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경남의 박투박 미드필더 필요성과 차선책

  • 신객
  • 528
  • 23
  • 43

설기현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현재 경남의 스쿼드는 90% 완성이다.

 

최전방 포지션에 국대급 스트라이커 이정협을 영입했고,

수비 포지션에는 김영찬, 김동진, 김명준 등을 영입함으로서 힘과 높이를 보강했다.

무엇보다 2선 공격수/2선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기존 주전급 선수들을 지켜내되, 개성있는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백성동, 고경민, 황일수, 도동현, 김준혁이 그대로 팀에 남았고

여기에 윌리안, 에르난데스, 김소웅, 정창용, 진세민, 김범진, 장하늘 등이 새롭게 영입된 것이다.

광주에서 2선과 3선을 고루 소화한 임민혁과 지난 시즌 부분적으로 이 롤을 맡기도 했던 김형원까지 이 범주에 집어넣는다면

이 포지션의 스쿼드는 더 방대해 진다.

지난 시즌 리그를 치르면서 점차 원볼란치 포지션으로 정착한 장혁진도 여차하면 좀더 앞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다.

 

이렇게 2선 공격수들을 집중 영입하는 데에는 설사커의 2-3-5 포메이션과 공격적인 팀컬러가 명분이 된다.

 

포메이션.PNG

 

2-3-5 포메이션은 지난 시즌 설사커에서 주되게 활용된 포메이션으로서

공격 시에는 말그대로 2-3-5 전형을 구축하고

수비 시에는 원볼란치 장혁진과 더불어 양 옆에서 3선 미드필더 라인을 구성하던 풀백들이 본래의 자리도 돌아와 4-1-4-1 포메이션을 구축한다.

 

그리고 4명의 2선 공격수 중 중앙의 2명(그림의 윌리안과 백성동)의 포지션에서는

팀에서 주어진 역할이나 감독의 성향에 따라 공격수라기 보다 미드필더 성향이 강한 선수들이 기용되기 때문에 미드필더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설사커에서는 2선 공격수라고 분명하게 명명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공격적인 성향을 띈다.

 

보통 중앙미드필더로 분류되는 정혁 마저도 설사커 임대되어 온 후로는

후방 수비형미드필더 롤부터 전방 스트라이커 역할까지 공격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정협을 영입했고

지난 시즌의 경우 룩, 박기동, 제리치 등이 전방 스트라이커 역할을 수행했지만

설기현 감독은 2선 공격수들을 최전방에 기용하기도 하는 등 이래저래 2선 공격수들을 많이 활용하는 감독이다.

따라서 설사커는 주전급 2선 공격수를 최소 5명 정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축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올시즌 경남이 2선 뎁스를 두텁게 하는 영입전략을 펼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2명의 2선 중앙 공격수를 기용하는 데에는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

가뜩이나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선수들인데 설사커는 선수들에게 공격적인 축구를 강조하기까지 한다.

이런 팀컬러는 공격을 진행하는 중에 볼이 끊기고 수비로 전환해야 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원볼란치 앞에 백성동과 고경민을 배치했던 지난 시즌 경기 중 일어났던 장면을 하나 뽑아보자.

 

1-1.PNG

백성동이 서울이랜드 선수와 볼을 두고 경합하고 있다. 장혁진을 뒤를 받히고 있고 고경민은 백성동과 같은 선상에 위치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고경민은 크게 셋 중 하나의 선택을 할 수 있다.

 

① 현재 위치 유지

② 공격지역으로 전진

③ 수비지역으로 커버

 

이런 선택에 있어 영향을 미치는 건 선수가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가, 그리고 선수가 현재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가에 근거한다.

고경민의 선택을 보자.

 

1-2.PNG

백성동이 볼경합에서 졌고, 서울이랜드의 공격이 앞쪽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고경민.

고경민의 모습을 보면 모두가 경남의 골문쪽으로 몸의 방향을 향하고 있을 때 고경민은 반대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고경민의 뒷공간이자 장혁진의 옆공간이라 할 수 있는 공간에 서울이랜드 선수가 자유롭게 위치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1-3.PNG

결국 빈 공간의 서울이랜드 선수에게 패스가 향했고, 그 공간을 커버할 필요가 있었던 고경민의 모습은 화면에 보이지 않는다.

