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프리뷰/리뷰 [칼럼] 2021 K리그 유니폼 도감 ②(광주, 강원, 수원S,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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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시고

연휴 마지막날 잘 마무리 하셔요~

항상 감사합니다!

1편 주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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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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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광주FC - 서석대와 빛고을

광주광역시 동쪽엔 높이가 1200m에 달하는 큰 산이 있다. 신비로운 자연경관을 품은 아름다운 산, 우리는 이 산을 무등산이라 부른다.

무등산은 오래 전부터 광주의 상징이었다. 백제의 시가(詩歌)로 전해져 내려오는 '무등산가'에서 이를 알 수 있다.

무등산은 광주(당시 무진주)의 진산이요...(후략)

-무등산가

진산. 마을 뒤에서 마을을 진호(鎭護)하는 큰 산을 이르는 말이다. 진호한다는 것은 진영을 보호한다는 뜻이니, 광주 지역민들에게 무등산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무등산은 광주의 상징으로 굳게 서 있다. 노래에서도, 시에서도, 소설에서도, 무등산은 광주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소재로 자리하고 있다.

 

광주fc 2021 홈 유니폼

 

그런 무등산이 프로축구팀 광주FC의 2021년 홈 유니폼에 등장했다. 정확히는 무등산 산정에 위치한 서석대가 등장했다. 상의 아랫부분에 보이는 얇은 세로줄들이 바로 무등산 서석대를 형상화한 모습이다.

유니폼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얇은 세로줄들이 산을 형상화한 모습이라고? 꿈보다 해몽이네.' 그러나 서석대의 실제 모습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서석대는 해발 1100m 부근에 위치한 주상절리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급속도로 굳어 만들어진 기둥 모양의 바위들을 말한다. 육각기둥 모양의 길쭉한 바위들이 산 꼭대기에 옹기종기 무리를 짓고 있는 장관, 그것이 바로 무등산 서석대다. 얇은 세로줄들은 태양을 향해 곧게 뻗은 서석대를 표현하기에 결코 모자람이 없는 무늬다.

 

서석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니폼을 보면 서석대를 형상화한 세로줄들 위에 또 다른 세로줄들이 보인다. 이는 햇빛을 형상화한 모습이다. 광주(光州)의 한자를 풀이하면 '빛고을'이 된다. 고려 태조 왕건 시절부터 불려진 그 이름 광주에 걸맞는 디자인이다.

태양이 내뿜는 빛줄기가 태양을 향해 뻗은 서석대로 내리쬐는 모습... 지역적 특색을 충실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광주FC의 홈 유니폼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광주fc 선수들(노란 옷) - 대구fc 제공

 

광주FC는 2010년에 만들어졌다. 이제서야 창단된지 10년이 지났다. 오랜 역사를 가진 팀이 아니다. 반면, 서석대는 수천만년 전 백악기 때 만들어진 경관이다. 5.18 민주화운동 추모시인 '무등산 서석대(이지담 작)'에도 해당 내용이 나온다. 칠천만 년의 세월을 견딘 서석대도 처음 겪는 일이다...(후략) 심지어 태양의 역사는 더욱 길다. 태양은 무려 45억년 전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서석대도 태양도, 만들어진 직후엔 불안정했으리라. 완전히 굳지 않은 용암은 물렁거렸을 것이고, 이제 막 만들어진 항성은 요란한 탄생의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광주FC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K리그1 잔류를 목표로 하는 팀일지 몰라도, 쉽게 흔들리는 팀일지 몰라도 언젠가는 이보다 더 굳건한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광주FC의 팬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 때가 되면 지금의 유니폼을 다시 한 번 보라고.

PS. 유니폼 전면에 붙은 시정홍보문구 '광주 대한민국 미래로!'가 사라진 것도 주목할만 하다. 해당 문구는 2019시즌부터 2년간 유니폼의 전면에 하늘색 글씨로 새겨진 바 있다. 적잖은 광주FC의 팬들은 시정홍보문구의 글자색이 광주FC와 어떤 관계도 없는 하늘색이라는 것, 시정홍보문구가 과도하게 크게 표기됐다는 것에 불만을 토로해왔다.

