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설사커의 첫번째 키 원볼란치, 그리고 장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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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시즌을 앞둔 자체 평가전과 개막전이었던 전남전.

원래 설사커가 시도하고자 했던 포메이션은 2-2-4-2(혹은 2-4-2-2)였다.

시즌 후반기 주로 활용했던 2-3-5 포메이션에 비해서도 어떻게 보면 공격진의 숫자를 더 많이 배치하려는 시도였다.

 

2-2.PNG

 

하지만 이 포메이션은  몇 가지 문제점을 노출했다.

 

후방에 센터백 2명과 수비형미드필더 3명(2-3)을 두는 것과 비교하면 센터백 2명과 수비형미드필더 2명을 두는 것(2-2)는

공격이 차단됐을 때 수비숫자가 하나 모자르게 된다. 그만큼 역습에 더 취약하다.

 

또 '2-2'는 상대가 전방압박을 감행해 올 때 '2-3'에 비해 수적우위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볼을 점유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가기가 어렵다.

'2-2'의 선수들은 골키퍼에게 백패스를 하면서 후방으로 물러나거나 아니면 전방으로 길게 볼을 차줘야 하는 상황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경기는 더 다이나믹해 지고 기동력과 체력을 한층 더 요하게 된다.

선수들이 더 기민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정확한 판단과 패스를 지속적으로 해낼 수 있다면 이런 형태에서도 볼을 소유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상당히 높은 레벨을 요할 거란 생각이 든다.

 

실제로 경남 선수들은 이 포메이션을 힘겨워 했고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설기현 감독이 꺼낸 포메이션이

2021시즌 준비 중인 2-3-5 포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2-3-5 포메이션으로 수정하면서 크게 바뀐 변화 중 하나는 바로 풀백의 활용이다.

 

2-2-4-2 포메이션에서 측면 공격은 풀백들이 담당했지만

2-3-5 포메이션에서 풀백들은 3선 중앙으로 들어가 수비형미드필더 장혁진과 함께 또 다른 수비형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한다.

 

기본전형0.png

 

최근 풋볼리스트 유현태 기자가 설사커의 전술 의중에 대해 꽤 깊이있는 이야기들을 끄집어 냈는데

설기현 감독은 '풀백은 결국 수비수다. 측면공격은 윙포워드가 하는 게 낫다'라는 뉘앙스의 의견을 꺼내 놓았다.

그런 견해에서 비롯된 포지션 배치가 위의 사진과 같은 배치이다.

윙포워드들을 안쪽으로 배치하고 풀백을 윙포워드 위치로 올려쓰기 보다는

윙포워드들이 측면에 그대로 머물도록 하고 풀백을 3선 수비형미드필더 위치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그럼으로서 측면공격을 풀백이 아닌 윙포워드가 전담하게 된다.

 

이런 배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2-3'에 해당하는 센터백과 풀백, 수비형미드필더(장혁진)이 중앙지역에 좁게 모여 서서 플레이를 해내는 것이다.

그래야 윙포워드들은 가능한 높은 위치를 고수할 수 있고, 센터백들이 윙포워드들에게 패스할 수 있는 길이 확보된다.

 

기본전형1.PNG

기본전형2.PNG

 

상대팀들은 설사커를 견제하기 위해 미드필더 3~4명을 배치하는데 그렇게 배치함에 있어 한 가지 선택을 강요받는다.

경남의 패스가 세컨스트라이커(SS)들에게 직접적으로 향하는 것보다 양 측면 윙포워드(WF)들에게 향하는 게 덜 위협적이기 때문에

대부분 경남의 3선 미드필더의 배치에 따라 자신들의 미드필더 수비배치 역시 중앙으로 좁혀서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중앙지역에서 상대팀 선수들과 밀집하게 되면

그만큼 원볼란치를 비롯한 풀백들이 받는 압박의 속도와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센터백들과 협업하여 빠르게 패스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볼을 지켜낼 수 있는 높은 기술력과 판단력을 필요로 한다.

 

만약 원볼란치와 풀백들이 이런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상대의 압박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지려고만 하는 경우

 

기본전형3.PNG

 

센터백들이 윙포워드들을 향해 패스하기가 어려워 지고,

설사 패스에 성공하더라도 상대 미드필더와 윙포워드들의 거리가 가까워진 상태기 때문에 윙포워드들은 더 빨리 압박을 받게 된다.

그리고 '2-3'선수들 간 패스 거리가 길어지기 때문에 빠른 템포의 컴팩트한 원투패스 역시 실행하기 어려워 진다.

