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K리그가 ‘동네대표’가 되려면 (3) - 진짜 ‘우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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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는 얘기는 이전에 썼던 글이고 또 쓰고 계속 썼던 주제와 다를 바 없습니다.

 

 KBS에서 2020년 12월에 선보인 다큐멘터리인 <삼겹살 랩소디>는 삼겹살을 중심으로 돼지고기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삼겹살의 이모저모를 다룬 내용이지만 특히 삼겹살 등으로 뭉쳐진 공동체도 역시 담고 있습니다. 1970년 이후 대한민국의 고속성장기를 거치면서 국민들은 돼지고기를 곁에 두고 주변 사람들과 희로애락를 나눴습니다. 그 관계는 친구들 사이일 수도 있고 직장 동료 사이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마을에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2부작에서 각 영상 초입부에 특히 마을 공동체가 돼지고기를 소비하는 과정을 주목합니다. 하와이 등 해외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인줄 알았던 돼지구이 방식이 강원도 영월의 삼굿마을에서 구현되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협업, 그리고 교감이 분명 존재합니다. 또, 마을에 큰 일이 있을 때 돼지를 잡고 사람들이 다 같이 즐기는 과정이 제주 지역에서 옛날에 보편적으로 있었는데 그 흔적이 몸국 등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그것도 마을 사람들의 협력과 교감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http://www.am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769

 

 서서히 그 지역 간 차별성이 서서히 감소하고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지 지역에 그 유산이 남아 있습니다. 전통의 것과 현재의 시선이 잘 융화되면 방금 전에 언급했던 몸국처럼 재해석될 수 있습니다. 예전과 다른 해석을 내포하고 소비될 수 있으나 지역의 축이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것도 지역의 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고지의 사람들이 같이 참여하고 감정을 교류하면서 지역의 흔적을 교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런 주제를 쓸 때마다 반복하는 얘기지만 이것만큼 매우 중요한 조건은 없습니다.

 

 이번 '동네대표' 시리즈의 핵심 키는 대체 불가능성이었습니다. 어떤 주체가 쉽게 대체되지 않으려면 다른 가능성도 있지만 한 분야의 장인처럼 따라갈 수 없는 기술과 능력을 가지거나 팬덤 있는 브랜드로 어필해야 합니다. 혹은 그 분야의 표준화를 이루면서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 중에서 표준화에 주목하고 싶었습니다. 표준화라는 것을 거창하게 생각할 이유는 없습니다. 삼굿마을과 제주도에서 중요한 날에 있었던 과정도 그 표준화의 예시입니다. 거기서 나온 독특한 돼지구이와 몸국 같은 흔적도 표준화에서 파생된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당시 그것만큼 마을 사람들의 교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경우는 없었습니다.

 

 지역의 정체성을 찾아 그것을 엮어낸 아이템을 연고지의 고객들에게 어필해야 합니다. 지역의 서사를 녹여 마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처럼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지역에 걸맞으면서 누구나 따라하기 힘든 CSR 활동을 지역 공동체에 행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액션들이 로컬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K리그 혹은 다른 대한민국 축구 리그 구단들이 소비자들한테 펼쳐야 하는 전략입니다. 그 뒤에서 사무국은 아무리 작은 구단이라도 그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생각이 되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지금부턴 좀 다른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452&aid=0000001099

 

 제주도는 이전부터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왔던 도시입니다. 2020년에 와서 범세계적인 사건으로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면서 그 대안으로 제주도 여행이 많이 주목받았습니다. 관광도시이기 때문에 명소나 맛집들이 관광객에 치우친 면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 관광지의 재료들은 대개 제주도의 것에서 왔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관광지에서 나온 상품이나 서비스 중 일부는 지역민들과 유리되어 있는 듯 합니다. 몸국은 제주의 음식이지만 그저 그동안 했던 역할이 사람들한테 덜 알려진 상태로 그저 제주 전통 음식으로 포장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축구단은 로컬 비즈니스지만 마치 관광객들만 찾는 명소처럼 되어버린 축구장들이 몇 개 있습니다. 맛있는 몸국과도 같은 축구단을 만들어내려면 간단합니다. 지역민들의 입맛을 분명히 충족시켜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역민들의 입맛을 충족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합니다. 지역 사람들이 짠 것을 좋아하면 간도 그에 맞춰 하면 되고 반대의 상황이면 반대로 하면 됩니다. 왜 그 사람들이 그러면 짜게, 혹은 싱겁게 먹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기후에 따른 차이일 수도 있고 지역의 특별한 전기가 있어서 생긴 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꼬리를 계속 물다 보면 지역에 대한 특성들이 하나씩 나오기도 하지만 결국 이 지역을 구석구석 다 뒤져봐야 한다는 결론에 도출하게 됩니다. 몸국이 어디서 나왔는지 계속 파고들면 몸국의 발현 과정을 알 수밖에 없습니다. 세부 지역마다 각자 다르지만 주요 자료에서 나오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을에 잔치가 벌어지면 그 전부터 사람들이 모여 돼지를 잡고 행사를 진행합니다. 그 힘든 여정을 밟아나간 모두가 그 돼지고기를 나눠 먹어야 하는데 부족하니까 돼지 육수에 모자반, 메밀가루 등을 집어넣어서 다같이 나눠먹은 것이 바로 몸국입니다. 더 나아가 잔칫날이 돼지를 잡는 이유, 몸국에 모자반을 넣는 사정, 그리고 그 밖의 이야기들도 따로 있을 것입니다. 그 사유들이 하나둘씩 모아서 생긴 것이 몸국입니다.

