 흥행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야기의 부재에서 찾은 적이 있습니다. 이제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만일 누군가에게서 그 취지가 담긴 발언이 나온다면 이제는 아무도 그것을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우리는 K리그가 이야기로 가득찬 콘텐츠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보다 스토리텔링을 효과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이, 그리고 더 자주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느 분야든 이야기조차 빈약한 곳은 없습니다.

 

 매력적인 스토리와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이 적절하게 버무려지면 얼마나 강력한지 모두들 경험한 바 있습니다. 스타워즈나 어벤져스가 그 사례에 포함됩니다. 더 나아가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로 대표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등에서 유니버스 열풍이 시작되었고 이제 온갖 아이템에 세계관 설정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거창한 세계관을 만드는 것까지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미 있는 소재를 가져오고 그것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하면서 마블 등이 밟아나갔던 발자국을 따라 밟고 있습니다.

 

 마블이 '유니버스'라는 단어를 창조하고 최초로 먼저 썼다고 볼 수 없으나 마블은 '유니버스'라는 것을 도입하면서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표준을 선도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초자연적인 영웅을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에 빗대고 드림팀이라는 의미로 '어벤져스'라는 용어를 씁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이제 사람들의 행동 방식이 바뀌었고 한때 고객들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주도하는 세상 위에서 놀았습니다.

 

 저번에 언급했지만 축구단을 비롯해 어떤 주체가 특정 산업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려면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한 분야의 장인처럼 범접할 수 없는 기술과 능력을 가지거나 팬덤 있는 브랜드로 밀어붙어야 합니다. 혹은 그 분야의 표준을 만들면서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로컬 비즈니스 업체가 되려면 지역의 장인들을 가까이 해야 하고 지역에서 팬덤이 있는 주체와 친하게 지내야 하지만 웬만해선 그 두 가지 상황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축구단은 적습니다. 대다수 구단은 그것을 이끌어낼 밑천은 있지만 소비자에게 어필되지 않습니다.

 

 물론 표준이라는 것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로컬 비즈니스로 축구단 중심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어떤 방식이든 축구계가 어떤 것의 표준화를 이끌어내서 관심과 투자를 받아내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마치 마블처럼 매력적인 스토리를 내부에서 만들거나 외부에서 공수하고 그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연고 지역 내외부에, 더 나아가 전국적으로 전달할 수 있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물론 타 주체에서 대체할 수 없는 표준을 만들어야 하지만 말입니다.

 

 재료는 로컬에 이미 존재합니다. 전국에 있는 각 지역, 각각의 동네에도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소재가 있을 것입니다.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문래동도 그런 동네입니다. 예부터 문래동은 공업지대였습니다. 불과 최근까지도 철공소들이 이 곳에 모여 있었습니다. 문래동에 가야 할 수 있는 일이 있었고 문래동 안에서 한 산업의 밸류체인이 오롯이 가동되었습니다. 지금은 그 철공소들 중 상당수가 빠져나갔지만 예술가들과 자본이 넘어와 문래동 특유의 분위기를 계승하여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재해석된 문래동을 '핫플레이스'로 소비합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3&aid=0000041972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서사가 조금씩 점층되고 그 동네만의 세계가 형성되면 그 지역의 장소에는 흔적이 남고 그 곳에 연고를 두는 사람들은 기억을 품고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로컬 비즈니스를 하는 주체라면 당연히 그 지역의 명물과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축구단이 그 명물의 단계로 올라가면 참 좋겠지만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지역 사회에 급격한 변화가 생겨서 그 조류에 올라타지 않는 이상 이루어지기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이와 더불어 구단은 기대하는 팬베이스에 맞는 전략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같은 서울이라도 강북에 있는 FC 서울과 강남에 있는 서울 이랜드 FC는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해야 합니다. 또한, 수원에 있는 화성이 정말 수원시민들에게 상징적인 존재라면 수원 삼성, 수원 FC 등 수원 연고의 구단들은 수원 화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이유가 있습니다. K5, K6, K7에 있는 수원 아마추어 팀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다만, 팬덤이 전국구인지 수원 지역 토박이 기반인지 아니면 수원에 있는 특정 동네 베이스인지에 따라 명물과 특성은 바뀔 수 있습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축구가 로컬 비즈니스에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한국 축구 리그에 통합 디비전이 도입되면서 K리그에서 활동하는 광역 연고 구단들도 있지만 하부 리그로 내려갈수록 기초자치단체 연고의 팀들도 많이 있고 무엇보다 동네에서 활동하는 구단들도 제도권 하에 들어왔습니다. 대학 동아리들도 K7리그 등에서 활동합니다. 그 지역 사람들이 끈끈한 관계에서 직접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이는 당근마켓이나 다른 중앙 중심의 주체가 이루어내기 힘든 과정입니다.