 

기본전형4.PNG

 

윙포워드들은 센터백들의 패스를 받기 위해 더 후퇴해서 내려와 줘야 하는데

이렇게 될 경우 윙포워드들은 패스를 받더라도 우리 골문 더 가까운 지역에서 패스를 받는 셈이기 때문에 드리블을 시도하는 데 있어 더 큰 부담을 안게 되고

공격진영에 남아있는 공격진들과 거리도 멀어지게 되서 조직적인 공격을 시도하기도 힘들어 진다.

 

결국 앞선의 공격진들도 더 내려와서 패스를 받아줘야 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렇게까지 된다면 준비한 공격전술 형태도 정해져 있던 지역에서 펼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기존의 전술체계는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고 봐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커가 준비하고 있는 2-3-5 포메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쟁점은,

'2-3'에 해당하는 선수들, 특히 3선 미드필더 라인을 구성하는 선수들이 자신들의 라인과 중앙밀집 형태를 얼마나 잘 고수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고수하지 못함으로서 받게 되는 댓가는 비단 윙포워들의 후퇴만이 아니다.

센터백들도 자연스레 후퇴를 하면서 플레이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은 급박해 지고 정확한 롱볼패스를 시도하기도 어려워 진다.

반면 이걸 해낸다면 윙포워드로 향하는 패스길을 확보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중앙지역에서 선수들 간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컴팩트하게 원투터치의 패스를 주고받을 수 있고,

빠른 템포의 패스를 세컨스트라이커(SS)들에게 투입할 수도 있다.

 

그래서 '2-3'의 중심에 있는 원볼란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장혁진은 이 포지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다.

그간 공격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커리어를 보냈던 장혁진이고 2부 무대에서 가장 어시스트를 많이 해오던 선수다.

이런 선수를 후방에 배치해야 할만큼 설사커에서 이 포지션에서 요구하는 기술력과 판단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다. 

장혁진은 2020시즌 후반기 이 역할을 잘 수행해냈던 선수다. 또 2021시즌에도 그것을 해줘야 하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장혁진이 주변 선수들의 패스방향을 얼마나 잘 리드해 줄 수 있는지,

그리고 스스로 볼을 지켜주면서 얼마나 잘 경기를 조율하고 운영해낼 수 있는지에 따라

중앙밀집 형태를 얼마나 잘 유지할 수 있는지가 달렸고

결과적으로 이는 설사커의 전술기조가 성공적으로 지켜질 수 있는지의 여부까지 결정할 것이다.

 

설기현 감독은 상대의 전방압박을 1차적으로 잘 풀어낼 수 있다면 그 다음 상황에서 그만큼 수월해 질 수 있을 거라 이야기했는데

만약 후방에서의 볼점유와 탈압박이 잘 이뤄진다면 시즌이 진행될수록 상대선수들이 전방압박을 조직적으로 해내는 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상대에 따라서는 전방압박전술을 버리는 팀들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남은 주도적인 경기를 할 수 있게 되고 후방에서의 빌드업보다 매 경기 공격전술을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당할 수 있게 된다.

 

2019시즌 초반 병수볼의 강원 역시 2-3-5 포메이션을 가동했었는데

공격 시 윙백을 윙포워드와 같이 활용하고 3명의 수비형미드필더를 3선에 배치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설사커와 포지션과 선수들의 역할이 달랐지만

기본적인 형태는 유사했다.

 

강원235.PNG

당시 '한국영-조지훈-오범석' 등이 수비형미드필더 라인을 구성했었는데

수비형미드필더들이 좁은 공간에 모여서 플레이하기 보다는 넓게 퍼지는 현상이 나타났고,

앞쪽 공간으로 들어가기 보다 후방으로 빠져서 플레이하려는 성향을 보여서 의도했던 경기력을 내보이지 못했다.

이후 김병수 감독은 빌드업 전술에서 변화를 줬는데 3선의 양쪽 수비형미드필더 역할을 맡은 선수들을 다소 벌려서 위치하도록 하는 대신

원볼란치 한국영이 장점인 활동량을 기반으로 넓어진 공간을 누비며 빌드업전술을 수행토록 했다.

 

강원변형235.PNG

중앙 볼란치에 좀더 기술적이고 전진패스에 능한 조지훈 대신 한국영을 배치하면서 강원만의 빌드업 색깔을 찾았고

이후 신광훈이 병수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서 3선에서 좋은 역할을 해주었다.