 

image.jpeg

출처 : 나무위키 '몸국'

 

 이런 사례는 전통적인 것에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닙니다. 지역에 어떤 아이템이나 존재가 나왔을 때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 사정을 같이 공유하는 사람들은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하면 그 지역에서 뭔갈 해보려는 주체는 당연히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모르는데 그 입맛을 저격할 수 있는 사례는 요행이 아니면 거의 없습니다. 요행이 아니고 다른 방법으로 그것을 성공하려면 그 지역의 것들을 계속 파고들어야 합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지역의 특성을 모두 알아야 합니다. 연고에 어떤 점포가 어디에 있는지 적어도 타겟 지역의 부동산 상황을 파악해야 합니다. 이 지역에 유명한 브루어리가 소재할 수도 있고 특정 지역에 부동산 업소가 많이 자리를 잡았을 수도 있습니다. 공간을 많이 파악해야 합니다. 마을의 생활 양식도 수집해야 합니다. 사실상 지역의 모든 것을 모아야 지역의 상황을 관찰하기 용이해지고 비로소 그 지역에 자연스럽게 편입될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 이제 그 구단은 외지인이 아니라 그저 같이 사는 이웃이 되겠죠.

 

 어찌 보면 광역 연고를 담당하는 축구단들은 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만큼 넓은 공간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통합 디비전에서 아랫 부분을 담당하는 팀들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동네에서 축구단을 결성해서 공을 차는 팀입니다. 이들은 지역 상황을 상위 리그 구단들보다 훨씬 더 잘 압니다. 이들 간 교류가 필요하고 또 절실한 이유입니다. 동네 구단들은 지역의 상황을 수집하고 K리그 구단들과 리그 사무국은 그것을 가꾸어 획기적인 로컬 비즈니스 전략을 짤 수 있는 윈윈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전국의 특성이 모두 모인다면 한국 축구는 지도를 그릴 수 있습니다. 한국 축구 만의 지역 브랜딩 지도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지역의 정체성을 그런 과정에서 확립하게 되면 관광객들을 더욱 더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습니다. 가령, 국소적인 지역에서 대단히 특이한 음식을 하는데 그 정보 없이 외지인들이 이를 접하게 되면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허나 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지역 브랜딩이 잘 되어있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지역 음식에 이런 것을 넣고 지역 사정상 좀 싱거울 수 있다는 것이 사람들한테 전달될 수 있으면 오해가 어느 정도 풀릴 수 있고 외지인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그 음식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구단은 그 지역의 규모가 어떻든간에 로컬 비즈니스이기에 '동네'의 대표입니다. 구단의 브랜딩은 동네의 브랜딩 위에 존재합니다. 만약 구단이 지역의 상징과 가치를 일관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면 그 구단은 그 지역에서 효과적인 브랜딩을 펼치고 있는지부터 의심해봐야 합니다. 로컬 비즈니스의 근간부터 무너져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전국 팔도에 소재하고 있는 우리의 세상을 알고 그 중에서 상품화할 수 있는 것들을 넓게 펼쳐야 합니다. 미약하지만 저도 앞으로 세부 지역에 대해서 다룰 수 있으면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비단 축구가 아니더라도 이 일은 우리에게 굉장한 결과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참고자료

 

 

K리그가 ‘동네대표’가 되려면 (0) - 프롤로그

https://www.flayus.com/68791427

 

 

K리그가 ‘동네대표’가 되려면 (1) - K리그 통합 디비전과 함께 유니버스를 만들어보자

https://www.flayus.com/69268797

 

K리그가 ‘동네대표’가 되려면 (2) - 더 좋은 CSR 활동을 고민해보자

https://www.flayus.com/69769947

 

 

 

약팀도 사랑받기 위한 조건 _ 정체성 + 커뮤니티

https://www.flayus.com/43647674

댓글 4

COSMO 작성자 2021.01.01. 15:59
 괴즐케사
댓글
순두부찌개 2021.01.03. 13:22
축구단뿐만 아니라 마케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읽어볼만한 내용이네요. 특히 지역기반의 기업입사를 꿈꾼다면. 그리고 여행이 정말 중요해보입니다. 해당 지역 여행을 통해 뜻밖의 통찰력을 얻고, 기존의 지식과 잘 버무리면 생각보다 쉽게 그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댓글
COSMO 작성자 2021.01.03. 16:20
 순두부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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