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경남의 설사커에 이정협이 필요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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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시즌 경남은 팀으로서 42득점 39실점(평균득점 1.45, 평균실점 1.34)를 기록했다.

시즌 막바지 경기력이 향상되며 리그 3위에 안착, 승격까지 노릴 수 있었지만

시즌 전체적으로 보면 승격팀들(제주 50득점 23실점, 수원FC 53득점 29실점)과 비교해 득점에서도 갭이 있었고, 실점 면에서도 큰 갭이 있었다.

제주의 평균득실은 1.85/0.85, 수원의 평균득실은 1.89/1.04 였다.

 

여러 시즌 공격적인 컬러를 내세우며 승격한 팀들의 기록을 살펴보면

2020시즌 수원FC 1.89득점 1.04실점

2019시즌 부산 1.97득점 1.27실점

2017시즌 경남 1.92득점 1.00실점

인데 설사커 역시 공격적인 컬러의 축구를 추구한다는 걸 감안하면

승격안정권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득점과 실점 면에서 모두 획기적인 발전이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참고로 비교적 밸런스가 잘 갖춰졌던 팀들의 기록은,

2020시즌 제주 1.85득점 0.85실점

2019시즌 광주 1.64득점 0.86실점
2018시즌 아산 1.50득점 0.75실점

2020시즌의 제주는 역대 승격팀 중에서도 가장 공수밸런스가 훌륭했던 팀이었다.

 

 

1. 뛰어줄 수 있는 스트라이커

 

공격 시 2-3-5 포메이션을 구축하는 설사커의 특성 상

아무리 수비수들의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역습에 취약하고 비교적 실점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런 컨셉의 팀에 속해있는 수비수들과 골키퍼는 그렇지 않은 팀들의 동 포지션 선수들에 비해 심리적인 압박도 심할 수 있다.

닥공을 표방했던 최강희 감독의 전북에서조차도 리그 최고 레벨의 선수들이라고 할 수 있는 수비수들과 골키퍼 모두 그런 심리적인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런 부분을 감안한다면 1.0 미만으로 평균실점을 떨어뜨리기 보다는 최대한 1.0에 수렴할 수 있도록 선방해 내는 게

설사커의 현실적인 수비목표가 되겠다.

 

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볼 소유를 잃고 수비로 전환해야 할 때 앞선에서 적극적으로 수비자세를 취함으로서 상대 역습을 지연시켜줄 수 있는 스트라이커가 우선 고려대상이 될 필요가 있었다. 이정협은 대한민국 국적의 스트라이커 중 이 부분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해내는 선수였고, 첫 타겟으로 지목됐던 안병준 역시도 그런 역할을 어느정도 기대할 수 있는 선수였다는 점에서 구단 역시도 그런 의중을 갖고 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겠다.

 

동시에 설사커는, 평균득점을 1.8~1.95 정도로 끌어올리는 게 공격목표가 되어야 했다. 36경기 기준으로 65골 이상이다.

많은 활동량을 기반으로 상대 선수들을 끌고 다니며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으로 침투하고, 거기서 컴비네이션을 만들어 내는 설사커의 특성 상

기본적으로 공격 시에도 많이 뛰어줄 수 있는 공격수가 필요했는데

그러면서 15골 이상, 혹은 20골 가까히 기대할 수 있는 증명된 공격수는 사실 안병준이 유일했다고 할 수 있다.

 

병수볼의 강원 역시도 설사커의 경남과 비슷한 스타일의 공격수를 필요로 하는 팀인데 결국 안병준은 강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승격을 목표로 시즌 초부터 일찍이 선수들의 호흡을 끌어올리고 새로운 선수들이 전술에 적응할 필요가 있는 경남 입장에서는

이타적인 성향이 강하고 더 많이 뛸 수 있는 이정협이 오히려 적합한 공격수였을 수도 있다.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동하며 지속적으로 공간을 창출해야 하는 설사커이기 때문에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은 계속해서 뛸 것을 요구받는다.

룩과 제리치는 이 부분을 충족시킬 수 없는 스트라이커들이었고, 박기동은 많이 뛰어주는 선수였지만 전방에서의 세기와 움직임의 날카로움이 다소 아쉬웠다.