신광훈의 역할은 점점 업그레이드되었는데 신광훈은 수비 시 오른쪽 스토퍼 역할을 기본적으로 수행해 주되

공격 시에는 빌드업 상황에 따라 단계별로 스토퍼-풀백-수비형미드필더 롤을 수행하는 한편 페네트레이션 시에는 언더래핑과 오버래핑을 모두 해내는 모습도 보여줬다. 물론 한국영의 기술적인 퍼포먼스 역시 점점 발전한 형태로 나타났던 것 또한 2019시즌 병수볼이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다만 이런 전술변화로 인해 강원은 한국영의 활동량에 기대는 비중이 커졌고, 2선 공격수들 역시 패스를 받고 플레이하기 위해 위아래로 계속 움직여 주며 넓은 공간을 뛰어다녀야 하는 부담이 생겼는데 그런 체력적 부담으로 인한 경기력과 플레이의 기복을 어느정도 감수해야 했다.

 

경남의 2-3-5 포메이션과 빌드업 전술은 이렇듯 강원과 비교하면 그 스타일을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경남235.png

 

경남의 풀백들이 장혁진 양 옆에 가깝게 모일 수 있는 것,

그리고 센터백들 역시 장혁진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공격라인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장혁진의 기술과 판단에 대한 신뢰에 근거한다.

좁은 공간이라도 장혁진에게 볼을 주면 그 볼을 지키면서 경기를 풀어낼 수 있고,

장혁진이 볼을 지키는 여러 동작을 통해 상대 미드필더 압박을 자신에게 어느정도 끌어들임으로서

주변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공간과 시간에 대한 여유를 부여할 수 있다.

 

만약 장혁진이 볼을 잃어버리는 빈도가 높다면 이 형태는 유지되기 어렵고, 팀으로서 빌드업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공격진들 역시 확실하게 어떤 공격적인 포지셔닝이나 움직임을 가져가기 애매해 질 수도 있다.

 

경남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테크니션 임민혁과 중장거리패스가 뛰어난 이우혁을 영입했는데

이 둘의 활용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이뤄질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장혁진의 컨디션이 떨어지거나 부상 등으로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 선수들을 원볼란치 포지션에 배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선수들을 기용할 때는 또 그 전술기복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그것도 지켜볼 포인트다.

만약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수원FC 시절 김대의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백성동을 이 포지션에 기용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

 

한편 설기현 감독이 풀백 포지션에 전문 풀백만이 아니라 중앙미드필더 성향의 선수들을 배치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3선에서의 점유와 패스능력을 극대화해서 전술의 이점을 최대한 누리겠다는 복안일 것이다.

이런 부분이 잘 이뤄진다면 경기지배력이 올라가는 것과 동시에 역습을 당하는 빈도는 줄어들고 그렇게 되면 풀백의 수비력 덜 필요해질 여지도 생길 수 있다.

개막 후 이런 부분이 어떤 현상으로 나타날 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어쨌든 이들이 얼마만큼 자신감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전문 풀백없이도 경기를 해낼 수 있는가 하는 부분까지 장혁진에게 상당 부분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장혁진은 설사커의 전술을 받히는 기둥이자 전술을 가동시키는 첫 번째 키다.

엄청난 무게를 짊어지는 역할이지만 장혁진이 잘 해내리라 기대한다.

 

 

댓글 8

best 헛소리잘함 2021.01.28. 10:00
선생님 칼럼 볼 때마다 축구가 바둑이나 땅따먹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best 헛소리잘함 2021.01.28. 10:00
선생님 칼럼 볼 때마다 축구가 바둑이나 땅따먹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댓글
신객 작성자 2021.01.28. 10:20
 헛소리잘함
이런 건 하나의 요소고 사실 축구는 피지컬이죠ㅋㅋ
댓글
투혼경남 2021.01.28. 10:21
장혁진의 역량만큼 양쪽 풀백이 장혁진의 부담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군요 잘 읽었습니다 ㅎㅎ
댓글
신객 작성자 2021.01.28. 10:32
 투혼경남
네 장혁진이 우선 잘 끌어줘야겠지만 또 양 옆에서 잘 못하면 장혁진 심리적인 부담도 커질테니까 서로서로 잘해줘야 할 거 같아요. 기대되면서도 불안하고 불안하면서도 기대되고 그러네요ㅎㅎ
댓글
심PD 2021.01.29. 00:33
이걸 이제야 읽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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