이제 수비수들은 볼과 뒤로 빠지는 공격수 모두를 시야에 담아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는 점에서 수비수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장면 중 하나다.

오른쪽 사이드에서는 서울이랜드 선수가 경남의 오른쪽 미드필더 박창준보다 앞서 오버래핑해 오고 있다.

1초 후면 김규표는 2대1의 수적열세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다.

 

다른 경기 장면을 통해 고경민이 수비에 가담했을 때는 또 어떤 모습을 노출할 수 있는지도 살펴보자.

 

고경민1-1.gif

수원의 공격이 반대로 전환되는 상황. 고경민이 전진하는 수원의 중앙미드필더에게 접근하지만 완전히 잘못된 수비판단으로 중거리슈팅 공간을 내주었다.

 

고경민1-2.gif

2선 중앙 공격수인 고경민이 측면수비에 나서야 했던 상황. 이 상황에서도 고경민은 수비를 잘 해내지 못했고 크로스를 쉽게 허용했다.

 

다만 이런 부분은 고경민의 책임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고경민은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수에 가까운 정체성을 갖고 있는 선수고, 당연히 수비가 낯설 수 밖에 없다.

 

시즌 중 경남은 전북으로부터 박투박 미드필더 정혁을 임대해 왔다.

그리고 정혁의 움직임은 확실히 고경민과 달랐다.

서울이랜드와 재차 맞붙었을 때 이번에 설감독은 원볼란치 장혁진 앞에 백성동과 정혁을 기용했다.

 

2-1.PNG

백성동이 마치 전방 스트라이커인 것처럼 전진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장혁진과 백성동 사이에 정혁이 위치한다.

이 그림에서 정혁의 포지셔닝도 사실 공격적인 편이다.

 

2-2.PNG

장혁진과 볼을 두고 서울이랜드의 공격수와 경합이 붙는다. 그리고 이때 정혁의 움직임을 확인해 보자.

이전 예시에서 고경민이 앞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과 달리 정혁은 볼경합이 발생하려는 순간 이미 장혁진을 지원하기 위해 뛰어내려오기 시작했다.

 

2-3.PNG

볼경합 상황에서 장혁진이 무너졌다. 하지만 정혁이 빠르게 커버에 나선다.

 

정혁2.gif

정혁의 빠른 커버에 놀란 상대 공격수가 섣불리 손을 썼고, 정혁이 파울을 끌어내며 서울이랜드의 공격을 저지했다.

 

물론 고경민이 매 순간 수비를 등한 시 하거나 수비에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정혁 역시 매 순간 수비가담에 성공하거나 수비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혁이 고경민보다 높은 확률로 그것을 해내는 선수라는 건 분명하다.

정혁이 고경민보다 수비적인 성향이 있는 선수고, 수비에 가담할 때의 기동력과 수비력이 더 뛰어나다.

 

설감독은 정혁을 영입한 이후에도 정혁 대신 더 공격적인 선수를 기용하기도 했는데

고경민의 경우 이 시즌 7골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승점을 따는 데 기여하기도 했기 때문에 사실 정답은 없다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상대하는 팀의 특성과 전력, 팀의 밸런스가 2020시즌 어떻게 작용할 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라는 점에서

좀더 수비적인 성향, 혹은 정확한 판단능력을 가진 기동력 있는 박투박 미드필더도 필요할 수 있다.

 

사실 설사커에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공격력과 정확한 판단능력, 수비에 빠르게 가담할 수 있는 박투박 미드필더는 희귀하다.

황인범이 벤투호에서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데 팬들의 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벤투가 황인범이란 카드를 붙들고 있는 것도

이런 역할을 잘해낼 수 있는 선수가 흔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공격수보다는 미드필더 성향이 강한 선수로서 이우혁과 임민혁이 영입됐는데

이우혁은 장혁진의 백업으로 뛸 가능성이 있는 선수고, 기동력 면에서 아직은 미지수다.

창의적인 테크니션 임민혁 역시 광주에서 활동량과 수비력을 보완해 왔지만 박투박 역할을 소화하기에는 그 부분이 장점인 선수는 아니다.