때문에 설기현 감독은 단신인 백성동, 고경민, 정혁 등을 번갈아 전방에 세워가며 팀컬러를 살려보려고 했는데

나쁘지 않은 경기들도 있었지만 다만 이럴 경우 전방에서의 공중볼 경합은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맡겨야 하는 백성동의 많은 희생이 있었다.

침투능력이 부족한 스트라이커를 대신해 백성동이 전방 깊숙히 침투했고, 특히 공격진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에도 백성동은 침투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수비가담도 적극적으로 해주던 백성동이었기 때문에

사실 2020시즌 경남은 백성동의 공격력을 충분히 끌어내기에는 백성동이 갖는 체력부담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이정협이 전방에서의 공간창출을 주되게 전담할 것이다. 이정협은 한국 국적의 스트라이커 중 가장 많이 뛰어줄 수 있는 스트라이커다.

그리고 공간을 두고 벌이는 롱볼 경합과 머리를 향하는 공중볼 경합에서도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전방침투.gif

 

3-침투&헤딩경합.gif

 

 

2. 2선 공격수들의 득점력을 끌어올려주는 스트라이커

 

경남에는 리그2에서 꾸준히 높은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는 백성동과 고경민이 존재하고 광주에서 뛰었던 윌리안이 새롭게 합류한다.

 

백성동의 공격스탯

2017시즌 32경기 8골 4도움

2019시즌 35경기 7골 7도움

2020시즌 26경기 9골 2도움

 

고경민의 공격스탯

2016시즌 26경기 7골 4도움

2017시즌 18경기 9골 0도움

2018시즌 32경기 9골 5도움

2020시즌 28경기 7골 2도움

 

윌리안의 공격스탯

2019시즌 25경기 8골 2도움

2020시즌 17경기 5골 3도움 (리그1 기록)

 

이 세 선수는 리그2에서 확실하게 증명된 2선 스코어러들이다.

뿐만 아니라 황일수(2020시즌 21경기 5골 5도움), 에르난데스(16경기 3골 3도움)도 어느정도 득점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경남은 득점력 높은 2선 공격수들을 다수 확보하는 데 근 2년 주력해 왔고 이 부분에서의 영입전략은 성공한 모양새다.

 

다만 위에서 상술했듯이 시즌 65골 정도를 목표로 할 경우 경남은 2선 플레이어들의 득점력을 한층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이들 중 10골 이상 기록해 줄 수 있는 선수가 2명 정도 나와준다면 베스트다.

그리고 여기에 바로 이정협에게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이정협은 단순히 많이 뛰어주는 스트라이커가 아니다.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움직여야 수비수들을 끌고 움직일 수 있는지 확실히 알고 있는 스트라이커다.

상대 수비라인 사이의 간격을 벌어지게 하고, 상대 수비수와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공간을 넓혀주며, 수비수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킨다.

그럼으로써 2선 공격수들은 침투할 공간과 슈팅을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을 얻을 수 있다.

 

또 다른 선수들과의 연계플레이, 침투하는 2선 공격수들에게 패스를 찔러주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아래 움짤에서 상대 수비수들을 끌고 전방으로 강하게 뛰어주는 이정협 덕분에 이동준이 2선에서 헤딩찬스를 얻는 걸 확인할 수 있다.

1-박스침투&수비유도&공간창출.gif

 

아래는, 전방에서 침투해 주는 이정협 덕분에 상대 수비라인과 미드필더라인 사이에서 부산의 2선 공격수가 일대일 슈팅기회를 가지는 장면이다.

2-써드침투.gif

 

스루패스로 어시스트하는 이정협

2021_1_6_50.gif

 

 

3. 수비국면에서의 균형감각이 뛰어난 스트라이커

 

수비를 열심히 해주는 스트라이커를 두고 우리는 수비가담이 뛰어난 스트라이커라고 평가하는데 그 중에서도 수비가담을 더 잘해주는 스트라이커는 존재한다.

이정협은 수비전술에 있어서 압박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이해하는 선수기도 하지만

팀의 수비밸런스가 무너졌을 경우 미드필더 지역의 빈 공간을 적절히 커버할 수 있는 선수기도 하다.