 

2020시즌 광주fc 유니폼

 

이에 광주FC는 지난해 제작된 10주년 기념 특별 유니폼부터 전면에 시정홍보문구가 아닌 'GWANGJU FOOTBALL CLUB' 문구를 집어넣었다. 2021시즌 유니폼 전면에도 역시 해당 문구가 새겨지게 됐다. 광주FC의 유니폼 디자인은 이렇게 점점 발전해나가고 있다.


6. 강원FC - 사계절과 불규칙성

강원도를 생각하면 어떤 단어들이 떠오르는가? 감자, 단풍, 설악산, 금강산, 계곡, 목장, 고랭지, 동해바다... 아마 이런 단어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이처럼 강원도의 이미지는 '자연'과 맞닿아 있다.

자연, 한반도에서 자연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공간적으로 본다면 깨끗한 강과 바다, 산과 들이 자연일 것이다. 시간적으로는 뚜렷한 사계절이 자연일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강원도는 자연을 충실히 담고 있는 지역이다. 산과 들, 강과 바다가 다른 지역들에 비해 더 많이 보존되어있기 때문이다. 강원도청은 이 점을 인지한듯 강원도의 비전 문구를 '자연과 사람의 미래, Login 강원'으로 설정했다.

도민구단 강원FC 역시 2021시즌 유니폼에 자연을 충실히 담아냈다. 봄을 의미하는 노란 유니폼, 여름을 의미하는 초록 유니폼, 가을을 의미하는 주황 유니폼, 겨울을 의미하는 흰색 유니폼이 바로 그것이다. 한 번 색과 계절의 상관관계를 차례차례 훑어보자.

 

강원fc 2021 유니폼 - 출처 : 강원fc

 

 - 강원도 삼척시는 유채꽃밭으로 유명하다. 매년 봄이 되면 유채꽃 축제가 열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2020년엔 코로나19로 인해 축제가 열리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바람에 꽃밭을 갈아엎기도 했다. 노란 유니폼을 볼 때는 노란색으로 덮인 삼척의 유채꽃밭을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

여름 - 강원도는 피서지로도 유명하다. 숲이 많아 휴양림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초록잎들이 흩날리는 숲 속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물놀이를 하는 것은 여름을 나는 한국인들의 공통된 바램이 아닐까 싶다. 초록 유니폼에서는 울창한 숲에 부여된 초록빛의 생명력을 떠올리길 추천한다.

가을 - 한반도에서 단풍으로 가장 유명한 곳 역시 강원도다. 지금은 마음대로 갈 수 없지만, 금강산은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의 명승지였다. 수능 수험생이라면 한번쯤 봤을 '관동별곡'의 배경이 바로 금강산이다. 제주도민들을 구휼한 여인 만덕은 정조대왕 앞에서 자신의 소원을 금강산 유람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강원도에 금강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설악산과 오대산, 함백산 등 많은 산들이 단풍으로 유명하다. 빨간색과 주황색, 노란색 등 형형색색의 잎들이 흩날리는 산을 보며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주황 유니폼은 그 아름다움을 표현한 결과물이다.

 

설악산 단풍

 

겨울 - 눈 덮힌 산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잎이 사라지고 가지만 남은 겨울의 나무가 공허하지 않은 이유는 그 위에 쌓이는 눈 때문 아닐까. 흰색 유니폼을 보며 눈 덮힌 강원도의 모습을 상상해보기 바란다.

사계절을 상징하는 네 가지 색이 끝이 아니다. 유니폼에 새겨진 불규칙한 무늬 역시 자연을 표현한 디자인이다. 강원도는 한반도의 등줄기라 불리는 태백산맥이 지나는 곳으로 산세가 험준하고 가파르다. 거칠고 불규칙한 무늬는 이를 형상화한 디자인이다.

 

태백산맥

 

자연은 본래 불규칙하다. 대칭성을 찾기도 힘들다. 규칙성과 대칭성은 인간이 추구하는 것이지 자연이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강원FC의 유니폼 속에 자리한 불규칙한 무늬는 자연의 불규칙성을 나타내는 적절한 디자인이라 할 수 있겠다.


7. 수원삼성 - 사라진 용비늘, 청백적은 여전히

용비늘은 프로축구팀 수원삼성(이하 수원)을 상징하는 무늬다. 용비늘이 수원과 첫 만남을 가진 것은 1996년의 일이다. 삼성물산의 의류 브랜드 라피도가 수원의 창단 첫 유니폼에 용비늘을 새긴 게 인연이 됐다. 팬들의 호평을 받은 용비늘은 그렇게 수원을 상징하는 무늬가 되었다. 지난 2020시즌에도 수원의 유니폼엔 용비늘이 새겨졌다.