 

반면 지나치게 수비적인 성향이 강하거나 공격력이 떨어지는 선수라면 설사커의 컨셉이 불명확해 질 우려도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어려운 영입 작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만족할만한 선수가 나타나 주지 않는다면 차선은,

좀더 경기를 주도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다. 공격할 상황을 많이 만들어 냄으로서 수비할 상황의 빈도를 낮추는 것.

그리고 기존 2선 공격수들의 수비전환능력과 수비력을 향상시키는 것일 수 있겠다.

 

수비조직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는 원볼란치 + 2선 중앙 공격수(혹은 2선 중앙미드필더 2명)을 활용하는 시스템에서

원볼란치의 수비포지셔닝과 수비리딩능력, 2선 선수들의 전술이해도와 판단능력을 중시하는데

설기현 감독이 선수들의 공격성향과 공격적인 팀컬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선수들로부터 과연 이런 능력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 될 것이다.

 

그리고 2-3-5 포메이션 외에도 지난 시즌 설사커는 3-4-3 포메이션 4-4-2 포메이션을 활용하기도 했는데

 

포메이션2.PNG

 

 

포메이션3.PNG

 

지난 시즌처럼 더 다양한 전술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우혁 외에 좀더 강인한 박투박 미드핃더 추가 영입은 필요해 보인다.

 

아직 오른쪽 풀백 포지션도 영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남은 프리시즌 박투박 미드필더 포지션에 어떤 선수가 영입될 수 있을지,

만약 충분한 능력의 선수가 영입되지 않거나 현재 스쿼드에 올라와 있는 선수 중 이 역할을 제대로 해줄 수 있는 선수가 없을 경우

설감독이 이런 리스크를 어떻게 해결해 갈 수 있을지 그 지도능력을 지켜보는 것도 경남 경기를 보는 하나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댓글 23