 

image.jpeg

 

 그렇다고 대한민국 축구단을 아우르는 단체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리고 이들과 연관된 마케팅 업체 등이 제도권 안에 있는 축구단 모두를 아우르며 전략을 짤 수 있습니다. 이들이 중심을 잡으면서 브랜드 전략을 짤 수 있고 산업의 표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소스는 각 지역에서 가져오고 중앙에서는 이 아이템들을 어떻게 하면 더 부각시키고 굉장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나 홍보가 필요한 지역 명물이나 소상공인들을 지역에서 부흥시키고 더불어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할 수 있는지 연구해야 합니다.

 

 각 지역마다 각자의 세계, 각자의 유니버스가 존재한다면 지역에 있는 축구단은 유니버스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리그 사무국에서는 그 전략을 짤 수 있는 방법의 표준을 만드는 동시에 전국의 모든 전략들을 조율해야 합니다. 각 유니버스를 이어주면서 멀티버스도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마치 지금의 통합 디비전의 형태처럼 각 동네에서 주목 받는 아이템을 콜업해 기초자치단체 등 더 높은 단계에서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게 해주고 더 나아가 광역 연고나 전국적인 범위에서 돋보이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마치 피라미드식 승격 시스템처럼 말입니다. 이것 말고 다른 방법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 마케팅은 '축구단'의 특성과 아예 동떨어진 행동이 아닙니다. 축구단은 고객들에게 축구라는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야 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연고 지역을 알리면서 로컬 기업들의 후원을 받는 사업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프로가 아닌 구단도 먹고 살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중계 수입 등에 그 단서가 있지 않습니다. 스폰서에게 이 축구단과 함께라면 더 좋은 미래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합니다. 통합 디비전 도입은 그 숙제와 함께 동시에 훌륭한 사업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그 숙제를 앞서 언급했던 방법에 한정해서 생각하면 연상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당장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예시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거의 없다는 말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현재 K리그가 지역 사회에 하고 있는 활동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CSR을 염두에 둔 액션입니다. 단순히 지역에서 김장도 하고 교통 안전을 보조하는 행위 역시 훌륭합니다만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우려가 있습니다. K리그의 시그니처 CSR을 만들고 이를 표준화하는 과정 역시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할 기회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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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K리그 통합 멤버십이 필요하다 (0) - 프롤로그

https://www.flayus.com/67313993

 

약팀도 사랑받기 위한 조건 _ 정체성 + 커뮤니티

https://www.flayus.com/43647674

댓글 16

COSMO 작성자 2020.12.18. 13:03
 야탑역3번출구
댓글
COSMO 작성자 2020.12.18. 13:03
 MixDiskerud
댓글
COSMO 작성자 2020.12.18. 13:09
 축구안좋아함
댓글
겨울생각 2020.12.18. 13:09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 해서 경기장 주위나 경기장도 제대로 꾸며야 연결이 될듯
나는 지역사회를 브랜딩 하는데 지역예술가가 제격이라 생각함
지금 개조축 구단들은 경기장 분위기와 마케팅이 전혀 연결이 안됨 절단 수준
댓글
COSMO 작성자 2020.12.18. 13:10
 겨울생각
안양 등에서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지 않나요 ㅎㅎ
근데 그건 시설공단이랑 어느 정도 교감을 해야 할 듯...
댓글
COSMO 작성자 2020.12.18. 13:16
 괴즐케사
캡틴 패트리어트
댓글
미늘요리 2020.12.18. 13:16
김장을 하드라도 축구장에서 하든지 공간이 축구장이되어야한다는 생각
댓글
COSMO 작성자 2020.12.18. 13:16
 미늘요리
축구장 그라운드에 5백 명이 모여 김장 ㄷㄷ
댓글
미늘요리 2020.12.18. 13:17
 COSMO
농담같지만 생활이 축구장이 되어야 축구 관중에 영향을 준다 생각함
댓글
COSMO 작성자 2020.12.18. 13:18
 미늘요리
ㅇㅇ 어디를 가든 축구단의 손때가 묻어야..
댓글
업복이 2020.12.23. 20:17
예전에 엑소처럼 속성가지면서 선수들을 캐릭터화 시키고하면서 마블정도는 안되어도 유니버스 만들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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