2021시즌은 다르다. 용비늘이 사라졌다. 2017년 이후 4년만이다. 사라진 용비늘 무늬를 대신하게 된 주인공은 '글자 패턴'. 목 부분에 'SUWON BLUEWINGS' 글자 패턴이 새겨졌다. 용비늘에 비해 보다 젊고 가벼운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다. 외래어를 사용한다면 트렌디(trendy)한 디자인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수원삼성 2021시즌 홈 유니폼

 

이번 홈 유니폼은 수원의 유니폼 사(史)에서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간 수원삼성이 정기 출시한 홈 유니폼들을 돌아보면 용비늘 무늬 외에 특별한 디자인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통을 충실히 잇는 모습으로 볼 수도 있으나, 변화의 폭이 좁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올 시즌 홈 유니폼은 그러한 흐름을 깼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용비늘 무늬는 유니폼에서 잠시 자취를 감추게 됐지만, 청백적 디자인은 여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용비늘이 수원을 상징하는 무늬라면, 청백적은 수원을 상징하는 색이다. 엠블럼, 유니폼, 굿즈 등 다양한 곳에서 청백적의 모습이 나타난다. 수원의 서포터즈 이름 'Frente Tricolor' 역시 청백적과 연관이 있다. '삼색기 전선(청백적 전선)'이라는 뜻의 스페인어 Frente Tricolor, 이 단어 속 삼색기(Tricolor)는 청색, 백색, 적색으로 이루어진 삼색기를 의미한다.

청백적 디자인은 특히 2021시즌 원정 유니폼에서 돋보인다. 흰색 바탕 위를 파란색과 빨간색 가로줄들이 지나가는 모습에서 청백적 디자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카라에 청백적을 구현한 2020시즌 원정 유니폼과 달리, 2021시즌 원정 유니폼엔 옷 전면에 청백적을 구현했다. 원정 유니폼 상의 전면부에 파란색과 빨간색이 동시에 등장한 것은 올 시즌이 최초다(엠블럼 속 빨간색 제외).

 

수원삼성 2021시즌 원정 유니폼

 

정리하자면, 수원삼성의 2021시즌 유니폼은 유행을 따름과 동시에 전통을 지킨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8. 인천 유나이티드 - 포르티시모와 장미꽃

포르티시모(Fortissimo). 이탈리아어로 '매우 강하게'를 의미하는 단어다. 음악용어로 자주 쓰이는지라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다들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익숙한 단어다.

지난 해 12월 15일, 인천 유나이티드가 2021시즌 유니폼을 공개했다. 유니폼 제목은 포르티시모. 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인천의 매우 강한 의지가 돋보였다.

 

인천 유나이티드 2021시즌 홈 유니폼

 

홈 유니폼엔 포르티시모의 의미가 날카로움을 주제로 형상화됐다. 2020시즌에 비해 세로 줄무늬의 폭은 줄어들었고, 날카로운 가시가 곳곳에서 횡 방향으로 형상화된 디자인이 추가됐다. 가시 디자인은 인천의 시화 장미꽃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날카로움을 강조한 홈 유니폼은 조성환 감독의 축구와도 부합한다. 조 감독은 백3에 기반한 역습 전술을 펼치는데 능하다. 네게바, 지언학 등 빠른 선수들을 주축으로 한 역습이 인천의 주요 공격루트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역습은 장미꽃과 같다. 아름다우면서도 날카롭다. 인천의 홈 유니폼과 조 감독의 축구가 어울리는 이유다.

 

인천유나이티드 2021시즌 원정 유니폼

 

홈 유니폼에 날카로움이 표현됐다면, 원정 유니폼엔 승리에 대한 열망이 새겨졌다. 검정색, 파란색, 회색 줄들이 V자 모양을 이루는 모습은 승리(victory)를 향한 인천의 열망을 보여준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인천은 2016시즌부터 매년 생존에 성공하며 생존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생존을 통해 증명한 강함, 과연 그 강함이 비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3편에 계속...

댓글 3

센터서클 작성자 2021.02.14. 18:40
링크 들어가면 가독성 좋은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당
댓글
꾸르바수드 2021.02.15. 02:33
디테일 고려했을 때 이번 시즌 최고 유니폼은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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