CurvaSud_DCFC 2021.01.12. 15:02
경남이 수비 전환할 때 저런 식으로 공간이 노출되는 거 체감상 절반 정도는 빌드업 과정에서 소유권을 쉽게 내준 게 원인이었던 경우였던 거 같음. 세심한 볼 관리와 전방 압박, 롱 볼도 적절하게 섞어서 쓰는 게 전술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일 듯. 전성기 김성준이 저 역할에서 딱이었을텐데요.
댓글
신객 작성자 2021.01.12. 15:07
 CurvaSud_DCFC
맞아요. 빌드업 과정에서 실수 나면 그 다음 따라오는 리스크가 다른 팀들보다 커요. 장혁진이 원볼란치 서게 된 것도 그런 이유인 거 같구요. 어쩌면 이정협 영입된 상황에서는 저도 정혁보다 김성준 같은 스타일이 설사커에 더 맞을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 해봤는데 아마 임대 어떻게 안되겠죠ㅋㅋ
댓글
투혼경남 2021.01.12. 15:15
김형원을 사이드로 돌리면 매 경기 털리고 카드 수집하다 끝날 거 같아요ㅠ 작년 초에 김규표 썼던 것처럼 미드필더를 사이드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중반 이후에 최준처럼 사이드백을 미드필더처럼 쓰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해요ㅠ
댓글
신객 작성자 2021.01.12. 15:23
 투혼경남
본문은 일단 낑겨넣어본 거 저도 같은 생각ㅎㅎ
댓글
신객 작성자 2021.01.12. 15:25
 투혼경남
ㄱㅅㄱㅅ 추가영입 제발ㅎㅎㅎ
댓글
신객 작성자 2021.01.12. 15:30
 덕제종신
댓글
개랑태환맘 2021.01.12. 15:41
유스도 채울겸 김준형 데려갓음 딱 맞는핏인디
댓글
신객 작성자 2021.01.12. 15:43
 개랑태환맘
어 김준형 경남 유스임? 첨 알았네ㅋㅋ
댓글
개랑태환맘 2021.01.12. 15:43
 신객
넹 부상으로 입시 조지고 송호대 후 개랑
댓글
블루스 2021.01.12. 15:51
설사커가 좀 색달랐기에 선수들한테 분명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순간판단능력 부분에서 좀더 설사커에 맞게 개선을 하거나 빌드업이랑 포지션 변경에서 실수를 줄이면 설사커가 더 빛을 바라게 될까요? (넘 당연한 말인가 ;;)
그래서인가 유튜브에서도 일부러 팀훈련을 일찍 앞당겨서 시작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워낙 새 영입된 선수들이 많아져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여튼 내년 경남이 기대되요^^
댓글
신객 작성자 2021.01.12. 16:10
 블루스
설감독 저번 인터뷰 보니까 그래도 막바지로 가면서 선수들이 많이 적응했다고 보는 거 같았어요.
시즌 시작하면서부터 바로 승점 사냥 해나갈 의지인 거 같은데 설사커가 실수에 대한 댓가가 좀 크게 오는 축구라 조직력 끌어올리는 게 중요한 거 아닐까 싶습니다. 암튼 잘 됐으면 좋겠네요ㅎㅎ
댓글
신객 작성자 2021.01.12. 17:29
 참내어이음따
댓글
인천032 2021.01.12. 17:27
그래서 김도혁을 원한 건가
댓글
신객 작성자 2021.01.12. 17:30
 인천032
갖고싶다..
댓글
인천032 2021.01.12. 17:35
 신객
공수 모두 준수한 박투박이 꽤 희귀함
댓글
신객 작성자 2021.01.12. 17:44
 인천032
ㅇㅇ김도혁은 그 중에서도 기동력 탑이니
댓글
Chaboom 2021.01.12. 17:58
김규표랑 김형원 활용은 달라야 할텐데요.. 김규표보다 김형원은 더 느린데 저 포지션에서 뛸 수 있나요
댓글
신객 작성자 2021.01.12. 18:16
 Chaboom
당장 써넣을 선수가 없어서ㅠ
댓글
뇌절경남단 2021.01.21. 20:40
전반기엔 어찌어찌 버티다 레이다돌려서 여름에 용병이라도 모셔와야..
댓글
순두부찌개 2021.01.24. 19:08
흥미롭네요. 고경민이냐 정혁이냐의 문제에서 확률에 기인해 어떤 컨셉을 가져가는지에 대한 설명 감명깊습니다
댓글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정보/기사 2025 FA예정 명단 17 김태환악개 5136 31
츄르토토 국내축구갤러리 츄르토토 규칙 + 국축갤 토사장 명단 42 Lumine 5136 27
정보/기사 2024 시즌 K리그1-K리그2 유니폼 통합정보 10 뚜따전 6501 11
자유 2024년 국내 축구 일정(K리그1~K4리그) 11 미늘요리 14946 36
에펨/로스터 국내축구갤러리 FOOTBALL MANAGER 로스터 공지 (7월 7일 베타업데이트) 120 권창훈 27463 57
가이드북 K리그1 가이드북 링크 모음집 13 천사시체 16612 39
자유 ❗이것만 있으면 당신도 프로 플스인! 개축갤 뉴비들을 위한 필독서 모음❗ 31 뚜따전 41842 45
자유 국내축구갤러리 2024 가이드 7 권창훈 30213 27
인기 정규리그 2G 남기고 파이널 A,B그룹 확정은 2024시즌이 최초 8 기성용 228 23
인기 [단독] 아이유, 상암 공연 위해 새 잔디 구매?..“NO, 훼손시 비용 청구” 7 코난코요이 246 22
인기 탈덕수용소 멕이는 장원영.jpg 10 깔바도스 138 21
자유
기본
설윤 25 1
자유
이미지
조축의왕강현묵 78 6
정신병자
기본
괴즐케사 31 2
사진/움짤/영상
이미지
HDC로얄즈 18 1
자유
이미지
투페이스 37 3
자유
이미지
박지성과개병신들 39 3
자유
기본
국대풀백김진수 56 3
자유
이미지
김병지의꽁지머리 25 2
자유
기본
조자룡조영욱 14 1
정보/기사
기본
기성용 35 2
자유
기본
Kaka 35 5
자유
기본
UHFC1008 57 9
자유
이미지
임윤아 58 4
자유
기본
노른자 47 6
자유
이미지
보리스 41 2
자유
기본
마젠타 65 6
정보/기사
기본
흠_난_쫌 47 7
자유
이미지
보리스 57 3
자유
이미지
무드릭맘 46 2
자유
기본
깔바도스 15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