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표건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번에 FA로 공시된 인천 신인은 총 셋이 있다. 정창용, 유성형, 표건희. 그 가운데 표건희는 유일하게 제주 전지훈련에서 목격되었다는 증언이 존재하며, 이는 적어도 조성환 감독의 플랜에 그가 남아있고 재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증거이다. 표건희는 2019년 막판 인천 입단이 좌절되었을 당시 인스타 프로필에 있던 인천 언급을 지우고 사진도 삭제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전히 프로필에 인천을 걸어둔 상황. SNS로 모든걸 알 수는 없으나, 이 선수의 이전 행보를 고려할 때 아직 인천과의 교감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하나의 증거로 의심된다.

 

그러나 냉정하게 볼 때 표건희가 프로에서 보여준 것은 아직 없다. 유스 출신에다가 드라마와 같은 이야기로 팬들에게 어필하면서 인지도도 높고, 기대치도 있는 선수지만 프로 첫 시즌인 올해에는 0경기 출장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FA컵에서는 벤치에 앉았으나, 팀이 힘든 상황으로 빠지면서 데뷔는 불발되었다. 대학 시절 심한 부상을 당하기도 했고, 인천의 중원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으니 뚫고 들어가기에는 확실히 어려움이 있었다. 사실 프로에서 무언가를 보여준 선수를 잡아 한 번 더 기회를 주고자 하면 정창용을 잡는 편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정창용은 표건희보다 한 살이 적고, 데뷔전에서 좋은 인상을 남겼으며, 그 후에도 벤치에 종종 앉으며 얼굴도장을 찍은 선수였다. 하지만 현재 돌아가는 흐름을 볼 때, 인천은 정창용이 아닌 표건희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려는 생각으로 보인다. 심지어 인천이 '스쿼드를 줄이겠다'고 대놓고 선언했음에도.

 

물론 표건희가 유스 출신이고, 팀 내에서도 잘 아는 선수라 기회를 더 준다는 생각도 가능하다. 하지만 유스 출신이라고 해서 모두에게 기회가 가지는 않는다. 과거 한남규나 명성준, 노성민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유스 출신이 조금 더 기회가 올 수는 있어도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면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작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인천은 이미 표건희를 두 차례 포기했던 전적이 있다. 우선지명 취소, R리그 테스트 후 영입 포기.) 그렇다면 표건희를 잡으려 하는 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타당하다.

 

결국 제일 큰 이유는 표건희가 지닌 '툴'이 아주 희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표건희의 정체성은 인천 내 그 어떤 선수보다도 김도혁의 그것과 닮아있다.

 

인천에서 김도혁은 백업이 전무할 정도로 중대한 역할을 맡았다. '왼발잡이, 발재간, 킥력, 활동량, 수비력, 투쟁심, 적극성'을 한 번에 갖춘 김도혁은 시즌 중반 이후 마침내 전술의 핵으로 돌아왔으며,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로 보여줄 수 있는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지언학-김준범과 3미들을 구성하던 시절에는 전보다 좀 더 수비적인 위치로 갔으나, 그러면서도 여전히 빛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인천 내에는 김도혁이 빠졌을 때 그 역할을 대신할 선수가 전무했고, 이는 그의 혹사로 이어졌다. 시즌 말미의 김도혁은 확실히 체력에 부치는듯한 모습이 조금씩 생겨났다. 아무리 김도혁이 힘들어해도 인천은 그를 빼기 부담스러워했다. 그가 빠지면 선택할 수 있는 중원 카드들이 있긴 하지만, 필연적으로 전술의 변화나 질적 하락을 동반했다. 위에서 언급한 강점을 전부 갖춘 선수는 찾기 어려우며, 김도혁은 그런 면에서 확실히 두드러지는 선수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표건희는 김도혁이 지닌 '왼발잡이, 발재간, 킥력, 활동량, 수비력, 투쟁심, 적극성을 갖춘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라는 조건에 정확히 부합하였다. 물론 선수 사이의 레벨 차이는 당연히 있겠지만, 저 특징들을 한번에 지닌 선수는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상당한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2020 시즌 막판 인천은 아주 힘든 상황에 놓여있었다. 그래서 아무리 김도혁이 혹사를 당하더라도, 그 후보로 신인을 내세우기에는 너무 도박성이 짙었다. 이런 이유로 표건희에게는 특별히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으나, 표건희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조성환 감독에게 어필하지 않았나 싶다. 다가오는 시즌에는 인천도 다시 다른 팀들과 함께 승점 0점에서 새롭게 출발하게 된다. 만일 초반부가 잘 풀린다면, 표건희는 김도혁의 후보 자원이자 후계자로 기회를 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다르게 말하자면, 표건희에게 김도혁은 '주전 경쟁 과정에서 거대한 벽'일 수 있다. 물론 두 선수 사이에 공통점 말고 차이점도 있긴 하지만, 결국 팀에서 기대하는 역할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김도혁이 핵심이 되면 표건희가 출전하기 어려워지는 면도 있다. 지난 시즌, 표건희와 마찬가지로 후보에 머물렀으나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을 지닌 이제호(전투적, 피지컬, 제공권)가 조금이나마 기회를 얻은 점을 생각해보자(개인적인 생각으로 그 퇴장만 아니었으면 더 뛰었으리라 본다.). 이제호는 누군가의 대체자가 되기는 어렵고 특수한 전술을 위한 카드로 여겨졌으나, 그 특이한 색깔이 히든카드라는 입지를 만들어줬다. 반대로 표건희가 팀에 남을 수 있는 이유는 대체자의 가능성 덕분이지만 정작 그 점이 출전 기회를 얻는데는 악영향이 될 수도 있다. 이 부분은 결국 선수 본인이 차별화될 수 있는 점을 보여주면서 극복해야 할 일이다.

 

팀에 남는다고 해도, 그 끝이 장밋빛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결국에는 훈련장과 경기장에서 보여주어야 팀 내부에서도, 팬들에게도 가치를 인정받고 커리어를 만들어나가게 된다. 그런 면에서 아직 미래를 속단할 수는 없으나, 표건희가 잘 정착한다면 인천에게는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전술적인 부분에서도 그렇고, 마케팅 측면에서도 그 누구보다 강렬한 스토리를 지닌 선수니 말이다. 2021 시즌의 표건희가 날아오를 수 있기를 응원한다.

댓글 3

Hamsy 2020.12.28. 14:12
글 다듬어서 칼럼탭 ㄱㄱ
댓글
제이크 작성자 2020.12.28. 14:12
 Hamsy
어쩌다보니 길어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축통령김대중 2020.12.29. 11:44
같이 더 가는 분위기라서 다행이다. 올해는 신인 입장에서 보여줄 수가 없는 시즌이었음. 김채운도 평가가 좋았던 것 같은데 못보여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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