대다수의 공격수가 공격국면에 집중하거나 제한된 수비가담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이정협은 수비국면에서 어디에 누수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도 빠르게 내려주고 그곳을 성실히 커버해 준다.

 

7-1.PNG

이정협이 측면공간 창출 후 전방으로 침투하는 2선 공격수에게 패스를 한 상황이다. 여기서 이정협은 제 타이밍에 빠르게 공격에 가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그 판단과 동시에 팀의 미드필더 다수가 역습에 가담하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공격이 차단당할 상황을 대비해 중원지역을 커버하러 달려간다.

 

7-수비밸런스.gif

끝까지 들여다 보면 패스를 주고 중원으로 이동하는 이정협을 확인할 수 있다.

 

K리그의 스트라이커들에게 공격에 수비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 있다.

지난 시즌 일류첸코 같은 선수들이 간혹 등장하지만 매번 그런 스트라이커를 수급하기에는 영입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득점력이 뛰어난 스트라이커들은 대부분 수비의식이 부족하거나 수비까지 할 체력이 부족한 경우들이 많다.

그만큼 상대의 약점이 발견되더라도 감독들이 그 약점을 노리는 수비전술을 구상하는 데 있어서의 한계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이정협은 감독이 수비전술을 구상하는 데 있어 여러 가능성을 부여하는 선수다.

또 2선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의 침투가 잦은 설사커에서 필요할 경우 스스로 빈 공간 찾아 커버하는 스트라이커의 가치는 낮지 않을 것이다.

 

2선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의 수비부담을 줄여줌으로서 체력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것도 이정협이 낼 수 있는 효과다.

 

 

4. 그러면서도 10골 이상 기대할 수 있는 스트라이커

 

공간창출, 수비가담, 연계 등 이정협의 장점이 팀플레이에 그 초점이 맞춰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정협이 골을 못 넣는 선수는 아니다.

리그2에서 2017시즌 10골, 2019시즌 13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PK로 기록한 골들도 있지만 그 PK를 스스로 끌어내는 빈도도 높았다.

만약 경남 공격이 조화롭게 이뤄질 수 있다면 반대로 이정협에게 더 많은 득점기회가 열릴 지도 모르겠다.

 

2021_1_6_43.gif

 

 

5. 요약하자면,

 

이정협은 지속적인 공간창출을 추구하는 설사커에 이론 상 가장 어울릴 수 있는 스트라이커다. 그러면서 롱볼경합도 기대할 수 있다.

2선 공격수들의 득점력을 더 끌어올려야 하는 경남인데 그걸 가져다줄 수 있는 유형의 스트라이커다. 

이정협의 활동량과 적절한 수비가담능력은 수비전술에 다양한 가능성을 가져다 주고 다른 선수들의 체력부담, 수비에 대한 부담을 줄여줄 것이다.

이는 체력과 수비에 대한 부담이 크게 따르는 설사커의 장기적 행보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리그2에서는 이정협의 10골을 기대해 볼 수 있겠고,

또 승격안정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정협 스스로 스트라이커 본연의 임무도 어느정도 해줘야 한다.

 

2-3-5 포메이션을 기본 골격으로 설사커의 색깔을 지난 시즌보다 더 드러내고, 한편으론 설사커의 약점을 희석시켜줄 선수가 필요했던 경남에게

실제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알 수 없지만

스트라이커 이정협이라는 희귀성 있는 카드는 어떻게든 얻어내고 봐야했던 카드였다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제 감독 설기현과 선수 이정협 스스로 이정협의 능력을 팀에 어떻게 장착시키고 풀어낼 것이지 지켜볼 일이다.

 

 

댓글 10

best 가볍지않은기자 2021.01.06. 11:49
경남은 당장 이 리포트를 구입하라
best 이정협 2021.01.06. 11:47
사랑합니다😘
킹종부 2021.01.06. 11:47
리그2에선 이만한 공격수 찾기 힘들지
댓글
오르샤즘 2021.01.06. 12:38
이정협 골 넣는거빼고 나머지를 너무 잘함 ㅋㅋ
그니까 그 득점력에도 국대 감독들이 계속 뽑아보지 ㅋㅋ
댓글
챔경남 2021.01.06. 16:37
아 몰랑 일단 추천부터 받으라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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